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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서준혁은 걸음을 멈추고 강희성에게 덤덤한 눈빛을 보냈다.

강희성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뭘 봐?”

“병실에 안 가?”

서준혁은 시선을 거두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천천히 신유리에게 눈길을 주더니 눈빛을 반짝였다.

“오늘 온 거야?”

신유리는 자신에게 묻는 말임을 깨닫고 가방을 든 손을 움켜쥐었다.

“어제 저녁에 왔어.”

 서준혁은 피식하더니 말했다.

“급하군.”

신유리는 눈을 떨구고 굳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시한에 오다니.”

그녀는 침착하게 보이려 했지만 사실 속은 벌써 한바탕 꼬여있었다.

신유리는 합정에서 서준혁을 만날 줄은 몰랐고, 자신과 리연지의 대화가 서준혁에게 들통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적나라하게 모든 게 들킨 듯 신유리는 내심 반항하고 싶었다.

그녀는 서준혁에게 외할아버지만 소개하였을 뿐, 자기 부모님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정숙이 신유리를 싫어하는 가장 자주 한 핑계가 형편없는 가정 환경이었고, 가르친 딸도 엉망이라는 것이었다.

“응? 준혁아, 아는 사이야?”

신유리는 마음이 복잡했다.

옆에 있던 강희성은 이상함을 눈치챈 듯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직원이야.”

신유리는 가방끈을 움켜쥐고 물었다.

“급하게 성남으로 돌아갔잖아. 왜 합정에 있어?”

그녀는 안색이 안 좋았다.

오늘 아침 외출 때 화장도 하지 않았고 지금은 입술에 핏기가 없었다.

“준혁이는 저희 아버지 병문안 온 거예요.”

서준혁이 대답하기 전에, 강희성이 먼저 그를 대신해서 말했다.

그는 신유리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화인 그룹 직원?, 갑자기 대표님을 보니 두려웠나요?”

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만 느꼈을 뿐, 하고 싶은 말도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유리야,”

문득 이연지가 미미를 안고 황급한 말투로 말했다.

“미미 머리에 큰 혹이 났어. 뇌진탕이 아닌지 가서 보여야겠어.”

신유리는 머리가 어지러운 데다가, 그녀가 갑자기 큰소리로 고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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