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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하리!”

구승훈이 불쑥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

강하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구승훈은 화를 자주 내는 편이 아니다. 그는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슴 깊이 제 감정을 숨긴 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데, 지금은 두 눈이 활활 타오를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강하리는 덜컥 겁이 났다.

“농담이에요.”

그녀는 구승훈의 두 눈을 마주했다.

“근데 대표님은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세요?”

구승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네가 그 가격을 요구했으니까, 가격에 맞게 표현 잘해야 할 거야.”

말을 마친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근하고 일찍 돌아가.”

강하리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네.”

퇴근 후 그녀는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

여기서 말한 집이란 바로 그녀와 구승훈이 함께했을 때 그가 선물로 준 아파트 한 채였다.

여긴 바로 두 사람의 아지트이다.

집안에 들어서자 구승훈이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샤워해!”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이 한마디만 내던졌다.

강하리는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그에게 대답했다.

“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구승훈이 한창 통화 중이었다.

그녀를 본 구승훈은 손을 쭉 내밀었고 이에 강하리도 그의 손을 잡았다.

구승훈은 그녀를 아예 다리 위에 앉혔다.

“강 부장, 내 옷 벗겨.”

구승훈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강하리는 화들짝 놀라서 몸이 굳었다. 그는 아직 전화도 끊지 않은 상태였다.

“얼른.”

그녀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구승훈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다그쳤다.

강하리는 눈 딱 감고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구승훈의 몸매는 완벽 그 자체였다.

단추가 하나씩 풀리자 가슴 근육부터 복근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하리는 이 몸매를 3년이나 봐왔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

“그럼 그렇게 정해요.”

전화기 너머에서 뭐라 말했는지 구승훈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대답을 마친 후 그는 불쑥 머리를 숙이고 날카로운 이빨로 그녀 목 옆의 여린 살을 깨물더니 가볍게 입술을 비벼댔다.

“읍!”

강하리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냈고 전화기 너머로 상대도 문득 말을 멈췄다.

그녀는 온몸이 굳었고 구승훈은 또 한 입 깨물었다.

“대표님!”

강하리의 외침에 구승훈은 그제야 만족했는지 전화를 끊었다. 강하리는 무심코 통화목록을 힐긋 쳐다봤는데 안현우였다.

구승훈은 확실히 단 한 번도 서러움을 당한 적이 없는 듯싶다. 누가 그를 불편하게 하면 두 배로 갚아줄 테니까.

전화를 끊은 후 그의 거친 키스가 들이닥쳤다. 너무 거칠어서 그녀를 한입에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하리 착하지, 계속해.”

강하리는 주섬주섬 그의 벨트를 더듬거리며 잊지 않고 당부했다.

“대표님, 오늘은 좀 살살해줘요.”

구승훈이 가볍게 웃었다.

“내가 지금 살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탐했다.

소파에서부터 침실로, 또 침실에서부터 욕실까지 정열적인 사랑을 나눈 후, 드디어 침대에 누운 강하리가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때 구승훈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물었다.

“저녁 뭐 먹을래?”

강하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전혀 입맛이 없고 한잠 푹 자고 싶었다.

다시 깨어나 보니 구승훈의 목소리가 밖에서 은은하게 들렸다.

강하리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밖은 어느덧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고 시계를 보니 10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그녀는 옷을 챙겨입고 침실을 나섰다.

한창 통화 중이던 구승훈이 그녀를 보자 몇 마디 얘기한 후 바로 전화를 껐다.

“뭐라도 좀 먹어.”

그가 턱을 치키자 강하리는 그제야 식탁 위에 놓인 포장 음식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열어보니 안에는 전복죽과 밑반찬 몇 개가 들어있었는데 전부 따끈따끈했다.

종일 굶은 그녀는 문득 식욕이 감돌아 죽을 먹기 시작했다.

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힐긋 보더니 서재로 들어갔다.

강하리는 마음이 심란해서 죽을 대충 먹었다.

아이를 지우려던 것도 생각이 바뀌었고 퇴사도 안 했으니, 이젠 닥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녀는 어느새 전복죽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먹을 땐 몰랐는데 다 먹고 나니 속이 울렁거려서 수저를 내려놓고 입을 틀어막은 채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녀는 방금 먹은 전복죽을 그대로 다 토했다.

그제야 속이 좀 개운해졌는지 입안을 헹구고 얼굴도 씻었다.

몸을 돌리니 구승훈이 어느새 그녀 뒤에 서서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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