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양측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그런 와중에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는 뜬금없이 느껴지기 마련이다.사람들은 또다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12억이나 주고 망자가 쓰는 물건을 금방 낙찰받은 호구를 발견했다.다들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 하는 놈이란 말이지?분명 경매가 시작되기 전 맹승준 사제와 시비가 붙었을 뿐만 아니라 김민재의 원수처럼 보이는 상황도 연출되지 않았는가?김씨 가문과 주최 측이 모순이 생긴 절호의 기회를 틈타 잽싸게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끝까지 남아 있으려는 작정인 듯싶었다.게다가 도망은 개뿔, 되레 자신의 존재감이라도 과시하려는 듯 불쑥 끼어들다니? 행여나 두 원수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할까 봐 안달인 건가?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군!더욱이 맹승준과 여도혁 사제는 물론 홍태하 같은 업계 거물도 천성야명주가 가짜라고 인정했다.그리고 확실한 증거로 검사보고서도 있었다.다시 말해서 못에 박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유시인마저 세세한 부분까지 반박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나 차선책으로 골동품 거래의 규칙을 운운했다.설마 머리가 잘못되거나 간덩이가 부은 건 아니겠지?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가품이 보물이라고 확신하다니?이제 사는 게 지겨운 건가?제아무리 젊은 사람이 주목받기 좋아하더라도 최소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법이다.김민재 일행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공격의 화살은 순식간에 유시인이 아닌 염무현에게 넘어갔다.“정말인가요?”연홍도는 확신이 없는 듯 서둘러 말을 보탰다.“제가 눈이 삐어서 그런지 몰라도 특별한 점을 딱히 발견하지 못했는데... 보물이 맞나요?”인간이란 참 단순했다. 일단 무의식적으로 가짜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선입견을 형성하므로 아무리 봐도 눈에 거슬렸다.“물론입니다.”염무현이 정색하며 말했다.이때, 김민재가 피식 비웃었다.본인이 죽음을 자초한 것이니 누굴 탓하겠는가?원래 그의 계획은 유씨 가문을 망하게 한 다음 기회를 봐
염무현은 김민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천성야명주를 빼앗아 신이 나서 훑어보았다.‘이게 진짜 보물이라고?’이는 백희연에게 묻는 말이었다.사실 천성야명주를 사라고 시킨 사람이 바로 백희연이다.자칭 청교의 여왕인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구슬을 꼭 손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요리조리 살펴본 염무현은 딱히 특출난 점을 찾지 못해 흰둥이를 흘겨보았다.뜻인즉슨 감히 거짓말이라도 한다면 엉덩이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것이다.한편,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손에 있는 구슬을 뚫어지라 응시하는 흰둥이의 모습은 마치 순백의 어린 양을 발견한 굶주린 늑대 같았다.‘걱정하지 마. 유람선에 있는 모든 보물을 합쳐도 이 구슬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해.’염무현은 또다시 얼굴을 찌푸렸다.‘정말?’‘당연하지! 이건 우리 여우족의 국보급 보물 여우령 정기야. 품질 면에서도 최소한 만 년 이상 수련한 구미호만이 만들어낼 수 있어. 내가 바로 여우족을 통솔하는 여왕인데 다른 물건이면 몰라도 설마 우리 일족의 보물을 잘못 알아보겠어? 이토록 익숙한 에너지를... 일단 이것만 손에 넣으면 다시 신으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진다고!’그와 동시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고, 곧이어 온갖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이 자식 생각 있는 놈 맞아?”“12억 주고 망자의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도 집안을 망치는 꼴인데, 이제는 별 보잘것없는 돌멩이를 위해 60억이나 써? 세상에 어찌 이런 멍청이가 다 있지?”“아마도 말로만 듣던 재벌 집 바보 아들인 게 분명해. 지금처럼 돈을 펑펑 쓰면 조만간 모든 재산을 탕진할 거야.”맹승준과 여도혁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동시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그러나 생각이 깊은 홍태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걸 사는 거야? 설마 이 구슬에 대단한 기능이라도 내포된 건가?”“당신이 알 바 아니야.”염무현은 그가 안중에도 없었다.분명 전통을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감정사인데
