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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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닿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
나는 이 기세를 몰아 회사 전체 직원들을 불러 회의까지 소집했다. 이로써 이번 이슈는 일단락되었다. 신호연은 지금쯤 형원그룹에 정신이 팔려 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혜선에게 연락해 형원 그룹 내부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가끔 어떤 일들은 사전에 예상하여 후폭풍을 미리 준비하고 조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위기의식을 항상 갖고 있어야 어떤 일이든 나중에 잘 방어할 수 있다. 도혜선은 정말 훌륭한 스파이 자질이 있었다. 도혜선이 나를 위하는 마음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에 보답하는 최선이 도혜선에게 하는 이런 내 부탁들이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내키지 않은 그 무언가가 계속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고 어제저녁의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해월은 종일 싱글벙글해 있었지만 나는 같이 즐길 수 없었다. 점심을 먹자마자 이미연에게 전화해 언제 퇴근하는지 물었다. 이미연은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만날 시간을 바로 정했다. 약속 장소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고 내가 술과 안주를 사서 강변 옆 잔디밭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변에 도착한 이미연은 강과 잔디밭의 어우러진 공기에 한껏 들떠있었다. “지아야, 여기 너무 좋다.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어.”이미연은 좀 더 편하게 즐기기 위해 차에 있는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다시 자리에 왔다. 우리는 잔디밭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맥주캔을 부딪쳤다. 이미연은 그 누구보다도 내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친구다. 이미연은 맥주 한 모금 마시자마자 배현우에 관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가 아무런 대답을 못 하자 이미연은 본인 생각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 “네가 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차이가 너무 많이 나. 한 명은 닿을 수 없는 저 하늘 끝에 있는 별 같고, 한 명은 수심도 안 보이는 바다 밑에 있는 것 같아. 물론 네가 엄청나게 노력은 하겠지. 근데 분명히 힘들 거야. 네가 배현우를 따라갈 수 있을까?”사실 나도 늘 생각해 왔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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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사촌 동생이 실토한 정보
장영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요일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해외 나간 지가 벌써 20일이 넘었는데 그동안 온 연락은 두세 통의 전화가 전부다. 전화에서 장영식은 이번 출장으로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그 말에 내 맘속의 큰 짐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어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왜냐하면 배현우가 나에게 준 시간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배현우가 홍콩으로 간 이후부터 지난번 발표회 날까지 그날 저녁 먼 곳에서 한 번 본 이후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배현우는 귀국 후 전화 한 통 없었고 나도 먼저 전화해야 할 특별한 용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고객사와 미팅을 마치고 회사에 도착하니 점심이 다 돼 갔다. 진후빌딩 앞에 도착하니 이세림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본 이세림은 활짝 웃으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한 대표님. 오셨어요? 우리는 정말 인연인가 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세림이 나를 만나러 왔음을 알았다. 너무 의외였다. “혹시... 날 보러 온 거예요?”“아니에요. E 파크몰에 갔다가 시간이 비어서 지아 씨와 점심이나 같이 하려고 온 거예요. 서프라이즈 주려고 연락 안 하고 온 건 데 없어서 서운할 뻔했어요.” 김빠진 얼굴을 했던 그녀는 방긋 웃었다.“안 그래도 정말 괜찮은 맛집이 있어서 지난번부터 같이 가보고 싶었거든요. 지난번에 못 봐서 너무 아쉬웠어요.” 이세림에게 얘기하면서 나는 조수석에 타라는 손짓을 했다. 이세림과 같이 할머니 집밥으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번 도혜선이 날 데리고 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유빈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스릴이 넘쳐나긴 했었다. 이세림도 역시 할머니 집밥 음식이 입에 너무 잘 맞는다고 했다. 이런 맛을 쉽게 찾을 수 없어 더 맛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호주에 살면서 집에 한식 셰프가 있었지만, 한식을 먹는 일은 거의 드물다고 했다. 좋은 집안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금수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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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복잡한 내막
나는 깜짝 놀라 이세림을 바라봤다. 그리고 서서히 불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세림은 물티슈 한 장을 뽑아 손을 닦으면서 나를 보고 웃었다. 이세림의 하얀 얼굴에 띈 웃음은 정말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오빠는 늘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사촌 동생이라고 소개하죠.”“아니에요?” 나는 이세림의 말이 끝나자마자 되물었다. 그동안 배현우에게 속은 기분이 들어 내색은 못 했지만 아주 불쾌했다.“맞긴 하죠. 그런데 사실 저는 양녀예요.” 이세림은 대수롭지 않은 듯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심장이 예고도 없이 쿵쾅거렸고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혈연관계가 없는 동생이라... 나에게는 왜 항상 이런 일들만 생기는 걸까?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이세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계속 얘기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후회되는 게 있다. 이세림과의 얘기가 길어지면서 배현우와 나의 관계가 사촌 동생 얘기까지 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무심결에 보여준 것이다.