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2186 챕터
제111화
비행기, 탑 클래스 좌석에 앉은 강시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강시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코너미석과는 다른 럭셔리함, 이 모든 건 옆에 앉은 로젠 덕분이다.노형원과 함께 출장을 떠날 때도 비행기를 타는 일은 많았지만 탑 클래스 좌석에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형원은 아직 회사가 자리를 잡지 않아 아낄 수 있는 건 전부 아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강시유도 그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노형원의 회사도 성공할 것이라고, 그러면 부잣집 사모님들처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탑 클라서 좌석에 앉는 순간, 강시유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왜 굳이 기다려야 하지? 이미 모든 걸 가진 남자도 있잖아?”“시혁 씨, 이번 품감회에 함께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 혹시라도 실수한 게 있다면 바로 지적해 주세요.”강시유가 싱긋 미소 지었다.“시유 씨는 아주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아요.”강시유를 훑어보던 로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배우는 속도가 꽤 빠르더구나.”“그래요?”강시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더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시혁 씨한테서 더 많이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머리카락을 넘기는 강시유의 손가락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로젠이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대답했다.“분명 있을 겁니다.”“그럼...”강시유가 뭔가 더 말하려는 그때, 인기척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강시유의 눈이 커다래졌다.한소은?! 쟤가 여긴 왜 온 거야!한편 한소은과 조현아는 스튜어디스의 안내를 받아 탑 클래스 좌석 구역으로 이동한 것이었다.비행기에 착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워낙 중요한 출장이라 회사 복지 차원에서 특별히 좌석을 탑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말이다.그냥 단순히 기뻐하는 조현아와 달리 한소은은 의아한 마음이 더 컸다.정말 단순히 차 대표가 내린 결정인 걸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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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좌석에 앉은 조현아가 싱긋 웃었다.“이번 비행은 지루하지 않겠는데요?”“그럴 리가요.”한소은이 담담하게 말하더니 담요를 덮었다.“저쪽에서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한소은은 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그녀는 출장 중이다. 강시유와 나쁜 감정으로 얽히긴 했지만 절대 사적인 일로 회사 일정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재밌네요.”조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강시유 씨가 먼저 시비를 걸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건가요?”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지.“그런데 말이에요. 강시유 씨 옆에 앉은 외국인 왠지 낯이 익은데요?”조현아가 다시 한번 그쪽을 힐끗 바라보았다.딱 봐도 노형원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강시유와 노형원은 어딜 가든 꼭 붙어 다니는 닭살 커플 아니었나?물론 한소은도 이를 발견했지만 외국인의 정체가 누군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소란 없이 이번 비행을 마치길 바랄 뿐이었다.“팀장님, 전 일단 좀 자야겠어요. 품감회는 저녁이잖아요?”말을 마친 한소은은 두 눈을 감아버렸다.하, 결국 무시하는 쪽을 택하겠다?싱긋 웃던 조현아도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 간만에 누리는 회사 복지인만큼 뽕을 뽑아야겠지.한편, 강시유는 안절부절 못하며 한소은 쪽 좌석을 계속 돌아보았다. 잠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잠든듯한 모습에 강시유의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 처음 타보는 톱 클래스 좌석에 마음이 잔뜩 부풀어있었는데 한소은 저 계집애 때문에...게다가 그녀 따위는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잠까지 청하는 걸 보니 더 천불이 일었다. 