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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하지만 그는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었다.

송임월은 그의 앞길을 막더니 절반 바느질한 옷을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바느질 다 하고 가!”

“네?”

어리둥절한 나석진의 표정을 보며 서지현은 겨우 웃음을 참았다.

송임월은 서지현의 작은 손을 꼭 잡더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는 그녀를 데리고 편전으로 향했다.

“나쁜 놈이니까 바느질을 마저 다 해게 해야지! 그래야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 아니야. 흥!”

나석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서지현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메롱’ 표정을 지었다.

...

요 며칠 동안 최연준은 변덕수를 도와 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전의 도움이 있었기에 번역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덧 시간은 거의 자정이 되어 갔다.

강서연은 서재에 들어가 우유 한 잔을 최연준의 옆에 살포시 내려놓은 후 그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군형이는 자?”

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잠깐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강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자기 전까지도 아빠가 이야기를 해주길 기다렸어요. 그런데도 여보는 오지 않았죠!”

“날 기다렸다고?”

최연준은 약간 놀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놀라운 마음을 넘어서 감격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녀석은 그를 기다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강서윤은 허리를 숙여 뒤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그의 볼과 볼을 맞대며 말했다.

“남자애니까 용감하고 듬직한 아빠가 옆에 함께하길 바라는 건 아닐까요?”

“생각해 보니 군형이를 품에 안아 애지중지 키울 수 있는 시간도 2, 3년밖에 안 되더라고요. 이제 막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하겠죠? 그러면 집에서 기린처럼 목 빼고 자기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겠죠?”

최연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자옥은 전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보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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