“우리 엄마가 현우 오빠 고모예요. 정말 강하고 훌륭한 분이에요. 천우 그룹 전임 집행관이셨죠.” 이세림은 물티슈로 가늘고 긴 손가락을 하나하나 천천히 닦으며 말했다. 이세림은 정말 정갈하고 깔끔한 사람이다. 네일케어도 빠짐없이 손톱 하나하나 다 받았고 큐빅으로 장식해 놓아 흠집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전임 집행관이요?” 나는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기존에 있던 천우 그룹 재단은 전부 저희 엄마가 관리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겨우 현우 오빠에게 돌려준 거예요.”내 머릿속은 이들의 가족관계를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인을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불안정했다고 했는데 현우 씨와 고모 사이의 관계가 불안정한 거였을까?그러면 왜 이번에는 전부 현우 씨에게 넘길 수 있었을까? 이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무슨 이유로 전임 집행관이 아예 손을 뗀 걸까? “돌려줬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나는 의아한 얼굴로 이세림에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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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상의 없이 마음만 헤집고 간 그
갑자기 온 전화에 너무 당황스러웠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에는 거절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손이 미끄러져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 배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왜 이렇게 늦게 받아요?” 통화 첫마디가 불평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나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늦다고? 안 받으려고 했거든!내가 대답이 없자 배현우는 계속해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무... 무슨일?” 나는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자신 없는 듯 낮은 소리로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 배현우는 예민한 말투로 계속 묻고 있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야 할까요?” 인제야 연락해 놓고 내가 연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드리길 바라냐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었다.“왜 여태껏 전화 한 통이 없어요. 내가 귀국한 걸 알고 있었잖아요!” 배현우는 오히려 당연한 듯 나에게 불평을 토로했다. 배현우의 뻔뻔한 태도에 기분이 좀 상했다. “귀국하신 분이 휴대전화에 뜬 부재중 전화는 못 보셨나 보네요. 항상 본인만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드릴까요? 이혼녀들은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지만, 본인 주제는 잘 알고 있더든요.”말을 내뱉는 순간 내 표현이 너무 과했다는 걸 느꼈다. 무의식 속에 혀를 깨물었고 진한 피비린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다시 얘기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어이가 없어 선 채로 휴대전화만 뚫어지게 바라봤다.무슨 이런 인간이 다 있어. 흐렸다! 개였다! 날씨도 이것보다는 덜하겠네! 전화는 항상 먼저 끊고 말이야!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팽개쳐 버리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대체 뭐냐고? 항상 사람 마음을 헤집어 놓고 본인만 끊으면 다냐고!이틀 뒤, 장영식은 터벅터벅 걸으며 회사로 들어왔다. 내 눈앞의 사람이 장영식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수염도 며칠 깎지 않았는지 지저분했고 얼굴도 햇볕에 꺼멓게 타 있었다.“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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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선의의 거짓말
오늘 저녁 우리 집은 그야말로 명절 분위기였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모님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다. 저녁 내내 우리 모두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아빠는 맥주 한 캔까지 원샸했다. 혹시나 많이 취하셨을까 봐 걱정됐지만 아빠는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저녁 식사 후 거실로 자리를 옮겨 과일까지 함께 즐기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을 나눴다. 시간이 늦어지자, 장영식은 집으로 가려고 준비했고 나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자청했다. 장영식의 집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집을 나와 같이 걷고 있는데 장영식이 먼저 말을 건넸다. “배가 너무 부른데 좀 걷지 않을래? 유빈이 얘기 좀 해봐.”나는 흔쾌히 승낙하고 골드 빌리지 대문을 나와 가로등 불빛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유빈이의 일에 대해 전부 얘기했다. 장영식이 회사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파트너로서 회사 일에 대해 숨길 이유가 없다. 한참 얘기하며 걷고 있는데 외투 주머니에 있던 전화벨이 울렸다. 나보다 먼저 벨 소리를 들은 장영식이 나에게 알려줘서야 내 벨 소리임을 알았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배현우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나는 벨 소리를 끊어 버리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하던 얘기를 이어갔다. 회사 일에 대해 우리는 생각이 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얘기가 항상 길어진다.이때 다시 한번 전화벨이 울렸고 장영식은 나를 보며 물었다. “왜 전화 안 받아?”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배현우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는 왜 또 안 받아요? 나와 연락 안 할 거예요?”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어딘데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용차 한 대가 내 옆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오더니 배현우가 성난 목소리로 나를 행해 외쳤다. “타요!”갑자기 나타난 배현우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차 옆으로 두 발짝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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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오랜만의 재회