“하하하!”경매장에 웃음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특히 김민재의 리액션이 가장 과했는데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목구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박장대소했다.염무현이 자진해서 이 돌멩이를 구매한 건 그에게도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반면, 유씨 가문은 다른 사람이 가품을 처리해줬다고 해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그는 애초에 트집을 잡으려고 작정한 만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인지라 끝까지 유시인에게 태클을 걸 계획이었다.“여러분, 전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김민재가 큰 소리로 웃었다.맹승준 사제도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이 점에서 염무현이 완전 문외한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또한, 청교인을 구매한 것도 보물을 알아본 게 아니라 단순히 그의 취향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다시 말해서 청교인에 봉인된 막강한 에너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과 마찬가지였다.홍태하가 콧방귀를 뀌었다.“애송이 같은 자식, 얼마나 대단한 걸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지?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뭐 해?”염무현이 느긋하게 오른손을 들고 말했다.“그럼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너지를 구슬 안에 주입했다.이내 마치 연기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미친!”“개그 담당인가? 무려 60억 원을 물거품으로 만들다니? 여자를 이렇게 꼬시는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그만! 누가 나 좀 부축해줘. 너무 웃어서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염무현은 사람들의 조롱 따위 안중에도 없고 다시 한번 에너지를 주입했다.이때, 구슬 표면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콰직!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가더니 곧이어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면서 표면 전체를 빠르게 뒤덮었다.“허세는! 돌멩이를 깨뜨렸을 뿐 아무 데도 쓸모없어.”맹승준이 코웃음을 쳤다.번쩍!이때, 눈부신 황금빛이 균열 사이로 새어 나오며 금세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다들 무방비 상태인지라 서둘러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전설에 따르면 이 물건은 천 년 이상 수련한 A급 요괴만이 지닐 수 있는 물건인데 속세에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처럼 귀한 보물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군!”염무현의 귓가에 백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늙다리가 인품은 별로지만 안목은 그래도 꽤 있네? 대부분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했어.’하지만 분석만 잘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여전히 눈뜬장님이 따로 없었다.이 말을 들은 김민재의 표정이 착잡하게 변했고,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어디에 쓰이는 물건인데요?”“약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법기를 만드는 최고급 재료이기도 하죠.”홍태하는 부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제일 간단한 방법은 직접 복용하는 거예요. 일반인이라면 기운 회복은 물론 장수도 가능하며, 환자인 경우는 즉석에서 병이 완치되죠. 설령 불치병에 걸려도 눈 깜짝할 사이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어요. 만약 고대 무술 능력자가 먹게 된다면 수련에 득이 될뿐더러 그랜드 마스터 급으로 훌쩍 도약하고,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진입한 고수들도 더 높은 단계로 손쉽게 도달하죠.”김민재는 두 눈을 부릅떴고, 눈빛에 탐욕이 가득했다.평범하기 짝이 없는 돌멩이 안에 국보급 보물이 숨겨져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대 무술 능력자로서 40년 넘게 고된 수련을 이어온 그는 지금껏 얼마나 많은 보약과 귀한 식재를 먹었는가? 하지만 아직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그러나 눈앞의 콩알만 한 구슬을 손에 넣는다면 단번에 그랜드 마스터로 도약하는 고수가 될 수 있다.심지어 대마스터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했다.한때 물건의 주인이었던 김민재는 무려 보물을 쓰레기 취급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했다.여우령 정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맹승준의 눈이 점점 빨개졌다.