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1056 챕터
제991화
강소아는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깜빡이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소정애는 강소아를 끌고 거실로 와 조용히 말했다.“너, 정말 마음이 생긴 건 아니지?”“마음이 생기면 뭐 어때요? 저, 저흰 혼인관계증명서도 있고...”강소아가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그거 가짜잖아!”“엄마, 조용히 해요!”“소아야!”소정애가 슬픔에 잠겨 말했다. 정성 들여 키운 꽃을 다른 사람이 꺾어간 기분이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딸에게 설명했다.“엄만 네 마음을 알아서 군형이를 교육하는 거야! 교육이 끝나면 군형이는 네 말을 잘 들을 테고, 그럼 너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네?”강소아가 흠칫했다. 소정애는 그런 딸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었다.“엄마가 왜 널 해치겠어? 그냥 네게 잘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해서 그래. 나와 네 아빠처럼 널 평생 예뻐해 줄 사람... 찾기 어렵다면 교육해 주면 되지. 군형이는 꼭 그런 남자가 될 수 있을 거야!”“엄마...”강소아는 복잡한 심경으로 몰래 주방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죽을힘을 다해 돼지 곱창을 씻고 있었다. 물이 사방에 튀었다.소정애가 “아이고” 하며 급히 주방으로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없는 새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군형아, 물을 얼마나 쓴 거야? 이번 달 생활비는 두 배로 계산해 줘! 오늘 저녁도 먹지 마!”강소아는 엄마의 전투력을 알았기에 최군형의 행운을 빌며 먼 곳에서 묵묵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는 피하는 게 답이었다.저녁 식사 시간, 최군형은 스스로 문가에 나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소정애는 식탁에 최군형 몫의 수저를 꺼내놨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밥도 한 공기 떠주었다. 그러고는 강소아더러 그를 부르게 했다.강소아는 기쁨에 겨워 쪼르르 달려 나갔다.최군형은 조금 의외였다. 강소아의 손이 그의 팔에 올려졌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비록 표정은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더 보기
제992화
최군형은 고개를 돌려 강소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벚꽃처럼 아름답고 여렸다.이때,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지유 기억해?”최군형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는 밥을 푹푹 떠먹는 것으로 자신의 황망함을 가렸다.지유...지유가 있었다면, 그는 예상대로 육씨 가문과 결혼하고, 최상 그룹을 물려받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됐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강주에 있었다. 그는 영원히 지유의 실종이 남긴 어둠 속을 걷고 있을 것이었다.지유는 실종될 때 겨우 한 살이었다. 그도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감정이 깊어 봤자 어느 정도겠는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였다.하지만 강소아를 볼 때면,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면,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을 때면, 토라진 모습을 볼 때면... 왜인지 모르게 계속 지유가 생각났다.“정신병인가?'그는 식사를 마치고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그릇과 수저를 싱크대에 갖다 놓았다. 강소아가 물을 틀려는데 최군형이 손을 뻗어 이를 제지했다.“물이 아직 차가워요, 제가 할게요.”강소아는 깜짝 놀랐다.놀란 건 소정애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이 이렇게 성공적일 줄은 몰랐다. 이제 집안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강우재와 눈을 맞췄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으며 걸어왔다.“그럴 필요 없어! 아직은 우리가 있어. 소아야, 날도 좋은데 군형이와 산책이라도 다녀와!”최군형과 강소아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소정애가 힘껏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문 앞에 서있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먼저 가요.”“그... 그쪽이 먼저요.”강소아가 얌전히 최군형의 뒤를 따랐다.최군형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큰 보폭으로 앞서 걸었다. 가로등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최군형의 그림자가 강소아의 그림자를 살포시 덮었다. 강소아의 웃음은 달님만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두 사람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때 강소준이 저 멀리서 뛰어왔다.“수호신 형님, 누군가 형님을
