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1056 챕터
제961화
마지막 가게에 도착할 무렵, 그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진열대와 물건들이 가게로부터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다.최군형은 흠칫했다. 한 여자가 분노에 겨워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남자 한 무리가 이를 비웃고 있었다. 구 씨 집안 아가씨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가게 입구에서 서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난장판이 된 바닥을 바라보며 득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강소아, 경고하는 거야! 다시 한번 허튼소리 하면서 우리 집안을 깎아내린다면 그땐 가만 안 둘 거야!”“너희가 떳떳하다면 내가 이럴 필요도 없잖아? 구자영, 너야말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하느님이 너희 온 식구들을 한꺼번에 데려가시면 어쩌려고 그래?”강소아가 구자영을 쏘아보며 말했다.“미친X, 감히 날 저주해?”강소아는 더 이상 구자영을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과일, 채소들은 모두 더러워졌고 음료수병들은 모두 깨졌다. 그나마 살려볼 수 있는 건 포장된 간식뿐이었다.그녀가 간식 한 봉지를 집을 때, 굽 얇은 하이힐이 봉지를 꽉 밟았다. 그 발의 주인은 구자영이었다. 그녀는 하이힐 굽을 땅에 비볐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들렸다.강소아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뭔가 결심한 듯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간식 봉지를 확 잡아당겼다. 구자영은 그만 중심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고 말았다.강소아는 담담하게 일어섰다. 구자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경호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너희 다 뭐 해? 이 X이 나 괴롭히는 거 안 보여? 당장 이 가게 부숴버려!”경호원들이 움직이려 할 때, 갑자기 큰 인영 하나가 나타나 강소아를 가로막았다.구자영은 깜짝 놀라 그 인영과 그 뒤의 트럭을 자세히 쳐다보았다.“최군형? 네가 화물을 나르는 거야?”최군형은 무표정이었다. 그의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비쳤다.구자영은 구성 그룹에 감옥에 갔다 온 기사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과묵한 성격이라 묵묵히 이 주변의 가게에 납품할 화물만 나른다고 했다. 그래서 숫기 없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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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구자영, 너 미쳤어?”강소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었다. 최군형이 그의 앞을 막을 때에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다들 저리 가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강소아, 협박하지 마. 사흘 안으로 이 자식과 혼인신고를 안 한다면 다시 찾아올 거야. 신고해도 소용없어. 그깟 벌금 낼 돈은 우리 집에 차고 넘치니까. 하지만 네 부모는 다르지. 네 부모 평생의 노력이 담긴 가게가 망가지는 꼴 보고 싶으면 계속 이렇게 해.”구자영이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말했다.“너...”강소아는 손을 힘껏 쳐들었지만 차마 내리치지는 못했다. 구 씨 집안의 실력으론 그녀가 신고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구성 그룹의 상품을 여전히 잘 팔릴 것이다.이 난리 통에도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웃들은 모두 고개를 내밀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그러니...구자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소아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었다.강소아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가 힘들어지는 건 괜찮았지만 그녀의 아빠, 엄마, 남동생까지 연루될까 봐 겁이 났다.최군형이 차가운 눈길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쓸어보았다. 강소아의 슬픔과 분노, 구자영의 건방짐, 다른 사람들의 냉정함까지 모두 똑똑히 보였다.최군형은 강소아가 불쌍했다. 여자들의 싸움에는 별 흥미가 없었기에 이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구자영은 제 얼굴을 가리키며 강소아에게 소리쳤다.“어디 한 번 때려봐! 왜, 못 하겠어? 때리라니까! 강소아, 못 하겠어? 정작 하자니 무서워? 때려봐!”강소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구자영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녀의 여린 손등에 커다란 손바닥이 닿았다.“말도 많지.”최군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구자영은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을 감싸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소아도 얼떨떨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최군형이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구자영을 때린 것이다.“악!”구자영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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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이 남자와 그랬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하지만 그가 아니었으면 방금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강소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릿속에 여러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사흘, 혼인신고, 가게...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최... 최군형 씨, 맞죠?”강소아가 최군형의 이름을 불렀다. 최군형의 진열대를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그는 강소아를 등지고 있었지만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최군형 씨, 그냥, 우리 같이 살아요.”“네?”최군형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이 강소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그냥 불쌍해서 한 번 도와준 것뿐인데, 평생을 함께하자고? 도와주면 안 됐던 걸까?강소아는 최군형의 시선을 의식하고 얼굴이 빨개져 급히 설명했다.