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아주머니는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조은혁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장씨 아주머니는 병상 옆에 앉아 박연희를 달래주었다.“사모님께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으니 진범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잘 살아가세요! 사모님... 인생에는 만약도 없고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도리와 선례도 더더욱 없습니다.”박연희는 침대 끝에 기대어 묵묵히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아기공룡 알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진범이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헤벌쭉 웃고 있는데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여러 개의 하얀 이빨은 참으로 귀여웠다... 이러한 사소한 것도 박연희에게는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그 광경을 바라보며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쳤다.“사모님 건강이 회복되면 대표님께서도 화를 거두실 겁니다. 참, 김 비서한테 들었는데 대표님께서 이미 각막 한 쌍을 찾아주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지금 미국에 계시는데 수술할 때가 되면 그분도 미리 오실 겁니다. 사모님, 곧 눈이 보일 거예요.”박연희는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응했다.사실 그녀의 생사는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그녀는 진범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두 눈이 회복되면 반드시 진범이를 있는 힘껏 끌어 안아줄 것이다....일주일 뒤 간호사가 보고서를 보내왔다.조은혁은 보고서를 받아들고 소파에 앉아 박연희의 건강 지표를 살펴보았다.김 비서가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넸다.“다음 주면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때 각막이 도착하고 눈 수술까지 같이하면...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돈의 힘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조은혁은 기분이 좋았다.그는 그 보고서를 여러 번 뒤적거리다가 결국 박연희에게 말을 건넸다.“요즘 며칠 동안은 푹 쉬고 체력을 준비해둬... 그러면 수술에도 좋을 거야.”그러나 박연희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기만 할 뿐이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닥터가 병실에 들어왔다.닥터 앨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조은혁은 조금 놀란 눈치였고 그는 일어서서 프랑
박연희는 여전히 침대 끝에 기대어 아무런 인기척도 내지 않았다.창문을 꼭 닫지 않은 탓에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가뜩이나 여윈 몸을 차갑게 했다...듣자 하니 그녀의 남편이 원래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각막 기증자를 독일로 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진시아도 병이 났기 때문이다.진시아는 심장이 필요하다.닥터 앨런은 그녀가 실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조은혁은 여전히 그의 결정을 고수했다.이 얼마나 웃긴가. 이렇게까지 하며 아직도 박연희를 사랑한다고, 그녀와 다시 살겠다고, 이제 모두 행복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박연희의 안색은 여전히 별다른 기색 없이 담담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조은혁은 결국 그녀의 정체를 확실히 조사하지 못했다. 그녀는 18살 때 1년 동안 프랑스에서 여행을 다닌 적이 있기에 일반적인 프랑스어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만약 그녀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른다면 그녀는 아마 영원히 조은혁에게도 진정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진시아에 대한 그의 사랑은... 확실히 참사랑이다.박연희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들추지는 않았다.어찌 됐든 그들의 결말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그날 밤, 진시아가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인지 조은혁은 계속 잠을 청하지 못했다.그는 창가에 서서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아마 진시아를 걱정하고 있을 테지. 그들이야말로 정말 진정한 참사랑이고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아주 좋은 한 쌍의 커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박연희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하지만 그의 전화하는 소리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박연희는 팔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 초점 없는 눈으로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벼워 당장이라도 어둠에 묻혀버릴 것만 같았다.“이제 병세도 안정되었으니 저와 함께 있어 줄 필요 없어요.”조은혁이 통화를 끊었다.몸을 기울여 박연희를 바라보자 확실히 전보다 많
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또한 진범이도 품속에 안아주며 그의 말투는 더더욱 보기 드물게 부드러웠다. 그는 박연희에게 앞으로의 생활을 말해주었다.“네 수술이 성공하고 우리는 매년 로티에 스키를 타러 갈 거야. 진범이도 분명 매우 좋아할 테고. 그때는 네가 원하는 곳에 정착해도 상관없고 회사에 대해서는 고급 파트너를 찾거나 원격 근무를 할 수도 있어.”“난 Y국과 노웨가 좋을 것 같은데.”“연희야, 넌 어디가 좋아?”...조은혁이 많은 말을 늘어놓았지만 박연희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녀는 오히려 마음속으로 냉소를 터뜨리며 한편으로는 애인의 병세를 걱정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희망 고문을 하는 조은혁을 대신해 참으로 마음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은혁, 넌 힘들지도 않아?박연희의 침묵에 조은혁은 더 이상 그녀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리고 그는 박연희가 걱정되었지만 결국 침대에 누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조은혁입니다.” 전화는 독일 병원에서 걸려온 것이다.