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이유영은 또 회의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회의를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오자, 안민이 직접 와서 보고했다.“대표님.”“왜요?”“한 씨 성인 분이 찾아오셨습니다.”“…”‘한 씨?’이유영 곁에 있는 안민한테, 조민정이 가기 전에 이미 안민에게 청하시 인물관계에 관해 설명을 다 해줬다.‘하지만 안민의 성격도 참!’“너도 참.”“만나실 겁니까? 안 만나시면 제가 돌려보내겠습니다.”안민의 성격도 참 강직했다.하지만 하필 이런 성격은 밉지 않았다.이유영이 입을 열었다.“들여보내세요!”“정말 만나실 겁니까?”“왜요? 아니면 제가 나가서 싸울 줄 알았어요?”이유영은 안민을 곁눈질했다!안민은 중얼거렸다.“저는 그 사람이 너무 천방지축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대표님을 찾아옵니까?”‘천방지축 맞는 말이긴 하네.’“나가 보세요.”“네. 알겠습니다.”안민이 나가고 몇 분 뒤에 한지음이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흰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고 그녀 뒤에는 유 아주머니가 있었다.날씬하고 여윈 모습이 아무리 봐도 불쌍해 보였다.큰 키에 몸매 비례도 좋았다!정말 한지음 몸의 이런 점들은 모두 다 이유영을 부럽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지음이 이유영을 상대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을 때의 얘기였다.그러면 한지음도 이미 지금의 이유영과 같은 자리에 앉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세상에는 '만약'이 없었다.“유 아주머니, 먼저 나가 계세요.”“네.”유 아주머니는 한지음을 소파에 앉게 부축을 해준 후에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이유영이 한 마리의 맹수여서 언제든지 한지음을 찢을 것 같았다.당연히, 한지음이 이유영에게 그런 존재인 건 맞았다.유 아주머니가 나가고 사무실에 이유영과 한지음 두 사람만 남았을 때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얘기해 봐. 무슨 일로 여길 찾아왔어?”“너 명이 참 길다!”한지음은 이를 꽉 깨물며 이유영의 방향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은 손으로 그녀의 진귀한 만년필을 갖고 놀았다
원래 안색이 안 좋던 한지음은 이유영의 말을 듣고 더욱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더욱 깊은 암흑의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이유영은 정말 예전보다 많이 변했다.사실 오래전에 이미 변했다!이혼하기 전과 이혼한 후의 이유영은 마치 완전히 다른 두 사람 같았다. 강이한과 이혼하기 전 그동안에 한지음은 그나마 이유영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말다툼에서도 한지음은 이유영한테서 이득을 볼 수 없었다.“한지음 너 오늘 이 일 때문에 온 거면 내가 지금 똑똑히 알려줄게. 아무리 나랑 강이한 사이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네가 강이한한테 시집가는 일은 쉽지 않을 거야. 예전에…”여기까지 말한 이유영은 갑자기 멈칫했다.그리고 더 크게 비아냥거리며 웃었다.“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어!”‘그때 한지음이 미친 짓을 많이 했었지!’한지음 때문에 이유영은 마음이 뒤숭숭해서 한시도 그 혼인을 끝낼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특히 다시 태어난 후, 이유영은 어떻게 하면 예전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2년 동안, 강이한은 감옥에 있으면 있었지, 너의 따스한 품에 돌아가지 않았어. 넌 강이한에게 있어서 딱 그만큼 한 존재야.”“이유영!”결국 한지음은 이유영의 말에 자극받았다.오늘의 이유영은 로열 글로벌의 대표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다. 그녀의 언어도 역시 그전보다 더 날카로웠다.이유영이 뱉은 말 한마디마다 다 상대방을 말문이 막히게 했다.비록 한지음은 이유영을 이가 떨릴 정도로 미워하지만, 이 순간 이유영의 이런 말에 뭐라 대답하고 싶었지만,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이유영, 정말 지독하네.’“왜 내 말이 사실이잖아.”“왜 그렇게까지 나를 모욕할 필요가 있어?”“모욕?”이 두 글자를 듣자, 이유영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진해졌다.이 순간, 아무리 한지음은 아무것도 못 본다고 하지만 감각이 예민한 그녀는 자기를 보고 있는 이유영의 눈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한지음의 생각대로, 한지음을 바라보