며칠 동안 그녀와 노형원은 오일 제조법을 알아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오늘 노형원이 품감회에 동행하지 않은 것도 오일 원료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이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 속 편하게 잠이나 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주먹에 힘을 주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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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비행기가 착륙하고 승객들이 하나 둘 공항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노형원은 강시유를 위해 5성급 호텔은 물론 고급 차량까지 불러주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에 타려던 강시유는 한소은이 어떤 차를 타는지 궁금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비록 신생은 환아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있지만 결국 소규모 지사일 뿐, 단순히 호사 규모만 놓고 본다면 시원 웨이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톱 클래스 티켓? 그거야 뭐 우연이겠지.“고객님?”문을 연 강시유가 차에 타지 않자 기사가 고개를 갸웃했다.“아, 네.”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시유가 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한소은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여유롭게 트렁크를 끌고 나온 한소은과 조현아의 앞에 선 차는...롤스로이스였다!강시유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강시유도 롤스로이스 로고는 알고 있었다. 무슨 시리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롤스로이스인 이상 분명 억대 이상일 것이다.아니야. 그냥 우연히 앞에 선 거겠지. 저 차에 탈 리가 없어!손잡이를 쥔 강시유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기사가 트렁크를 받아 차에 싣고 차 문까지 열어주는 걸 본 순간, 일말의 희망마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그렇게 한소은과 조현아가 탄 차는 여유롭게 그녀의 앞을 지났다.왜! 한소은 저딴 계집애가 뭐라고 롤스로이스까지 불러준 거야! 왜!강시유는 고개를 돌려 벤츠 로고를 힐끗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이 정도도 으쓱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꿀리는 기분이었다.“저쪽은 벌써 갔어요. 얼른 타요.”이미 차에 앉은 로젠이 덤덤하게 말했다.그제야 강시유는 차에 몸을 실었다. 꼭 깨문 입술이 금방이라도 피를 뿜어낼 듯 빨갛게 부어올랐다.강시유에게 한소은은 마치 불운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언제 어디서든 한소은만 나타나면 나쁜 일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강시유는 로젠을 힐끗 바라보았다. 말투를 보아하니 그녀와 한소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고 있는 듯하고 비행기 안에서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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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돈이 좋긴 좋구나 싶었다. 부자들은 어딜 가나 이런 대접을 받을 거란 생각에 질투심이 밀려왔다.로젠은 젠틀하게 그녀를 먼저 호텔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하지만 방문을 여는 순간 강시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쾌적한 공간, 킹사이즈 침대, 냉장고, 전자레인지까지 일반 호텔과 비교하면 훨씬 좋은 조건이었지만 실망감은 감출 수 없었다.“시유 씨, 짐은 여기 둘게요. 그럼 푹 쉬어요.”로젠이 강시유의 어깨를 두드렸다.“잠깐만요!”로젠이 방문을 닫으려던 순간, 강시유가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잠깐만요!”그녀의 목소리에 로젠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게...”한참을 망설이던 강시유가 결국 입을 열었다.“아, 그게... 아직 별로 안 졸려서요. 그러니까... 로젠 씨 방 좀 구경해 봐도 될까요?”로젠은 아무런 말 없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왠지 불편한 기분에 강시유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물론이죠!”그렇게 강시유는 로젠과 함께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점점 올라가는 걸 바라보는 강시유는 마음은 왠지 콩닥거리기 시작했다.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진짜 부자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젠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시유 씨?”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시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도착... 했네요.”로젠은 싱긋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나섰고 그녀도 그의 뒤를 따랐다. 역시 스위트룸은 복도부터 엘리베이터가 달랐다. 그리고 로젠이 방문을 연 순간, 강시유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도시 전체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창문,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푸른 숲... 