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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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교장의 제안을 거절하다
저녁에 북성남고의 교장이 성연에게 전화를 했다.성연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하자 특별히 로비를 하러 온 것이다.“송성연 학생, 이제 곧 졸업인데, 졸업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지는 않나? 남은 기간 다시 학교에 나오는 건 어떤가? 학우들이 모두 성연 학생을 보고 싶어해. 네가 학교에 남아 주기를 바라고.”성연은 북성남고 학생들에게 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저들은 그저 주견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회주의자들 같았다.성연은 그 점에 대해 이미 깊이 체험한 바 있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한 마디로 북성남고는 자신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 못 된다는 말씀.성연은 교장의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역시 안 되겠어요. 지난번 일로 이미 학교에 폐를 많이 끼쳤어요. 저는 그냥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게 낫겠어요.”대학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데다 또 모두 성인들이다 보니 고등학교보다 성연이 활동하기 훨씬 편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성연은 고교 졸업을 건너 뛰고 바로 대학에 편입할 계획.성연의 말에 교장이 계속해서 권유했다.“폐는 무슨, 아니야, 절대 폐 끼치지 않았어!”지난 번에 성연이 학교를 그만 두고 바로 대학 진학을 하겠다고 하자, 교장은 흔쾌히 승낙했었다.그런데 왜 또 교장은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바꾼 걸까?사실 지난번 학교 게시판 사건으로 온 북성이 떠들썩했었다.북성의 상류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교장은 원래 성연이 학교에 남아 있게 되면 학생들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또 학생들이 한창 학업 성과를 내야하는 기간이었기에 당연히 송성연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배제시키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런데 그 후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북성시 부유층 집안에서 하나같이 자신들의 자녀를 북성남고에 보내려 난리가 난 것.마치 북성남고에 들어와야 상류사회 자제들을 사귈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 듯하다.송성연의 행적은 가히 판타스틱하다고 할 정도였다.어떤 사람들은 하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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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미스터 제이슨
강일헌과 강진성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야 했다.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한 뒤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야물지 못하고 미숙한 두 사람의 모습에 실망한 강명기는 꽤나 속이 탔다.“내 어제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오늘 아침에 중요한 일이 있으니, 일찍 자 두라고? 그런데? 너희 둘 다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강진성이 하품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버지, 무슨 일인지 말씀 안 하셨잖아요. 여태까지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이 없는 걸요.”간이 작은 강일헌은 작은 아버지 강명기의 말에 감히 대꾸도 못했다. 그저 옆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면서 강명기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뻔뻔스럽게 말대꾸하는 자기 아들 때문에 속이 뒤집어질 지경인 강명기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 너희 둘이 미스터 제이슨을 맞이하러 나가거라. 만약 이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라!”미스터 제이슨 얘기가 나오자, 강진성은 그제야 사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흠칫 흠칫 연이어 몸을 떨어대더니 정신을 차린 강진성이 강명기에게 항의했다. “아버지, 그 말씀을 왜 어제 안 하셨어요?”미스터 제이슨은 지금 자신들이 강무진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이번 일은 절대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 미스터 제이슨과 무조건 관계를 잘 맺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강명기가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급한 일인 걸 이제야 알겠어? 뭐 해? 얼른 서둘러 나가지 않고.”말을 끝낸 강명기는 뒷짐을 진 채 화원으로 향했다.운전기사를 미리 대기시켜 놓았으니, 두 사람은 바로 차를 타고 나가면 된다.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수습한 강일헌과 강진성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손님을 맞이하러 공항으로 나갔다.강명기가 시간 계산을 딱 맞았다. 강일헌과 강진성이 공항에 도착한지 5분도 채 안 되어 미스터 제이슨이 탑승한 비행기가 북성 공항에 도착했다.잠시 후, 미스터 제이슨은 아름다운 미녀를 동반하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여성은 성숙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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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소지연