하지만 이유영의 말을 듣고 한지음은 표정이 굳었을 뿐만 아니라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이 순간, 한지음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나랑 이유영 둘 중에 도대체 누가 진정한 악마일까?’한지음은 줄곧 이유영의 삶을 파괴해 왔다.하지만 지금 이유영은 마치 악몽처럼, 더 정확히 말하면 악마 같았다.“집에 가서 배 속의 아이 놀라지 않게 몸 관리 잘해. 필경 이제 난 더 이상 너에게 호의가 남아있지 않아.”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냉담했다.이 냉담한 말에 한지음은 확실하게 이유영의 자기에 대한 적의를 느꼈다.심지어 이유영의 무서움을 느꼈다!정확히 무서움이었다!한지음은 두 손에 주먹을 꼭 쥐고 일어섰다. 그녀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한지음은 이유영의 방향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유영, 너 딱 기다리고 있어. 너랑 강이한은 불가능해!”이유영은 한지음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이 문제에 대해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이미 다 끝나버린 일들이어서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한지음은 더듬거리며 사무실 출구 쪽으로 갔다.하지만 낯선 곳이어서 한지음은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여러 번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으면 소파 모서리에 부딪혔다.아주 낭패하게 바닥에 쓰러진 한지음을 이유영은 그저 옆에서 냉랭하게 보고만 있었다.모서리에 부딪혀 히스테리로 소리치면서 심지어 분노를 못 이겨 자기를 때리는 한지음의 발악하는 모습을 이유영은 보고만 있었다.당연히 한지음도 이유영에게 이런 낭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한지음은 이런 무기력한 자신이 죽을 만큼 싫었다.이런 한지음을 이유영은 그저 냉랭하게 보고 있을 뿐 전혀 그녀를 도울 생각이 없었다.한지음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유영은 전생의 자기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전생에서 이유영의 안 막은 지금 자기 눈앞의 이 여자의 눈에 들어있었다.그리고 전생의
그 결과 한지음의 모든 계획은 철저한 실패로 끝이 났다.‘하지만 지금… 그 후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이렇게 어둠 속에서 지낸 지 얼마나 되었지?’사실 이 어둠에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시간은 오래 지났다.이미 익숙해졌지만, 이유영이 이 질문을 했을 때 한지음은 여전히 마음이 조여들며 아파 났다.“후회해!”그러했다. 한지음은 후회가 되었다.아무리 지금은 이 어둠에 대해 습관이 되었다지만 자기의 두 눈으로 이유영을 모해하는 것과 맞바꾼 것에 대해 후회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한지음의 대답은 후회한다는 것이었다.한지음의 답은 진심이었다. 한지음은 지금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진정으로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들만이 그런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어둠은 그저 눈을 감고 보이는 깜깜한 것만이 아니었다.눈을 떴는데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느낌이야말로 제일 무서운 것이었다.…한지음이 나가고 이유영은 온몸에 차가운 기운을 하고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안민은 입을 열고 물었다.“대표님, 저 사람을 그저 저렇게 놔줄 겁니까?”분명한 건 이유영의 주변 사람들도 이유영이 직접 청하시에서 그녀를 모함했던 나쁜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으면 했다.이유영은 안민을 한눈 보고는 말했다.“안민 씨는 아까 저 여자의 저렇게 낭패한 모습, 제가 만들었다고 생각해요?”“아닙니까?”“…”이유영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안민도 순간 자기가 실수를 저지른 걸 깨달았다.“죄송합니다. 우리 대표님은 그렇게 품위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 여자가 스스로 만든 것 일 겁니다!”“확실히 자업자득이에요.”이유영은 뭐라 더 얘기하지 않고 그저 서류들을 들고 보았다.“그 일 알아냈습니다!”“어느 일?”안민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에 이유영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필경 요즈음 일어난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너무 많은 나머지 이유영도 무슨 일을 말하는지 반응이 가지 않았다.안민은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저번에 제가 보고드린 최근에 상장한 제일 진주라는 회사 말입니
