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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이곳은 오 아주머니가 밖에서 세를 맡아 살고 있는 월세 몇십만 원 정도 하는 집이었다.

남쪽을 향하고 있어 채광은 아주 좋았다. 만약 오 아주머니의 이 방이 없었다면 그녀는 정말 길가에 나앉았을 수도 있다.

이번은 두 번째로 이곳에 오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는 전연우가 몰래 백윤서에게 공주 원피스를 사준 것 때문에 왔었다.

그는 종래로 그녀에게 사준 적이 없다.

그녀가 발견한 뒤 난리를 피우며 자신에게도 사달라 요구했지만 전연우는 더더욱 그녀에게 윽박질렀었다.

공주가 어떻게 그런 억울함을 견뎌내겠는가.

장소월은 화가 나 홧김에 집을 나가버렸다.

그때가 바로 처음 가출한 날이었다. 그녀가 백윤서의 치마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탓에 전연우가 그녀를 달래지 않고 화를 냈기 때문이었다.

오 아주머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분노에 씩씩거리고 있는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왔었다.

당시 그녀는 이곳 지저분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상류사회의 삶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아주머니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절대 이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대학 졸업은 못 하겠지만 밖에 나가 돈을 벌며 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장소월은 걸레에 물을 묻혀 먼지가 앉은 책상을 닦아내고 침대 시트를 간 다음 바깥 화분에 물을 주었다.

일을 마친 뒤 그녀는 아주머니의 옷을 들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상처에 물이 닿으니 또다시 통증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곳엔 뜨거운 물이 없어 찬물로 씻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그녀는 누렇게 색이 바랬지만 깨끗한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아냈다.

장씨 집안을 떠나니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자유가 느껴졌다.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땐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배에선 끊임없이 꾸르륵 꾸르륵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면을 삶은 뒤 간단히 간장에 비벼 먹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음에도 장소월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배를 채울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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