“거, 걱정 마요, 결혼하자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냥 같이 살기만 하자고요.”최군형이 손에 든 음료를 떨어뜨렸다.“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강소아는 말하면 말할수록 얘기가 꼬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최군형을 이용해 급한 고비를 넘길 생각이었다. 최군형과 함께 살면 구자영이 그렇게 자주 오지 않을 것이었다.구자영이 그녀를 난처하게 하는 방법이 이런 거라면, 그냥 결혼하고 말 것이다. 가게를 지킬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그리고 방금 최군형이 그녀 앞을 막아섰을 때 너무도 안심됐다.“제 말 좀 들어봐요. 제가 당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구자영은 계속 날 난처하게 할 거예요. 제 부모님까지 이 상황에 말려들어 오는 게 싫어요. 이 가게는 우리 집의 전부에요, 이렇게 잃을 수는 없어요.”최군형의 진열대를 정리하는 손이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 멈췄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렇게 결혼하는 건 너무 조촐하지 않아요?”“아니, 진짜 결혼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강소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날 이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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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제 이름은... 강소아에요.”강소아는 짧게 대답한 뒤 진열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군형이 놀랍다는 듯 물었다.“그쪽도 강 씨에요?”“네, 왜요?”강소아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최군형은 고개를 저으며 보일 듯 말듯 웃었다.기 막힌 우연이었다. 그의 엄마도 어릴 적인 강 씨였다.그녀가 강 씨라는 걸 의식하자 최군형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몇 번 더 보기 시작했다. 그날의 몰골과는 다르게 지금의 그녀는 좀 더 청순했다. 평범한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도 그녀가 입으니 달랐다. 심지어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다니.최군형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강소아는 최군형더러 짐을 챙긴 뒤 내일 바로 입주하라고 했다. 그러나 밤이 되자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특히 방금 강우재, 소정애, 강소준의 의아한 눈길을 보니 더욱 그랬다.어떻게 그녀를 범한 남자를 집에 들일 수 있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어떻게 알고?이 일은 죽어도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특별한 상황이었고, 최군형만이 이 가족을 도와줄 수 있었다.강소아는 고개를 숙이고 의자에 앉아 불안한 듯 손을 비볐다. 그녀는 가끔 고개를 들어 가족들을 힐끔 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소정애가 마음 아픈 듯 말했다.“소아야, 뭘 어떻게 생각한 거야? 그런 놈을 집에 들이다니?”“내가 봤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너무 과묵해! 표정도 냉랭하고, 사람 보는 것도 죽일 것처럼 노려보지 않나. 소아야, 아빠가 이사 갈 거라고 했잖아. 어떻게...”“아빠, 엄마. 다 절 위해서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저 때문이잖아요. 제가 처리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구 씨 그룹은 저흴 놔두지 않을 거예요. 이 가게가 망가지는 건 보기 싫어요.”강소아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강소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소정애는 이미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강우재도 헛기침하며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도 슬펐지만 그 정도로 마음이 약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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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걱정 마요! 그 사람 와도 방이 없어서 거실에서 자야 해요! 그...”강소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정애가 딱딱 끊어 말했다.“그리고, 내가 그 사람한테 잘 대해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강소아가 엄마를 끌어안고 그의 등을 다독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좋은 얘기만 골라가며 말했다.“엄마 사실... 그 사람도 좋은 모습이 있어요. 건장한 사람이니까 집에 있으면 얼마나 안정적이에요. 정말 싫으면 그냥... 그냥 수호신 하나 뒀다고 생각해요. 그가 문 앞에 있으면 구자영도 함부로 못 들어올 거예요!”소정애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강소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쩔 수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두가 잠든 깊은 밤, 소정애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소아의 옆에 앉아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20년이 지났지만 그날은 아직도 생생했다.강우재와 결혼한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그녀는 배를 타고 오성의 병원에 갔었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한 남자가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한 살 정도였는데, 초롱초롱한 눈과 뽀얀 볼이 너무도 귀여웠다.소정애는 아이들, 특히는 이렇게 예쁜 아이를 보면 눈을 떼지 못했다. 가방 속에 있는 모든 간식들을 모두 이 아이에게 주다시피 했다. 아이를 안은 남자는 이를 경계하며 아이를 데리고 갑판으로 갔다. 소정애는 아쉬워하며 뒤쫓아가 남자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였다.오성과 강주 사이에 있는 항구에서 배가 멈췄다. 손님들이 배에 오르는 사이, 남자는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오겠다며 소정애더러 아이를 봐달라고 했다.강우재와 소정애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이때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급히 배에서 내려 아이를 달랠 간식을 사러 갔다.바로 이때 배가 떠나갔다. 