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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왜 그래?”

그가 음침한 목소리로 물으며 그녀의 아랫배에 시선이 꽂혔다.

구승훈은 원래 예민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지금쯤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속이 좀 불편해서요.”

구승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강제로 고개 들어 그와 눈을 맞추게 했다.

“진짜 단순히 속이 불편한 거야?”

강하리는 감히 그의 눈길을 피할 엄두가 안 났다.

“진짜예요. 강찬수랑 종일 소란을 피우다 보니 밥 먹을 기분도 안 났고, 원래 속이 좀 불편했는데 아까 너무 급하게 죽을 먹었더니 받아들이지 못했나 봐요.”

구승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반신반의한 눈길로 머리를 끄덕였다.

“내일 가서 검사받아.”

강하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다가 끝내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

“대표님은 지금 제가 임신한 거로 의심되나요?”

구승훈은 창가에 다가가 고개 숙여 담뱃불을 지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야 대답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강 부장도 이런 예외는 원치 않는 거 아니야?”

강하리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했다.

“대표님 말이 맞아요.”

그녀는 가볍게 웃은 후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

“대표님은 아이를 엄청 싫어하시나 봐요?”

구승훈이 어두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질문이 너무 많아!”

강하리는 표정이 확 굳었다. 또 그의 기분을 언짢게 했나 보다.

구승훈은 그녀가 자신에 관해 묻는 걸 줄곧 싫어하고 그의 사생활도 염탐하지 못하게 했다.

무릇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면 가차 없이 그녀에게 선을 긋는다.

구승훈에게 강하리는 줄곧 외부인이다. 그러니 아이에 대해서도, 감정에 대해서도 묻지 말아야 한다.

강하리의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씁쓸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다시 천천히 내뱉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구승훈이 몸을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 다만 잠시 후 반듯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디 가게요?”

“응.”

“돌아는 와요?”

“안 와.”

구승훈은 더 설명하지 않고 바로 가버렸다.

그녀가 다시 침대에 눕자 휴대폰이 울렸다. 계좌 입금 문자가 도착했는데 금액이 2억 원이었다.

강하리는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우스웠다. 하긴, 돈으로 산 관계인데 뭔 감정을 논하겠는가? 아이는 더더욱 논할 자격도 없었다.

문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강찬수에게 돈을 입금했다. 그리고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리야, 결정은 내렸어?”

손연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정하겠어. 내 평생 유일한 아이일 수도 있는데.”

손연지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럼 그냥 남겨둬. 여자는 살면서 엄마가 되어보지 못하면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다니까.”

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그래서 더 마음 정하기 어려운 것 같아.”

“하리야, 그 남자 대체 누군데?”

손연지가 오지랖 넓게 물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마도.”

“헐, 이런 찌질남이 진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니.”

그녀가 경악했다.

강하리는 그녀 덕에 깔깔대며 웃었다.

“네가 본 찌질남이 어디 한둘이야? 여친이나 와이프 데리고 낙태하러 가는 인간들 찌질하지 않은 게 몇이나 되겠어?”

“하긴.”

손연지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남자를 멀리해야 해. 안 그러면 평생 불행하다니까.”

강하리는 그녀와 몇 마디 장난친 후에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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