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웃음이 나와? 곧 학교에서 곧 잘릴 지도 모르는데?” 옆에 있던 보라색 염색머리 여자가 비웃었다.“그럼 나도 한마디 할게. 만약 니들이 나를 퇴학당하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니들이 이긴 걸로 하지.” 임운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오준호는 자기가 출석부를 꺼내 임운기를 협박하기만 하면 그가 놀라서 머리 숙이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임운기는 별 관심 없어 보였다. 이는 명백히 오준호의 예상을 벗어났다.“너…… 너 정말 퇴학당하는 게 두렵지 않다는 거야?” 오준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뭐가 무서운데? 내가 무서워하면 내가 니 아들이다.”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너……, 너 죽을 날짜 받아 놓고 최후 발악을 하는구나! 너 딱 기다려, 내가 오늘 학교에 보고하고 학교에서 너를 퇴학시켜야겠어!”오준호는 매섭게 말했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행정실 쪽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바로 이때,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이곳을 지나갔다.“총장님이다!”학습 부장 오준호와 보라색 염색머리는 지나가는 양복의 중년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창양대학교 총장이었다.오준호는 얼른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총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 학생회 학습부 부장 오준호입니다.”총장에게 다가가 얼른 인사를 한 오준호는 얼굴이 찢어질 지경으로 웃음을 지었다.“총장님, 안녕하세요!” 그 보라색 머리도 미소를 지으며 총장에게 아부하듯 인사를 했다.“그래.”총장은 고개를 까딱 하고 앞으로 지나갔다. 그냥 대충 인사를 받은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총장이 매일 수많은 학생, 교수들과 마주치다 보니, 가벼운 인사 정도는 대충 얼버무리고 대답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오준호는 별로 서운해하지 않았다. ‘임운기, 너 이 새끼, 정말 눈치가 없구나. 총장님을 만나도 인사도 하지 않고…… 이렇게 밖에 못 굴러먹어도 싸다. 싸!”총장이 막 두 걸음 내디디다가 임운기를 보았다.“아……, 임씨 도련님
“총장님, 저…… 저는 공정하게 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자식은 37시간이나 무단결석을 했습니다. 교칙에 따르면 확실히 퇴학시켜야 합니다.” 오준호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라색 머리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총장님, 무단결석을 이렇게 많이 하고…… 또 주위 친구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교칙에 따라 그를 당장 퇴학시켜야 합니다!”이쯤 되자 총장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뭐라는 거야? 조용히 하세요! 임운기 학생이 누군지나 알고……? 너희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고…… 내가 보기에 너희 둘이 퇴학당하고 싶은 거 같은데……!”총장은 오준호 등 두 사람을 향해 일갈했다.총장의 분노에 오준호와 보라색 머리는 모두 놀라 온몸을 사시나무 떨며 얼굴색도 창백해졌다. 고개를 푹 숙인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총장이 임운기를 대신해 이렇게 크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너희 둘, 퇴학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임운기 학생에게 사과해!” 총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어쩔 수 없이 둘은 순순히 임운기 앞으로 다가갔다.이전의 날뛰는 것에 비하면, 비 맞은 개처럼 비굴한 모습이었다.그들도 바보가 아니다. 총장조차도 임운기에게 이렇게 공손 하다는 것은 아마도 이 임운기의 신분 배경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번에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직감했다.“내가 방금 말했지…… 니들, 나를 퇴학시킬 능력이 안 된다고……. 이제야 믿겠어?” 임운기는 웃는 듯 마는 듯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오준호와 보라색 머리의 얼굴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운기야, 우리…… 우리가 사과할게.” 오준호와 보라색 머리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뭐라고? 잘 안 들려…….” 임운기는 눈살을 찌푸렸다.오준호와 보라머리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높여 계속 말했다.“우리가 사과할 게…… 미안하다.”“나한테 사과하는 거였어? 그런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난 사과 같은 거
이때 강설아 옆에 앉은 여학생이 웃으며 물었다.“너희 둘, 요즘 아주 가까워 보이는구나, 설마…… 둘이 연애하는 건 아니겠지?”말하는 여학생은 혜나다. 강설아의 룸메이트이자 친구.설아의 얼굴이 붉어졌다.“혜나야, 그런 소리하지 마, 우리 그냥 친구야!”“아니면 다행이고…… 설아야. 넌 예쁘지, 똑똑하지, 얼마든지 부잣집 도련님을 만날 수 있는데……. 임운기 같은 흙수저 만나면 니 미래는 없어. 앞으로 널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들 걸…… 행복은 고사하고…….”혜나가 말했다.일순 임운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임운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혜나처럼 권세나 재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다. 다만 강설아의 친구라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혜나가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말했다.“야! 임운기, 니 주제 파악이나 해. 너는 우리 반장, 강설아랑 어울리지 않아. 앞으로 우리 설아 넘보지 말고…… 설아 옆에서 얼쩡거리지도 말고…….”눈썹을 미간에 모은 임운기는 곧 비웃는 듯 말했다.“혜나, 넌 무슨 근거로 내가 장래성이 없다는 거야? 니가 뭔데 나랑 강설아랑 어울리느니 마느니 하는 건데?”“야, 임운기, 그걸 내가 꼭 말해야 해? 너희 집은 쪽방촌이고, 편부모 가정, 등록금까지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을 받아서 충당하는 거, 우리 반 학생들 중 모르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혜나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그러고는 계속 말했다.“그리고…… 우리 반장 강설아, 예쁘지…… 공부 잘하지…… 설아 쫓아다니는 애들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너보다 조건 좋은 사람 널리고 널렸어…….”“혜나야! 그만해! 나랑 운기, 그냥 친구야.” 설아는 혜나의 팔을 당겼다.곧이어 설아는 고개를 돌려 임운기를 바라보며 말했다.“운기야, 혜나 성격이 좀 그래…… 신경 쓰지 마.”방금 혜나의 목소리가 비교적 커서 주위의 학생들도 다 들었다.이때 설아의 뒤에
