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판이었다.신유리는 네 자리수를 잃었다. 서준혁이 돈을 내놓을 때 감히 눈을 깜빡이지도 못했다.오늘 운이 없었던 그녀는 그 후로도 연이어 패했다.우서진이 카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죠?”계속 패하고 있으니, 그녀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할 줄 모른다고 했잖아요.”허경천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 밤의 제일 수혜자였다. 너무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는 우서진에 말했다.“패해도 서 대표가 대신 감당하는데 서진 씨가 왜 흥분하는 거예요?”맞는 말이긴 했지만 조금 이상했다. 괜히 묘한 사이로 엮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서준혁이 다가와 앉았다.“시작해.”카드가 새로 정렬되었다.허경천이 물었다.“드디어 직접 납셨네요.”서준혁이 말했다.“이런 게임에 능하지 못해요.”시선을 내려 카드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그녀를 덮쳤다.주변의 공기에는 여러 가지 향으로 뒤섞여 있었지만, 그녀는 단번에 서준혁의 체취를 분별할 수 있었다.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려는데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카드를 내렸고 그제서야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카드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었고 그의 손이 아무렇지 않게 신유리에 닿고 있었다.멍한 그녀의 모습에 서준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으름장을 놓았다.“또 지면 월급에서 차감이야.”신유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녀는 더 이상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았다.서준혁이 카드에 능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오고 나서 신유리는 패한 적 없었다.비록 많이 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비기는 수준이었다.도리어 우서진이 제일 많이 잃었고 심지어 얼굴이 심하게 어두워졌다.눈치 빠른 허경천은 그만하자며 카드를 밀어버렸다.서준혁과 신유리는 차를 몰았어서 우서진은 그들과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신유리는 음주했고 서준혁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기에 서준혁이 운전대를 잡았다.막 술을 깨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속
아마 술에 취한 탓인지 신유리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악몽에 시달렸고 벗어나려고 뒤척였지만 깰 수 없었다.그녀가 마침내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이불을 껴안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옆에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이미 10시가 훌쩍 넘었다.여기 시한은 이제 아무 일도 없었다. 몸을 일으킨 신유리는 샤워하러 갔다.어제저녁 방에 돌아와 그대로 뻗었다. 아직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샤워실에 나오니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은 휴대폰이 울렸다. 그것은 왕 대리의 전화였다.“언제 오세요?”신유리가 멈칫했다.“무슨 일이세요?”“아직 정리해야 할 서류가 남았고 대표님은 이미 떠나셨고 나더러 비서님께 연락하라고 했어요.”신유리는 어리둥절했다.서준혁이 벌써 돌아갔다고?통화를 마친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응답이 없었다.신유리는 회사로 향했다.일을 처리한 뒤 신유리가 왕대리에게 물었다.“대표님은 언제 가신 거죠?”왕 대리는 턱을 만지더니 대답했다.“아침에 제가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 공항이라고 했어요.”그가 다시 물었다.“대표님이 아무 말씀 없었어요?”신유리는 시선을 떨구었다.어제저녁 그와 함께 있었지만, 그는 오늘 떠난다는 말하지 않았다.회사를 나온 그녀는 휴대폰을 보았다. 그녀가 서준혁에게 보낸 문자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그녀는 어플을 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출발할 때는 이미 오후였다. 보안 검사를 마치니 이신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신유리는 그제야 자신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난감해하며 전화를 받았다.“오늘 전시가 있는데 시간 되면 함께 가서 보지 않을래?”트렁크를 잡은 신유리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공항이야.”이신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신유리는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성남에 오면 내가 밥 살게.”연우진이 이신도
