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군형... 군형 씨가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최군형은 그녀를 보며 헤실 웃고 있었다.방금 그녀가 구봉남과 했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 특히 “제 남편”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을 때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강소아는 그의 표정에 조금 놀란 듯 그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발꿈치를 들어 손을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왜 그래요? 나 멀쩡해요.”최군형은 웃으며 말했다.“아, 그래요. 그냥 조금 뭔가... 평소에 무덤덤하던 사람이 갑자기 헤실헤실 웃고 있으니까 이상해서요. 혹시 뭐 좋은 물건이라도 훔쳤어요?”“그게 무슨....”최군형은 살짝 그녀를 째려보았다.강소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나 그녀보다 행동이 빨랐던 남자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호텔 밖으로 끌고 나갔다.호텔에서 조금 더 걸으면 북적이는 번화가가 있었다.무더운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 길은 뜨거웠지만, 강주는 그렇지 않았다. 설령 무더운 여름이라고 해도 도시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함께 달리고 있으니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강소아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었고 그녀는 행복한 듯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꽉 잡은 최군형의 손과 넓은 그의 등을 보니 그녀의 볼이 어느새 발그스레 물들었다.두 사람은 번화가로 왔다. 솜사탕 가게를 발견한 최군형은 빠르게 하나를 사 왔다.강소아는 손을 내밀며 받으려 했지만 최군형은 갑자기 높이 들어 올렸다.“앗, 아니...”“먹고 싶어요?”남자는 웃으며 물었다.“나한테서 뺏을 수 있으면 줄게요!”강소아는 발꿈치를 들며 어떻게든 빼앗아 보려고 했지만 짧았다.최군형은 한 손에 솜사탕을 높이 들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소아 씨, 만약 입이 솜사탕에 닿으면 이 솜사탕은 소아 씨 것이 되는 거예요.”“입으로 뺏으라고요?”
강소아는 그를 보았다. 가슴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고 입가엔 여전히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최군형은 손을 들어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의 얼굴은 청순형이었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특히 눈가에 있는 눈물점은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금상첨화를 이루고 있었다.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최... 최군형 씨, 아니 왜...”강소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지금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일까?그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의미인 걸까?하지만 이런 고백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다...그녀는 연애 한 번 해본 적이 없었다. 고백도 받아 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 그녀는 마음속이 간질거리며 꿀을 먹은 듯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성이 진정하라고, 오바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었다. 긴 속눈썹과 뽀얀 그녀의 얼굴은 꼭 한 폭의 그림 같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최군형은 피가 들끓는 기분이었다.연애가 이런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멈춰 영원히 이 순간에 갇혀 살고 싶었다.“소아 씨...”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왜 그랬는지... 알겠어요?”여자는 수줍은 얼굴로 일부러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내가 키스까지 했는데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 거예요?”최군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저리 좀 가요...”그녀는 그를 약하게 밀어냈다.최군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다행히 그는 전에 인터넷에서 연애와 관련된 글이나 영상을 많이 보았기에 이런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여자의 입에서 나온 ‘싫어'라는 말은 ‘싫지 않다'라는 뜻이었고, ‘저리 가'는 ‘안아줘'라는 뜻이라고 배웠다.입꼬리를 올리면서 그는 바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확 끌어당기며 다시 품에 안았다.강소아는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감히 그를 볼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계속 그녀에
“내가 소아 씨를 좋아하니까요. 소아 씨, 난 연애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그러더라고요. 연애의 시작은 고백이라고. 저도 알아요, 지금 순서가 이상해졌다는 거... 하지만 전 정말로 소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소아 씨도 나를 좋아해 주면 안 될까요? 그때 아주머니가 하셨던 말씀처럼 반년이나 일 년 후에 우리 가짜 혼인신고서도 진짜로 바꾸는 거죠... 그래 줄래요?”최군형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전부 꺼내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대답을 들을 것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긴장해졌다.그는 강소아의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선택을 하고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처음이었고 누군가의 대답에 그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소... 소아 씨,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대답해줘요, 네?”강소아는 한참 침묵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그의 손에 있는 솜사탕을 보았다. 푹신푹신한 것이 꼭 하늘의 구름을 뜯어온 것 같았다.발꿈치를 들어 두 팔을 그의 목에 두른 그녀는 그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그러자 최군형의 두 눈이 커졌다.강소아는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까 키스할 때 눈 감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하, 하지만...”‘이건 분명 소아 씨가 먼저 시작한 거야!'최군형은 살면서 얼른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마음은 처음이었다.“소아 씨, 이름이 참 잘 어울리네요.”“그게 무슨 말이에요?”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슬쩍슬쩍 만지고 있었다.“소담하게 핀 꽃 같고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워요...”“군형 씨!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요! 부끄러우니까...”“소아 씨, 꼭 잘해 줄게요.”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강소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두 사람이 있는 방안엔 행복만 가득 찼다....한편 오성.육명진은 육소유를 데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있었다. 호화로운 케이블카는 꼭 공중에 떠 있는 작은
