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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염무현은 옛정을 봐서라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서아란에게 말했다.

“어머님,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퉷! 누가 네 어머님이라는 거니? 전과자 주제에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양준우는 블랙카드를 한가득 집어 들더니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돈을 만져본 적도 없으면서 가짜 카드는 많이도 쟁여놨네. 이 쓰레기는 또 뭐야?”

양준우는 노루 가죽 가방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당연히 길가에서 주운 쓰레기쯤으로 생각하고서 말이다.

“건드리지 마!”

염무현은 참다못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양준우는 가방을 돌려주기는커녕 바닥에 던져서 힘껏 짓밟았다.

“쓰레기 전과자 물건이면 다 쓰레기지 뭐!”

“제기랄!”

염무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관절에서는 뚜두둑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주먹은 결국 퍽 소리와 함께 양준우의 얼굴에 떨어졌다.

양준우는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한쪽 얼굴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부어올랐다.

“내가 어쩌다 교도소에 들어갔는데, 네가 나를 전과자라고 욕보여? 네 부모한테서 배우지 못한 예절, 내가 가르쳐줄게!”

“네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 그래, 너 오늘 한번 죽어 봐라!”

서아란은 손톱을 세우면서 염무현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무겁게 말했다.

“꺼져!”

염무현의 눈빛에 겁먹은 서아란은 안색이 삽시에 창백해지더니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양준우는 이 틈을 타 꽃병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독기 서린 표정으로 그의 뒤통수를 노리면서 외쳤다.

“죽어!”

“그만!”

이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는 어느샌가 건장한 경호원들을 데리고 온 미모의 여자가 서 있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완벽한 몸매는 사람들이 흔히 예쁘다고 칭찬하는 연예인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양준우는 꽃병을 쳐든 동작 그대로 멈춰 섰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분이 염무현 님이시죠?”

염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염무현이에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공혜리는 염무현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동작이 어찌나 큰지 자칫 가슴이 드러날 뻔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염무현과 만났다는 기쁨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공규석의 일기에도 염무현이 젊었다는 말은 있었다. 하지만 실물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공혜리는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경호원에게 말했다.

“감히 무현 님을 해치려는 자가 있다니, 당장 끌어내!”

경호원들은 곧바로 달려가서 양준우를 제압했다. 만약 염무현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공규석도 함께 잘못되기 때문에, 그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 자식은 오늘 금방 출소한 전과자예요! 그냥 개자식이라고요! 당신이 사람을 잘못 찾았을 거예요. 아니면 이 자식한테 속았을 수도 있고요. 이 자식이 아닌 우리가 진짜 유명한 사람이에요! 내 아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내 딸이 가만히 있지 않을-”

짝!

서아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혜리가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더니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상을 쓴 표정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감히 우리 엄마한테 손을 댔다, 이거지? 내가 조만간 네년 옷을 싹 다 벗겨서 죽을 때까지 괴롭혀 줄 거야!”

큰 소리로 외치는 양준우에 공혜리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딱히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염무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무현 님, 어떻게 처리할까요?”

“알아서 해요.”

염무현은 공혜리도 뒷전인 채 사부님에게서 받은 가방부터 살폈다. 그 모습을 보고 답이 생겼던 공혜리는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

“저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려.”

“그만해! 우리는 양씨 집안사람이야! 내 아들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가는 생매장당할 줄 알아!”

두 명이 경호원은 서아란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이미 양준우의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 공씨 가문을 등에 업은 그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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