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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들 바보가 아닌 이상 임지환이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벗으면... 벗으면 될 게 아닌가요?”

정광명의 입가가 움찔댔다.

지금 이 위치에 오르기 위해 정광명은 30년이란 시간을 바쳤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힘들게 올라간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었다.

정광명은 신속하게 상의를 벗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흔들며 홀에서 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험담과 삿대질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존엄 자체를 모르는 사람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임 대사, 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오늘은 내가 네게 졌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마.”

한재석의 얼굴은 당장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불었고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모든 걸 자초한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스스로 깨진 이를 삼키는 일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할게... 정정당당한 경쟁은 나도 환영해. 하지만 다시 뒤에서 더러운 수단을 쓰며 뒤통수를 치려고 하면 그땐 절대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후 임지환은 여유로운 자태로 자리를 떠났다.

“오늘 당한 이 치욕, 언젠가 꼭 100배로 갚아줄 거야!”

한재석은 발 바로 옆 안경을 밟아 깨뜨렸고 온화한 얼굴에는 살벌한 기운이 가득했다.

...

“방금 너무 시원했어.”

시청 건물을 나온 후, 이청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홍 시장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야. 그 도움이 없었다면 정광명이 이렇게 쉽게 내 말을 따를 수 없었을 거야.”

임지환이 웃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어쨌든 악인은 더 악랄한 악인이 다스려야 해.”

이청월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근데 배지수 이 여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너무 착해서 문제야. 착한 사람은 권력을 장악하지 않는다는 도리는 너도 잘 알잖아. 배지수를 계속 이사장 자리에 두게 한다면 네가 지금까지 힘들게 이룬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 보낼 수도 있어.”

임지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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