전화 건너편에서 짧은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말투가 경쾌한 걸 보니 진시아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모양이다.그러자 곁에 있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조은혁은 박연희에게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 일어나 자세를 고쳐앉으며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기분이 매우 좋아진 조은혁은 박연희의 냉담한 태도도 개의치 않았다.그는 박연희를 바라보며 마음이 부드러워져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몸을 기울였다.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엄습해 오자 박연희는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재빨리 얼굴을 돌려 그의 스킨쉽을 피했다.조은혁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머지않아 분명히 마음을 열게 되리라고 생각했다.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실망을 감출 수는 없었다......3일 후 박연희는 예정대로 수술을 받았고 조은혁의 간이 그녀의 몸에 삽입되었다.수술은 매우 성공
일방적인 잔소리였을 뿐 조은혁의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조은혁은 짐을 들고 일어나며 박연희에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었다.“남반구의 한 지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직접 가봐야 돼... 맞다. 박사님께서 네 수술 후 회복은 잘 되고 있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물론 각막도 빨리 찾고 있어. 연희야, 내가 약속할게. 길어야 한 달 안에 꼭 다시 빛을 보게 해줄 테니까.”박연희는 병상에 누워 세상 아련한 그의 말을남반구에 있는 회사...그냥 독일로 가는 것이겠지.아이러니하게도 조은혁은 대체 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왜 매번 그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의 연기는 치졸하다 못해 함께 연기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박연희의 입가에 어렴풋이 조롱어린 미소가 어렸다.그러자 조은혁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연희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러나 박연희는 조은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밤에 그녀의 망막이 벗겨지고 통증이 심해지자 앨런은 김 비서에게 엄숙하게 말했다.“현재 사모님의 눈 신경은 괴사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약 8시간 안에 사모님께 새로운 각막을 이식할 수 없다면 그녀는 앞으로 영원히 시력을 잃을 겁니다. 김 비서, 빨리 조 대표를 불러 돌아와서 뭐라도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하세요. 사모님께 한쪽 눈 각막을 기부하고 싶어 하지 않았었나요? 한쪽 눈이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그 순간, 김 비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쉴 새 없이 조은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조은혁은 전용기에서 독일로, 진시아의 곁으로 날아가는 길이었다.김 비서도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닥터 앨런은 더더욱 방법이 없었다.“사모님, 죄송하지만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그러자 장씨 아주머니는 즉시 무릎을 꿇고 닥터 앨런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 눈은 괜찮습니다. 저
...병실에서 소식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녀는 박연희의 손을 잡으며 흥분 어린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쩜 이렇게 공교롭게도 갑자기 선뜻 각막을 기증하려는 선량한 사람이 나타난단 말입니까. 사모님, 이건 분명 사모님께서 나라라도 구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박연희는 눈에 붕대를 두르고 있어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의 손을 더듬어 잡으며 속삭였다.“저에게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분한테 꼭 인사를 건네주세요. 비록 돈이 저열하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요.”그러자 장씨 아주머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당연하죠! 제가 잘 알아봐서 사모님께서 다시 시력을 회복하시면 우리 함께 문병 가요. 그분도 마음속으로 많이 위로받을 겁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서 우렛소리가 간간이 울렸다.갑자기 비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앨런은 박연희에게 마지막 거즈를 감아 주며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1주일만 지나면 거즈를 풀고 빛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박연희는 병상에 누워 조용히 물었다.“혹시 누가 기증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그러자 앨런이 침묵을 지켰다.“업계 규정상 말할 수 없습니다. 사모님, 죄송합니다.”그러나 박연희는 급하지 않았다. 장씨 아주머니가 수소문한다고 했으니 항상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안심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수술 후 그녀는 몸이 불편하여 한밤중까지 밤을 새워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그런데 그녀는 꿈을 꾸게 되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던 것 같은데... 그녀가 깨어났을 때 몸은 무중력 상태였고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장씨 아주머니가 인기척을 듣고 와서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박연희는 여전히 끝없는 어둠에 잠겨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답했다.“나 악몽을 꿨어.”그러자 장씨 아주
