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순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못했고, 이연지의 목쉰 소리로 부르는 자기 이름 소리만 들려왔다.“유리야, 빨리 미미를 데리고 가.”주국병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이연지를 내리치던 주먹을 멈추더니 신유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흐릿한 눈에는 사나운 빛이 어려 있었다.그는 신유리를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네가 이 천한 년의 딸이지?” 신유리는 정신을 차렸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주국병은 이미 이연지를 내버려두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주국병은 키가 크지 않지만, 매우 건장하였고, 사납게 땅에 침을 뱉었다.“지난번에 네가 운이 좋아서, 나랑 못 만났지. 합정에 왔으니, 빨리 돈 갚아!”그의 큰 목소리에 이연지의 방금 울부짖는 소리까지 더해 구경꾼들이 많이 모여 신유리는 거의 물러설 길이 없어 주국병이 앞으로 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짐짓 침착하게 말했다.“진 빗이 없어요.”“네 엄마, 네 여동생이 나한테 빚진 돈은 네가 갚아야 해! 네년한테 돈 많은 남자 있잖아, 돈 달라고!” 주국병의 목소리는 매우 컸고, 신유리는 그의 고함에 간간이 머리가 아파졌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당신 아내고, 미미는 당신 딸이에요!”“개똥 같은 마누라에 딸!”주국병은 흥분하여 손을 들어 신유리의 어깨를 밀었다.신유리는 원래 불편한 데다가, 주국병에게 밀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다행히 뒤에 사람이 많아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주었기에 다시 똑바로 설 수 있었다.주국병의 몸에서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그녀와 가까운 탓에 신유리는 어지럽고 메스꺼움만 느껴졌다.이렇게 거리에서 길을 막고 삿대질을 당한 것도 처음이라 주변 구경꾼들의 눈초리가 찔러와 그녀는 난감하기에 짝이 없었다.“지랄, 돈 갚으라니까!”주국병의 말투가 갈수록 사나웠고, 또 신유리에게 손을 대려고 하자, 신유리는 무의식중에 손에 들었던 약봉지를 그의 얼굴에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또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녀
신유리는 연극 같은 이 장면을 보고 손끝마저 차가워졌다.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낮게 물었다.“왜 …”그녀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이연지는 미미를 잡아당기던 손을 떼고 기대 섞인 눈길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간청했다.“유리야.”신유리가 눈을 돌리자,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말하려고 할 때, 옆에서 강희성이 소리쳤다.“아줌마,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저인데, 왜 저쪽한테 부탁해요?”이연지는 멍해져서 주저하며 강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방금 주국병에게 밀치고 맞아 머리카락도 옷도 엉망진창이었다.그는 손으로 빌며 말했다.“부탁해요. 경찰한테 우리 남편 데려가지 말라고 말해주면 안 돼요?”강희성은 서준혁과 눈이 마주쳤고 서준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강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리 연지를 향해 말했다.“남편이 고의로 사람을 쳤어요. 알죠?”"아니에요.”이연지는 다급하게 해명했다.“고의로 사람을 친 게 아니에요, 그저 기분이 안 좋아서...”강희성은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신유리는 얼굴을 돌리고 그들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입술만 힘껏 깨물고 있을뿐이었다.이연지는 그의 시선을 따라 신유리를 바라보다가 곧 신유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집안일에 경찰을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잖아”그녀는 손톱이 긴 탓에 신유리의 손등에 엷은 상처를 냈다.이연지의 손은 저항할 수 없는 큰 힘이었다.신유리는 두 번 밀었지만, 도무지 빼내지 못했다. 이연지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네 사장님이잖아. 빨리 뭐라고 말좀 해봐.”신유리는 화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뭘 설명해요? 나에게 그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에요. 방금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못 봤어요?”이는 그녀가 이연지와 만난 후 처음으로 화난 어투였다.이연지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후 느릿느릿 말했다.“안 맞았잖아.”그녀를 노려보던 신유리는 눈에 있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른 한 손으로 이연지의 손을 강제로