그 배는 사고로 전복돼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원히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이 일을 생각하자 소정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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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다음 날 최군형은 짐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들어섰다가 평생 받아보지 못한 “냉대”를 받았다.강소아는 학교에서 할 일이 남았다며 스스로 가라고 최군형에게 집주소를 찍어주었다. 최군형은 그 주소를 따라갔다.그들은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나무로 된 바닥은 밟으면 끼익하는 소리가 났다. 다행히 아주 좁은 곳은 아니었고, 복층으로 된 집에 두 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강소아 가족의 집은 왼쪽이었다. 1층은 거실,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침실이 있었다. 2층은 커다란 방이었고, 분위기 좋은 베란다도 있었다. 검은색 난간 위로 가시 돋친 장미들이 피어났다.최군형은 정신이 팔려 이곳을 구경하고 있었다.“여긴...”“누나 방이에요.”강호준이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 최군형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부모님이 누나에게 참 잘 대해주네요. 여기가 가장 큰 곳이죠?”강호준이 씩 웃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최군형이 그 뒤를 따랐다. 좁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 곳에서 산다면 적막할 걱정은 없을 것이었다.최군형이 보일 듯 말 듯 웃었다.그들은 거실로 들어갔다. 강우재는 거실 중앙에 앉아 있었다. 남방에 슬리퍼만 신던 그도 오늘은 정장과 구두를 차려입고는 가장의 권위를 지키고 있었다. 소정애도 파마하고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강소준이 자리에 앉아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렸다. 안경 너머로 곱지 못한 시선이 보였다.최군형은 그들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맞은편의 세 사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군형은 건장한 체격에 싸움도 잘하는 데다 감옥까지 갔다 왔다. 온 식구가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게다가 과묵한 성격에 언제나 무표정으로 있으니 더욱 무서운 모습이었다. 그러니 첫날부터 기를 확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큼큼.”소정애가 헛기침하며 강우재에게 눈치를 주었다. 평생을 소시민으로 살아온 강우재는 이런 일을 해본 적 없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그... 너!”최군형은 흠칫했다. 강우재가 팔을 쭉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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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최군형이 차갑게 웃었다. 이 사람들 연기를 못해도 너무 못했다.소정애가 눈을 부릅떴다.“너, 웃긴 뭘 웃어? 이게 웃겨?”최군형은 서늘한 눈길로 멍청한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부부를 바라보았다.소정애는 남편이 우물쭈물하자 차라리 자신이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입술을 축이고는 목청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집에 왔으면 우리 집 규칙을 지켜야 해. 알겠어?”최군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 넌 거실 바닥에서 자야 해.”“엄마, 누나가 오전에 접이식 침대를 사 왔어요.”강소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접이식 침대는 무슨! 바닥에서 자라면 바닥에서 자!”소정애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최군형이 코웃음을 쳤다. 바닥에서 자는 건 상관 없었지만 강소아가 그에게 침대를 사줬다니, 이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그는 강소준의 눈길을 따라 벽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이불 홑청이 씌워진 접이식 침대가 보였다.최군형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두 번째, 우리 가족은 밥을 적게 먹어, 알지? 그러니 따로 네 몫은 안 할 거야.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나가서 사 먹어.”최군형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 집 쌀을 낭비하지 말라는 건가?최군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소정애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세 번째,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고, 가게에서는 가게 일을 도와야 해. 상자들을 옮기고, 상품을 진열하는 일들 말이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너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해. 그리고 네 번째, 네 옷은 너 절로 씻어, 더러운 옷을 아무 데나 벗어두지 말고, 특히 소파에는 절대 버리지 마. 그리고 2층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들어가지 마. 들어가는 순간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알겠어?”소정애가 이를 악물고 2층을 가리켰다.소정애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강우재와 소정애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강소준을 쳐다보았다. 시선이 맞닿은 세 사람이 동시에 최군형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이때 최군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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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다른 사람들은 최군형의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한참 뒤 소정애가 입을 열었다.“뭐... 뭐 하려는 건데?”최군형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정애는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몸매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다. 자신의 엄마보다 열 살은 많아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무섭지만 힘껏 날갯짓을 해 새끼를 지키는 어미 참새처럼 최군형에게 대들고 있었다. 소정애의 모성애는 절대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강우재가 초조한 표정으로 소정애의 옷깃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보, 꼬투리 잡지 마, 못 이겨...”“그런 소리 하지 마!”소정애는 강우재를 흘겨보고는 다시 경계하는 눈빛으로 최군형을 쳐다보았다.