이내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민재 씨, 이렇게 귀한 물건은 필히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사부님 말씀이 맞습니다. 능력도 없는 놈이 어찌 이런 보물을 지닐 자격이 있겠어요?”여도혁이 맞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민재 씨에게 대드는 사람은 절대로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맹승준이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앞으로 나섰다.그가 내공을 선보이는 순간 고대 무술 능력자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염무현과 유시인을 뒤덮었다.이를 본 김민재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대단하시군요. 나중에 마무리되고 나면 미리 약속한 보상금을 제외하고도 30%를 보너스로 더 드릴게요.”그의 말에 두 사제는 탐욕으로 번뜩이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김민재가 손을 들어 염무현을 가리켰다.“저 자식을 죽이고 보물을 되찾는 것이죠. 그리고 유시인은 만약 맹 선생님만 관심이 있다면 파트너로 삼는 게 어때요? 저렇게 예쁜 여자는 분명 한 번 맛보면 남다를 거예요.”맹승준은 별 관심이 없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 특정 부위가 노화된 탓에 마음이 있어도 따라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사부님이 싫으면 저 주세요.”여도혁은 유시인을 바라보며 혀를 살짝 핥으며 천박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저는 앙칼진 여자가 더 좋거든요. 나중에 정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맹승준이 흔쾌히 동의했다.“그래, 네 놈의 좋은 노릇만 했네.”“감사합니다, 사부님!”여도혁은 감격에 겨운 듯 말했다.반면 유시인은 역겨운 나머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버럭 화를 냈다.“이런 망나니! 건방진 놈들 같으니라고, 여기 이 사람들 한 명도 빠짐없이 싹 다 체포해!”순간 보안 요원들이 떼를 지어 뛰어 들어왔다.일반 경비원을 제외하고 무술복 차림의 고대 무술 능력자도 적지 않았다.“벌레 같은 자식들, 우리 사부님이 직접 나서는 게 아까울 정도군. 내가 상대해주지!”여도혁이 주먹을 휘두르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비록 그는 성격이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실력만큼은 만만치 않았다.머릿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적을 상대하면서도 마치 양 떼에 뛰어든 호랑이처럼 마구 헤집고 다녔다.“아이고!”“아악! 내 팔!”털썩!고
우지끈!뼈가 부러지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간 황금빛이 그의 몸을 덮쳤다.뒤로 수십 미터 날아간 여도혁은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고통이 물밀듯이 몰려와 비명을 내질렀다.“악!!!”애처롭게 울부짖는 소리가 경매장을 가득 메웠다.처참하게 변한 팔을 내려다보는 여도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졌다.염무현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대체 무슨 수로 여도혁에게 중상을 입혔냐는 말이다.“이 개자식이 감히 내 제자를 다치게 해?!”맹승준은 분노가 치밀어올라 고래고래 외치는 동시에 연홍도의 부하를 단번에 제압했다.“죽여버릴 거야!”이내 비수를 꺼내 들었는데 그의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마치 화살처럼 날아갔다.사실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상대하려고 했으나 연홍도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바꾼 것이다.맹승준은 암살 무기 사용으로 무림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쨍그랑!큰 기대를 걸었던 비수도 염무현의 황금빛 방어막에 맥없이 차단되었다.팔찌의 효능을 꿈에도 모르는 맹승준은 이 모든 게 영수 황금기의 덕분인 줄 알고 자연스럽게 독점해야겠다는 욕망이 생겼다.이렇게 귀한 물건은 당연히 손에 넣는 사람이 임자이지 않겠는가?굳이 김민재에게 순순히 내어줄 필요가 뭐 있지?국보급 보물에 비하면 30% 보너스 따위는 전혀 비교가 안 되었다.“젠장! 저리 꺼져.”치명타만 날리는 맹승준을 상대로 연홍도는 전혀 적수가 되지 않았고, 발길질 한 방에 바닥에 쓰러져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아빠!”연희주가 서둘러 뛰어가 가슴 아픈 나머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연홍도의 실력도 마스터 급에 속하긴 했으나 엄연히 따지면 고작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그러나 맹승준이 상급자 레벨에 속하는 마스터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압도적인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같았다.맹승준의 두 눈은 어느새 벌겋게 물들었고, 오로지 영수 황금기밖에 보이지 않았다.감히 자신을 막는 사람이 있다면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손에는 어느샌가 장검이 나
