공유

제516화

십 분 뒤 서재에서, 이유영은 정국진 맞은편에 앉았고 손에는 물 한 컵을 들고 있었다.

아무리 이유영이 애써 평온한 척을 유지하려 했지만, 정국진은 이유영 미간에 드리운 근심스러운 기색을 한눈에 알아봤다.

“얘기 안 해줄 거야?”

“외삼촌.”

“응?”

“외삼촌은 그런 느낌 안 받았어요? 요새 외삼촌도 그렇고 다 너무 이상해졌어요…”

자세히 따지고 보면 강이한이 청하시의 감옥에서 나온 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외삼촌이나 박연준이나 다 지금 조금 이상해졌다.

전에 여기 서재에서 봤던 사진은 지금, 마치 가시가 되어 이유영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전에 박연준이 아무리 이유영한테 잘해줬다고 해도 지금 이 시각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유영아. 지금은 네 얘기를 하고 있잖아.”

정국진은 조금 엄숙해진 말투로 말했다.

그의 엄숙함은 이유영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이유영이 입을 열기 전에 정국진이 마저 얘기를 이어갔다.

“네가 이러면 네 외숙모가 널 많이 걱정해.”

“알아요.”

이유영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며칠 사이에 잔잔함을 회복했던 그녀의 삶은 이미 큰 돌멩이 하나 때문에 파도가 수천 겹 일어났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유영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이유영을 바라보는 정국진의 눈 속에는 심각함이 더해졌다.

“유영아, 내가 알아본 데 의하면 청하시 일에 수상한 점들이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랑 강이한 사이의 모순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아직 기억나?”

정국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마음이 순간 철컹 이었다.

‘나랑 강이한 사이의 모순?’

모순, 이 두 글자는 끊임없이 이유영의 머릿속에서 맴돌아 쳤다. 틀림이 없는 건… 그건 그녀가 일생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십 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함께한 십 년, 아무리 내려놓은 지 몇 년이 되었다고 해도 가슴속 제일 깊은 곳의 상처는 그렇게 쉽게 아물 리가 없었다.

평소에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그저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