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1046 챕터
제971화
“월세? 우리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요? 남편한테도 월세를 받아요?”최군형이 강소아를 바라보며 눈썹을 까딱했다. 그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어렸다.“아...”강소아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최군형은 그녀를 더 놀리지 않고 한손으로 접이식 침대를 들어 한구석에 갖다 놓았다.강소아를 지나칠 때, 최군형은 그녀의 달아오른 귀 끝과 얼굴의 솜털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상큼한 향기가 코를 파고들었다. 최군형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발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했다.“침대... 고마워요.”강소아는 고개를 들어 최군형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깊은 눈빛 속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강소아가 뭔가 생각난 듯 급히 말했다.“아, 맞다, 얘기할 게 있어서 왔어요! 혼인신고 말인데요...”최군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안에 들어서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강소아가 입술을 깨물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최군형 씨... 제가 당신을 우리 집에 들인 건 더 이상 구자영과 엮이기 싫어서에요.구자영이 그랬잖아요. 혼인신고를 안 하면 또 올 거라고. 물론 그냥 해본 말일수도 있지만, 구자영 성격이라면 정말 올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정말 혼인신고를 하자고요?”“아뇨!”강소아가 급히 부인했다. 최군형이 옅게 웃었다. 이윽고 강소아가 낮은 소리로 입을열었다.“그러니까, 어떻게 할 지 토론해 보자는 거죠. 며칠만 가게에 있어 줄 수 있어요? 구자영이 또 올까봐...”최군형은 그녀의 뜻을 알아챘다. 집 지켜주는 것처럼 가게도 지켜달라는 거였다.최군형은 작게 웃고는 가방에서 깨끗한 옷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물소리가 들렸다. 강소아는 밖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 앞을 맴돌고 있었다.‘정말 이상해! 몇 마디 더 하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최군형은 방금 일을 승낙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든 제 맘대로 하는 것 같았다.강소아가 긴 숨을 내뱉었다. 이 일은
더 보기
제972화
소정애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눈을 크게 뜨고 강소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이건 어떻게 한 거야? 정말 혼인신고라도 한 거야? 그건 아닌 거지?”“엄마, 무슨 소리예요! 누나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어요!”강소준이 강소아 대신 해명했다.“맞아, 내가 점심에 돌아왔을 때도 공부하고 있었어.”강우재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들 진정하세요. 이건 가짜입니다.”“가짜?”모두 깜짝 놀랐다.“강소아 씨가 말하길, 구자영이 다시 찾아올까 봐 무섭다고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것 같아요. 대책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최군형이 간결하게 설명했다.강소아는 놀라운 심정으로 증명서를 자세히 보았다. 아무런 흠집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진짜와 똑같았다.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최군형이 말하지 않는 이상은 가짜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었다.강우재와 소정애는 의문스러운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았다.결국 강소준이 모두가 궁금해하는 문제를 물었다.“수호신 형님, 이건 어떻게 한 거예요?”최군형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이는 유찬혁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변호사인 유찬혁의 인맥은 엄청나게 넓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꼭 그가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는 문서 위조 전문가, 블랙 해커도 포함돼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최군형은 목청을 가다듬고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한 겁니다.”“군형 씨가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강소아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아... 네. 전에 문서 위조 전문가였습니다.”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강우재가 사레 들린 듯 기침을 해댔다.최군형이 문서 위조를 했었다고?그 모습을 상상한 강소아가 풉 하고 웃었다.이때 소정애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아이고! 그러니까, 문서 위조를 하다 잡혔다는 거야?”“아... 네.”최군형이 흠칫하고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막노동이라도 하지, 왜 그런 일을 해!”“
