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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신유리는 순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못했고, 이연지의 목쉰 소리로 부르는 자기 이름 소리만 들려왔다.

“유리야, 빨리 미미를 데리고 가.”

주국병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이연지를 내리치던 주먹을 멈추더니 신유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흐릿한 눈에는 사나운 빛이 어려 있었다.

그는 신유리를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네가 이 천한 년의 딸이지?”  신유리는 정신을 차렸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주국병은 이미 이연지를 내버려두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주국병은 키가 크지 않지만, 매우 건장하였고, 사납게 땅에 침을 뱉었다.

“지난번에 네가 운이 좋아서, 나랑 못 만났지. 합정에 왔으니, 빨리 돈 갚아!”

그의 큰 목소리에 이연지의 방금 울부짖는 소리까지 더해 구경꾼들이 많이 모여 신유리는 거의 물러설 길이 없어 주국병이 앞으로 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짐짓 침착하게 말했다.

“진 빗이 없어요.”

“네 엄마, 네 여동생이 나한테 빚진 돈은 네가 갚아야 해! 네년한테 돈 많은 남자 있잖아, 돈 달라고!”  주국병의 목소리는 매우 컸고, 신유리는 그의 고함에 간간이 머리가 아파졌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 당신 아내고, 미미는 당신 딸이에요!”

“개똥 같은 마누라에 딸!”

주국병은 흥분하여 손을 들어 신유리의 어깨를 밀었다.

신유리는 원래 불편한 데다가, 주국병에게 밀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뒤에 사람이 많아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주었기에 다시 똑바로 설 수 있었다.

주국병의 몸에서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

그녀와 가까운 탓에 신유리는 어지럽고 메스꺼움만 느껴졌다.

이렇게 거리에서 길을 막고 삿대질을 당한 것도 처음이라 주변 구경꾼들의 눈초리가 찔러와 그녀는 난감하기에 짝이 없었다.

“지랄, 돈 갚으라니까!”

주국병의 말투가 갈수록 사나웠고, 또 신유리에게 손을 대려고 하자, 신유리는 무의식중에 손에 들었던 약봉지를 그의 얼굴에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

“또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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