이연지는 신유리의 말에 몸이 굳어지며 미미의 옷자락을 쥐어뜯었다.신유리는 그녀를 보고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물었다.“미미한테도 손을 대요?”이연지의 상처를 제외하고, 그녀는 미미의 목에도 눈에 띄지 않는 멍이 있는 것을 보았다. 다만 옷깃에 반쯤 가려졌을 뿐이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던 이연지는 미미의 겁에 질린 눈빛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더니 옷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자주 안 그래. 그날은 술 마셔서 그런거야.”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 사람이 돈을 달래요? 아니면 돈을 가져다주는 건가요?”이연지는 힘겹게 눈을 감은 뒤 잠시 후에야 목을 추켜들고 말했다.“미미 아직 어리잖니.” 신유리는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연지의 꼿꼿했던 등과 함께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손도 바들바들 떨려왔다. 크나큰 고통을 참는 듯했다.그녀의 감정을 눈치챈 미미가 울음을 터뜨렸고, 이연지는 눈물을 닦으며 미미를 달랬다.미미가 울음을 겨우 그치고 나서야 그녀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신유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바로 다시 얼굴을 돌렸다.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신유리는 어느정도 답을 확신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려는데 마침 이연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이연지의 핸드폰은 짝퉁으로 보였고, 액정에도 심각할 정도로 금이 가있었다. 이연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고파 죽겠는데 어디 간거야? 설마 또 그 기생충같은 년 데리고 돈 쓰러 간건 아니지?” 핸드폰이 짝퉁이라 그런지, 그의 목소리가 커서인지 그가 뱉는 모든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신유리에게 들렸다.이연지도 뻘쭘한 듯 휴대전화를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주국병, 미미는 당신 딸이야!”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욱 분노했다.“난 그런 기생충 같은 딸 둔 적 없어! 오후에 출근해야 되니까 당장 들어와서 밥이나 차려!”이연지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또 도박하러 가는 거야? 미미 다음 주에 주사 맞아야 한다고!
서준혁은 걸음을 멈추고 강희성에게 덤덤한 눈빛을 보냈다.강희성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뭘 봐?”“병실에 안 가?”서준혁은 시선을 거두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신유리에게 눈길을 주더니 눈빛을 반짝였다.“오늘 온 거야?” 신유리는 자신에게 묻는 말임을 깨닫고 가방을 든 손을 움켜쥐었다.“어제 저녁에 왔어.” 서준혁은 피식하더니 말했다.“급하군.”신유리는 눈을 떨구고 굳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시한에 오다니.”그녀는 침착하게 보이려 했지만 사실 속은 벌써 한바탕 꼬여있었다.신유리는 합정에서 서준혁을 만날 줄은 몰랐고, 자신과 리연지의 대화가 서준혁에게 들통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적나라하게 모든 게 들킨 듯 신유리는 내심 반항하고 싶었다.그녀는 서준혁에게 외할아버지만 소개하였을 뿐, 자기 부모님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그래서 하정숙이 신유리를 싫어하는 가장 자주 한 핑계가 형편없는 가정 환경이었고, 가르친 딸도 엉망이라는 것이었다.“응? 준혁아, 아는 사이야?”신유리는 마음이 복잡했다.옆에 있던 강희성은 이상함을 눈치챈 듯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회사직원이야.”신유리는 가방끈을 움켜쥐고 물었다.“급하게 성남으로 돌아갔잖아. 왜 합정에 있어?”그녀는 안색이 안 좋았다. 오늘 아침 외출 때 화장도 하지 않았고 지금은 입술에 핏기가 없었다.“준혁이는 저희 아버지 병문안 온 거예요.”서준혁이 대답하기 전에, 강희성이 먼저 그를 대신해서 말했다.그는 신유리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화인 그룹 직원?, 갑자기 대표님을 보니 두려웠나요?”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만 느꼈을 뿐, 하고 싶은 말도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리야,”문득 이연지가 미미를 안고 황급한 말투로 말했다.“미미 머리에 큰 혹이 났어. 뇌진탕이 아닌지 가서 보여야겠어.”신유리는 머리가 어지러운 데다가, 그녀가 갑자기 큰소리로 고함을
