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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연지는 신유리의 말에 몸이 굳어지며 미미의 옷자락을 쥐어뜯었다.

신유리는 그녀를 보고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물었다.

“미미한테도 손을 대요?”

이연지의 상처를 제외하고, 그녀는 미미의 목에도 눈에 띄지 않는 멍이 있는 것을 보았다. 다만 옷깃에 반쯤 가려졌을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던 이연지는 미미의 겁에 질린 눈빛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더니 옷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자주 안 그래. 그날은 술 마셔서 그런거야.”

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사람이 돈을 달래요? 아니면 돈을 가져다주는 건가요?”

이연지는 힘겹게 눈을 감은 뒤 잠시 후에야 목을 추켜들고 말했다.

“미미 아직 어리잖니.”

신유리는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연지의 꼿꼿했던 등과 함께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손도 바들바들 떨려왔다. 크나큰 고통을 참는 듯했다.

그녀의 감정을 눈치챈 미미가 울음을 터뜨렸고, 이연지는 눈물을 닦으며 미미를 달랬다.

미미가 울음을 겨우 그치고 나서야 그녀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신유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바로 다시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신유리는 어느정도 답을 확신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려는데 마침 이연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연지의 핸드폰은 짝퉁으로 보였고, 액정에도 심각할 정도로 금이 가있었다.

이연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파 죽겠는데 어디 간거야? 설마 또 그 기생충같은 년 데리고 돈 쓰러 간건 아니지?”

핸드폰이 짝퉁이라 그런지, 그의 목소리가 커서인지 그가 뱉는 모든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신유리에게 들렸다.

이연지도 뻘쭘한 듯 휴대전화를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주국병, 미미는 당신 딸이야!”

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더욱 분노했다.

“난 그런 기생충 같은 딸 둔 적 없어! 오후에 출근해야 되니까 당장 들어와서 밥이나 차려!”

이연지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또 도박하러 가는 거야? 미미 다음 주에 주사 맞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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