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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신유리는 한참 후에야 이신의 뜻을 알아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난 안 될 것 같은데?”

“왜?”

이신은 허리를 곧게 세우며 되물었다.

“전시 기획을 배우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신유리는 고개를 떨구고 붕대를 감은 팔을 보며 대답했다.

“다쳐서 도울 수 없어.”

그녀가 해명했지만, 그는 도리어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단 게 아니고 배우라는 거야. 게다가 하루 이틀에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신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민폐일 것 같아.”

“네가 민폐를 끼치면 얼마나 끼친다고 그래?”

이신의 말에 살짝 흔들리는 신유리였다. 그녀도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연차를 내서 오후에 다른 일이 없었다.

그녀는 이신을 따라 그의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몇 명의 젊은이들이 무언가에 대해 다투고 있었다. 그들은 이신의 등장에 즉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딱이며 인사했다.

이신은 고개를 돌리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편한 데 앉아.”

신유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안은 잡동사니로 쌓여있었고 구석에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었다.

앉을 수 있을 곳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신유리를 본 젊은이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중에 안경을 쓴 여자가 신유리를 뚫어지고 바라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형수님을 어떻게 이런 누추한 곳으로 모시나요?”

“그러게.”

체크 셔츠를 입은 남자가 맞장구를 쳤다.

이신은 그들을 노려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 도리어 테이블 위의 설계 도안을 보며 물었다.

“방금 뭐 한 거야?”

일에 대해 묻자, 젊은이들의 태도가 급변했고 안경 쓴 여자가 대답했다.

“전에 설계는 미관상에서나 실용성에서도 대리석 테두리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셔츠 남이 반박했다.

“실용성이란 뜻을 모르는 것 같은데 대리석이 얼만 줄 알아?”

옆에 서서 그들의 언쟁을 지켜보고 있던 신유리는 흥미를 느꼈다. 그녀의 몸이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점점 흥분하던 셔츠남은 하마터면 신유리를 다치게 할 뻔했다.

“잠깐!”

이신이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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