신유리는 순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못했고, 이연지의 목쉰 소리로 부르는 자기 이름 소리만 들려왔다.“유리야, 빨리 미미를 데리고 가.”주국병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이연지를 내리치던 주먹을 멈추더니 신유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흐릿한 눈에는 사나운 빛이 어려 있었다.그는 신유리를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네가 이 천한 년의 딸이지?” 신유리는 정신을 차렸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주국병은 이미 이연지를 내버려두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주국병은 키가 크지 않지만, 매우 건장하였고, 사납게 땅에 침을 뱉었다.“지난번에 네가 운이 좋아서, 나랑 못 만났지. 합정에 왔으니, 빨리 돈 갚아!”그의 큰 목소리에 이연지의 방금 울부짖는 소리까지 더해 구경꾼들이 많이 모여 신유리는 거의 물러설 길이 없어 주국병이 앞으로 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짐짓 침착하게 말했다.“진 빗이 없어요.”“네 엄마, 네 여동생이 나한테 빚진 돈은 네가 갚아야 해! 네년한테 돈 많은 남자 있잖아, 돈 달라고!” 주국병의 목소리는 매우 컸고, 신유리는 그의 고함에 간간이 머리가 아파졌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당신 아내고, 미미는 당신 딸이에요!”“개똥 같은 마누라에 딸!”주국병은 흥분하여 손을 들어 신유리의 어깨를 밀었다.신유리는 원래 불편한 데다가, 주국병에게 밀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다행히 뒤에 사람이 많아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주었기에 다시 똑바로 설 수 있었다.주국병의 몸에서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그녀와 가까운 탓에 신유리는 어지럽고 메스꺼움만 느껴졌다.이렇게 거리에서 길을 막고 삿대질을 당한 것도 처음이라 주변 구경꾼들의 눈초리가 찔러와 그녀는 난감하기에 짝이 없었다.“지랄, 돈 갚으라니까!”주국병의 말투가 갈수록 사나웠고, 또 신유리에게 손을 대려고 하자, 신유리는 무의식중에 손에 들었던 약봉지를 그의 얼굴에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또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녀
신유리는 연극 같은 이 장면을 보고 손끝마저 차가워졌다.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낮게 물었다.“왜 …”그녀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이연지는 미미를 잡아당기던 손을 떼고 기대 섞인 눈길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간청했다.“유리야.”신유리가 눈을 돌리자,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말하려고 할 때, 옆에서 강희성이 소리쳤다.“아줌마,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저인데, 왜 저쪽한테 부탁해요?”이연지는 멍해져서 주저하며 강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방금 주국병에게 밀치고 맞아 머리카락도 옷도 엉망진창이었다.그는 손으로 빌며 말했다.“부탁해요. 경찰한테 우리 남편 데려가지 말라고 말해주면 안 돼요?”강희성은 서준혁과 눈이 마주쳤고 서준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강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리 연지를 향해 말했다.“남편이 고의로 사람을 쳤어요. 알죠?”"아니에요.”이연지는 다급하게 해명했다.“고의로 사람을 친 게 아니에요, 그저 기분이 안 좋아서...”강희성은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신유리는 얼굴을 돌리고 그들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입술만 힘껏 깨물고 있을뿐이었다.이연지는 그의 시선을 따라 신유리를 바라보다가 곧 신유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집안일에 경찰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잖아”그녀는 손톱이 긴 탓에 신유리의 손등에 엷은 상처를 냈다.이연지의 손은 저항할 수 없는 큰 힘이었다.신유리는 두 번 밀었지만, 도무지 빼내지 못했다. 이연지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네 사장님이잖아. 빨리 뭐라고 말좀 해봐.”신유리는 화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뭘 설명해요? 나에게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에요. 방금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못 봤어요?”이는 그녀가 이연지와 만난 후 처음으로 화난 어투였다.이연지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후 느릿느릿 말했다.“안 맞았잖아.”그녀를 노려보던 신유리는 눈에 있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른 한 손으로 이연지의 손을 강제로
