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영은 누가 봐도 피해자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교묘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모두 앞에서 끄집어냈다.학교 안이었으면 이런 그녀의 행동이 동정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웃는 얼굴로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의 눈에 소은영의 모습은 한낱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오직 소은영만이 불쌍한 척이 먹히는 줄 알고 있었다.“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강한나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이렇게까지 뻔뻔한 여자는 처음이었다.소은영은 그 말에 곧바로 눈물을 쏟아냈다.“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강한나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날 사람을 착각하는 바람에 실례를 범한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빌게요.”소은영은 무척이나 저자세로 용서를 빌었다.그녀에게 잘 보일 예정인 정준호는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 강한나를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은영 씨는 저희 대표님께서 인정한 전도유망한 대학생입니다. 인품은 물론 말할 것도 없죠. 타인의 한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저희 대표님을 봐서라도 용서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정준호는 ‘타인의 한마디’라는 말을 할 때 김하린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보아하니 김하린이 누군지 모르는 게 분명해 보였다.“당신은 또 뭐죠? 그리고 대표님을 봐서라고 하는데 박시언이 뭐라고 내가 체면까지 세워줘야 하죠?”강한나의 싸늘한 말에 정준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박시언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와도 나는 오늘 저 여자를 이곳에서 내쫓아야겠어요. 이 파티는 아무나 기어들어 올 수 있는 허접한 파티가 아니거든요.”소은영은 그녀의 모욕적 발언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박시언의 옆에 있었을 때는 이러한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다.“쫓아내세요.”강한나의 지시에 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때 소은영이 주먹을 꽉 쥐더니 큰소리로 외쳤다.“강한나 씨, 저는 박
“박시언 대신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다른 사람은 이곳에 있을 필요 없어요.”줄곧 가만히 있던 김하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이대로 소은영 씨를 내쫓아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내가 책임지면 되는 일이에요.”그러자 정준호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다.“그쪽이 뭔데 우리 대표님을 대신하지?”김하린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강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누구냐고?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나? 이봐, 당신 정말 모건 그룹 직원 맞아? 직원이면 자기 회사 대표 사모님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그녀의 말에 정준호의 몸은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게다가 목구멍을 누가 꽉 틀어쥔 것처럼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표정을 보니 소은영 씨한테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시언 대표의 아내이자 김씨 가문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못 들었나 보지? 난 또 다 알면서도 사모님이고 뭐고 상관없이 소은영 씨 비위를 맞춰주려고 그딴 망발을 내뱉는 줄 알았지 뭐야?”강한나는 절대 봐주는 것 따위 없었다.정준호의 얼굴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지옥을 몇 번이나 갔다 온 표정이었다.김하린은 그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이런 자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한 적이 얼마 없어 내 얼굴을 몰랐나 보네요. 하지만 나는 정준호 매니저를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유독 더 잘 알게 된 것 같네요.”김하린의 뼈 있는 말에 정준호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멍청하고 눈치가 없어서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저는 정말 그저 대표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사모님이 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됐으니 그만 하세요.”김하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남편한테는 정준호 매니저가 성심성의껏 지시를 이행했다고 꼭 전해줄게요.”그 말에 정준호는 식은땀이 흐르며 손이 벌벌 떨렸다.박시언의 곁에 줄곧 소은영이 붙어 있던 탓에 그는 어느샌가 박시언에게
단언컨대 올해 들은 농담 중에 가장 웃긴 농담이었다.새벽쯤, 호텔 문이 활짝 열렸다. 경호원이 반응할 새도 없이 몇몇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들이닥쳤다.그 뒤에는 박시언이 정장을 입은 채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걸어들어왔다. 정말 깽판 치러올 줄 몰랐다.그는 주위를 쭉 훑어보고는 김하린과 강한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현장 정리해.”박시언의 심상찮은 분위기에 초대 손님들은 저마다 문리버 호텔에서 도망쳐 나갔다.“박시언 씨, 뭐 하는 짓이에요?”강한나가 따지려고 하자 배주원이 말렸다.남자들끼리의 신경전에 여자가 끼어들면 안 되었다.배주원이 강한나의 앞에 나서면서 말했다.“박시언 씨,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박시언은 배주원의 말을 무시하고 강한나를 쳐다보았다.“당신이 은영이를 쫓아낸 거예요?”“그래요, 제가 쫓아냈어요. 뭐 어쩔 건데요? 불륜녀 때문에 저한테 복수라도 하려고요?”강한나의 불만스러운 말투에 박시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은영이 차 사고 나서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요.”강한나는 멈칫하고 말았다.‘차 사고 났다고?’배주원도 미간을 찌푸렸다.그러자 박시언이 냉랭하게 말했다.“만약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당신이 바로 범인이에요!”