더 보기
제973화
최군형이 패싸움 같은 일을 하다 잡혀 감옥살이를 한 줄 알았는데, 문서 위조 때문이었다니. 몸만 쓸 줄 아는 놈인 줄 알았지 이런 기술이 있을 줄은 몰랐다.소정애가 살짝 웃었다. 최군형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안 뒤로 그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줄 알았다.“군형아, 그럼 넌 손재주 있는 전과자인 거네! 그거 때문에 감옥살이한 거라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 패싸움보단 백배 낫잖아. 군형아, 잘못을 저질렀어도 제때 고친다면 괜찮아. 이렇게 진짜 같은 증명서를 만들었다는 건 네 실력이 상당하다는 뜻이잖아! 이 기술을 좋은 쪽에 쓰면 사회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야.”“맞아! 내 생각도 그래! 군형아, 혹시 위조지폐는 만들 줄 알아?”“쿨럭쿨럭...”최군형이 밥을 입에 문 채 어쩔 바를 몰라 했다.강소준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소아는 엄마, 아빠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눈치를 준 다음 일어나 물 한 잔을 따라 최군형에게 건넸다.최군형은 힘겹게 입안의 음식물을 삼켰다.위조지폐를 만들 줄은 몰랐지만 그릴 줄은 알았다. 그의 외할머니가 그린 반딧불이 그림 한 폭은 400억 원에 낙찰됐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외할머니의 그림 실력을 쏙 빼닮았다.강소아가 증명서를 서랍 안에 집어넣으며 웃는 얼굴로 최군형에게 말했다.“마침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했는데, 너무 잘됐어요. 구자영이 또 올까 봐 오늘 하루 종일 걱정했거든요.”“내가 있는 한 그럴 엄두는 못 낼 거예요.”최군형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강소아가 멍해졌다. 심장이 왜 마구 뛰는지 알 수 없었다.......저녁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홀로 집을 나섰다. 여덟 시가 조금 지난 터라 식사 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해변으로 향했다. 여름의 밤바다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어두운 해수면을, 희미한 지평선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그녀는 사람 적은 곳을 찾아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보기
제974화
강소아는 그를 한참 보다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복수할 방법이 있긴 있어요? 구성 그룹은 그 세력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저희 같은 사람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예요. 다 저 때문이에요. 구성 그룹의 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폭로하면 안 됐어요. 그들을 거부하면 더더욱 안 됐고요... 하, 결국 손해 보는 건 나잖아요. 제가 찾아갔던 상호들은 아직도 구성 그룹의 상품을 팔고 있잖아요!”강소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최군형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뭐가 잘못된 건지 알면 된 거예요.”강소아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말이 없었다. 최군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구성 그룹처럼 비도덕적인 기업은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힐 뿐이에요. 정의를 구현한 건 잘했어요. 방법이 조금 잘못됐을 뿐이에요.”강소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과묵한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많이 말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망설이다 물었다.“그럼... 방법이 있어요?”“아뇨.”최군형이 딱 잘라 말했다. 방법이 있어도 얘기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강소아도 그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데, 그라고 모든 걸 줄줄 불어버릴 수는 없었다.“아...”강소아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두 사람 다 어떤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최군형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강소아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눈썹을 까딱거리고는 작게 말했다.“좋은 방법이 생각난다면 함께 노력해 봐요.”“네, 좋아요!”강소아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먼 곳의 불빛이 그녀의 옆모습을 은은하게 비췄다. 그녀 뒤에 펼쳐진 바다는 빛나는 별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최군형은 어릴 적부터 매력적인 여자들은 많이 보았지만, 강소아 같이 눈을 뗄 수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연예계를 장악하고 있었기에 출세할 생각으로 최군형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보호 아래 단순하게 자라온 최군형은 그들의 속셈을 전혀 몰랐다. 하기에 걸핏하면 사진이 찍혀 실시간 검색