처량한 외침소리와 함께 전소미는 아이를 안고 아래층으로 빠르게 달려갔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하인우의 이름을 불렀다.“인우야, 인우 씨!”“아아... 인우야, 아니야. 이 사람은 너 아니야. 넌 아닐 거야.”...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고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신발은 어디에 던져둔 것인지 그녀는 맨발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는 계속 울어댔다.1층 안뜰, 꽃밭 중앙.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 한 명이 화단 중앙에 떨어져 시멘트 대 위에 사지를 올려놓은 채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잃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한 점의 빛도 없이 공허하기만 했는데 그는 그대로 환히 밝아진 듯한 이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날이 밝았는데도 하인우는 그렇게 영원히 잠들었다.“인우야!”군중 속에서 전소미의 목소리가 더욱 울려 퍼졌다.그녀는 구경꾼들 사이를 헤치고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전소미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게 누워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눈에 이 사람이 바로 그녀의 인우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하인우는 항상 흰 셔츠를 입고 반쯤 낡은 어깨 정장을 즐겨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줄곧 남자는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여윳돈이 있으면 항상 부인과 딸을 챙겼다. 부인과 딸은 예쁘게 치장해야 한다고 말이다.“인우야!”전소미는 그대로 남자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남편의 쓰다듬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이제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고인의 뺨을 내리쳤다...한 방울 또 한 방울.그녀는 못난 미소를 지으며 원성을 터뜨렸다.“왜 이렇게 멍청하게 굴어, 왜! 왜 그랬어! 인우야... 네가 가면 나랑 민희는 어떡하란 말이야? 우리더러 어떡하란 말이야?”“인우야, 내 탓이지?”“내가 그 사람 돈을 가져가 널 속이고 너랑 결혼했다고 원망하는 거지?”“인우야, 왜 굴복하려 하지 않는 거야
“인우야, 우리는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장숙자가 뒤늦게 달려왔을 때 사방은 온통 야유 소리뿐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군중을 헤치고 다가간 그녀는 하인우와 전소미가 함께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장숙자는 그 젊은 부부를 주시하며 끊임없이 말했다.“하인우 씨, 여사님! 정말 하인우 씨와 소미 씨야.”어린아이는 끊임없이 작은 손을 휘저으며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하늘을 진동했다.어린아이를 살짝 안아 올린 장숙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 옥 조각은 내가 알아. 이건 하인우 씨와 여사님의 딸이야.”슬픔이 교차하며 그녀는 아기를 안고서 목소리를 떨었다.“착하지, 우리 부모님께 절을 드리자. 앞으로 너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거야.”주위에 구경꾼들도 너도나도 의론이 분분하다.“불쌍하군. 요즘에도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다니.”“아이를 입양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박연희가 다가오자 김 비서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했다.두 눈에 거즈를 뒤집어쓴 채 더듬거리며 다가오자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그녀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박연희는 유심히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김 비서, 저 방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김 비서가 좀 봐줘요. 혹시 소미 씨 아이가 아니에요?”이윽고 김 비서는 하인우 부부의 참상을 보게 되었다.현장은 이미 봉쇄되기 시작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답했다.“여사님의 아이 맞습니다. 지금 장씨 아주머니가 품에 안고 돌보고 있으니 사모님께서는 안심하십시오.”잠시 후, 박연희가 계속하여 물었다.“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요? 그러면 소미 씨는요? 그리고 인우 씨는 찾았어요?”그 말을 들은 장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박연희의 곁으로 달려가 박연희더러 어린 아기의 따뜻한 손바닥을 만지게 해주었다. 같은 시각, 장
김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사모님.”잠시 후, 박연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풍수지리가 좋은 곳을 찾아 두 사람을 합장해주세요. 그리고 비석에는 ‘박연희의 영원한 오라버니 하인우, 하인우 애처 전소미 영원히 잠들다’로 새겨주세요... 앞으로 매년 이맘때쯤 그들의 딸을 데리고 제사를 지낼 거예요.”...하인우 부부가 발인하던 날 박연희는 떠났다.장씨 아주머니와 김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하민희를 안고 있던 그녀는 하인우 부부의 묘소 앞에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아이를 잘 돌보고 민희가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키우겠습니다.”묘비에는 하인우 부부의 웨딩 사진이 있다.행복과 미소가 가득한 사진이었다....마침내 전화가 통했을 땐 박연희가 각막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김 비서는 이미 조은혁의 마음속에서는 대체 부인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 진시아의 마음이 중요한지 헤아릴 수 없었다. 오늘 전화를 한 것은 단지 조은혁에게 요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고 싶어서였다.전화가 연결되고 조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 연희는 괜찮아?”김 비서는 몇 차례 말을 하려다 계속 목이 메어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잠시 후에야 그녀는 겨우 감정을 가라앉혔지만 말투는 다소 비이성적이었다.“대표님, 이 소식이 대표님께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대로 대표님께 말해야 합니다.”“연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아뇨! 사모님께서는 무사하십니다. 사모님께서는 이미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독일로 떠난 밤, 닥터 앨런으로부터 사모님의 눈에 갑자기 병이 생겨 8시간 안에 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실명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죠.”“그리고 현재, 사모님께서는 하인우 씨가 기증한 각막으로 다시 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그리고 하인우 씨는 사모님에게 각막을 기증하고 자신의 각막을 떼어낸 뒤 뛰어내렸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