신유리도 안색이 좋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일 좀 있어서.”목소리는 쉬어있어서 피곤함이 가득했다.하지만 송지음은 더 경계하는 눈빛으로 가까스로 웃더니 물었다.“그럼, 왜 우리랑 같이 안 왔어요?” 신유리는 지금 송지음의 이런 잔꾀에 대처할 힘이 없어,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야 답했다.“개인적인 일이야. 휴가 냈어.”“그래요?”송지음은 헛웃음을 지으며 서준혁에게 고개를 돌렸다.“오빠, 일 다 끝냈어?”서준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떨구고 태연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찻잔을 들며 말했다."아직.”송지음은 불만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강희성은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왜 그래요? 합정 별로예요?”송지음은 급히 손을 흔들며 고민하더니 말했다.“합정의 날씨에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강희성은 큰 반응으로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그건 유난히 조심해야죠.”신유리는 인형처럼 옆에서 말이 없었고 입맛도 없어서 많이 먹지 않았다.송지음은 강희성과 급히 친숙해지더니 시끌벅적하게 농담도 주고받았다.그러던 중 송지음이 갑자기 서준혁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오빠, 희성오빠 말이 사실이야?”서준혁은 말하지 않았다.그는 기분이 별로인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송지음이 그를 몇 번 불러서야, 그는 비로소 눈길을 들었다.송지음은 차가운 눈빛에 놀라 물었다.“무슨 일 있어?”강희성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송지음은 신유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유리 언니.”그녀가 말을 마치자 마침 신유리의 전화가 울렸다.외할아버지가 한 전화였다.전화 소리가 급한 듯 날카로웠다. 신유리는 가슴이 뛰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서서히 떠올랐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며 미안하다는 속삭임과 함께 서둘러 룸을 빠져나왔다.밖에 나와서야 신유리는 전화를 받았다.“유리야.”외할아버지의 가쁜 숨소리에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소리가 들려왔다.“너 지금 합정에
신유리는 말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신을 과대 평가 하지마.”“오빠?” 코너에서 나온 송지음은 신유리를 보면서 말했다. “유리 언니,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 와요.”송지음의 눈빛이 너무 적나라해서 신유리는 입술을 앙다물고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빨리 갈게.”“언니가 오지 않는 줄 알았어요.” 송지음은 적나라하게 서준혁을 보면서 말했다.신유리는 송지음이 괜한 생각을 한다고 여겼지만 설명할 기운이 없어 룸에서 가방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다.얼마후 강희성이 신유리의 가방을 가지고 나와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아, 미안해요. 당신이 까먹고 급하게 일어나길래 대신 가지고 나왔어요.”그러자 신유리는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가방을 건네받았다.강희성은 서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준혁아, 지음 씨가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 데려다주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러자 송지음은 소매를 걷어 팔에 난 여러 개의 빨간 두드러기를 보면서 투덜거렸다. “오빠, 아침까진 없었는데 아까부터 간지럽기 시작했어.”“혹시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 있어요?”“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요.”신유리는 땅콩잼이 있는 음식이 생각났다. 그녀가 식욕이 없고 마침 그 요리가 앞에 놓여 있어 몇 젓가락 먹어서 알고 있었다.강희성도 머리를 탁 치며 생각이 났는지 서준혁에게 물었다. “지음 씨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고 왜 말하지 않았어?”“네가 땅콩이 있는 음식을 시키는 걸 보지 못했으니까.”그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송지음을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신유리는 같이 병원 갈 필요가 없다고 여겨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호텔로 돌아갈게.”서준혁은 신유리를 한번 슥 보고 말했다. “맘대로.”지금 그녀는 다른 사람을 상대할 기력이 없어 서준혁의 말에 한시름 놓았다.