더 보기
제975화
강소아는 진열대 위의 과자들을 정리하고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두 분 마음가짐이 참 좋아요!”“몇 마디 말일 뿐이지, 재산은 안 건드렸으니 당연히 상관없지! 재산을 건드린다면 네 엄만 화가 나 쓰러질걸?”“강우재!”소정애는 옆의 물 한 병을 집어던졌다. 하마터면 강우재의 머리를 맞출 뻔했다. 그녀는 밖에서 물건을 나르는 최군형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건 진심인데, 저 아이가 오고 나서 우리 집이 아주 좋아졌어!”“소준이가 그랬잖아, 소아가 우리에게 수호신을 찾아줬다고.”“이 수호신 얼마나 더 있을 수 있는데? 집에 다른 사람은 있대?”“뭐 하려고 그래?”“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지! 당신 이 일은 상관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기필코 알아내고 말 거야!”강소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엄마를 보며 작게 웃었다.강우재와 소정애는 정리를 마치고 밥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 강소아는 한가했기에 가게에 남아있었다.최군형은 문가의 그늘진 곳에 앉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이때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음료수 두 잔을 내밀었다.“여기요!”최군형이 고개를 들어 그 반짝이는 눈을 쳐다봤다.“망고 스무디랑 타로 밀크티에요. 어떤 게 좋아요?”“아뇨, 전...”“줄 때 먹어요! 이거 차가운 거예요. 엄청 시원해요!”강소아가 망고 스무디를 최군형에게 밀어주었다. 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강소아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왜요, 맛없어요?”“...맛있어요.”“그럼 빨리 마셔요!”강소아가 웃으며 타로 밀크티를 들이켰다. 그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퍼졌다.“이런 거 많이 마시면 살쪄요.”최군형이 덤덤하게 말했다. 강소아가 쿨럭거리며 최군형을 흘겨보았다.“내가 살쪘단 뜻이에요?”“마른 편이죠.”최군형이 강소아를 훑어보고는 간결하게 답했다. 강소아는 확실히 마른 편이었다. 몸통은 종잇장같이 얇았고, 아무런 곡선도 보아낼 수 없었다.물론 그녀의 패션도 한몫했다. 그녀는
더 보기
제976화
강소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음속 무언가가 욱하고 올라왔다. 그녀가 입을 떼려는데 최군형이 먼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그녀는 깜짝 놀랐다.최군형의 넓은 등판이 그녀의 시야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그녀는 이제 구자영의 악독한 웃음도, 깡패들의 사악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최군형은 마치 커다란 벽처럼 강소아를 이 세계의 모든 추악함으로부터 차단했다.강소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할 말 있으면 저한테 하시죠.”최군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구자영이 팔짱을 끼고 그를 비웃었다.“너한테 하라고? 네가 뭔데! 신혼 생활이 좋긴 하나 보네, 이렇게 감싸고 도는 걸 보니까! 저 X이 침대 위에서 어떤 모습이기에 이렇게 푹 빠져버린 거야?”“구자영, 말 똑바로 해! 너...”강소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군형이 다시 그녀를 가로막았다. 강소아는 굴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구자영! 너...”“저리 가요!”최군형이 다시 그녀를 가로막았다. 강소아 혼자서 이 사람들을 상대하게 둬서는 안 됐다.구자영은 손뼉을 치며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비웃은 후 뒤쪽을 향해 눈치를 줬다. 이내 누군가가 봉고차 안에서 음료 몇 박스를 꺼냈다.구자영이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강소아, 좋은 소식이 있어. 구성 그룹의 ‘장미꽃 이슬’이 리뉴얼된 포장으로 새로 출시됐어! 하하하... 실망한 거 아니지? 네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였어도 이 돈은 우리가 계속 벌 거야! 네가 찾아갔던 상호 중에 아직 네 편인 상호가 몇이나 돼?”강소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 앞의 벽이 너무도 튼튼한 탓에 그녀는 욕할 기회조차 없었다.구자영은 신나 하며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우정슈퍼는 앞으로 20년 동안 구성 그룹의 음료수만을 판매한다.“강소아, 이건 네 아빠, 엄마의 글씨인데,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 이 물건들은 특별히 직접 가져왔어. 사흘 안에 모두 팔아버리도록 해!”“양심 없는 년! 이건 노예계약이나