김하린이 말했다.“내가 쫓아냈어.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모든 책임을 떠안으려는 김하린의 모습에 박시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책임을 떠안겠다?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너도 도망 못가!”박시언은 김하린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조차 없었다.“박시언 씨!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예요! 하린이야말로 당신의 와이프라고요! 불륜녀 때문에 이렇게 달려와서 따져야겠어요?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강한나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박시언은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굳이 잘못을 꼽자면 소은영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그녀를 위해 복수하고 싶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오면서 부츠를 신은 서도겸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도하가 밖에서 걸어들어오면서 박시언의 귓가에 속삭였다.그러자 박시언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갑시다!”“네. 대표님.”박시언의 뒤를 따르던 이도하는 김하린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이때 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도겸아, 신경 쓰지 마.”무조건 소은영 쪽에 무슨 일이 발생해서 박시언이 급히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소은영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박시언이 정말 복수할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이 일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서도겸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서도겸이 말했다.“너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그러니까! 무슨 자격으로 그래? 내연녀 때문에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리기나 하고! 정말 자기가 해성에서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봐!”강한나는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김하린이 말했다.“강한 그룹 부동산 매물이 판매되는 날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죄송해요, 언니.”“네 잘못도 아니잖아. 다 박시언 때문이야!”강한나가 말했다.“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혼해. 이런 남자랑 사는 거 아니야.”아직은 이혼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김하린은 고개를 흔들었다.박시언은 아무리 소은영 차 사고 때문에 화가 나 있더라도 홧김에 김하린과 이혼할 사람이 아니었다. 김씨 가문은 아직 박씨 가문에 이용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손해를 보면서까지 김하린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저 병원에 좀 가볼게요. 여긴 부탁드릴게요.”박시언이 모든 사람을 쫓아냈기 때문에 강한나는 아직 이곳에 남아 뒷수습을 해야 했다.이때 서도겸이 김하린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같이 가.”김하린이 손을 빼면서 말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혼자 가려는 의지가 강해 보이자 강한나는 서도겸을 말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강한나는 김하린이 떠나서야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저 둘은 부부 사이인데 무슨 명문으로 하린이를 보호하려고?”서도겸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그러자 강한나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보기엔
“우리?”박시언은 무슨 우스운 소리를 들은 것처럼 피식 웃었다.“이제는 서도겸 씨랑 우리가 된 거야?”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박시언은 한 발짝 한 발짝 서서히 김하린에게 접근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주었다.“지난번 호텔에서도 서도겸 씨와 배주원 씨랑 함께 있었지? 그리고 강한나 씨가 핑계를 대준 거고. 도대체 서도겸 씨랑 무슨 관계야? 어디까지 갔어?’박시언은 김하린의 손목을 꽉 잡았고, 김하린은 충혈된 박시언의 두 눈을 바라보다 그의 손을 내팽개쳤다.“박시언! 그만해!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박시언은 내팽개쳐진 두 손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하린, 은영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김씨 가문을 어떻게 할지 몰라.”이때 병실 안에서 소은영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은영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컵을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 김하린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소은영이 박시언의 팔을 꽉 잡은 채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제 얼굴... 제 얼굴이 망가진 거예요? 망가진 거냐고요...”“아니야. 흥분하지 마. 의사 선생님께서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박시언은 부드럽게 소은영을 위로하고 있었다.이마와 팔에 온통 상처뿐인 소은영은 김하린을 보자마자 분노하면서 삿대질했다.“언니! 제가 언니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 언니가 한 짓 맞죠? 언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죠!”김하린은 그저 묵묵히 소은영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우연적인 사고인 줄 알았는데 소은영이 이러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시언이 소은영의 손을 잡으면서 달래주었다.“은영이 착하지. 흥분하지 말고 이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회복에만 집중해.”“대표님, 저는 그저 강한나 씨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린 언니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강한나 씨와 함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저한테 면박을 주더라고요. 저를 모욕하시면서..
