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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이씨 가문은 모든 식사 준비를 집에서 하는 편이에요.”

말을 마친 배미희가 이서에게 물었다.

“이서 씨, 이서 씨의 요리 솜씨는 좀 어때요?”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서가 겸손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갖췄나 보군요. 이서 씨, 이서 씨가 직접 지엽 씨에게 밥을 한 끼 해주면 어떻겠어요? 나도 이서 씨의 요리 솜씨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배미희가 이서의 귓가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셰프들이 준비한 식사는 질렸거든요.”

배미희가 이렇게 말하니, 이서는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좋아요, 그럼 제가 내일 모두에게 밥을 대접해 드릴게요. 하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어요.”

배미희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감히 싫은 소리를 하겠어요. 한 달 동안 같은 셰프가 같은 방식으로 만든 식사는 징벌, 그 자체였다고요.”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지엽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서야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나려 했고, 이서는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특별히 그를 문어귀까지 데려다주었다.

“여기까지 발걸음해 줘서 정말 고마워.”

지엽이 손을 내저었다.

“이서야, 오늘 저녁에만 해도 이미 10번 이상 고맙다고 했잖아. 내가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한 건 너의 감사를 얻기 위한 게 아니었어.”

“그럼?”

이서의 맑고 청아한 눈동자를 본 지엽은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만 같았다.

“왜 그래, 내가 말실수라도 한 거야?”

이서가 이해되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엽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제 그만 가볼게. 너도 어서 들어가.”

“그래, 알았어.”

이서는 곧장 몸을 돌려 장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엽은 제 자리에 선 채 그녀의 뒷모습이 검은 점이 될 때까지 바라보고서야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미친 듯이 달려온 차 한 대가 그의 차를 들이받았다.

‘음주 운전인가?’

안색이 변한 지엽이 사고 운전자를 확인하려던 찰나, 차에서 내린 묘령의 여인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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