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지 않아 경비원은 심지안더러 들어가라고 했다.창문 너머로 심지안은 주원재가 직접 심연아를 일으켰고 심연아는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그 모습을 본 심지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일부러 시간을 끌어 심연아와 주원재가 연락처까지 주고받은 걸 보고, 또 심연아가 자리를 뜨고서야 심지안은 차에서 내렸다.심지안은 전에도 외국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기에 미팅은 순조롭게 끝나게 되었다.흥신 그룹에서 나올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었다.성연신은 외국으로 출장 갔기 때문에 심지안은 혼자 집에서 국수를 삶아 먹었다.그녀는 국수가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놓고는 일부러 사진 한 장을 찍어 성연신에게 보냈다.「연신 씨가 없으니 덩달아 저도 입맛이 없네요. 대충 끼니를 때우죠 뭐.」외국에서 미팅하고 있던 성연신의 휴대폰이 울렸다.발표하고 있던 스태프가 바로 말을 멈추고는 성연신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성연신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노트북의 데이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클릭했다.“계속해요.”“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3, 4분기의 중심은 주로 동남아 지역에...”“윙-”“윙-”“윙-”연달아 세 번 울린 휴대폰 진동 소리에 발표가 중단되었다.성연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노트북에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심지안에게서 연속 세 통의 문자가 왔다.첫 번째 문자는 그녀와 원이가 산책하는 사진이었다.「연신 씨, 나 원이랑 산책 나왔어요.」두 번째 문자는 원이가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연신 씨, 원이가 정말 보더 콜리가 맞아요? 왜 이렇게 안 똑똑해 보이죠...」세 번째 문자는 원이와 심지안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원이랑 산책 끝나고 집에 돌아가 자려고요. 오늘 일이 바빠서 쉬지도 못했거든요. 그래도 연신 씨 생각은 했어요. 연신 씨도 내 생각 꼭 해요, 잘 자요.」사진 속의 심지안은 하얀색 슬립 잠옷을 입은 채 털북숭이 원이를 안고는 브이 포즈를 하고 있었다.심지안은 생얼이었는데도 피부가 투명했고 두 눈은 반짝반짝 빛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어머, 젊고 돈이 많은 데다가 잘생기기까지 했다니. 보광 중신의 여직원들은 좋겠다. 대표님을 자주 볼 수 있으니까. 심지어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기회도 있잖아...”“여직원들이 오히려 너를 부러워해야지. 네 작은아버지가 보광 중신의 매니저잖아. 나중에 너를 대표님 곁에 꽂아주실지 어떻게 알아. 넌 예쁘게 생겼으니까 조금만 노력해도 대표님이 바로 넘어오실 거야. 앗, 미안. 네 작은아버지가 심지안 때문에 잘렸다는 걸 까먹었네.”“이러고 보니 너야말로 안타깝게 되었네. 좋은 인연을 놓쳤으니 말이야...”연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년이 뭐가 좋은지 몰라, 자꾸 그년을 감싸는 사람이 있잖아.”“뿐만 아니라 그년을 좋아하는 사람도 엄청 많잖아. 심지안이 대학교 다닐 때의 반장 주호영도 며칠 전에 걔한테 고백했어.”연설아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이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사랑이 고픈 자신에게 관심을 베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오히려 심지안 그 여우 년한테 맨날 남자가 들러붙었으니 말이다.연설아가 씩씩거리며 화내고 있을 때, 심연아가 느긋하게 말했다.“심지안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아마 평생 금관성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거야.”“무슨 방법 말하는 거야? 리스크가 있다면 우선 나는 좀 빼줘.”연설아는 손해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바로 승낙하진 않았다.“리스크 아예 없어. 너 혹시 나 대신에 주호영에게 연락해 줄 수 있어? 걔가 대학교 다닐 때 심지안만 따라다녔거든, 그래서 나랑 심지안 사이가 안 좋은 걸 알아. 네가 나 대신 주호영을 불러오면 내가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다음 날 아침 9시.곽준위는 심지안에게 점심에 만나자며 연락했다.심지안은 그가 보내온 주소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변호사님, 회사에서 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왜 주소는 바닷가죠?”“이쪽에 클라이언트가 있어서 점심 전에 못 돌