박시언은 화만 낼 뿐이다.“가고싶다면 그냥 가라고 하세요!”박시언의 말에 소은영이 울음을 뚝 그치고 불쌍하게 쳐다보았다.“그러면 정말 더 빌리지에서 상처를 회복해도 되는 거예요?”박시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이따 도하 씨한테 은영이 숙소 가서 짐 챙기라고 할게. 상처를 회복하는 동안은 불편하게 학교에 있지 말고 우리 집에 있어.”소은영이 코를 훌쩍거리면서 박시언의 품을 파고들었다.“고마워요, 대표님...”이도하는 이 모습에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당사자보다 제삼자가 더 잘 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소은영이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박시언만은 몰랐다.그날 저녁, 김하린은 이사센터를 불러 모든 짐을 빼내 갔다.저녁, 박시언은 상처를 입은 소은영을 부축하면서 집에 돌아왔다가 집이 텅 빈 것을 보게 되었다.박시언은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소은영이 물었다.“대표님, 제 방이 어디예요?”“2층에 손님방 있어.”소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다리아파서 못 올라가요.”“내가 부축해 줄게.”박시언의 부드러운 말투에 소은영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비록 차 사고 때문에 얼굴에 상처까지 입게 되었지만 박시언이 자신을 위해 김하린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이 값지다고 생각했다.2층에 도착한 소은영은 단번에 안방을 알아보았다.“이거 안방이에요?”평소에는 김하린이 쓰던 방이었다. 박시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은영이 말했다.“저 대표님이랑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요. 저녁에 1층으로 내려가고 싶어도 불편할까 봐서요...”“그래.”박시언은 소은영의 요구가 지나치지만 않다면 모두 다 들어주었다.소은영은 안방을 쳐다보더니 더욱 욕심났다.언젠간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두 번째 날, 강한 그룹 부동산 매물 판매 현장에서 박시언이 난리를 친 소식이 떠들썩했다.평온하게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던 김하린과는 달리 강한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젠장, 아침부터 이런
강한나가 듣더니 손뼉을 쳤다.“대단해! 정말 대단해!”김하린은 살며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일부러 소은영과 맞서고 싶지 않았지만 소은영이 먼저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점심, 소은영이 조심스레 2층에서 걸어 내려왔다. 다리가 불편한지라 내려오는 데 애를 먹었다. 그녀는 거실에서 일하고 있던 유미란을 보더니 왠지 모르게 우월감을 느꼈다.“아줌마, 배고프니까 밥 좀 해줘요.”박시언 품에서 나약한 척하던 모습과는 달리 건방지기 그지없었다.유미란은 소은영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꼴 보기 싫었지만 박시언이 직접 데려온 사람이라 애써 참아보려고 했다.“사모님의 규정대로 점심은 12시에 먹습니다.”김하린 언급에 소은영은 가슴 한구석이 찔렸다.“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는 거예요! 배가 고프다는데!”소은영의 말투는 별로 상냥하지 않았다.얼굴이 망가진 것 때문에 성격이 그 전보다 더 난폭해졌다.유미란은 하고 싶은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그저 순순히 하라는 대로 할 뿐이다.박시언이 아끼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소은영은 그제야 만족해하면서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학교 숙소에는 TV는 물론 이곳만큼 좋은 침대도 없었다. 어제저녁에는 오래간만에 푹 잔것 같았다.‘언젠가 안방에서 잘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이때, 격렬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은영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소리 질렀다.“아줌마, 노크 소리 안 들리세요? 빨리 안 열어주고 뭐 해요!”소은영의 심부름이나 하고 있자니 불만이 많았지만 억지로 문 열어 주러 갈 뿐이다.유미란은 문밖에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큰 사모님.”최미진은 예리한 두 눈으로 방안을 힐긋 쳐다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던 소은영은 다급하게 일어서더니 아까처럼 건방지게 행동하지 못했다.“사... 사모님...”갑자기 최미진이 들이닥칠 줄 몰랐던 소은영은 말까지 더듬거렸다.“또 너야?”최미진의 눈빛이 차갑기만 했다.“사모님, 작은 사모님께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린이처럼 착한 애가 저년 때문에 집을 뛰쳐나갔는데 너는 어떻게 남편 구실 한 거야?”“할머니. 하린이가 은영이 차 사고를 낸 거예요. 걔가...”“그만해!”최미진이 호통쳤다.“이런 년 때문에 자기 마누라나 탓하고 있고.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박시언은 최미진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침묵을 지킬 뿐이다.최미진이 소은영을 관찰하면서 말했다.“우리가 장학금까지 대줬으면 공부나 잘할 것이지. 어디서 감히 사모님 노릇이나 하고 있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 같아? 내가 말해주는데, 꿈 깨!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절대 우리 집안에 발을 내디딜 수 없어!”박시언이 더는 못 참겠는지 말했다.“할머니, 소영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그런 애가 아니라고?’최미진이 한 웅쿰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뿌리더니 말했다.“이거 잘 봐봐. 장학금까지 대줬는데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사진 속 소은영은 짙은 화장에 노골적인 의상을 입고 클럽에서 춤추고 있었다. 그 밖에도 낯선 남자와 끈적거리는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박시언은 이 사진들을 보더니 침묵을 지켰다.그러자 소은영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최미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출세하려고 미친 이 년이 강씨 가문을 건드린 바람에 우리 집안이 얼마나 우습게 된 줄 알아? 시언아, 할머니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할머니, 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박시언이 유미란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할머니 좀 바래다 주세요.”“네. 도련님.”최미진은 유미란의 부축하에 더 빌리지를 떠났다.소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박시언을 보면서 별안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대표님...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박시언이 말했다.“증거가 여기 다 있는데 무슨 설명?”소은영이 입술을 꽉 깨물면서 말했다.“이거...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어쩔 수 없이...”“아르바이트?”박시언은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소은영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