더 보기
제977화
강소아는 순간 멍해졌다. 최군형의 눈빛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그 순간 강소아는 안전감과 함께 엄청난 용기를 얻었다. 최군형만 곁에 있으면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구자영이 고함을 질렀다.“최군형! 네가 뭔데? 감히 이년을 돕고 날 적으로 돌려?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해 봤어?”“결과? 전 가방끈이 짧아 그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데, 아가씨가 가르쳐 주시겠어요?”“너...”“그리고! 다시 한번 강소아 씨를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최군형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점점 구자영에게 다가갔다.어릴 적부터 금이야 옥이야 자라온 구자영은 이런 협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깡패들더러 가게를 부수게 했다.깡패들은 몽둥이 하나씩을 든 채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가게 안으로 떠민 후 밖에 우뚝 섰다. 강소아가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남자의 고함이 들렸다.“감히?!”깡패들이 그 자리에 굳어졌다.차가운 얼굴을 한 최군형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그의 눈빛 하나에 누구도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치 저승에서 걸어 나온 염라대왕 같았다.구자영도 무서웠다. 이 남자의 어떤 점이 무서운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앞에 서면 말 못 할 압박감이 생겨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너희... 너희 다 뭐 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사람도 상대해 내지 못한단 말이야? 당장 이 가게를 부숴버려!”최군형은 굳어진 얼굴과 날카로운 표정으로 매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깡패들은 모두 우물쭈물하며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때 맨 앞에 선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최군형을 향해 돌진했다.최군형은 날쌔게 피한 뒤 한 손으로
더 보기
제978화
최군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만 사레들리고 말았다.저녁, 강소아는 가게 문을 잘 닫고는 최군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최군형이 접이식 침대를 가져오려는데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이를 제지했다.“저기...”“왜요?”“그... 배고프죠? 먹을 거 해줄 테니까 먹고 자요.”말을 마친 강소아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최군형은 홀로 문 앞에 서있었다.시원한 밤바람이 달짝지근한 향기를 품고 불어왔다.얼마 뒤 강소아는 야식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그 냄새를 맡은 최군형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어서 먹어요!”강소아가 웃으며 숟가락을 건네주었다. 야식은 랍스터 볶음밥이었다. 최군형이 멍해 있자 강소아가 급히 설명을 덧붙였다,“아빠가 랍스터를 안 드시고 냉장고에 넣어두셨더라고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술 떠 입에 넣었다. 맛보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볶음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 처음 알았다. 랍스터의 풍미가 일품이었다.“어때요?”강소아가 웃으며 물었다. 최군형이 머뭇거리다 “음”하고 대답했다. 강소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맛없어요?”최군형은 대답하지 않고는 밥을 푹푹 떠먹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소아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데 침실 문이 열리더니 소정애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소아야... 뭐 해?”소정애가 주방을 힐끗 보았다. 요리한 흔적과 최군형이 먹고 있는 볶음밥을 보자 그녀는 단번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소아야, 이리 와서 우유 한 잔만 데워줘!”“엄마가 데우면 안 돼요?”“오라 하면 올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강소아는 의아한 심정으로 소정애를 따라 주방에 들어갔다. 소정애는 문을 닫고는 작은 소리로 딸을 혼내기 시작했다.“이 밤중에 자지도 않고 음식을 해주다니, 정말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라도 한 거야?”“엄마...”강소아가 붉어진 얼굴로 소정애를 응시했다. 소정애가 딸의 손을 잡았다. 하얀 손등 위에 기름에 덴 자국이 남
더 보기
제979화