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시집이니 결혼이니 하는데 주관민이랑은 또 무슨 상관이지?’“못 알아들어도 괜찮아. 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심연아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밖에서 두 명의 체격이 튼실한 사나이를 불러 심지안을 의자에 강제로 묶었다.그리고 그녀에게 약 한 병을 거칠게 먹였다.약은 쓴맛이 났고 약병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양손과 발이 묶인 심지안은 반항하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한순간에 모든 생기를 잃은 듯 눈꺼풀을 뜰 힘조차 잃었다.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심지안은 비록 많은 것을 겪었지만, 심연아가 이 정도로 잔인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감히 법을 건드리다니!심지안은 힘없이 입을 벌려 보았다. 그녀는 위로부터 전해오는 통증을 느끼며 전에 없던 공포를 느꼈다.심연아는 심지안의 낭패스러운 모습을 보며 오히려 손을 뻗어 그녀의 가방 속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바닥에 힘차게 내동댕이쳤다.휴대전화가 순식간에 부서져 버리는 모습을 보며 심연아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었다. 평소의 연약한 모습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립스틱을 듬뿍 바른 입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같이 보였다.“너의 인생은 끝났어! 앞으로 심씨 가문의 딸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는 거야. 넌 아마도 모든 사람의 업신여김을 받는 존재가 되겠지! 넌 나와 싸울 상대도 안 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어, 너의 죽은 엄마가 네게 남긴 혼수까지 포함해서 말이야.”심연아는 자기 목에 걸려있는 백옥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도도하게 말을 이었다.“너, 예상 못 했지? 나 그 혼수 진작에 손에 넣었어, 아빠가 한 푼도 너에게 안 준다고 하셨어.”심지안은 심연아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빤히 쳐다보며 얼굴은 백지장처럼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이 모든 건 아버지가 준비한 거였네... 어떻게 엄마를 이렇게 대할 수 있어? 엄마는 살아선 은옥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죽어서도 연아한테 유산까지 빼앗기는
성연신은 전화 연결음이 미처 울리기도 전에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평소의 모습으로 회복했다.‘내가 왜 먼저 연락해야 하는데?’바빠서 그러는지, 일부러 밀당하느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녀 때문에 초조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심지안이 문자에 답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이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서백호에게 연락해 중정원에 가서 원이를 보고 오라 해.”정욱은 성연신의 마음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 다른 말은 감히 하지 못하고 그저 알겠다고 했다.한 시간 후.서백호는 전화에서 원이가 구토로 인해 무기력하여 애완동물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하였더니 위장이 자극받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성연신은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여자는 내 말을 흘려듣는 거야? 어제도 한번 일깨워 줬는데 오늘 원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말 한마디 없어?’성연신은 오후 내내 표정이 굳어있었다.그와 함께 방에 있던 정욱의 괴로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정욱은 일과 말을 더 조심스럽게 했고 또 성연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화차를 한 잔 타 주었다.오후 7시.서백호는 원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갔는데 심지안이 여태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두 사람이 이런 일로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은 서백호는 특별히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되면 성연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려 했다.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은 계속 꺼져있자, 서백호는 처음엔 심지안이 중요한 회의가 있어 휴대전화를 꺼놓은 줄 알았다.어느덧 한 시간이 흘러갔다.서백호는 별장에서 원이를 돌보며 심지안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렸으나 심지안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엎드려 있는 원이를 만지작거리며 원이가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료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찾아다녔지만, 집안의 물건들이 모두 다시 배치되어 있어 개 사료가 어느 곳에 놓여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차를 몰고 나가 개 사료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심지안은 숨 막히는 느낌에 주관민을 밀어내려고 했다.