소지연의 명성은 두 사람이 WS그룹에 있을 때부터 진즉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문제였다. ‘소지연이라면 분명 강무진의 유능한 수하일 텐데, 어떻게 미스터 제이슨과 함께 있는 거지?’한 차례의 흥분이 지나간 다음, 두 사람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의심이 가득 들어찼다.고혹적인 분위기의 소지연은 일거수일투족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지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두 분, 의심스러우실 줄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분간만 당신들과 손잡을 뿐입니다. 내 목표는 송성연 하나니까요. 나는 그 여자가 몹시 싫어요.”강무진과 오래된 관계인 소지연이 강무진을 배신할 일은 절대 없다.그러나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부득이 미스터 제이슨과 내기를 하게 되었다.동시에 미스터 제이슨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건으로 제시하자, 소지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북성으로 돌아왔다.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강무진의 약혼녀가 될 수 있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다.과연 강무진의 곁에 설 자격이 있는지도 포함해서.소지연은 강무진을 도울 능력이 있는 자신만이 강무진과 나란히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름도 모를 여자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 그러니 소지연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자신이 그 긴 시간 동안 때를 기다린 것은 결코 다른 여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누가 됐든, 내가 돌아왔으니 얌전히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을 걸!’소지연의 말을 들은 강일헌과 강진성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여자들끼리의 전쟁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바로 질투.소지연의 목적은 강무진이 분명했다.강진성은 속으로 좀 떨떠름했다. ‘이런 대단한 미인이 어째서 강무진 같은 병신 xx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아, 아깝네.’강일헌이 얼른 소지연의 말에 반응하며 맞장구를 쳤다.“소지연 씨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손을 잡기로 한 이상 친구와 마찬가지죠. 북성에 머무시는 동안 성심껏 소지연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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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오빠가 잘 키워준 거죠
공항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미스터 제이슨과 헤어진 소지연은 곧장 WS그룹으로 달려갔다.건물 꼭대기 층 대표 이사실로 가서 무진을 찾았다.소지연을 본 무진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이렇게 빨리? 왜 미리 말 안 했어? 그럼 공항에 마중 나가라고 지시했을 텐데.”소지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무진 오빠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귀찮게 해요?”무진도 소지연을 따라 픽 웃었다.몇 마디 인사말을 가볍게 나눈 두 사람은 바로 업무에 관한 주제로 넘어갔다.소지연은 무진에게 해외 지사의 실적에 대해 보고했다.소지연의 관리에 따라 해외 지사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매 중요한 단계마다 소지연의 관리 능력이 빛을 발휘하였다.무진은 유능한 수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상관이었다. 무진이 소지연을 칭찬하며 말했다.“잘했어. 너에게 지사를 맡기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군.”애초에 소지연의 과감한 추진력과 시장의 흐름에 민감한 감각이 마음에 들었었다.지금의 이런 실적은 무진의 예상을 이미 초월한 것이다.무진의 칭찬에 소지연이 겸손하게 대답했다.“오빠가 잘 키워준 거죠. 무진 오빠가 아니었으면 제가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 잘할 수 있었겠어요?”지극히 겸손한 말이었다. 만약 소지연에게 능력이 없었다면 무진이 그처럼 중요한 직책을 그녀에게 맡기지도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원래부터 뛰어난 인재였던 소지연은 무진의 조련에 힘입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소지연은 무진이 눈치 채지 않도록 슬쩍 무진의 옆모습을 응시했다.바라보는 두 눈에 짙은 애정이 담긴 빛이 스쳐갔다.금세 다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소지연.가방에서 고급 포장지에 둘러싸인 고가의 시계를 꺼냈다.명품 시계 브랜드의 한정판인지라 시장에 몇 나오지 않은 것이어서 소지연 또한 구하기 위해 꽤나 애를 썼었다.“이 시계,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거예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오빠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선물로 준비했어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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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어린 소녀 같은 모습