이유영은 단 한 번도 강이한을 제대로 안 적이 없었다.예전에 이유영은 강이한의 곁에 있을 때, 강이한의 미간에 드리운 깊은 안개를 보며 그건 강씨 가문의 방계 친척들 때문이 아니라 아마 그 사람 배후에 더 깊고 큰 무언가 때문일 거로 생각했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안민은 이유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함께 10년이나 같이 지냈었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그때 같은 침대에 함께 잤던 사람이 자기가 본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지 않은가?’하지만 그건 안민의 괜한 걱정이었다.이유영은 필경 강이한의 제일 독한 모습까지 다 봤었는데 이 배후의 물건들은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괜찮다마다요.”이유영은 안민을 한눈 보았다. 그제야 이유영은 자기 주변에 이제 유용한 인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조민정은 외삼촌이 분사로 발령을 보냈고 지현우는 휴가를 냈다!이제 이유영의 옆에는 그저 안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조금…“대표님?”넋이 나간 이유영을 보고 안민은 그녀를 불렀다. 순간 이유영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안민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빛은 매우 그윽했다.그러고는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안민 씨, 제가 지금 안민 씨에게 아주 중요한 임무를 줄 거예요.”“뭡니까?”“강이한이 지금 이외에 또 어떤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어떤 비즈니스가 더 있지?’‘예전의 홍원그룹은 그저 겉치레일 뿐이었어. 그럼, 지금의 제일 진주도 마찬가지일 수 있잖아!?’‘그래. 똑같은 게 틀림없어.’하지만 안민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얼굴색이 굳어졌다. 이유영도 안민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요? 알아내기 어려워요?”“네!”“…”‘애도 참!’안민이 계속 말했다.“제일 진주에 대해 조사할 때 전 이미 강 도련님의 배후에 대해 조금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좀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뭐가 이상한가요?”“저도 더 깊게 조사해 보려고 했지만, 대부분은 무
안민은 강이한을 그토록 실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먼저 나가서 일 보세요.”이유영은 계속 이 이야기를 마저 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그녀는 아무것도 계속 듣고 싶지 않았다.안민은 원래 뭘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유영의 안색을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좋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제일 현명하다는 걸 안민도 알고 있었다.안민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안민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이유영 혼자만 남게 되었다.탁! 라이터를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후 이유영은 담배에 불을 붙여 몇 모금 독하게 들이쉬고 나서야 가슴의 답답함을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혼란스럽다. 너무도 혼란스럽다.이런 혼란스러움은 이유영을 짜증 나게 했다.지금… 강이한뿐만 아니라 주변의 박연준도 그렇고 외삼촌과 외숙모도 그렇고 다들 속이 안 보였다.심지어 지금의 이유영도 언제부터인지 저도 모르게 가면을 써서 자기의 속마음을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마치 자기의 마음을 보호하는 것처럼, 사실 그것은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의 일종이었다.“참 가엽네!”이유영은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비꼬았다. 그러고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렀다.서류를 들려고 하던 찰나,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번호를 보니 강이한의 전화였다.‘받기 싫은데…’하지만 강이한의 손에 제일 중요한 소은지의 소식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유영은 결국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당신이 나올래? 아니면 내가 올라갈까?”“…”강이한의 이런 무례한 방문에 이유영은 미간이 한데 찌푸려졌다.이 2년 동안 이유영은 일할 때 누가 와서 자기를 방해하는 걸 제일 안 좋아했다. 지금 강이한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건 더 싫었다.이유영은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당신은 지금 로열 글로벌의 대표님이잖아. 내가 올라가든, 당신이 내려오든 크게 달라질 게 없잖아.”“나 바쁘다고!”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강이한은 이런 이유영을 보며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그는 앞으로 다가서서 이유영의 손에 든 반 토막짜리 담배를 빼앗아 와 세게 재떨이에 꾹 꺼버렸다.