더 보기
제993화
최군형이 어리둥절하게 그 채팅 기록을 확인했다. 저속한 언어들에 헛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이게 뭐야?”“구자영과 호스트바 선수의 채팅 기록입니다.”“호스트바?”“네, 돈 받고 재롱떨어 주는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들 말이에요.”문성원이 작게 웃었다.최군형은 헛구역질이 났다.“구자영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어?”“처음엔 저도 못 믿었어요. 구자영의 평판이 나쁘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제가...”“직접 떠봤어?”최군형이 단번에 알아챘다. 문성원이 흠칫하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호스트바 선수들을 많이 찾는다길래, 호스트바 선수인 척 쪽지를 보냈는데 정말 넘어오더라고요! 최근엔 한번 만나자고 난리예요! 그 계정으로 진짜 호스트바 선수들도 몇 명 접촉해 봤는데, 다들 구자영의 구린 점 하나쯤은 알고 있었어요. 이 채팅 기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그러니까, 구자영은 얌전한 재벌 아가씨가 아니란 거지? 인터넷에서나 그런 척하는 거고. 팬들이 완전히 속은 거지!”“맞아요.”문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최군형이 차갑게 웃었다. 구자영은 콧대가 높고 눈에 뵈는 게 없을 뿐만 아니라 멍청하기까지 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기란 쉬웠다.먼저 그녀의 가면을 벗겨 강소아에게 숨 돌릴 틈을 줘야 했다.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 일만 좀 도와줘. 제대로 잘 해야 해. 구자영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길 때가 됐어.”“네. 잘할 수 있습니다. 강소아 씨를 기쁘게 해 드려야 되죠?”문성원이 웃으며 말했다.최군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문성원이 이렇게 빨리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버릴 줄은 몰랐다.문성원이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형님... 저 진짜 큰마음 먹고 하는 겁니다. 호스트바 선수인 척까지 했는데, 답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최군형이 대답하려는 순간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군형 씨, 이쪽은 친구예요?”“어?”문성원이 깜짝 놀랐다. 최군형은 강소아를 쳐다보며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성원이 억지로
더 보기
제994화
그녀가 문성원을 보는 눈빛으로 봐서, 들은 것뿐만이 아니라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최군형은 그만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문성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해명하려는데 최군형이 먼저 말했다.“그래, 성원아. 이제 나 찾아오지 마. 그런 일은 정말 못 하겠어!”“...”문성원이 눈을 크게 떴다. 몇십만 개의 물음표가 그의 머릿속에 나타났다.강소아는 마음이 따뜻해져 최군형의 팔을 꼭 잡았다.최군형은 웃으며 강소아를 바라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문성원에게 말했다.“사회 나오기 전부터 나한테 이 일을 소개해 줬잖아. 그런데 성원아, 우리 소아 씨 말이 맞아. 언제까지고 이 일을 할 수도 없잖아!”“최...”“너도 미래를 좀 생각해 봐!”문성원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최군형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게진 채로 강소아와 함께 바닷가로 나갔다. 문성원만이 그 자리에 처량하게 서 있었다.두 사람이 자리를 뜬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최군형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메시지들이 한 통씩 도착하고 있었다.[형님, 책임져요!][형님, 강소아 씨에게 사실대로 얘기하면 안 돼요? 제가 왜 호스트바 선수에요?][제 이미지가 박살 났다고요!]최군형이 피식 웃고는 답장을 보냈다.[구자영 일을 잘 처리하면 그렇게 해줄게.]최군형은 답장을 보내고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강소아와 산책을 즐겼다. 짙은 파랑으로 물든 바다는 별이 반짝거리는 밤하늘과 연결된 듯했다.최군형은 고개를 숙였다. 강소아의 손은 아직도 최군형의 팔을 잡은 채였다. 손을 놓는 걸 잊은 건지, 일부러 잡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최군형은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 웃음에 강소아가 볼을 붉히며 손을 떼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까먹었네요.”최군형은 조금 실망했다. 강소아가 그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어... 그리고, 방금은 제가 친구분께 너무 무례했나요?”“아뇨, 왜 그렇게 생각해요?”“호스트바 선수라고 해서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닌