“설아야, 이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임운기는 왕설아가 걱정하지 않도록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혜나를 바라보았다.“혜나, 네가 알고 있는 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야. 설아를 봐서 이번 일은 굳이 책임을 묻지 않을게.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면 그 후과는 다 자기한테 되돌아가기 마련이야.”임운기가 냉소하며 말했다.그는 이 말만 남기고 그대로 몸을 돌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쳇, 지금 감히 누구한테 훈수를 두는거야? 밥 빌어도 못 먹을 가난한 녀석 같은 게••••••.”임운기의 호통에도 혜나는 시큰둥했다.임운기가 자리에 앉자 뚱보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정말 미안해. 난 그냥 너를 위해서 몇 마디 도와주려 했는데 오히려 망쳐버렸어.”뚱보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임운기는 뚱보의 어깨를 토닥였다.“정말 화가 나 죽겠어. 감히 너를 저렇게 무시하다니•••••, 근데 너는 왜 네가 화정 빌딩의 회장이라는 걸 숨기고 다니는 거야? 아마 밝히면 저 사람들이 깜짝 놀랄텐데 말이야.”뚱보가 임운기를 대신해서 분통을 터뜨렸다.그의 말에 임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내가 화정 빌딩의 회장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믿겠어? 아마 내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비웃음만 받을거야.”임운기는 줄곧 학교 동창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지난번, 임운기가 장호기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때, 장호기는 임운기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장호기는 전학을 갔고, 임운기의 정체에 대해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사실 뚱보는 임운기가 동창들에게 하루 빨리 자기 신분을 밝히기를 바랐다. 동창들이 그를 무시하는 걸 가만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운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하긴 그것도 그래. 역시 생각이 깊다니까?”뚱보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조용히 있지 않을 거야. 호랑이가 위세를 부리지 않고 있으니 병든 고양이인
“참나. 허풍 좀 그만 떨어. 네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네? 내가 적어도 너보단 훨씬 나아.”빨간색으로 염색을 한 학생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자 혜나가 웃으며 다가왔다.“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럼 성연 레스토랑에 가서 밥 먹는 비용은 네가 계산하는 게 어때?”“그래, 알았어. 이번 회식 비용은 내가 낼게.”임운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운기의 대답에 혜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임운기가 자신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운기는 뜻밖에도 허락하고 말았다.“그래, 좋아. 네가 말한 거니까 뭐••••••, 오늘은 성연 레스토랑에 가서 회식하기로 하자. 비용은 임운기가 부담하는 거니까 우리는 가서 맛있게 밥만 먹으면 돼. 임운기가 돈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임운기 탓이지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혜나가 큰소리로 말했다.혜나는 임운기가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하려는지 지켜보려고 했다. ‘흥, 계산할 때 어떻게 하는지 두고봐야겠어.’“좋아, 좋아.”현장에 있던 동창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들은 그들이 돈을 내지 않는 한 당연히 이런 고급스러운 곳에서 회식을 하는 걸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가자.”혜나가 앞장서서 성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혜나야.”그때, 왕설아가 혜나를 가로막았다.“혜나,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운기도 같은 반 친구인데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왕설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는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왕설아는 평소 성격이 워낙 좋은 탓에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기 때문에 혜나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혜나가 임운기를 일부러 이렇게 겨냥하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왕설아, 설마 지금 임운기 편을 들어주는 거야?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어? 임운기는 그냥 허풍쟁이일 뿐이야. 보아하니 너도 그 허풍쟁이한테 속은 모양인데 내가 친구로서 오늘 반드시 너 대신 임운기 본모습을 똑똑히 보여줄게.”혜나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혜나는 성연 레스토
성연 레스토랑.임운기의 반에는 모두 40여 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성연 레스토랑에 한꺼번에 40명 가량이 몰려들자 직원들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다.그때, 한 직원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혹시 저희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오신 겁니까?”“네, 맞아요. 저희가 오늘 회식을 하는데 어서 자리를 마련해주세요.”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 회식이요?”직원은 모두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그도 그럴 것이 성연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은 워낙 높아 평범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식사 한 번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일부 재벌 2세들이 모여서 식사를 한적은 있어도 지금까지 회식을 하러 온 사람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네. 회식이요.”그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직원들이 잇달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임운기가 사람들 무리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사장님.”