사무실을 나가던 소지연이 고개를 돌린 채 물었다.“무진 오빠 곧 결혼할 거라면서요? 나 아직 예비 신부 얼굴도 못 봤어요.”정말 성연이 궁금하기라도 한 듯이 소지연의 두 눈에는 짙은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사실은 얼마나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는 지는 그녀 자신만 알고 있을 뿐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나중에 두 사람 소개시켜 줄게.”무진은 소지연과 성연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 아주 닮았다.자신과 소지연이 가까운 관계인만큼 두 사람을 한 번 만나게 할 때이기도 했다.소지연은 활짝 웃으며 마치 옆집 여동생이 오빠와 새언니를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가장했다.사실 무진에게 있어서 소지연은 확실히 옆집 여동생 같은 존재가 맞았다.소지연은 정말 무진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었다.오래도록 함께해 온 두 집안의 관계는 그 만큼 예사롭지 않았다. 소지연은 대학 졸업 후에 무진의 회사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업무들을 익혀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유럽 지사로 파견되어 실적을 쌓기 시작한 것.세상 물정도 모르던 여자아이가 이제 전략을 세울 줄도 아는 강한 여성으로 자랐다. 그만큼 소지연의 능력은 뛰어났다.“돌아가서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안부 전해 줘. 내일 식사 자리에 좋은 술 한 병 가져다 드리고 사죄 드리겠다는 말씀도 대신 전해 주고.” 강씨 집안과 소씨 집안은 대를 이어 친교를 맺어온 사이.예전에 무진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소씨 집안 부모님과의 관계도 아주 좋았었다.무진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겉으로는 두 집안의 교류가 뜸한 듯했으나 보이지 않는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무진이 어려울 때면 소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너무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한 것은 확실히 무진 자신의 잘못이었다.“무진 오빠가 찾아 뵈면 두 분 모두 기뻐하실 거예요. 예전에 오빠 집안 내 둘째, 셋째 일가와의 일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 언급하신 적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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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해요
저녁에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던 성연.한창 하고 있던 게임이 중간에 끊겼다. 짜증이 났지만 발신자 표시를 본 성연의 얼굴에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 떠올랐다.거기에 기대하지 못했던 기쁨도 다소 섞여 있었다.성연은 게임은 내팽개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너머에서 아주 매력적인 남자 음성이 들렸다. 성연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상대방이 말했다.“공항에 좀 늦었더니 두 세 시간 여유가 생겼어. 비행기를 바꿔 타고 북성으로 날아갈 거야. 이 틈에 얼굴이나 보자.”성연이 생각해도 확실히 서로 얼굴을 본 지 오래되었다.서로 바빠서 도무지 자리를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성연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따가 내가 갈게. 나를 속이는 거 아니지?”도시 농담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이 사람의 성격으로 봐서 아마 자신을 속이는 건 아닐 것이다.“서로 얼굴 본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 내가 너를 속일 이유가 뭐야?” 상대방의 말투에서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웃음기가 희미하게 묻어났다.성연이 주먹을 쥐고서 한 대 치는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넌 감히 나를 못 속여. 만약 감히 나를 속인다면 어디로 가든지 쫓아가서 단단히 혼구멍을 내 줄 거야.”성연의 말에 휴대폰 저편의 사람이 더 크게 웃었다. “아이고, 바라는 바네요.”흥 가볍게 콧방귀를 뀌는 성연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이로써 이 사람의 전화를 성연이 얼마나 반가워하는 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창가로 가서 바깥 하늘을 잠시 쳐다보았다. 아직 시간이 있는 줄 알았으나 이미 밤이 깊었다.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시간이 두세 시간밖에 없다고 했다.그런데도 일부러 자신에게 전화를 한 것.누가 뭐라 하든, 성연은 꼭 가서 만나야 했다.그래서 성연도 승낙하려 했지만, 미처 성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상대편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여기서 너 기다릴 테니, 나 바람 맞히지 마.”성연이 휴대폰을 향해 눈을 흘겼다.“내가 바람이나 맞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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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고정재