더 보기
제995화
최군형이 흠칫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아뇨, 그게 아니라... 육씨 가문이요.”“육씨 가문?”“네, 전에 형 부모님께서 혼사를 정해주신 그 집안 말이에요. 형님 집안의 일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한 번 가보면 아실 거예요.”“응, 알겠어.”최군형이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앞서가고 있던 강소아는 최군형의 통화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최군형은 어떻게 시간을 뺄지 고민하다 결국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동생이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한번 와보라고 해서요. 너무 오래는 안 걸릴 거예요. 사흘이면 충분할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강우재와 소정애를 쳐다보았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세 진열대의 물건들을 여행 가방 속에 담기 시작했다.“아줌마, 아저씨, 이건...”“군형아, 어쩌다 본가에 가는데, 큰 건 못 해줘도 간식은 마음껏 가져가!”“맞아, 이거 사돈... 아니, 부모님께 드려. 우리 마음이야.”그들 부부는 큰 가방 두 개를 간식으로 꽉꽉 채우고 있었다. 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그는 감동받은 얼굴로 텅텅 빈 진열대와 부부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아저씨, 아줌마, 이러실 필요는...”“그럴 필요가 왜 없어! 군형아, 언제 가? 우리가 짐 들어다 줄까?”최군형은 차마 전용기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말할 수 없었다.“맞다, 넌 집이 어디야?”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오성입니다.”그 대답에 부부가 금세 조용해졌다. 그들은 지금까지 절대 강소아의 앞에서 이곳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그들의 딸은 그들이 훔쳐 온 아이이기 때문이다.한 살짜리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곳을 언급했다가 혹시라도 과거를 기억해 낼까 봐 두려웠다. 한 번 터진 기억은 화산처럼 폭발해 더는 수습할 수 없을 거였다.그들은 강소아가 평생 그들의 곁에 있기를 원했기에 그녀의 앞에서 절대 오성을 언급하지 않았다.하지
더 보기
제996화
최군형은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을 쳐다보았다. 그가 입을 열려 할 때, 어릴 적부터 그들을 보살핀 주씨 아줌마가 웃으며 다가왔다.“둘째 도련님, 이 기름 괜찮은 겁니다. 값도 싸고 양도 많아서 가성비가 아주 좋아요! 오늘 저녁에도 이걸로 튀김을...”“아줌마, 일단 이거 쓰지 마요!”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그러니까... 아껴 쓰란 소리예요!”최군형이 코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주씨 아줌마는 어리둥절했다. 천하의 최씨 가문이 이깟 식용유를 아낀다고?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겼지만 그녀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최군형은 그 음식들이 모두 완벽하게 정리된 뒤에야 만족스럽게 웃었다.“전 이만 부모님 뵈러 갈게요.”그 말을 남긴 채 최군형은 자리를 떴다. 최군성과 주씨 아줌마는 얼떨떨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둘째 도련님, 큰 도련님이 어쩐 일이래요? 주방 일은 종래로 신경 쓰지 않으셨잖아요.”며칠 전 문성원이 그의 집에 왔었다. 그는 강주에 있는 최군형의 근황을 조금 알려주었다. 총명한 최군성은 금세 이 일을 기억해 냈다.“이상해할 거 없어요. 강주에 있으면서 주방 일을 배운 모양이에요.”“네? 강주 별장에도 고용인들이 있지 않아요?”“형님이 거기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그러니까... 큰 도련님이 강주에서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는 말씀이세요?”주씨 아줌마가 마음 아프다는 듯 말했다. 조금 생각하던 최군성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형도 즐기고 있을 거예요!”주씨 아줌마는 못 알아듣겠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일하러 갔다.운전기사가 도착했다. 최군형은 차에 올라타고는 최상 빌라를 가로질러 부모님의 거처인 여주 별장에 도착했다.그를 마중 나온 방한서는 웃으며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가라고 했다. 최군형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왜요?”“올라가셔도 되긴 합니다만, 두 분을 방해하지는 마세요.”최군형이 금세 그 뜻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즐겁게 지내고 있을 게 뻔했다.그는 숨
