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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서준혁의 말을 들은 신유리는 움직이던 것을 멈추었다. 그녀의 시선이 서준혁에게로 향했다. 그는 마치 일상적인 말을 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신유리 씨는 아직 마무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 제가 대신할게요.”

왕 대리가 조심스레 서준혁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표정이 좋지 않던 서준혁의 얼굴이 더 굳었다.

“그쪽은 아주 한가한가 봐?”

서준혁이 왕 대리를 바라보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긴장한 왕 대리가 손을 비비며 쭈뼛거렸다.

사실 왕 대리도 나름 사정이 있었다. 서류 정리야 직접 해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본사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쪽 직원이 직접 살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준혁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왕 대리가 속으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쯤, 신유리가 서류를 서준혁에게 내밀었다.

“최근 3개월 치 시장 자료 여기 있어요.”

서준혁의 고개가 신유리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의 눈에 아직 다 낫지 않은 그녀의 손목이 들어왔다. 그러나 입에서 나온 것은 걱정이 아닌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이쪽 일이 꽤 적성에 맞나 봐?”

“업무는 어디나 비슷하니까요.”

그의 시선을 느낀 신유리가 얼른 손목을 거두며 나지막이 말했다.

잠시 후,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실은 비교적 작은 편에 속했다. 신유리는 서류를 편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서준혁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데 회의 시작 2분 전, 송지음이 말을 꺼냈다.

“유리 언니, 서류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오빠한테 넘겨줄게요.”

서류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했던 탓에 신유리도 어렵게 정리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정리를 한 장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서류를 다루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니, 정리 다 끝났으니까 내가 직접 할게.”

신유리는 반사적으로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자 송지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송지음은 계속해서 자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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