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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훤칠한 키와 잘빠진 각선미 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을 한 채 정원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강현석이다.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그의 주위는 유독 한기가 감도는 듯했다.

분명 초봄인데 그의 주위에서 칼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분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겁 많은 아이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 지경이었다.

강현석의 그런 모습은 마치 방금 한 말이 농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경찰은 아마 진짜로 오고 있을 거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잡혀가겠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에서 내로라하는 집안 사모들이다. 피라미드에서 자그마치 2층쯤 차지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강 씨 가문은 피라미드 맨 꼭대기, 그들이 건드릴 수조차 없는 위치에 있다.

강현석의 한 마디면 그들 집안쯤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던 몇몇 사모는 이를 갈며 분을 삭였다.

그 도중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수아를 흘겨보았지만 끝내 애원하는 얼굴로 강현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강 대표님, 아이들끼리 장난친 건데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나요?”

“맞아요. 우리 두 가문에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한데 이런 일로 감정 상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

“게다가 우리 애들도 다쳤는데 퉁치면 안 될까요?”

가식적인 웃음과 말에 강현석은 차갑게 웃었다.

“그래서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그 말인가요?”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한 뉘앙스에 사모님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억지 미소를 쥐어짜내며 되물었다.

“그러면 혹시 뭘 원하세요?”

“사과하세요.”

강현석은 차갑게 말했다.

“누구를 다치게 했으면 그 상대한테 사과하세요.”

그 말에 서미숙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태우가 이지경이 되었는데 저딴 벙어리 계집애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내가 할 것 같아?’

사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모님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자기 손자가 다쳤는데 책임을 묻지 않기는커녕 허리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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