유토피아가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그리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온 강시유는 그제야 이곳이 스위트룸의 거실일 뿐임을 눈치챘다.하지만 거실만 봐도 강시유의 방보다 훨씬 더 쾌적했다. 고급스러운 재질 소파, 최고급 브랜드의 정수기와 커피 머신 온갖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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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순간, 강시유의 몸이 어색하게 굳었다. 반사적으로 로젠의 품을 벗어나려 했지만 귓가에 로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마음에 들어요?”어색한 한국어, 이국적인 얼굴, 화려한 호텔방, 로젠은 그녀와 다른 세계에 다른 사람이었다. 잔뜩 굳은 채 로젠의 품에 안긴 강시유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이것들... 가지고 싶지 않아요?”로젠이 다시 물었다.잠깐 고민하던 강시유는 방금 전보다 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 물론 가지고 싶죠!”이것은 그녀가 꿈에 그리던 상류층의 삶이 바로 눈앞에 있다. 잘 사는 남자를 만나 평생 먹고 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런 삶이 보장된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인 그녀가 재벌 2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0에 가까웠다. 우정을 배신하면서까지 유혹한 노형원마저도 일개 스타트업 회사 대표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노형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언젠가 노형원과 시원 웨이브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과연 그녀의 바람대로 시원 웨이브는 몇 년간 승승장구했고 업계에서 나름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비록 대외적으로 노형원은 여전히 한소은의 남자친구였지만 진작 그녀에게 넘어온 터라 노형원과의 결혼은 떼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모든 게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하지만 표절 사건부터 오일 제조법 위기까지 그녀가 쌓아온 모래성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녀가 금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던 시원 웨이브는 제품 원료 하나 때문에 근본이 흔들릴 정도로 연약했다. 중소기업은 어디까지나 중소기업 대기업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바꿔줄 거라 믿었던 남자 노형원은 이러한 사태들을 해결함에 있어 비굴하게 한소은에게 부탁하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무능한 남자의 미래라...상상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로 암울했다.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강시유가 배운 게 하나 있었다.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생각했지만 진짜 상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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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너무나 쉽게 돌아서는 로젠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건 강시유 쪽이었다.로젠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더니 캔맥주를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시유 씨,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네요.”고개를 젓던 로젠이 말을 이어갔다.“난 시유 씨가...”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적당한 단어를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굴리던 로젠이 어깨를 으쓱했다.“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강시유 씨가 원하는 걸 마침 내가 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걸 마침 강시유 씨가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요?”엄밀히 말하면 강시유에게 차인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로젠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여유로움에 강시유는 더 비참한 기분이 밀려들었다.“아,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거절의 뜻을 밝힌 여성을 힘으로 굴복시킬 생각은 없으니까요.”고개를 끄덕이던 로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이만 나가줄래요? 쉬고 싶어서요.”대놓고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로젠의 모습에 강시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로젠은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았고 젠틀한 태도로 일관했으니 화를 내려 해도 명분이 없었다.