더 보기
제997화
최군형이 나른하게 양가죽 소파에 기댔다. 두 사람은 일찍부터 그가 즐겨 마시는 커피를 준비했다. 커피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꿈을 꾸는 듯 몽롱했다. 꿈속에서 그는 강주에 있었고, 오성으로 돌아오니 꿈에서 깼다.강서연이 생글거리며 물었다.“아들, 어때? 케이크 맛있어?”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은 단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아 얼마 먹지도 않았다.최연준도 원래는 디저트를 싫어했지만 강서연 때문에 취향을 바꾼 것이다.강서연은 그를 ‘대머리 알감자’라고 불렀다. 최군형이 작게 웃었다. 최연준은 그 또래의 남자 중에선 잘생긴 축에 속했다. 비범한 유전자 덕에 중년이 되어서도 최연준은 잘생긴 아저씨가 될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은 그의 얼굴에서 더욱 멋스러워졌다.“엄마, 아빠.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이유가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최군형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물었다. 최연준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성원이가 말 안 해줬어?”“자세한 건 얘기 안 해줬어요. 몇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라면서.”“응, 그렇긴 해. 육소유 일인데... 군형아, 그 아이를 찾았대.”“네?”최군형이 얼떨떨하게 되물었다.“우리도 너와 같은 반응이었어.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정말 별일이 다 있다 싶어.”강서연이 최군형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최군형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찾은 거예요?”“육경섭 씨 사촌 동생이랬나? 육명진이라고.”“그 아이가 소유인 건 확실해요? 어떻게 아는데요?”“나와 네 엄마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최연준은 고용인들을 모두 바깥으로 내보낸 뒤 방한서에게 문을 지키게 하면서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 신신당부했다. 이제 거실엔 그들 세 식구만 남았다.최연준은 DNA 검사 결과지를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최군형은 의학을 배웠기에 이 정도 검사 결과는 알아볼 수 있었다.“이게 뭐예요?”“육명진과 육소유의 DNA 검사야. 소유를 납치한 사람도 사고 생존자였대. 하지만 결국 경찰에게 잡혀서 사형당했나 봐.
더 보기
제998화
“군형아? 군형아!”강서연이 몇 번을 불러서야 최군형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최연준이 그의 정강이를 툭 차놓았다.“뭐 하는 거야! 엄마가 얘기하시는데 정신을 놔?”최군형은 몸을 움츠린 채 살려달라는 듯 강서연을 쳐다보았다. 강서연이 웃으며 최연준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군형이 방금 왔는데, 혼내지 마요! 화내면 얼굴에 주름 생겨요.”최연준이 웃으며 강서연의 손을 잡았다. 최군형은 이곳이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엄마, 아빠, 그, 저...”“가지 마! 네 엄마 얘기 아직 안 끝났어!”최연준이 눈을 크게 뜨고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군형아, 네 아빠와 상의해 봤는데, 너 오성에 며칠 더 있으면서 육씨 가문에 가서 소유를 한 번 만나봐.”“네?”최군형이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두 집안의 정도 있고, 혼약도 맺었던 사이인데, 가보는 게 예의이긴 했다. 어릴 적의 우정을 봐서라도 그는 육소유를 만나봐야 했다.최군형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 눈치였다.강서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20년 전 소유가 금방 태어났을 때, 우정 언니 보러 많이 갔었어. 같이 소유를 목욕시켰었는데, 허리에 옅은 반달 모양의 모반이 있었어. 얼굴에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었는데...”“맞아, 경섭 씨가 말했었어. 허리에 모반이 있으면 금전운이 좋다고. 소유를 찾았다 했을 때 그 모반에 대해서도 물어봤었어...”“뭐라고 해요?”“확인했대. 반달 모양 모반이 틀림없대. 위치도 똑같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 커진 것 같다고...”강서연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연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최군형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정신을 놓고 있었다. 강서연이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물었다.“아들, 강주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최군형이 억지로 웃으며 답했다. 최연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찬혁 삼촌 사건은 네가 조사할 필요 없어