최군형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짐을 구석에 갖다 두고 문가에 앉았다. 세 식구는 한참 뒤에야 긴장이 풀린 모습으로 서로를 힐끔거리고는 조용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후 내내 그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강소아는 계속 도서관에 있었다. 최근 머리 아픈 일이 많았는데, 공부할 때만이 잠시라도 그런 고민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하수영은 그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녀는 바닐라 라테를 두 잔 사 강소아의 앞에 한 잔 놓아주었다.“오후에 커피를 사주다니, 나보고 오늘 밤은 자지 말라는 거야?”“안 마셔도 못 잘 걸! 집에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왔는데, 잠이 올 것 같아?”“난...”“소아야, 꼭 이래야 해? 최군형 그 사람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그리고...”하수영이 책상에 엎드린 채 강소아를 보고 얘기하다 말을 흐렸다. 강소아는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마셨다.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쌌지만 손끝은 여전히 차가웠다.잘 생각해보면, 그녀도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몰랐다. 처음 하면 다들 아프고, 피도 난다는데.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아무 통증이 없었다. 피가 묻어있는 곳도 없었다. 그러니까 어쩌면...어쩌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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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날씨가 더우니 밖에서 자도 시원해서 괜찮았지만, 문제는 모기였다.강소아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작은 크기의 침대였던지라 최군형의 다리 절반은 허공에 뜬 채였다. 넓지도 않아서, 마치 어른이 아동용 침대에 누운 것 같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강소아는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강소준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강소아가 물었다.“안 자?”“수호신 안 데려왔어?”강소준이 최군형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스스로 나간 거야, 엄마 아빠가 나가라고 한 거야?”“스스로 나갔어. 맞다, 누나, 배 안 고파? 밥 줄게!”강소준이 대답하며 주방에 들어가 랍스터 볶음밥을 내왔다.“아직도 따뜻해!”강소아가 어리둥절하게 강소준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였다면 랍스터 요리를 해도 한 마리를 통째로 할 것이었다. 가뜩이나 비싼 랍스터를 살만 발라내 밥을 볶을 리는 없었다.“이건...”“수호신이 누나 몫이라고 남겨둔 거야!”강소준이 신비하게 웃었다.“뭐?”“수호신이 밥 먹기 전에 나갔다 왔거든. 뭘 하려는 지 몰라서 부모님도 안 말리시고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얼마 안 지나 랍스터 네 마리를 사 왔어, 이렇게 큰 랍스터를 무려 네 마리씩이나!”강소준이 흥분한 얼굴로 열심히 랍스터의 크기를 설명했다.강소아는 집안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건 알았다. 소정애였으면 네 마리는 고사하고 한 마리를 사도 한참을 고민했을 터였다.“누나! 그냥 이렇게 들어와서, 팍! 하고 랍스터 네 마리를 내려놨다니까? 그리고 하는 말이, 두당 한 마리씩이래. 나머지 한 마리는 건드리지 말래!”강소준이 계속해서 흥분한 얼굴로 상황을 재연했다.강소아는 깜짝깜짝 놀라며 강소준의 말을 들었다. 강소준이 멋있다는 듯 헤헤 웃으며 중얼댔다.“와, 진짜 멋있어.”강소아가 문 바깥을 쳐다보았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볶음밥은 아직도 따뜻했다. 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식탁에 앉아 볶음밥을 한술 떴다.“뭐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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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누나, 엄마가 오늘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십몇 년 동안 이 빗자루를 썼는데, 오늘 이렇게 끊어졌어!”강소준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최군형 씨가 엄마한테 손찌검이라도 했어?”“아니!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겁주려고 했는데, 말하다가 욱해서 그만 정말 때려버렸어, 그런데 그만 끊어진 거야. ”강소아가 눈을 크게 떴다. 강소준이 문밖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나, 저 사람 아이언맨, 뭐 그런 거 아니야?”강소아는 얼른 강소준을 쫓아버렸다. 그녀는 식탁 위의 볶음밥을 한참 쳐다보다가 문밖의 최군형을 바라보았다.최군형은 옆으로 돌아누운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불은 그의 배 쪽만 겨우 가리고있었다. 팔다리에 탄탄하게 잡힌 근육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강소아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순간 피어오른 생각들을 애써 억눌렀다.첫날은 이렇게 무사히 지나갔다. 다음 날 새벽, 강소아가 조용히 계단을 내려왔다.주말이면 가게는 항상 바빴다. 강우재와 소정애는 아침 일찍 나가 상품을 들여오고 오픈 전에 진열대를 정리했다.강소준은 밖에서 영어단어를 외우는 습관이 있었다. 지금도 아마 집 근처의 공원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을 것이었다.강소아가 문밖에 나가니 최군형도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빈 침대를 쳐다보았다. 이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강소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인 최군형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금방 운동을 마친 모양이었다. 각진 얼굴이 단단한 인상을 풍겼다. 몸에 달라붙은 티셔츠는 땀에 살짝 젖어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를 드러냈다.강소아의 시선은 그의 가슴 앞의 두 점에 고정됐다.“뭘 봐요?”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강소아가 급히 고개를 돌리며 작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잠은 잘 잤어요?”“네.”최군형이 수건으로 아무렇게나 얼굴을 닦았다.강소아는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그는 언제나 과묵하고 냉정했다.하지만 강소아는 어릴 적부터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고, 세상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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