직원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그들은 일제히 임운기에게 인사했다.“사장님, 안녕하세요.”그 소리에 함께 온 동창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성연 레스토랑 직원들이 왜 임운기를 보고 사장님이라고 하는걸까?설마 임운기가 정말 이 레스토랑의 사장인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돼.“왜••••••, 왜 임운기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거죠?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혜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분이 바로 저희 레스토랑의 사장님이십니다.”직원이 대답했다.“네?”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기가 막힌 듯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혜나는 더욱 두 눈을 부릅뜨고 임운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왕설아도 깜짝 놀란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만 깜빡거렸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이렇게 가난한 자식이 성연 레스토랑의 사장이란 말이죠?”혜나는 한껏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녀는 임운기가 이곳의 사장이라는 걸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이때, 홀 매니저가 임운기에게로 달려왔다.“사장님, 오셨습니까? 이건
동창들은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임운기는 고개를 돌려 홀 매니저에게 말했다.“오늘 나랑 내 동창들이 여기에서 회식을 할거니까 주방에 우리 성연 레스토랑 대표 음식들을 모두 준비하라고 해.”“와, 대박. 오늘 먹을 복이 터졌네.”임운기가 성연 레스토랑의 음식을 전부 내놓으라고 하자, 동창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반짝거렸다. 성연 레스토랑의 음식은 그들 학교 근처에서 매우 유명했다.임운기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마 평생 성연 레스토랑의 대표 요리를 먹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네, 사장님.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홀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걸어갔다.••••••그들은 2층에 있는 큰 룸에서 회식을 했다.임운기는 왕설아를 자기 옆에 앉혔다.“임운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빨리 말해 봐. 네가 왜 성연 레스토랑의 사장이 된 거야?”자리에 앉자마자 왕설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내가 로또에 당첨됐잖아. 그래서 샀어.”임운기가 피식 웃었다.“흥, 아직도 나를 속이는 거야? 예전에 네가 수천만 원에 당첨됐다고 했을때, 나는 그 말을 믿었어. 하지만 수천만원으로는 이 레스토랑을 절대 살 수 없어. 내가 무슨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그 말을 믿어라는 거야?”그러자 옆에 있던 뚱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다.“설아야, 사실 임운기는••••••.”뚱보는 임운기가 사실 화정 빌딩의 대표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아직 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임운기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이제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임운기는 원래 왕설아에게 자신이 화정 빌딩의 대표이자,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중요한 사실은 조금 더 격식을 차려서 제대로 고백하고 싶었다. “그래, 알았어.”왕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임운기가 말하지 않은 것을 보고, 분명히 임운기도 임운기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황예나는 임운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놓였는지 안도의 숨을 쉬었다.“풍립 그룹 사장 아들이 같이 사업 얘기나 하자고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는데••••••”황예나는 우물쭈물하며 마지막 말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사업 얘기는 그저 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거지?”임운기는 웃으며 말했다.황예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던 임운기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맞아••••••.”황예나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네가 혹시 내 남자친구인 척 해줄 수 있는지 부탁하러 온 거야. 그 사람도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 걸 보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수도 있어.”황예나가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임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혹시 나 좀 도와줄래?시간은 오늘 점심 12시 반이야.”휴대폰 너머에서 황예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알았어. 주소 좀 보내줘.”임운기는 바로 허락했다.임운기에게 있어서 이런 부탁은 그저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예전에 황예나가 그를 많이 도와줬으니 이 정도 도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황예나가 약속 장소를 메시지로 보냈다. 화정 빌딩 1층의 레스토랑이었다.화정 빌딩은 창양시에서 유명한 장소였다. 때문에 여기에서 식사 약속을 잡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화정 빌딩은 화정 그룹의 소유였기 때문에 화정 빌딩 안의 상가도 자연스럽게 화정 그룹 소유였다. 때문에 상가에 입주하려면 모두 화정 그룹에게서 임대를 맡아야 했다. 이것 역시 화정 그룹의 큰 수익 포인트였다.••••••점심 11시 반.람보르기니의 소음과 함께 임운기는 화정 빌딩에 도착했다.화정 빌딩은 창양시에서 가장 번화한 빌딩으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끌벅적하고 사람도 아주 많았다.임운기의 람보르기니가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에 쌓인 환호가 남아 있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화정 빌딩, 지하 2층 주차장.주차장에 람보르기니를 세운 임운기는 곧장 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