더 보기
제999화
4층은 그의 “천문대”였다.그는 어린 시절 별을 보는 걸 좋아했었다. 그 사실을 안 최연준이 그에게 이 천문대를 지어줬었다.방 중앙에는 커다란 지구본이 있었고, 천체 망원경이 창가에 세워져 있었다.이곳은 최군형의 비밀 아지트였다. 예민하고 마음 약했던 사춘기 시절,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그는 이곳에서 모든 아픔을 별에 담아 보냈다.지금 그는 또 망원경 앞에 서 있었다.두 개의 시공간을 이어줄 수 있는 웜홀은 정말 존재한다고 했다. 웜홀을 지나 육지유가 실종됐을 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그는 누가 육지유를 데려갔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주말, 오성에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강주는 맑았다.강소아는 기지개를 켜고는 티셔츠와 슬랙스 바지를 입고 내려와 소정애를 도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소정애는 그런 딸이 낯설다는 듯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얘, 언제부터 이렇게 철이 들었어? 엄마 도와줄 줄도 알고?”강소아는 얼굴을 붉히고는 수줍게 웃으며 소정애에게 안겼다.“저리 가! 가만히 있어, 튀김 하고 있잖아, 기름 냄새가 너무 세. 넌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말과는 다르게 소정애의 마음은 한없이 따뜻해졌다.“엄마, 제가 도와줄게요!”“아이고, 필요 없대도!”소정애가 옅게 웃었다. 지금껏 그가 딸에게 가르쳐 준 요리라고는 가장 기본적인,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요리밖에 없었다. 튀김 같은 고난도의 요리는 절대 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였다.가끔은 강우재가 딸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라고 얘기했었다.“나중에 시집가서 밥도 할 줄 모르면 구박받아!”그 말을 들은 소정애가 강우재를 흘겨봤다.“내 딸이 왜 시댁에 밥을 해줘야 해? 우리 소아의 남편이 평생 밥을 해 주면 될 거 아니야?”할 말이 없어진 강우재는 소정애가 억지를 부린다고 했다. 소정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어렸다.“걱정하지 마, 내가 배운 모든 걸 소아에게 가르쳐줄 테니까. 하지만 뭐든 천천히 해야
더 보기
제1000화
소정애는 진작에 딸의 마음을 알아냈다. 그녀도 한때는 강소아 같은 소녀였는데,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모든 게 확실해지기 전까지, 최군형을 완전히 교육하기 전까지 딸의 마음이 더 커지면 안 됐다.“됐어, 어서 가서 아빠랑 소준이 불러, 밥 먹자!”강소아가 힘없이 대답했다. 소정애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생각이 나면 전화라도 걸어서 언제 오는지 물어봐. 네가 직접 물어보는 게 우리가 물어보는 것보다 나을 거야.”“엄마, 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군형 씨 생각을 했다고요.”“응, 그래, 네가 안 했다면 안 한 거지. 아무튼,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줬다. 이제 네가 알아서 해!”강소아가 볼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비록 인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까보다 확실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그녀는 폴짝거리며 강우재와 강소준을 부르러 갔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가 팔을 뻗어 올리자 짧은 티셔츠 아래로 얇은 허리가 드러났다.“얘 좀 봐, 옷이 왜 이렇게 짧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소정애가 접시를 들고나오며 잔소리했다. 강소준이 그 말을 받아쳤다.“엄마가 뭘 알아요, 이거 요즘 유행이에요! 짧은 티셔츠에 하이웨스트를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요! 우리 반에도 이렇게 입는 친구들 많아요.”“네 누나는 원래 다리가 길어서 이렇게 안 해도 돼! 네 매형도 누나가 이렇게 입는 걸 안 좋아할 거야.”그 순간 식탁이 조용해졌다. 강소준은 몰래 강소아를 쳐다보며 짓궂게 웃었다.“누나, 그분 수호신 형님 아니야? 왜 계속 매형이라고 해?”“됐어, 밥이나 먹어!”소정애가 젓가락으로 강소준의 머리를 툭 쳤다. 모두가 깔깔 웃었다. 이어 소정애는 뭔가 생각난 듯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강소아의 허리에 가 닿았다.“응? 소아야... 네 허리에 있던 모반은 어디 갔어?”“모반이요? 아...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어요. 얼마 전에 시술로 없애버렸어요.”강소아가 머쓱하게
더 보기
이전
1
...
9899100101102
...
10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