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068 챕터
제1001화
햇살 좋은 주말이었지만 최군형이 없는 탓인지 강소아의 시간은 유독 느리게 흘렀다. 그녀는 멍하니 문 앞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었다. 이때 자동차 경적이 텅 빈 이곳에 쨍하게 울렸다.강소아가 급히 달려 나갔다. 문 앞에는 태양 아래 반짝거리는 빨간 스포츠카가 서 있었다. 컬 굵은 파마를 한 운전자가 선글라스를 벗고 강소아에게 손을 흔들었다.“나가서 놀자! 빨리 타!”강소아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를 뻔했다.“수영아? 네가 어떻게...”눈앞의 하수영은 강소아가 아는 하수영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지난주까지 하수영은 수수한 옷차림에 매일 조용히 다니는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강소아가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프다는 말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올 거야, 안 올 거야?”강소아가 웃으며 하수영의 차에 올라탔다. 차 안도 역시 호화로웠다. 가격이 상당할 것 같았다.강소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자기 티셔츠와 바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어 하수영의 원피스와 하이힐, 보석이 박힌 목걸이와 진주 팔찌를 쳐다보았다. 하수영은 백조가 되었는데 자신은 여전히 미운 오리인 것만 같았다.차 뒷좌석에는 하수영의 명품 백이 놓여있었다. 강소아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며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진 거지?’“야, 왜 그래?”하수영이 웃었다. 차가 달리자 그녀의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아무것도 아니야.”강소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다른 세상 사람 같아,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너 되게 예쁘다.”그 말을 들은 하수영이 환하게 웃었다.“소아야. 이렇게 치장하니 구자영도 나한테 안 될 것 같아, 안 그래?”“넌 원래 걔보다 예뻐!”“오늘 너도 나처럼 예뻐지게 해 줄게!”“응?”강소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하수영이 액셀을 힘껏 밟았다. 차가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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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소아야, 이 가방도 잘 어울려! 이것들 다 입어 봐. 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하수영이 소파에 털썩 앉자 직원이 즉시 예쁜 디저트를 갖다주었다.강소아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손에 물건을 가득 든 직원 몇 명이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강소아가 우물쭈물하며 탈의실에 들어가려 하지 않자 하수영이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사실대로 알려줄게. 우리 부모님 벼락부자 됐어!”“뭐?”“그러니까... 전에 산 주식이 어떻게 된 일인지 미친 듯이 오르는 거야. 두 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올랐어! 정말 하늘에서 떡이 떨어졌지 뭐야.”강소아는 반신반의했다. 그녀도 주식 쪽에 조금 관심이 있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증권 시장의 시세쯤은 알 수 있었다.최근에는 대부분의 주가가 내렸으나 확실히 크게 오른 주식 몇 개가 있었다.정말 하수영의 부모님이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었다.“그래도 이렇게 낭비하면 안 돼! 다 네 부모님 돈인데, 막 써도 돼?”강소아가 하수영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하수영이 급히 설명했다.“아니, 내 돈도 있어! 그냥... 그냥 쓰면 돼. 마음에 드는 건 다 사줄게. 오늘은 내가 쏜다!”“수영아...”“소아야, 넌 내 최고의 친구야! 전에 부모님이랑 싸우고 쫓겨났을 때 네 집에서 묵던 거 잊었어? 넌 계속 날 받아줬잖아. 내가 어려울 땐 항상 나서서 날 보호해 줬고. 그 정은 평생 잊지 않을 거야! 소아야, 난 언제나 네게 보답하고 싶었어. 한 번만 그럴 수 있게 해줘, 응?”하수영이 강소아의 눈을 보며 진정성 있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원마저 섞여 있었다.강소아가 작게 웃었다.“바보, 우리 사이에 이런 게 필요해?”“소아야!”“알았어... 그럼 이렇게 많이는 말고, 옷이랑 신발 하나씩만 고를게. 되지?”강소아가 못 이기겠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수영이 복잡한 표정으로 강소아를 바라보았다.“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작년에 그랬잖아, 올해는 엄청난 생일선물을 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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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전화를 끊은 하수영의 손에 식은땀이 돋아났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명품관 안으로 들어갔다. 