배현우와 탄 차는 또 리조트를 향했다. 리조트에 도착한 후 배현우는 혼자 차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갔다. 미행은 본인이 해 놓고 오히려 화를 내는 이 상황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기사 아저씨도 같이 따라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지아 아가씨!”나는 차에서 내려 기사 아저씨를 바라봤다. 기사 아저씨는 저 멀리 걷고 있는 배현우를 보며 나에게 말했다. “도련님이 일주일 내내 쉬지도 못했는데 일 끝나자마자 아가씨 만나려고 평택에서 급히 올라온거예요. 아직 저녁도 못 드셨는데 아가씨가...”“빨리 따라와요!”배현우의 성난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발걸음을 옮겼다. 기사 아저씨는 하던 얘기를 멈췄지만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많이 남은 듯 나를 계속 쳐다봤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배현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왜 갑자기 화를 냈는지도 너무 잘 알 것 같다. 나는 기사 아저씨에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빠른 걸음으로 배현우 뒤를 따랐다. 그제야 배현우의 차가운 뒷모습도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은 듯했다. 현관으로 들어간 배현우는 외투를 벗어 손에 쥔 채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나도 뒤따라갔다. 배현우는 손에 쥔 외투를 소파에 던진 후 안지 않고 오히려 내 쪽을 향해 몸을 돌려 멈춰 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걷다가 배현우 가슴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배현우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나를 소파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뒤로 넘어지면서 소파에 누웠고 배현우는 내 위로 덮쳤다. 순간 배현우는 내 얼굴을 향해 거친 키스를 퍼부었고 아무런 준비 없이 들이닥친 그의 입술에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배현우의 키스는 거칠었고 화가 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한참 후에야 배현우는 천천히 입술을 뗐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나 보고 싶었어요? 말해봐요.”그의 거침없는 모습에 나는 민망하여 눈을 피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나는 화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녁 좀 준비해 줄게요. 배고프죠?”“말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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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훌륭한 요리 솜씨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에 앉은 배현우 얼굴에는 뭔지 모를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는 듯했다.배현우는 내가 건넨 국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빨라진 젓가락 속도로 봐서는 배가 여간 고픈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밥을 먹는 내내 나는 배현우 옆을 지켰다. 턱을 괴고 앉아 배현우의 동작 하나부터 순간의 표정까지 전부 눈에 담고 있었다. 배현우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가끔 찡긋거리는 눈썹까지 모두 나를 빠져들게 했다.배현우는 식사하면서도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봤다.“실컷 봐요. 아직도 부족하죠?” 배현우는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나를 보며 말했다. 밥상의 요리들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요리 솜씨가 정말 훌륭하네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건 요리하는 사람들이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에요!”설거지하려고 일어나자, 배현우는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밖에 나가 좀 걸어요. 다른 사람이랑 그만큼 오래 있었으면 나랑도 그만큼 같이 걸어야 해요.”열 살 아이보다 유치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직도 분이 안 풀려요? 현우 씨랑 한 것들 그 사람이랑은 아직 하지 않았어요.”“하기만 해봐요!” 배현우는 화가 난 듯 쏘아붙였다.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는 배현우를 꼭 끌어안았다. 배현우는 손으로 내 양볼을 감싸더니 내 입술을 꼭 깨물며 말한다. “경고하는데 지아 씨의 소유권은 나에게만 있어요. 알겠죠?”“악... 아퍼... 혹시 개띠세요?” 나는 깨물린 입술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배현우를 밀쳤다. “아프지 않으면 기억 못 할까 봐요.” 배현우는 입술을 가린 내 손을 잡고 내리며 깨물린 자리를 한참 보더니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아직도 아파요?”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아프죠!”배현우는 씻고 나서 남색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실크 잠옷은 배현우의 훤칠함을 더 돋보이게 했고 날 위해 준비한 짙은 파란색 긴 치마와 커플 잠옷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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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마음에 없는 말
배현우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 내가 을이라는 느낌을 더 짙게 한다. 갑과 을이 된 것 같은 상황은 늘 나를 불안하게 한다. 내 불안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배현우 눈을 피했고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배현우에 대한 마음이 좋아하는 감정 이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배현우라는 늪에 내가 더 깊게 빠져들고 있다. 함정이다. 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큰 함정에 빠져있다. 그러나 배현우는 의외로 확실했다. 캄캄한 바다에서도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타수처럼 배현우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전부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나는 배현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배현우의 좋아한다는 표현이 그저 듣기 좋게 하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배현우의 좋아한다는 표현이 진심인지 아닌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배현우의 신분, 위치, 외모, 나이... 