육연우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케이블카는 덜컹거리며 흔들리게 되었고 육연우는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 안전바를 잡으면서 애를 썼다.육명진은 그런 그녀를 무심한 얼굴로 지켜보았다.20년간 그는 육연우를 딸로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육연우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흑역사와 같은 존재였다.그는 육연우를 낳은 여자를 사랑한 적도 없었다. 그저 술을 진탕 마시고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아이였을 뿐이었다. 게다가 육연우의 엄마도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딸을 낳았음에도 야밤에 자주 술집으로 들락거리며 다른 남자들과 술 마시며 놀지 않았는가?육명진은 애초에 책임질 생각도 없었기에 모른 척 살아갔다. 그런데 1년 뒤에 술 먹고 함께 밤을 보냈던 여자가 아기를 안고 그를 찾아왔다...원래 대충 돈을 챙겨주고 쫓아낼 생각이었지만 여자는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말을 해댔다. 바로 그에게 첫눈에 반해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것이다.육명진은 몰래 아이를 데리고 자신과 유전자 검사도 해봤었다. 결과는 일치했다. 그때 마침 육소유도 태어나 몰래 육연우와 육소유를 바꿔버릴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여자는 그의 생각을 반대하면서 무조건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아이 인생도 망칠 수는 없다고 했다.육명진은 홧김에 결국 아이와 여자를 촌구석으로 내쫓아 굶어 죽기를 바랐다.육소유 납치 계획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를 도와주고 있던 먼 친척이 욕심에 눈이 멀어 그의 통제를 조금씩 벗어나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마침 그때 해난 사고를 당했다.육명진은 그 기회를 틈타 먼 친척을 처리해 버렸고 육소유가 걱정되는 척 열심히 수색하기도 했다. 사실상 그는 육연우가 어느 정도 크면 육소유라고 소개하면서 육씨 가문에 들여보낼 생각이었다.그렇게 계획대로 진행되는 줄 알았지만 다른 먼 친척이 찾았다는 단서가 진짜일 줄은 몰랐다. 그 단서를 따라 그는 강우재와 소정애의 존재와 진짜 육소유가 강주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그는 하수영을 매수해 진짜 육소유를
그동안 그녀는 엄마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아무리 생활 형편이 어렵고 힘들어도 엄마와 함께 하는 생활은 단순하고 즐겁기도 했었다. 그녀의 세상은 사실 아주 작았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겐 엄마뿐이었다.“네 엄마 장례식 치르고 싶지 않다면 그럼 내가 시킨 대로 제대로 하란 말이야!”육명진은 그녀의 턱을 세게 확 잡았다.“네가 육씨 가문을 내 손에 들어오게 해줘야 네 엄마도 살 수 있는 거야, 알아들었어?”육연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육경섭 부부를 속이는 일은 그녀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지만 육명진이 시킨 일이니, 하기 싫어도 해야 했다.“아 그래, 최근에 최군성 그 자식이랑 가깝게 지낸다고 했었지?”“아니에요...”육연우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전 정말로 그 사람과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지난번 병원에서는 그저 우연히...”“그래봤자 네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봐도 넌 그럴 용기가 없거든.”육명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최씨 가문의 자식들은 전부 눈치가 빠른 놈들이야. 그놈들이 분명 너를 의심하고 있을 거야.”“그럼 어떻게 해요?”“최군성이 어쩌면 뭔가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네...”육명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렇게 해. 앞으로 피해 다닐 필요도 없어. 너한테 접근하면 그냥 내버려 둬. 처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육연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창가 쪽으로 기어갔다. 숨 쉬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며칠이 지났지만 강우재의 허리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처음에 소정애는 그가 게으름을 피워 그녀를 가사도우미처럼 여겨 부려먹는다고 생각해 ‘민간요법'을 생각해냈다.그러나 그녀가 민간요법을 시도하던 도중에서야 힘없이 축 처져 있는 강우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심지어 신음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남편의 허리에 정말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소정애는 당황하였다. 행여나 자신의 민간요법으로 강우재가 평생 허리를 쓰지 못하
다음 날 아침, 우미자는 역시나 딸을 데리고 ‘어딘가 몸이 안 좋은 사람'처럼 꾸며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이유를 댔다.우미자는 최군형에게 딸의 증상을 알리며 이 기회에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었다. 게다가 몸 상태를 살피려면 반드시 맥을 짚어야 하지 않겠는가?신체 접촉만 있다면 그다음 과정은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우미자는 자신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딸도 사심 가득한 눈길로 최군형을 보았다. 웃음을 짓자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손목에 있는 금팔찌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슬쩍 흔들었다.최군형은 어색함을 웃는 얼굴로 가려버렸다.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돌려 옆에 있던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잔뜩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특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은 윤기 도는 체리 같았고 저도 모르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는 머릿속에 ‘솜사탕'보다 달콤했던 그녀의 입술을 떠올렸다...