“지안 씨, 저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좀 도와주면 안 돼요? 나가면 지안 씨랑 결혼할게요.”“안 돼요, 저 건드리지 마요. 주관민 씨, 정신 차려요!”심지안은 갑자기 높은 소리로 소리쳤다.“지안 씨가 이렇게 예쁘니 손을 대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좀 도와줘요!”“전 주관민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 다시 건드리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짝!”심지안은 뺨을 한 대 호되게 얻어맞았고, 그녀의 얼굴은 이내 붉게 부어오르며,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주관민은 심지안의 옷을 힘껏 찢으며, 얼굴은 흥분으로 인해 일그러졌다.“괜찮아요, 일단 자고 나면 저 말고는 아무도 지안 씨를 원하지 않을 거예요.”육체와 정신상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심지안은 괴로움을 참으며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필사적으로 삼켰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자기 몸에 걸친 옷들이 하나하나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마치 삶의 희망을 잃은 듯 진흙탕에 누워 더 이상 발버둥 치려고 하지 않았다.천장을 바라보던 심지안은 끝내 참지 못하고 절망적인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남은 인생에 못 해본 것도 많은지라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정말... 내키지가 않았다!심지안은 분초를 세며 주관민이 다시 덤벼들려고 할 때쯤 그의 소중한 부위를 냅다 걷어찼다.“악!”심지안은 그가 아파하는 틈을 타서 괴로운 몸을 지탱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머리카락을 주관민에게 쥐여 잡혔다.“도망가고 싶어요? 꿈도 꾸지 마요.”주관민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심지안을 침대 위로 내동댕이쳤다.“지안 씨가 예전의 학교에선 도도한 여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심씨 가문에서 쫓겨난 지금 반항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요?”심지안은 오장육부가 튀어나올 듯한 고통에 말할 힘을 잃었고, 온몸을 웅크리며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았다.그녀가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 모습을
진현수는 차갑게 웃으며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여 보여주었다.“네 여자친구가 무슨 좋은 일을 했는지 좀 봐봐!”휴대전화를 들고 동영상을 보던 강우석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외삼촌, 제 말 좀 들어봐요, 전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요, 우리 착한 연아도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는데, 여긴 분명 오해가 있는 거예요!”“사실이 눈앞에 있는데도 헛소리하는 거야? 눈이 멀었구나?”“정말 연아가 했다고 해도 심지안이 먼저 연아를 건드린 게 틀림없어요! 외삼촌은 심지안을 모르니, 그녀의 성격에 대해서도 잘 모를 거예요. 정말 복수심이 강하고 말솜씨가 대단한 여자예요, 어쩌면 연아는 그저 사람을 불러 심지안을 겁주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영상에선 마당의 장면만 보이는데, 심지안이 방에 들어간 후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누가 알겠어? 돈이 좋아 재벌과 가깝게 지내는 여자이니 주관민과 즐겁게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지. 게다가, 주관민은 연설아가 방에 밀어 넣은 건데, 연아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 진현수는 자신의 미련한 조카를 보며 기가 차서 웃었다.“지안 씨는 뭐가 좋다고 너 같은 멍청이랑 사귄 거야?”강우석은 진현수의 말에서 뭔가를 눈치챈 듯 했다.“외삼촌은 심지안이랑 아는 사이에요?”“알다마다! 그뿐 아니라 나중에 네 숙모가 될 수도 있으니 빨리 심연아와 헤어져! 헤어지지 않으면 강 씨 집 자산은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을 거야.”진현수는 분노를 억누르며 경고했다. 그는 강 씨 회사 지분의 3분의 1은 차지하고 있어 그의 누나와 형부도 그의 말이라면 존중해 주는 편이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심연아와 같이 악한 여자를 강 씨 집에 들이는 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그때 외삼촌이 말한 그 여자가 심지안인 거예요?”“응, 왜?”“외삼촌! 그녀의 겉모습에 속으면 안 돼요! 그 여자는 외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에요!”“이 말은 내가 너에게 하고 싶어! 심연아가 자기 여동생에게도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 있다면, 네가 언젠가 그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심연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못 알아듣는 척했다.