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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깊은 밤, 만물이 침묵 속에 잠들었을 때.

서궁에는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송이수는 아무도 곁에 두지 않고 혼자 내전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송임월의 침대 앞에 도착한 그는 손으로 건조한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서지현도 똑같은 색깔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참으로 빠르지, 그때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던 그 남매가 벌써 중년이 되고 모든 것이 변해버렸으니.

깊게 잠든 송임월은 꿈속에서라도 그 작은 베개를 끌어안고 있었다.

송이수가 움직여 보았지만 송임월이 워낙 꽉 끌어안고 있어 전혀 꺼낼 수가 없었다.

그는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알아, 내가 왕위를 지현이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송이수의 눈에는 다시 빛이 반짝였고 그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그는 송임월 침대 앞에서 혼잣말을 이어갔다.

“난 정말 지현이가 네 딸이자 내 조카일 줄 몰랐어. 내 왕위는 너에게서 뺏어온 것이니 지금 너에게 돌려주는 것도 마땅하지만...”

“하지만 임월아, 너도 알다시피 한 나라의 군주는 절대 가벼운 자리가 아니야. 남양의 군주는 실권이 없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거든. 그래서 복잡한 국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해.”

“혁준이는 어려서부터 내 옆에서 자랐으니 내가 손수 가르쳐준 것도 많아. 그리고 혁준이가 매번 잘 해냈거든. 하지만 지현이는... 슬럼가에서 살면서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했지. 심지어 남양에 처음 왔을 때는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몰랐다고. 그런 지현이에게 군주의 자리를 넘겨줄 수는 없어.”

송임월은 움찔하더니 몸을 돌려 송이수를 등졌다.

어렸을 때 오빠와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송임월은 이렇게 그에게 등졌었다. 그럴 때마다 송이수는 한참을 달랬어야 했고, 결국 인형까지 하나를 선물해 줘야 송임월은 제대로 화가 풀리곤 했었다.

송이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 그가 아무리 많은 인형을 선물한다고 해도 송임월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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