강소아가 아직 나오지 않은 걸 보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까지 걸었다.“소아야, 다 됐어?”“옷이 조금 커, 한 치수 작은 거 있어?”하수영은 얼른 직원에게 한 치수 작은 옷을 가져다주라고 지시했다.“소아야, 그러면 먼저 보고 있어. 나, 나 화장실 갔다 올게!”강소아가 응 하고 대답했다. 하수영은 명품관을 뛰쳐나가 지하 1층 카페로 달려갔다.가장 구석진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하수영은 떨리는 손을 감추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의 앞에 앉았다.남자가 카드 한 장을 던지듯 그녀의 앞에 놓았다. 모자가 남자의 얼굴 반쯤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소름이 끼쳤다.“일을 잘 처리했더군요! 이건 도련님께서 주시는 상입니다.”“감사합니다...”“강소아를 이곳에 묶어두세요. 절대 그녀가 오성에 가게 하면 안 됩니다!”하수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하지만... 전 오성에서 취직하고 싶은데요.”“그건 그때 다시 얘기하죠.”하수영은 더 할 말이 남았지만 남자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는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말을 마친 남자가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하수영 씨, 저희가 드린 임무만 잘 마치신다면, 절대 섭섭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건 도련님의 약속입니다.”“도련님은... 왜 저를 고용하지 않으세요?”하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이요?”하수영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육씨 가문 아가씨를 연기할 사람이 필요한 거라면, 왜 그녀를 고용하지 않는 거지?왜 그녀더러 강소아에게 접근하고, DNA 표본을 제공하고, 눈물점을 찍고, 모반을 없애게 한 거지? 그러고는 다른 사람더러 육소유를 사칭하게 하다니?하수영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육소유를 사칭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시선을 보지는 못했지만 멸시와 비웃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하수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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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이분이 최씨 가문 큰 도련님이시죠?”식사 자리에서 육명진이 최군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최군형도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육명진은 중년의 나이였지만 20대 청년보다도 생기 있어 보였다. 외모 또한 준수했다.게다가 그는 육경섭과 똑 닮았다. 누가 봐도 육경섭의 친척이었다.최군형은 인상을 쓰며 곁의 육소유를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강서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군형아, 명진 삼촌이 얘기하잖아! 이분은 네 삼촌뻘이야.”최군형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를 차렸다. 육명진이 크게 웃고는 최군형을 칭찬하기 시작했다.“최씨 가문 아이들은 하나같이 비범하군!”“과찬이세요. 저희 큰아들은 다 좋은데, 너무 과묵해요.”“뭘 그래, 듬직하니 좋구먼.”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육명진은 육경섭보다 여우 같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육경섭은 이런 인사치레를 하지 않았다.술자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육명진은 한쪽 손을 육경섭의 어깨에 올리고 어릴 적의 일들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얘기하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형, 딸을 찾아주면 답례로 정섭 엔터테인먼트 지분 30%를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술을 잔뜩 마셔 머리가 흐리멍덩한 육경섭은 하마터면 이를 승낙할 뻔했다. 급해진 최연준이 식탁 밑으로 육경섭의 다리를 힘껏 차 보기도 하고, 그에게 눈을 부라리기도 해 봤으나 육경섭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이때 최군형이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삼촌, 농담이에요, 진지하게 하시는 말씀이세요?”“이건 나와 우리 형님 사이의 약속이야, 네 알 바 아니야... 하하, 많이 먹어!”육명진이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최군형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육명진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죠. 최근 연예계는 정섭 엔터테인먼트와 우리 집의 어진 엔터테인먼트가 꽉 잡고 있잖아요. 저흰 경쟁이 아니라 서로 합작해서 서로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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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그는 육명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넌 꼭 와야 해, 알겠어?”