성연은 가는 내내 운전 속도를 높여 밤 10시 좀 넘어 공항에 도착했다.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에 따라 공항 VIP 실로 향했다.성연이 VIP실로 들어서자, 몸매며 얼굴이며 모두 연예인 보다 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유니버설 트레이드 컴퍼니의 대표 고정재.성연의 오랜 친구다.고정재를 본 성연이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는 앞으로 걸어가 고정재의 어깨를 두드렸다.“진짜 이런 일이 다 있네. 공사다망하신 사람이 먼저 만나자고 하다니 너무 황송할 지경이야.”고정재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말했다.“그만 놀려. 바쁜 일만 아니면 난들 너희들과 종일 같이 어울리고 싶지 않겠어?”“됐네요, 됐네요. 대표님이 우리와 같을 수야 없지.” 성연이 저리 가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고정재, 이 인간의 시간은 1분 1초가 수십 억 원에 맞먹을 정도니, 성연도 감히 그의 시간을 헛되게 할 수 없었다.만약 고정재에게 자신들과 같이 놀게 한다면, 어찌 정당한 일이라고 하겠는가?고정재의 얼굴이 다소 진지해지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성연아, 너 요즘 잘 지내고 있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 다 알고 있어. 너 진짜 유럽으로 유학 갈 생각이야?”평소 무척이나 바쁜 고정재이지만, 성연에 관한 일만큼은 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유럽은 그의 세력 근거지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성연이 정말 그곳에 간다면 더 자주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성연을 돌보는 것도 괜찮고.성연은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부인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유럽으로 오기만 해. 필요한 모든 것들 미리 다 준비해 놓을 테니. 그냥 가방 들고 입학만 하면 되게 말이야.” 성연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재.하지만 성연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거절했다.“필요 없어.”성연은 남들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과 고정재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어찌 되었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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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성숙한 남자
고정재는 소장하고 있던 향수 한 병을 꺼냈다. 향수는 꽤나 볼륨감 있게 투각을 한 단향목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파스텔 블루의 향수가 케이스 밖으로 보일락말락 하는 것이 무척 예뻤다.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정재의 손에 들린 향수를 보는 성연의 눈에 기쁨이 넘쳤다.성연이 이 향수가 무척 마음에 든 것이 분명했다.고정재가 성연에게 말했다.“이건 네 스승님이 그 해에 남기셨던 배합법에 따라 만든 거야. 사적으로 따로 연구해서 만들라고 회사에 시켰어. 한 번 뿌려 봐. 만약 이 제품이 진짜 생산된다면 유럽의 다른 어떤 명품 향수보다 더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해. 나도 이 향수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는데, 결국 똑같이 만족스럽게는 만들지 못 했어.”그래서 고학중의 제자인 성연이에게서 분명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온 터였다.물론 성연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지만.고정재가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성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건 향수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케이스에서 꺼낸 향수를 코끝에 대고 향을 맡던 성연은 확실히 스승님이 남긴 배합표에 따라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은은하면서도 예스러운 한약 향이 아주 살짝 묻어났지만, 다른 향에 둘러싸여 일반인이라면 맡기 어려웠다.일반 향수보다 더 묵직한 베이스노트가 느껴졌다.그러나 이 향은 다른 사람들이 연구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오직 성연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미세한 향 몇 개가 섞여 있음을.성연의 진지한 모습을 본 고정재가 말했다.“알아내기 힘들면 억지로 안 해도 돼. 이 향수는 내가 너에게 주는 거야. 천천히 연구해도 돼. 서두를 필요 없어. 물론 연구할 생각 없으면 안 해도 돼. 다만 이 향수, 시장성이 있다고 봐. 만들어 내면 분명 히트할 거야.”“내가 열심히 연구해 볼게.” 성연은 사실 고학중의 제자일 뿐이다.자신은 스승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능력을 이어받았을 뿐이다.