“우리 회사는 반드시 흥신 그룹에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거예요.”“내 말이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주원재는 인내심이 사라져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심연아는 처음에 거절하려다가 주원재가 내일 그녀를 그의 아버지한테 소개해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상담하게 해주겠다고 하자 부끄러운 듯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약속한 거예요? 내일 절 소개해 준다고요.”주원재는 거침없이 대답하고는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일을 끝낸 주원재는 술집에 놀러 갔고 심연아는 불쾌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수습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강우석은 밖을 한 바퀴 돌았지만, 심연아의 종적을 찾지 못하고 다시 심 씨네 집으로 돌아와 애타게 심연아를 기다렸다.그러다 집에 들어서는 심연아를 보고는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고, 서둘러 심지안의 보복이 두려워 밖으로 숨어버린 게 아니냐고 물었다.심연아는 그 마당에 카메라가 있을 줄 몰랐고, 진현수가 쫓아갈 줄은 더더욱 몰라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몇 초 동안 표정이 굳어있다가 이내 강우석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렸다.“그래, 맞아, 난 그저 지안이를 좀 혼내려고 한 것뿐이지 다른 생각은 없었어. 설아와 주관민은 우연히 만난 거고, 설아는 주관민이 술에 취한 것을 본 김에 데려가서 쉬게 한 거야. 나 믿어, 난 절대 지안이를 해치는 일을 안 해. 난 그저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이기를 바라서 몇 마디 말한 것뿐이야...”“응, 너 믿어, 지안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널 탓하지 않아.”심연아를 부드럽게 달래던 강우석은 심연아의 섹시한 옷에 눈길을 멈추었다.그러자 심연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애교를 부렸다.“오전에 설아와 함께 옷 사러 갔는데, 설아가 이 옷이 예쁘다고 해서 샀어. 입지 말라고 하면 앞으로 안 입을게.”“그럴 리가, 이렇게 입으니 정말 예쁜데.”심연아의 옷 취향은 언제나 부드럽고 단정한 스타일이었는데, 이렇게 섹시한 치마는
“모함당한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여인의 시체 수거하러 온 거에요.”“제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좀 좋은 말로 위로해 주면 어디가 덧나요?”주눅이 든 여자를 보며 성연신은 침대 옆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더니 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얹고는 원이를 만지듯 어루만졌다.“위로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구해줄 수는 있어요!”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심지안은 왠지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되었다.진정한 사나이는 말을 적게 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파여야 한다!순간 심지안은 감동이 복받쳐 올라 정중하게 인사했다.“고마워요.”“지안 씨 일이나 빨리 해결해요, 저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제일 고마운 일이에요.”여러 번이나 속임수에 넘어가 다쳤으니,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심지안은 성연신이 그녀를 귀찮아하는 것이 아니면 이미 무슨 소식을 듣고 그녀와 강우석의 관계를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맞아,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닌 그저 계약 관계일 뿐이야. 나한테 관심 줄 필요가 있겠어?’심지안은 입술을 깨물더니 크지 않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심 씨네는 그녀를 사람으로도 여기지 않고 어머니가 남겨준 혼수품까지 빼앗아 버렸으니, 그녀도 마음이 약해질 필요가 없는 것이고, 성연신한테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는 것이다.이때 성연신은 시간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간병인을 구할까요, 아니면 친구를 부르겠어요?”“친구를 부를게요.”화장실에 가는 것과 같은 사적인 일은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매우 어색했다.“좋습니다.”“참, 아시는 변호사가 있으세요? 소송하려고요.”심지안이 막 나가려는 성연신을 불렀다.“정 비서보고 연락처를 보내라고 할게요.”발걸음을 멈춘 성연신이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네, 고마워요!”성연신이 떠난 뒤 심지안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링거액이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