이 모든 게 나와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 나는 나이도 많고 이제 막 4살인 딸도 있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실패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여자든 배현우 옆에 있고 싶어 할 것이다. 배현우 옆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현우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내 마음과 몸, 그리고 머릿속까지 모두 배현우를 생각하고 있었다.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배현우 곁을 떠나 마음 정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상처받을 사람도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내 전화를 안 받은 진짜 이유는, 나를 피하려고 그런 거죠?” 배현우는 차분한 얼굴로 물었다. 나도 모르게 두 발짝 뒤로 물러나 그를 애틋하게 바라봤다. 정원 내부를 비추는 불빛이 배현우 얼굴을 밝게 비췄다.“맞아요. 피한 거예요. 더 이상 현우 씨에게 빠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더더욱 그렇고요. 왜냐면... 누가 봐도 내가 아주 부족해요. 어쩌면 나 혼자 김칫국물 마시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현우 씨는 전혀 생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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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갑작스러운 방문
한참 지나서야 배현우는 나를 꼭 껴안은 팔을 내렸고 내 귀에 쐐기 박듯 얘기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도 말아요! 이번 한 번만 봐주는 거예요. 두 번 다시 얘기하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알겠죠?”나는 배현우를 멍하니 바라볼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배현우는 내 눈물을 닦아 주고는 나와 다시 깍지를 끼고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올라갔다. 옥상은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처럼 주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옆 벤치에 와인과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배현우는 와인 한 잔을 따라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마셔봐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나는 배현우의 늠름한 모습과 잘생긴 얼굴에 홀린 듯 와인을 꿀꺽꿀꺽 마셨다. 다 마시고 나니 진짜 배현우 말대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배현우는 난간 옆으로 나를 이끌었다. 캄캄한 밤하늘에는 정월 대보름처럼 큰 달이 걸려있었고 우리 둘만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배현우는 등 뒤에서 나를 꼭 안은 채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을 비워요. 저기 저 크고 둥근 달처럼 깨끗하게. 그리고 모든 걸 나에게 맡겨요.”배현우는 나를 품에 껴안으며 얘기했다. “강가에서 지아 씨를 처음 구할 때부터 다짐했어요. 지아 씨를 꼭 지키겠다고. 우리 뒤돌아보지 말고 이제 앞만 봐요.”“이게 내 마음이에요.” 배현우는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아무 말 없이 배현우 품에 안겼다. 고개를 드니 달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었다.이날 밤, 우리는 리조트에서 달을 감상하며 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나는 배현우의 품에 안겨 술에 취해 천천히 잠들었다.잠에서 깼을 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일어나 휴대전화부터 찾았다. 그러나 배현우의 굵은 팔이 나를 다시 침대로 잡아당겼다.“오늘만큼은 휴가 냈다고 생각해요.”배현우 품은 따뜻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와 연락이 안 돼서 급해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점심이 돼서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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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미끼 던지기
이해월은 사무실 문 앞에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라고 해요. 우리 회사에 온 이상 다 고객이죠.”이해월은 멋쩍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게 왠지 불안하네요.”“어차피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어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요.” 나는 덤덤한 태도로 계속 말했다. “스스로 찾아온 고객인데 돌려보내면 안 되죠. 들어오시라고 해요.”“알겠습니다. 그럼, 모시고 오겠습니다. 대표님! 긴장하지 마세요.” 이해월은 밖으로 걸어 나갔고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해월은 우리 회사에 정말 필요한 직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월이 양대수를 데려왔다. 30대를 훨씬 넘어 40대처럼 보이는 느끼한 아저씨가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를 향해 굽신거리며 인사했다. “한 대표님. 안녕하세요.”“양 주임님.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나는 책상 앞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고객 접대용 소파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양대수는 연신 인사를 하며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드디어 한 대표님을 뵙네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업을 크게 하고 계신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나는 양대수의 아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양 주임님. 정보가 잘 못 된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업계에서는 다 알고 있을 텐데요? 우리 회사 곧 문 닫기 직전입니다. 양 주임님이 말씀하신 큰 사업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양대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잘못된 정보라니요. 한 대표님 너무 겸손하십니다.”나는 정색해서 다시 물었다. “양 주임님.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신 이유가...?”“아... 네!" 양대수는 옷매무시를 가다듬더니 정색하며 말한다. “제가 온 이유는요. 한 대표님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최근 형원그룹에서 담당한 복층 건물이 이슈가 있어 준공이 늦어지다 보니 메인 구역은 전부 완성되었는데 몇 동의 복층 건물만 아직 안 돼서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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