“맹 선생님!”김민재가 서둘러 뛰어와서 물었다.“괜찮아요?”맹승준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방지게 날뛰던 모습은 이제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큰일 났어요. 이 자식이 무인으로서 기본 매너도 없이 보물의 도움으로 실력이 급상승한 것 같아요.”그는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마지못해 말했다.“예상외의 상황이라 얼른 뜹시다. 당신 보트를 준비해서 유람선을 미행하라고 했잖아요. 속력을 내라고 해서 당장 철수해요.”김민재는 납득이 안 가는 듯 두 눈을 부라렸다.“이대로 저놈을 보내준다고? 영수 황금기도 포기할 거예요? 안 돼, 절대 불가능해요. 원래 내 보물인데 어떻게 순순히 줄 수 있겠어요?”맹승준이 눈을 부릅뜨더니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당신 바보야?! 상대가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을 거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네?”김민재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오로지 도망칠 생각뿐인 맹승준은 구구절절 변명하는 대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제자인 여도혁의 곁으로 갔다.“사부님!”얼굴에 분노로 가득한 여도혁도 억울함 때문에 씩씩거렸다.그는 제자를 부축하고는 염무현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자식,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이번 한 번만 봐준다. 하지만 까불지 마. 다음에 만날 때 반드시 네 목숨을 앗아갈 테니까.”말을 마치고 나서 여도혁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비록 김민재는 속으로 못마땅했지만, 맹승준마저 상대가 안 된다고 했으니 뾰족한 수가 없었다.오늘의 작전은 완전히 무산된 셈이다.본때를 보여주고 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많은 심혈과 인력, 자원을 소비하기도 했다.그러나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기 직전 고작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때문에 물거품이 될 줄은 몰랐다.완벽한 작전을 망치게 된 이유는 전부 빌어먹을 염무현 탓이었다.‘딱 기다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내
쿵!주먹 대 주먹이 공중에서 부딪쳤다.우지끈!김민재의 오른손은 형태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팔까지 쭉 이어졌고, 새하얀 뼈가 근육과 혈관 그리고 피부조직이 뒤섞여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결국 어깨뼈가 훤히 드러났다.거대한 반작용에 김민재는 뒤로 연신 밀려났고, 중심을 잃은 나머지 벌러덩 자빠지고 말았다.극심한 통증이 엄습하자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맹승준과 여도혁 사제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염무현이 외부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실력이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제 당신들 차례야.”이내 싸늘한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둘은 몸서리를 치며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사부님?”여도혁은 목소리마저 떨렸다.맹승준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한번 해보자고! 우리 둘이 힘을 합쳐 필살기를 사용한다면 이런 애송이 따위는 껌이야.”스승의 호언장담에 감명받은 제자는 순식간에 자신감을 되찾았다.“네! 해봅시다.”여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동시에 공격을 개시했다.“애송이야, 죽어!”상대의 공격이 얼마나 현란하든 염무현은 시종일관 가벼운 펀치만 날렸다.비록 겉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지만 진리는 항상 단순한 법이다.주먹의 파워는 곧이어 바람을 형성했다.“무력을 실체화하다니?!”목숨을 건 맹승준의 투혼은 이내 절망으로 변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제자를 밀었고, 나란히 뛰어가던 상황에서 여도혁이 한 발 앞에 나서 더 많은 데미지를 받는 꼴이 되었다.쿵!그런데도 맹승준은 10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아가 세 개의 스크린에 연속 부딪치고 나서야 겨우 바닥에 떨어졌다.가슴과 복부 사이를 마구 헤집는 기운은 마치 성난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쿨럭!”맹승준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입에서 피를 계속 토해냈다.여도혁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그는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사부에게 인간 쿠션으로 쓰일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주먹 바람에 강타한 순간 여도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