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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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성연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무진은 서재에서 서류들을 보느라 여전히 바빴다.서재를 지나가던 성연은 서재에 아직 불이 켜진 것을 보았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성연은 오후에 만들어 두었던 약선탕을 다시 데워서 무진에게 들고 갔다.“이렇게 오래 일했으니 이제 뜨끈한 탕을 좀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요.” 여름이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옷도 가볍게 입은 무진이 일에 빠져 있다 보면 냉기가 몸 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그러다 무진이 병이라도 날까 성연은 걱정스러웠다.“어, 왔네?” 무진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무진이 성연의 손에 들려 있던 약선탕을 받아 들고 순식간에 다 마셨다.무진은 성연이 늦은 시간에 만나러 나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았다. 오히려 성연이 먼저 설명했다.“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빠 만나고 왔으니, 오해하지 말아요.”“오해 안 해.”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무진은 속으로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가 기억하기에, 송종철과 진미선이 결혼해서 낳은 첫아이가 성연인데, 어디에서 오빠가 툭 튀어나온 건가 싶었다.성연이 자란 시골 마을의 다른 집 아들이라면 더 이해가 안 된다.마을 사람들의 배경이야 너무나 평범해서, 어떤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어떻게 성연과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마을의 이웃집 오빠도 아니라면, 또 어디에서 튀어나온 걸까?”무진의 마음속에 의혹이 겹겹으로 쌓였지만, 성연이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성연이 오빠라고 부르면 당연히 오빠겠지. 단지 내가 모르고 있을 뿐.’무진이 그에 대해서는 별말 하지 않았다.“돌아왔으니 푹 쉬어.” “무진 씨는 아직 안 잘 거예요?” 성연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예전에는 늘 무진과 같이 잠이 들었다.그러나 지금 무진이 업무로 바빠지면서 잠 드는 시간도 늦어지고 있었다.어쩌면 무진이 침실에 들어왔을 것이다. 자신이 깨지 않고 자는 사이에 다시 또 일어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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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예사롭지 않은 관계
이튿날, 소지연이 직접 성연을 만나러 찾아왔다.바쁜 무진 대신 성연이 문을 열고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문이 열리며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차림의 미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여자의 위기감에 성연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그러나 소지연은 아주 친근한 태도로 말했다.“당신이 무진 오빠 약혼녀죠? 저는 소지연이라고 해요. 무진 오빠와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사이예요.”무진과 친구 같은 사이라는 말을 듣고 성연은 경계심을 늦추었다.그러나 무진에게서 이런 이성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친구에게 성연은 아주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성연이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입니다.”소지연은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힐끗 훑어보았다.젖비린내 나는 어린 여자애였다. 자신의 눈에는 별로 도전할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자신이 나선다면 송성연의 몫이 있기나 할까?소지연은 활짝 웃으며 성연을 쳐다보았다. 성연이 소지연을 손님으로 집안에 들였다.소지연이 핸드백을 성연에게 건넸다.“새언니를 처음 만나는데,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지 몰라 가방을 하나 골라봤어요. 내 생각엔 분명히 새언니 마음에 들 거예요.”성연은 한 번 쓰윽 훑어보니, 손바닥 만한 핸드백이 명품 브랜드 못지않게 무척 비싼 가격이었다.소지연은 얼굴이 예쁠 뿐 아니라 씀씀이도 무척이나 대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성연은 망설이며 받지 못했다.옆으로 다가온 무진이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 사람이야. 지연이가 너에게 선물하는 거니 받아 둬.”무진이 말한 이상 성연도 거절하기 어려워 핸드백을 받았다.“감사합니다.”그러나 무진이 자기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소지연이 무진의 심중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분명 낮지 않을 터.성연이 방에 핸드백을 가져다 두고 다시 내려오니, 무진과 소지연이 마침 소파에서 웃고 떠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소지연을 대하는 무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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