게다가 방금 전 이미 거절의 뜻을 밝혔으니 이제 와서 말을 돌리는 것도 꽤 쪽팔린 일이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푹 쉬세요.”결국 뾰족한 수를 생각해 내지 못하고 방문을 나서려던 그때, 로젠이 다시 입을 열었다.“시유 씨!”강시유가 발걸음을 멈추었다.“앞으로 여기서 일주일 동안 있어야 하잖아요? 그 동안 천천히 고민해 봐요.”맥주캔을 든 로젠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네...”강시유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 뒤 방을 나섰다.방에 혼자 남겨진 로젠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언젠가 강시유가 넘어오게 될 거란 걸 알고 있 듯이 말이다.한편, 강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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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노형원의 말에 강시유는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다시 봐도 로젠의 스위트룸과 비교하면 초라할 뿐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강시유가 대답했다.“나쁘지 않네.”“뭐야? 나쁘지 않다니. 그 방 다른 방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시큰둥한 강시유의 반응에 노형원이 오히려 불만섞인 표정으로 구시렁댔다.“뭐 비싸면 얼마나 더 비싸다고 그래.”평소라면 바로 의견을 굽혔겠지만 강시유도 마음이 착잡하니 말이 이쁘게 나갈 리가 없었다.“5만 원이다 더 비싸다고.”하지만 강시유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말을 이어갔다.“시유야, 우리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야. 하지만 지금 회사에 이런저런 문제가 많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새로운 직원도 뽑아야 하고 시장 규모도 더 확대해야 해. 내가 계산해 봤는데 앞으로 한동안은 좀 더 아끼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앞으로는...”“앞으로는! 앞으로는! 그놈의 앞으로는!”가만히 듣고만 있던 강시유가 결국 버럭했다.“내가 원하는 건 지금이야! 그런데 넌 맨날 앞으로란 소리밖에 안 하더라? 그렇게 막연한 미래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고!”울분을 쏟아낸 강시유의 뺨으로 눈물 한 줄기가 쏟아져내렸다.강시유가 이렇게 화를 낸 건 처음이라 노형원도 당황했는지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시... 시유야?”노형원이 더듬거렸다.“너 오늘 기분 별로야?”“응!”“나 때문에?”잠깐 고민하던 노형원이 말을 이어갔다.“아니면 로젠 그 자식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노형원이 로젠을 언급하자 괜히 찔린 강시유가 반박했다.“그럴 리가 있겠어. 이상한 생각 좀 하지 마. 네 머릿속에는 그런 거밖에 안 들었지? 다 한소은 그 계집애 때문이라고!”“한소은?”생각지 못한 이름에 노형원이 흠칫했다.“한소은 만났어? 걔도 진해시에 간 거야?”“그래! 걔도 톱 클래스 좌석에 마중 온 차는 롤스로이스더라! 노형원, 이게 뭐야! 왜 걔는 시원을 나가고 승승장구 중인데 너랑 난 이렇게 궁상이나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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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시유야? 시유야?”몇 번이나 강시유의 이름을 부르던 노형원은 결국 굳은 표정으로 통화를 종료했다.한소은? 걔도 진해시에 있다고?그리고 다시 강시유의 말을 되돌이켜 보았다.톱 클래스 좌석? 롤스로이스? 신생이 그렇게나 통이 큰 회사였나? 아무리 환아 산하라고 하지만 일개 지사에게까지 이 정도 서포트가 들어간다고?“대표님.”이때 실험실 직원이 밝은 표정으로 달려왔다.“신제품 테스트 결과 나왔습니다. 예전과 똑같아요!”“그래요?”기쁨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노형원은 곧 다시 감정을 제어했다.“정말 완전히 일치한 거 맞죠? 단 한 치의 차이도 있어선 안 됩니다!”한소은, 그녀가 만든 향수는 마치 특별한 마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고객들을 마니아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 극성팬들의 항의가 올라오곤 했다. 이번 사태가 이렇게 큰 물의를 일으킨 것도 바로 예민한 팬들의 후각 덕분이었다.그래서 100% 일치 여부에 대해 노형원이 이렇게나 집착하고 있는 것이었다.“...”실험실 직원은 방금 전 테스트 결과를 돌이켜 보는 듯 잠시 침묵하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 완전히 똑같습니다!”“좋아요!”노형원은 신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바로 실험실로 달려갔다. 테스트 용지에 향수를 뿌리고 시향하는 순간, 며칠 내내 찌푸려졌던 노형원의 미간에 드디어 힘이 풀렸다.“어서 제조법을 공장에 제출하세요. 밤을 새서라도 제품 출시일에 맞춰야 합니다. 이번에는 모든 게 명심해야 해요.”말을 마친 노형원은 또 뭔가 떠올린 듯 말했다.“아, 아닙니다. 내가 직접 갔다 오죠.”워낙 중요한 일이라 사원들에게 맡기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럼 이제 조금만 더 수고해 줘요. 이번 일만 마무리 되면 휴가에 보너스까지 쏘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 대표님!”직원들은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러 갔다.실험실을 나서려던 노형원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아, 오이연 씨는 오늘도 출근 안 한 겁니까?”