신유리도 안색이 좋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일 좀 있어서.”목소리는 쉬어있어서 피곤함이 가득했다.하지만 송지음은 더 경계하는 눈빛으로 가까스로 웃더니 물었다.“그럼, 왜 우리랑 같이 안 왔어요?” 신유리는 지금 송지음의 이런 잔꾀에 대처할 힘이 없어,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야 답했다.“개인적인 일이야. 휴가 냈어.”“그래요?”송지음은 헛웃음을 지으며 서준혁에게 고개를 돌렸다.“오빠, 일 다 끝냈어?”서준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떨구고 태연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찻잔을 들며 말했다."아직.”송지음은 불만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강희성은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왜 그래요? 합정 별로예요?”송지음은 급히 손을 흔들며 고민하더니 말했다.“합정의 날씨에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강희성은 큰 반응으로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그건 유난히 조심해야죠.”신유리는 인형처럼 옆에서 말이 없었고 입맛도 없어서 많이 먹지 않았다.송지음은 강희성과 급히 친숙해지더니 시끌벅적하게 농담도 주고받았다.그러던 중 송지음이 갑자기 서준혁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오빠, 희성오빠 말이 사실이야?”서준혁은 말하지 않았다.그는 기분이 별로인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송지음이 그를 몇 번 불러서야, 그는 비로소 눈길을 들었다.송지음은 차가운 눈빛에 놀라 물었다.“무슨 일 있어?”강희성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송지음은 신유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유리 언니.”그녀가 말을 마치자 마침 신유리의 전화가 울렸다.외할아버지가 한 전화였다.전화 소리가 급한 듯 날카로웠다. 신유리는 가슴이 뛰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서서히 떠올랐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며 미안하다는 속삭임과 함께 서둘러 룸을 빠져나왔다.밖에 나와서야 신유리는 전화를 받았다.“유리야.”외할아버지의 가쁜 숨소리에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소리가 들려왔다.“너 지금 합정에
신유리는 말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신을 과대 평가 하지마.”“오빠?” 코너에서 나온 송지음은 신유리를 보면서 말했다. “유리 언니,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와요.”송지음의 눈빛이 너무 적나라해서 신유리는 입술을 앙다물고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빨리 갈게.”“언니가 오지 않는 줄 알았어요.” 송지음은 적나라하게 서준혁을 보면서 말했다.신유리는 송지음이 괜한 생각을 한다고 여겼지만 설명할 기운이 없어 룸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다.얼마후 강희성이 신유리의 가방을 가지고 나와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아, 미안해요. 당신이 까먹고 급하게 일어나길래 대신 가지고 나왔어요.”그러자 신유리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가방을 건네받았다.강희성은 서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준혁아, 지음 씨가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 데려다주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러자 송지음은 소매를 걷어 팔에 난 여러 개의 빨간 두드러기를 보면서 투덜거렸다. “오빠, 아침까진 없었는데 아까부터 간지럽기 시작했어.”“혹시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 있어요?”“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요.”신유리는 땅콩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났다. 그녀가 식욕이 없고 마침 그 요리가 앞에 놓여 있어 몇 젓가락 먹어서 알고 있었다.강희성도 머리를 탁 치며 생각이 났는지 서준혁에게 물었다. “지음 씨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고 왜 말하지 않았어?”“네가 땅콩이 있는 음식을 시키는 걸 보지 못했으니까.”그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송지음을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신유리는 같이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여겨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호텔로 돌아갈게.”서준혁은 신유리를 한번 슥 보고 말했다. “맘대로.”지금 그녀는 다른 사람을 상대할 기력이 없어 서준혁의 말에 한시름 놓았다.그러나 송지음은 무슨 연유인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보고 물었다. “유리 언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