육명진이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그와 인사치레를 주고받았다.최군형은 곁의 육소유를 바라보았다. 식탁에 앉고부터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머리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고 있었다. 큰 눈에 많은 사연이 담긴 듯했다.......돌아가는 길, 최군형은 침묵을 지켰다. 강서연과 최연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다.육소유를 납치한 사람은 육경섭의 먼 친척이었다. 그리고 육소유를 찾아온 사람은 육경섭의 사촌 동생이었다.육경섭이 가업을 물려받기 전에는 아무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최연준이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여보, 나 조금 걱정돼. 전엔 경섭 씨 친척이 돈 때문에 소유를 납치했었고, 지금은 육명진 씨가 다시 소유를 찾아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맞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우정 언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차마 말 못 하겠어요. 만약 진짜 소유가 돌아오기라도 한 거면...”“뭘 그렇게 생각해요? 소유를 우리 병원으로 데려와 DNA 검사를 해보면 되잖아요! 경섭 삼촌과 우정 아줌마 표본은 쉽게 얻을 수 있고, 소유 것만 얻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침묵을 지키던 최군성이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웃으며 말했다. 강서연이 그를 보며 물었다.“좋은 방법이 있기라도 한 거야?”최군성이 짓궂게 웃으며 형을 쳐다보았다.“우리 형이 그 사람과 혼약이 있지 않아요? 두 사람 결혼하고 같이 자는 사이가 되면 표본 정도야 쉽게 얻을 수 있잖아요. 첫날밤에 바로... 아!”최군성의 말이 끝나가도 전에 최군형이 동생의 뒤통수를 내리쳤다.“엄마, 형이 날 때려요!”“엄마, 얘가 먼저 까불었어요!”“왜 동생을 때려요?”“넌 왜 형을 그렇게 말해?”강서연은 기가 차기도, 웃기기도 했다. 이들 형제는 종종 이렇게 싸웠다. 최연준이 으름장을 놓아야 겨우 싸움이 끝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다들 조용히 안 해? 엄마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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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전화음이 한참을 울렸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더욱 당황했다. 표정은 굳어졌고 코끝에는 땀방울이 맺혔다.그들을 태운 차는 이미 최상 빌라로 들어서고 있었다.강서연은 역시나 차에서 잠이 들었다. 최연준은 모두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내고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고 차에서 내렸다.최군성은 헤드셋을 끼고 휘파람을 불며 부럽다는 눈빛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형, 난 언제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빠가 엄마를 대하는 것처럼 평생 아껴줄 수 있는데.”최군형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최군성은 형의 안색이 창백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을 보아냈다.“무슨 일 있어?”최군형은 그를 흘깃 보고 돌아가 쉬라고 한 뒤 홀로 정원의 구석까지 걸어갔다. 계속해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으나 여전히 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몇십 개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어쩌면 그 오솔길을 걷다가 위험에 처했을 수 있다. 어쩌면 구자영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최군형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전용기를 불러 강주로 돌아가려 할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가 왜 그래요, 무섭게!”최군형은 멈칫했다. 이내 스르르 긴장이 풀렸다. 자신이 들어도 정상적인 목소리 같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 이런 반응은 확실히 비정상적이었다.“큼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기, 그러니까, 방금, 방금 당신이 해변에서 산책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라도 걸어서 알려주려고요. 날이 추운데 옷 많이 입고 다녀요!”최군형이 헛기침하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강소아가 어리둥절해졌다.“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지금 여름이잖아요!”“아, 그럼 날이 더운데 옷 많이 입고 다녀요.”“최군형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오성과 강주는 그리 멀지도 않은데, 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 같죠?”