“오늘... 개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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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대표님?”오이연은 상황 파악을 하려 애 쓰며 눈을 깜박였다.“저희 집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오늘 회사에 안 나왔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회사 상사로서 부하 직원의 신변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문 밖에 서 있는 노형원은 오이연이 문구멍으로 그녀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라도 챈 듯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훅 들어온 노형원의 얼굴에 깜짝 놀란 오이연이 뒷걸음질 쳤다.“대표님!”“오이연 씨, 문도 안 열어줄 겁니까? 이렇게 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할 건가요?”“그게 대표님... 제가 오늘은 몸도 안 좋고 집에 저 혼자라서 좀...”물론 아프다는 건 뻥이었고 노형원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좋은 일로 여기까지 왔을 리는 없을 테고... 그나마 엄마가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비운 게 다행이라 싶었다.이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아, 안녕하세요. 오이션 씨 회사 대표 노형원이라고 합니다.”“네? 대표님이요?”회사 대표라는 말에 오이연의 엄마는 바로 미소를 띠었다.“그런데 왜 여기 서 계세요. 이연이 집에 있는데. 이 계집애 분명 자느라 못 들은 걸 거예요. 제가 문 열어드릴게요.”“젠장...”엄마가 온 이상 문이 열리는 건 시간 문제. 오이연은 일단 방으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대표님, 편하게 앉으세요!”오이연의 어머니는 장에서 사온 야채들을 식탁에 올려둔 뒤 다시 오이연을 부르기 시작했다.“이연아! 이연아! 대표님 오셨다니까.”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오이연의 엄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일단 앉으세요. 얘가 워낙 잠귀가 어두워서 한번 잠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니까요.”“그래요? 아까 인기척을 들은 것 같은데.”소파에 앉은 노형원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방에 돌아와 대화를 엿듣고 있던 오이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숨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결국 방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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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런데 노형원이 이렇게 집까지 찾아오는 건 완전히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괜찮긴!”오이연의 어머니가 딸의 등을 찰싹 때렸다.“어쩐지 요즘 좀 이상하다 했어! 너 왜 그래? 회사는 왜 안 나간 거야!”오이연의 어머니는 속상해 주겠다는 표정으로 오이연의 등을 몇 번 더 내리쳤다.말없이 맞고만 있던 오이연이 한숨을 푹 쉬었다.“엄마, 내 일이니까 엄마는 신경 쓰지 마.”“하이고, 나야말로 정말 네 인생에 신경 끄고 싶어! 그럼 네가 알아서 잘해야 할 거 아니야! 네가 얼마나 못 나게 굴었으면 대표님이 직접 집까지 찾아오셔!”“엄마...”한편, 노형원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두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이연이 몇 대 맞은 뒤에야 느릿느릿 일어서며 어머니를 말렸다.“어머님, 이연 씨도 사연이 있는 것 같으니까 너무 혼내지 마세요. 그리고 저도 오이연 씨 혼내러 온 거 아닙니다. 진심으로 부하 직원이 걱정돼서 온 거예요.”“대표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나가서 하시죠?”노형원, 이 비겁한 자식! 집까지 찾아와서 부하 직원 걱정하는 대표인 척 연기를 해? 오이연은 속에 천불이 이는 기분이었다.반면 노형원은 목적도 달성했겠다 바로 어깨를 으쓱했다.“네, 전 어디든 상관없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오이연의 어머니는 바로 찻잔을 내려놓고 다급하게 말했다.“대표님, 우리 이연이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애 같은 구석이 많아요. 그러니까 대표님이 많이 가르쳐주세요. 혹시 실수라도 하면 엄하게 혼내시고요!”“엄마, 그만 좀 해!”오이연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하지만 오이연의 속을 알 리가 없는 어머니는 부모 마음도 몰라주는 딸이 야속하기만 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이연 씨는 저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니까요.”자리에서 일어선 노형원이 싱긋 미소 지었다.“네, 네, 그렇다니 다행이네요.”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오이연의 어머니가 딸에게 눈치를 주었다.“어서 고맙다고 말씀드려!”어느새 문 앞까지 걸어간 오이연이 짜증스레 말했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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