그러나 송지음은 무슨 연유인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보고 물었다. “유리 언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신유리가 서준혁의 취미를 알기 위해 그의 친구들을 추가했지만 실제로 얘기를 나눠본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녀는 핸드폰을 보면서 고민하다가 이주휘를 삭제했다.잠도 오지 않고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픈 신유리는 아예 침대에 기대어 앉아 그의 친구들을 하나씩 삭제하고 휴식을 취했다. 이때 벨 소리가 울려서 확인해 보니 서준혁의 전화였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데...”서준혁이 그녀의 말을 끊고 물었다. “어느 호텔이야?”머리가 멍한 신유리는 서준혁이 묻자 호텔 주소를 말했고 정신을 차릴 때 전화가 끊겼다. 그녀가 물을 끓이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자 무표정한 서준혁이 보었다.“무슨 일이야?”그녀는 잠옷을 입고 있었고 땀이 나서 앞머리가 젖어 핏기 없는 얼굴에 붙어있었다.이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서준혁은 기분이 나빴다. 신유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서준혁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막고 서있었다.서준혁은 온갖 생각이 들어 신유리를 한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어?”신유리는 계속 손 잡이를 잡으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그는 예쁜 눈매를 가지고 있었고 시선을 떨구면서 신유리를 바라봤다. “신유리, 네가 아직 화인의 비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신유리는 매우 피곤했고 몸에 힘도 없어 아예 손잡이를 놓고 방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이를 본 서준혁도 방으로 들어왔는데 열린 창문을 보자 걸음을 옮겨 창문을 닫았다.그녀는 열이 나서 짜증이 났는데 서준혁이 창문을 닫자 더 짜증났다. “창문 닫지 마, 갑갑해.”“밖에 비 와.”신유리는 그와 더 이상 논쟁을 벌이기 싫어 침묵을 유지하다가 목이 괜찮아지자 말했다.“늦은 시간에 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내가 화인의 직원이다?”서준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유리를 바라봤다. “네가 화인의 비서로서 개인 사생활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려고. 화인의 체면이 깎이지 않게.”매서운 추위를 맞은 신유리는 서준혁의 시선을 그
새벽 다섯시 반의 응급실은 사람이 적어 신유리는 접수를 마치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미열이 40도 고열로 올라 호흡기관에 감염이 일어나 기침을 심하게 한 거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의사는 수액을 맞으면 된다 했고 서준혁에게 처방전을 줄 테니 퇴원할 때 약을 받아 가라고 했다.서준혁은 미리 결제를 하려고 나섰다.“기다려.”간호사는 수액을 가져올테니 신유리더러 편히 누워있으라고 했다.병원 냄새를 싫어하는 서준혁은 결제를 하고 약까지 처방받아 온 후 간호사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병원을 나섰다. 간호사는 신유리에게 수액을 놓으면서 물었다. “남자친구예요?”그녀는 고개를 흔들면서 낮게 말했다. “대표님이에요.”“그러시구나. 수액의 양이 많아서 화장실 가고 싶으면 남자분이 데려다주면 되겠다고 말하고 싶었어요.”신유리는 침이 천천히 혈관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시고요. 화장실 가고 싶으면 뒤에 있는 벨을 눌러요. 그럼 간병사가 데려다줄 거예요.” 간호사는 당부의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큰 수액 병을 바라봤다. 응급실에 사람이 적어 매우 조용했고 신유리는 수액을 맞으면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자세가 불편해 깊게 잠들지 않은 신유리는 어렴풋이 누군가 자기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빠르게 떠나간 것을 느꼈다.그녀가 힘들게 눈을 뜨자 간호사가 옆에 있는 분에게 주사를 놓고 있었다. 신유리의 수액은 절반만 남아있었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자 벌써 일곱시였다.“깼어요?” 옆에 있던 간호사는 주사를 놓고 신유리에게 말했다. “수액 눌리지 않게 잠잘 때 조심해요.”신유리가 두 번째 수액을 다 맞을 때에야 서준혁이 돌아왔다. 그녀는 서준혁이 이미 떠났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도 병원에 있어 의외라고 생각했다.수액 덕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서준혁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서준혁은 수액을 보면서 물었다. “아직도 남았어?”“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도 돼.”그는 미간