강소아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엄마, 오늘 군형 씨 덕을 크게 봤어요...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해서...”“기다리고 있어, 엄마가 잘 교육할게!”“네?”강소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정애는 주방 문을 확 열고는 정색한 채 말했다.“군형아! 접시 가져와!”최군형이 깜짝 놀라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강소아도 어쩔 수 없었다.소정애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군형아! 어서!”최군형은 어쩔 수 없이 접시와 숟가락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정애가 싱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놔!”최군형은 소정애가 시키는 대로 했다.“이제 접시를 씻어. 하는 김에 냄비도 같이 씻고!”최군형이 멍하니 소정애를 쳐다보았다. 이 며칠간 그는 확실히 별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전에 강소아에게 밥을 해주려다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탓에 소정애가 이를 정리했었다.그런데 지금 소정애는 뭘 하는 걸까?최군형에게 집안일을 가르쳐주는 걸까?최군형은 알 수가 없었다. 집안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할 줄 몰랐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 딸린 보모만 대여섯 명이었다. 강주에 와서도 그는 최연준의 별장에 살고 있었다.낮에는 구성 그룹에서 트럭을 운전했지만, 밤에 별장에 돌아온다면 수많은 사람이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접시 씻는 법을 알겠는가?“먼저 물을 받고, 세척제를 넣어... 맞아, 그렇게. 그 수세미로! 군형아, 물은 적게 틀어! 이것도 다 돈이야. 그래, 그렇게. 깨끗하게!”소정애가 주방 문에 기댄 채 그를 지휘하고 있었다.최군형은 기름진 것들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물속에 담겨있었다. 물 위에는 세척제 거품도 떠다녔다. 그는 수세미를 가지고 죽을힘을 다해 접시를 박박 닦았다...그의 몸과 얼굴에 물이 가득 튀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화가 곧 분출할 화산처럼 부글거렸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최군형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소정애가 시키는 대로 힘겹게 설거지를 마쳤다. 소정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더 보기
제980화
최군형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급히 거실을 빠져나왔다. 소정애는 그런 최군형의 뒷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강우재가 눈을 비비며 나오다 침실 앞에 서있는 소정애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아니, 오밤중에 왜 안 자고 여기 서있어?”“꺼져!”소정애가 강우재의 머리통을 콕 쥐어박았다. 그제야 강우재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문밖의 사람과 제 아내의 신비한 웃음을 보고는 금세 어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소정애를 방으로 잡아끌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정말 소아에게 이 사위를 점찍어준 건 아니지?”소정애가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안 될 게 뭐 있어? 방금 저 아이 가정에 대해서 다 물어봤어! 가정사가 있긴 하지만 데릴사위로는 괜찮은 것 같은데!”“뭐?”“설마 소아가 우릴 떠나 다른 집에 시집갔으면 하는 거야?”강우재가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 언젠가는 딸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가 강소아를 다른 남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면, 그는 절대 안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소정애가 흥분해 말했다.“그러니까! 군형이를 집에 남겨두면 수호신 노릇을 할 뿐만 아니라 사위도 될 수 있잖아!”“하지만...”아빠의 마음은 모순적이기 마련이었다. 한편으로는 강소아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 주기를 바랐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소아에게 접근하는 모든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소정애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아니야! 잘 교육해서 우리 마음에 드는 사위로 만들어야지! 지금 가장 머리 아픈 건 전과인데... 에이, 이것도 별거 없어. 주먹질하다 잡힌 게 아니잖아. 다 먹고 살려고 그런 건데, 그 정도는 봐줘야지! 여보, 이 아이 착하긴 한 것 같아. 우리가 잘 교육하면 문제없을 거야!”“그래! 이 일은 당신 말대로 하자. 당신에게 맡길게. 당신은 꼭 잘 교육할 수 있어.”중년 부부의 손이 한데 맞잡혔다.“걱정하지 마! 우리 딸에게 완벽한 사위를 만들어줄 테니까!”“응!”최군형은 문밖에
더 보기
이전
1
...
96979899100
...
10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