“담배 피우면 몸에 안 좋아!”강이한의 말투는 좋지만 않았다.이유영은 이 말이 아주 익숙했다!그제야 이 말은 예전에 자기가 강이한한테 자주 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강이한이 이유영한테 이 말을 하고 있다.이유영은 강이한을 무시하고 또다시 담배 한 대를 지폈다.이유영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의한의 눈에는 이름 모를 분노가 밀려왔다. 결국 그는 이유영의 손에 든 담배를 휙 빼앗아내고 담뱃갑도 함께 수거했다.“당신은 나 통제하려고 온 거야?”감정을 꾹 참고 있던 이유영은 끝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이유영은 아주 쌀쌀하게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 강이한은 가슴이 세게 철렁이었다.통제…이 단어가 두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엄숙한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예전에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시집올 때, 그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가족도 없었고 보호자도 없었다.하지만 강이한은 남편으로서 이유영을 데리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순간, 강이한이 감당하는 건 남편의 책임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보호자, 그녀의… 의자 역할도 있었다.예전에 강이한이 이유영의 세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 참 한눈에 보였다. 하지만 지금…“그래. 난 널 통제해야겠어.”이유영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한 강이한은 아주 엄숙하게 말했다.강이한의 말이 떨어지자, 이유영은 풉- 소리 내어 웃었다.그 웃음에는 풍자의 뜻이 들어있었고 강이한도 그걸 똑똑히 알아들었다.“그래. 그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통제하는지 말해봐.”“유영아.”“다 끝났다고, 알겠어? 진작에 다 끝났다고!”진작에 다 끝났다는 말은 마치 독이 든 가시가 되어 강이한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피는 안 보였지만 질식할 정도로 아팠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유영의 눈은 싸늘하고 거리감 있었으며 강이한은…
하지만 확실히 이번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강이한은 이유영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유영도 이제는 그가 알고 있던 예전의 이유영이 아니었다.강이한은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앞으로 한지음 괴롭히지 마.”“…”이유영은 얼음 냉동실에 온 것처럼 순간 몸과 마음이 다 한껏 차가워졌다.‘이것이야말로 강이한이 여기에 온 주요 목적이라고!?’‘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얼마나 좋아? 도대체 이렇게 내 앞에서 나를 위하는 척 위선을 떨 필요가 뭐가 있어?’‘참 가엽구나!’강이한이 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이유영의 싸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한지음을 아끼면 그녀를 데리고 떠나.”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그리고 그 차가움 속에는 끝없는 평온함이 깃들어있었다.이런 평온함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기복이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더러 도원산에 와서 살라고 하고, 심지어 이 2년동안 박연준과 만난 날수만큼 그의 곁에 있어 줘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한지음은 이유영에게 자기가 임신했다고 했다!그리고 또 오늘 강이한은 다시 이유영에게 한지음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강이한은 자기가 왕좌에 앉은 군왕이라도 되는 줄 알아? 일처일첩의 삶을 누리겠다는 거야?’“당신도 잘 알잖아. 여긴 파리고 내가 여기에서는 조금이나마 세력이 있다는 것을, 내가 한지음을 괴롭히려고 맘만 먹으면 쉬운 죽 먹기야!”“…”“그리고 당신도 날 막을 수 없어!”이유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였다.이런 이유영은 비록 평온해 보였지만 유달리 위험해 보였다.강이한은 고개를 돌려 이유영의 위험한 눈매와 마주쳤다.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 이유영의 한 말들은 다 진심이었다.그리고 이유영이 말을 내뱉은 이상 꼭 그렇게 할 수 있었다.오늘날의 이유영은 무섭기에 그지없었다.강이한의 눈매는 싸늘해졌다.강이한은 눈앞의 이유영을 보며 마치 한 번도 그녀를 안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