전화를 받은 신유리가 말이 없자 이연지는 신유리가 거절한 줄 알고 조급하게 말했다. “엄마가 그냥 맛있는 거 해먹이려고 그래. 힘들게 출근하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어제는 말이 멋대로 나왔어. 유리야 화 풀어, 엄마가 미안해.”이연지는 마지막에는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러자 신유리는 눈을 질끔 감으면서 질렸다는 듯 말했다. “지금 병원이에요.”“응? 왜 병원에 있어? 내가 밥 챙겨서 병원으로 갈까?”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연지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 듯 물었다. 그러자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 “괜찮아요.”“유리야, 잠깐만 기다려. 미미 데리고 병원으로 갈게.” 이연지는 이렇게 말하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뒤에 있던 송지음이 갑자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랑 접수하러 갈래?”신유리는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잠시 침묵했다. “주소 보내줘요. 내가 갈게요.”“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이연지는 기쁘게 말했지만 신유리는 이연지의 주소도 물어야 한다는 사실에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보니 송지음이 서준혁의 팔짱을 끼면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신유리는 못 본체 했다. “일 있어서 먼저 갈게.”“유리 언니, 오빠가 같이 점심 먹자고 했어요.”그러나 신유리는 고개를 숙여 이연지가 보낸 주소를 보면서 거절했다. “말은 고마운데 둘이 먹어.” 그리고 서준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말했다. “고마워.”그녀는 왜 서준혁이 자신을 병원에 데려다줬는지 몰라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오전에 수액을 맞을 때 어제저녁 서준혁이 그녀가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자 서준혁이 신유리를 보면서 말했다. “딴 생각 하지 마. 네가 무슨 일 생기면 화인은 너네 집에서 기생하는 거머리들을 책임져 줄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신유리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송지음은 화
이연지는 미미가 괜찮은 걸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봤다. 신유리의 소매에 국물이 튄 걸 보고 황급히 티슈 두 장을 뽑아 닦아주었다. “아이고, 내가 움직이는 게 시원찮아서 국물이 다 튀었네.”“괜찮아요, 가서 옷 갈아입으면 돼요.”이연지는 신유리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옷 많이 비싸지?”그러자 신유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말했다. “와서 밥 먹으라고 불렀잖아요?”이연지는 백숙과 갈비찜, 소고기 볶음과 청경채를 준비했다. 그녀는 미미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신유리와 말했다. “많이 먹어. 평소에 집에서 소고기도 먹지 않는데 너 먹이려고 일부러 아침 시장에서 사 왔어.”방금까지 고열이 있던 신유리는 식욕이 없어 채소만 깨작거렸다. 하지만 이연지의 말을 들은 후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신유리가 음식을 먹지 않자 이연지는 소고기와 갈비를 집어 그녀의 앞접시에 놨다.“많이 먹어, 어릴 때 엄마가 해주는 음식 좋아했잖아.”이연지가 신유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는 걸 알아서 젓가락을 놓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그냥 말하세요.”그러자 이연지는 음식을 집던 움직임을 멈추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 일도 없어. 그냥 밥 한 끼 해먹이려고 부른 거야.”사실 신유리는 이연지의 불안과 허탈한 감정을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은 후 이연지는 설거지를 했고 미미는 방으로 돌아가서 자고 있었으며 신유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이연지가 무슨 일 때문에 부른 건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연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에서 나온 이연지는 신유리에게 물을 건네주며 옆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리야, 네가 성남의 큰 회사에 출근하는데 그날 본 그 남자가 너희 대표님 맞지?”신유리가 짧게 대답하자 이연지는 이어서 물었다. “네가 대표님한테 잘 말해서 주 아저씨 경찰서에서 꺼내줄 수 있겠니? 이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뒤에서 뒤에서 호박씨 까.”그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 피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