강소아가 깔깔거리며 물었다. 최군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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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일을 왜 멋대로 말해?”최군형이 동생을 다그쳤다. 최군성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형, 정해지지 않았다는 일이 뭐야? 육소유야, 강주 여친이야?”“너...”“때리지 마!”최군성이 선수 쳤다. 최군형은 주먹을 내리고는 최군성을 흘겨보았다.눈치 빠른 최군성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척척 알아맞히곤 했다. 정곡을 찔릴 때는 정말 한바탕 때려놓고 싶었다.“형, 내가 정리해 줄게!”최군성이 히히 웃으며 팔을 뻗어 형의 머리칼을 정리하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그를 바라보았다.“자, 다 정리해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보답할 거야?”“주먹맛 좀 볼래?”“아니.”짧게 대답한 최군성이 진지하게 말했다.“형, 내가 정리한 게 맞다면 여자 친구 사진 좀 보여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최군형이 서늘하게 동생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주춤한 최군성이 말했다.“어, 그러니까... 형, 지금 문제는, 그 육소유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다는 거지?”최군형이 귀찮다는 듯 동생을 흘겨보았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경섭 삼촌과 우정 아줌마는 너무 기뻐서 사고가 잘 안되는 것 같고, 그 육소유도 경섭 삼촌과 닮은 구석이 있고 말이야.”“응, 그런데?”“그러니까 그 두 분은 진짜 육소유가 돌아온 게 맞다고 확신하고 있어! 그러니 진가를 가려내는 건 우리 둘이 해야 해.”최군성이 비장한 표정으로 형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중점은 한 마디도 없었다.최군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아. 지금 어떻게 해야 해? 정말 그 여자랑 결혼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야?”“그럴 필요는 없어. 하지만 양가 부모님이 모두 이 일을 기억하고 계시는데,일부러 반항할 필요도 없어. 부모님 말씀을 따르는 척하며 육지유의 DNA표본을 구하는 거야. 형, 양가 측에서 모두 당연히 결혼하는 거로 생각하시는데, 그럼 연애하는 척이라도 하지 그래? 연애하면 손도 잡고 입도 맞추잖아. 그럼, DNA 표본을 구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니야?”“최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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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최군형이 그를 풀어주었다. 형제는 나란히 정원을 걷고 있었다. 똑같이 훤칠한 그림자였지만 한 명은 묵묵히 걷고 있었고 한 명은 어깨를 부여잡고 아프다는 듯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최군형은 만족스럽게 웃고는 최군성의 목덜미를 잡고 그를 끌어왔다. 믿음이 안 갈 때가 많은 동생이지만 방금 한 말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먼저 강주에 가서 키스하고 와.”그녀와... 키스를.최군형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다셨다. 심장이 멋대로 뛰기 시작했다.“형? 형!”최군성이 소리를 질러서야 최군형이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 얘기하는데 듣지도 않고!”그들 형제는 어릴 적부터 투덕댔지만, 그 우애만큼은 의심할 수 없었다. 최군성이 어떤 말을 하든 최군형은 항상 집중해서 들었었다.그제야 최군형은 확신했다. 형은 강주에 가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최군형이 두어 번 헛기침하며 말했다.“아, 듣고 있었어. 방금 무슨 말 했어?”“...”‘듣고 있었다며?’최군성이 입술을 삐죽대고는 다시 한번 말했다.“부모님 정말 알콩달콩 사신다고! 부러울 지경이야.”“부러워할 필요 없어. 우리도 두 분처럼 살 테니까.”“형, 아빠는 딸을 얻고 싶어 했는데 엄마는 우리 둘을 낳으셨으니, 아빠께서 실망하시진 않으실까?”“그러진 않을걸?”“형! 그래도 아빠가 엄마랑 잘 살아서 다행이다. 다른 집처럼 바람피우고, 사생아라도 데려오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최군형은 지적장애인을 보는듯한 눈길로 최군성을 쳐다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하지만 바로 그때, 최군형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사생아?그는 육씨 가문에서 봤던 그 여자를 떠올렸다. 육소유는 육경섭과 닮은 구석이 있을 뿐만 아니라 DNA도 일치했다.설마, 경섭 삼촌 사생아는 아니겠지?“아, 왜 꼬집어!”최군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최군형이 아랑곳하지 않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군성아, 육소유랑 경섭 아저씨랑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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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어...”최군성이 난처해했다. 