우미자가 그에게 딸을 소개하며 맥을 짚어달라고 할 때 강소아는 혼인 관계 증명서를 테이블 위로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우미자와 그 딸은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강소아는 최군형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했던 두 눈엔 평소와 같은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은 위압감만 남아 있었다.우미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려놓은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보았다.강소아 가족과 오랜 시간 이웃으로 지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강소아는 연약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오늘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아주머니.”강소아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대신 따님 증상을 봐 드릴까요? 하하, 제가 우리 남편이랑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서 어깨너머로 조금 배운 것이 있거든요. 따님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라고 하셨죠? 이런 문제는 남자들은 잘 모르니까 제가 대신
“어때요?”한참 후 최군형은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만병통치약이죠?”강소아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도 민망해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소준이 들어왔다.강소아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얼른 최군형을 밀어냈다.“형!”강소준은 감격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저 형님이 방금 하신 말, 전부 다 들었어요!”최군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뭘... 뭘 들었는데요”“아주 좋은 약이 있다면서요! 그것도 만병통치약!”최군형은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침묵했다.“형님이 우리 아빠 허리까지 치료해주셨잖아요. 전 형님의 의술 실력을 믿고 있어요. 분명 그런 약이 존재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발도 좀 치료해주시면 안 될까요?”“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최군형은 땀이 삐질 났다.“그게...”“형, 저 어제 친구들이랑 농구하다가 발목을 접질렸거든요. 지금도 팅팅 부어있어요. 그 약 좀 저한테 나눠주세요!”최군형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강소아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강소준은 여전히 그 약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을 때 그들은 어디선가 최군형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강소아는 멈칫하고 최군형을 보았다. 마침 최군형도 그녀를 보고 있어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두 사람에게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그들의 시야에 나타났다...“아이고, 최군형 씨, 강소아 씨... 두 분 여기 계셨군요!”구봉남은 문틀에 팔을 올렸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을 뿐 아니라 웃는 것마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최군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반사적으로 강소아를 등 뒤로 숨기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신 거죠?”“아아, 걱정하지 마요. 난 뭐 따지러 온 게 아니니까요.”구봉남의 눈빛은 다소 풀려 있었다.이때 그의 비서가 따라 들어오며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곤 상황을 설명했다.“저희 대표님께서 최군형
최군형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뿐인데...”“됐어요! 그... 군형 씨, 둘만 잠깐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최군형은 잠깐 생각하더니 은침을 챙기고 구봉남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차 안에서 방금 확인한 사실을 구봉남에게 전달했다.구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을 찾기 전에 먼저 병원에 갔었다. 그럼에도 그를 찾아온 이유는 그가 소문처럼 대단한지 확인하는 동시에 이 최군형이 그 최군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남양 의학회의 회장인 윤정재가 외손자를 끔찍이도 아껴 자신의 지위와 의술을 모두 손자에게 전수해 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앞의 이 사람의 윤정재의 외손자가 맞는지 증명하려면 반드시 직접 시험해 봐야 했다.최군형이 그의 병세와 원인에 대해 줄줄 읊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새파랗게 어린 최군형의 진단은 병원 의사와 똑같았다!윤정재의 가르침이 없다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는가?구봉남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눈 속에 의심이 짙게 드리웠다. 그는 시험조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화 적게 내시고, 몸보신에 신경 쓰시고요. 식사와 수면은 꼭 규칙적으로 해주세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신장이 허한 건...”최군형은 입술을 씰룩댔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남양 윤제 그룹의 알약이 생각났다.외할아버지는 종종 그 알약을 아버지한테 보내주곤 했었다. 어릴 적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알약이 오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가 홧김에 약을 던져버리는 주기도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는 항상 그렇게 소리쳤었다.“내가 이런 걸 필요로 할 것 같아?”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그 물건을 최대한 멀리 버리라고 명령했었다.최군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좋은 물건을 왜 버렸지? 아빠 말고도 그게 필요한 남자는 많을 텐데.예를 들면 눈앞의 이 남자라든지.최군형은 구봉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최군형의 바늘 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최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