그도 오늘 처음 육소유를 봤는데, 당연히 자세히 보지 못했다. 심지어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가끔 고개를 들 때 슬쩍슬쩍 볼 수밖에 없었다.최군형은 동생이 대답하지 못하자 입을 삐죽거리며 동생을 흘겨보았다.“좋은 방향이 될 수 있겠어. 이곳부터 조사해 보자!”이는 최군형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어디부터 조사하든 상관없었지만, 손잡고, 입을 맞추는 등 애정행각은 절대로 안 됐다.“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자자.”최군성도 졸렸는지 이에 승낙하고는 하품하며 최군형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최군형은 길을 걸을 때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형, 뭐 봐?”“표...”“비행기표? 전용기가 남아도는데 표를 사선 뭐하게?”“비행기가 아니라, 기차.”최군형이 담담하게 말했다.......최군형은 기차를 타고 강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무리 설득해도 그는 확고했다.강서연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조용히 말했다.“그럼, 일등석을 예약해 줄게.”“아뇨!”최군형이 손을 내저었다.일등석?VIP 통로로 나오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강소아가 의심할 게 아닌가?강소아에게 그는 도련님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행동은 너무 귀티가 나서는 안 됐다.“괜찮아요, 엄마. 일반 자리면 충분해요.”“이... 군형아, 사실대로 말해봐. 대체 뭐 때문이야?”강서연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최군형은 긴장하면 코를 만지작대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손을 코로 올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최군형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엄마,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기차 일반석은 어떨까 하고요. 사람 냄새도 맡고 싶고.”최연준과 강서연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군형이가 어디 아픈 거 아닌가?’다음 날, 최군형은 기차역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최군형에게는 생소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역을 나서자 강소아가 사람들의 맨 앞줄에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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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라도 좋았다. 이 한마디를 최군형은 평생 기억할 것이다.“이제 집에 가요!”강소아가 폴짝거리며 앞장서 걸었다. 최군형은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작고 가늘었다. 뛰어가는 모습이 꼭 토끼 같았다.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강우재는 가게에, 소정애는 주방에 있었다. 강소준도 공부에 열중하느라 아무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최군형과 강소아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풉 하고 웃었다.하지만 얼마 뒤, 강소아는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거실의 서랍장들을 뒤지고 있었다. 최군형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물었다.“뭐 찾아요?”“어... 집에 있겠는데, 어디 갔지...”“뭐 찾아요? 도와줄게요.”“군형 씨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전에 화랑에서 산 무명 화가의 그림을 찾고 있어요.”강소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군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건 왜요?”“그림 시합에 나가려 하는데, 전에 구자영이 와서 저보고 학교 화실에서 연습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군형 씨, 학교에 있는 공용 화실인데 왜 제가 쓰면 안 되는 거예요?”강소아가 고개를 숙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그런데 구자영은 왜 그렇게 한 거예요? 연습을 방해하려고요?”“아뇨, 구자영은 실력이 형편없어서 매번 제 숙제를 베껴가요! 이번에도 제 작품으로 참가할 생각인가 봐요.”강소아가 최군형의 눈을 쳐다보며 답했다. 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그런데 이게 찾으려는 그림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그... 그 그림을 찾아서 구자영을 망신당하게 하려고요!”“그림 한 장으로 망신당하게 할 수 있어요?”“구자영도 이번 시합에 참여했어요. 하지만 걔 실력으로는 본선에도 못 나갈 거예요. 그래서 제 그림을 베끼려는 거고요. 걔가 화실에 올 때부터 눈치챘어요. 아, 내 그림을 베끼려 하는구나!”“정말 보여준 건 아니죠?”“당연히 아니죠! 그 이후로 밤마다 몰래 제 그림을 이곳에 옮겨왔어요. 그리고 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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