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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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방해를 받다
공장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경비원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진사원을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경비원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서늘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진 대표님께선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출장 가셨어요!”“혹시 어디로 출장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나는 다소 조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울산에 더는 오래 머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저 같은 경비원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경비원의 태도는 아주 나빴다.“그럼 혹시 연락처라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 다른 지역에서 특별히 진 대표님을 만나러 여기까지 온 거든요. 그래서 연락이라도 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4년 전의 일로 난 그들의 연락처조차 알지 못했다.“전 모릅니다!”경비원은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내 짜증 난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진 대표님을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전 협력 제안을 하러 온 거예요!”나는 솔직하게 말했다.“협력은 마케팅 부서가 아닌 대표님을 찾아온 거죠? 당신 같은 사람 저도 많이 봤습니다. 얼른 가세요!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경비원의 태도는 점점 더 거만해졌다. 이렇게 큰 공장에 이런 자질을 지닌 경비원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비는 점점 억세게 내리고, 날도 점점 추워졌다. 나는 느껴지는 추위에 몸을 살짝 떨었다.“그러지 마시고, 저도 멀리서 대표님을 만나 뵈러 온 거예요. 따듯한 물 한잔 얻어 마셔도 될까요? 물 한 잔만 주시면 바로 마시고 갈게요.”이미 경비실 책상 위에 있는 각 부서 연락처를 발견한 나는 하는 수 없이 굽신거리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마세요. 여긴 당신에게 줄 따듯한 물 따윈 없습니다! 얼른 가세요.”경비원은 바로 나를 끌고 공장 대문 밖까지 나왔다. 나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경비원은 여전히 차갑고 무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휙 돌아섰다. 그는 ‘쾅' 소리를 내며 대문을 닫았다.비는 억세게 내리고 내가 가져온 우산은 작았다. 몸은 이미 절반이나 빗물에 젖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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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우연한 만남
방을 하나 잡고 얼른 방으로 올라온 나는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온풍기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몸을 적셨다. 조금 전까지 얼어버릴 것 같던 내 몸은 샤워기를 한참 틀고 나서야 조금씩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지 않아 후회가 되었다.몸에 이불을 두른 채 미리 켜두었던 전기 포트를 들고 컵이 깨끗한지 아닌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른 뜨거운 물을 따랐다. 뜨거운 물만 몇 잔 연거푸 마시고 나니 살짝 뭔가가 아쉬웠다.‘아, 생강 한 조각만 있었으면 좋겠네.'어느새 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진사원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손을 뻗어 아까 그 견본책을 들었다. 연락처를 찾자마자 휴대폰을 들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리 연락을 해봐도 받지를 않았다. 정말이지 대기업은 역시 대기업이었다. 대표님 만나기도 이렇게나 어렵다니.모든 희망을 아까 그 남자에게 거는 수밖에 없었다. 밤새 동안 그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 연락에 점차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지게 되었다. 한참 졸고 있던 와중에 열이 나더니 서서히 추위를 느끼고 있었고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윗니와 아랫니는 어느새 서로 부딪치며 달달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몽사몽 한 채로 뜨거운 물을 따라 부어 마시려고 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심지어 악몽까지 꾸게 되었다.다음 날 오전, 나는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혹여라도 신호연이 나에게 연락을 할까 두려웠던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숙박업소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갔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영상통화를 걸어 내가 본가로 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려고 했다. 편의점은 가장 무난한 장소였고 들킬 위험성도 낮은 곳이었다. 대충 몇 마디를 하고 난 뒤 나는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머리에 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으니까.약국에 들러 감기약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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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만남과 함께 찾아 온 또 다른 도박판
지금 들어온 건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진사원이었다. 그 옆에는 며칠 전 나를 태워줬던 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진사원과 나는 오랫동안 서로 눈을 마주쳤다. 4년이라는 시간, 진사원은 많이 늙어버렸다. 새까맣던 머리도 이제는 흰머리로 덮여있었고 얼굴도 매우 핼쑥해져 있었다. 진사원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정말로 당신이네요, 한지아씨.”“네, 저예요. 진 사장님, 저 한지아 맞아요. 정말 오랜만이에요!”반가움도 잠시 지금 몰골에 나는 약간의 부끄럼을 느꼈다.“얼른 다시 누우세요!” 진사원은 성큼 내 침대 쪽으로 다가왔고 배천우는 빨리 옆으로 비켜드렸다. 진사원은 얼른 내 침대 옆 의자에 착석하며 말했다.“지아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배현우는 같이 들어온 진씨 성을 한 남자한테 눈짓하더니 둘이서 같이 밖으로 나갔다. 이제 방안에는 나와 진사원 둘만 남겨졌다.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진사원에게 얘기했다.“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요! 저야말로 아무런 언질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사장님 연락처를 몰라서 어떻게 연락 드려야 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었거든요!”“이거 참... 무엇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사실은 회사가...! 아니, 이 말은 넣어두기로 하고, 여기까진 무슨 일로...?”진사원이 말을 망설이는 걸 보니 뭔가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더는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를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얘기를 꺼냈다. 물론 이걸 성사시키기 위해 천우그룹 얘기도 함께 꺼냈다.진사원은 내 얘기가 끝날 때까지 말을 끊지 않았을뿐더러 예전에 계약한 서령과의 얘기와 이제 와서 제품을 바꾸려는 이유 등을 세세히 물어봤다. 나는 쓸데없는 겉치레는 던지고 그에게 솔직하게 내가 지금 처한 상황과 아직 날 의탁할 만한 회사를 못 찾은 일까지 다 얘기했다. 그리고 진사원한테 나에게 기회 한 번만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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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기댈 곳 하나 없어 쓸쓸하고 외롭다
침대에 누워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은 가히 가혹적이었다. 난 두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될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나 한지아는 전생에 신호연한테 크게 빚을 졌고, 이번 생에는 그 빚을 갚으려고 태어난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창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마침내 병실로 돌아왔다.물어보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애써 담담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배현우가 말했던 것처럼 괜찮은 척하는 것도 이제 한계인가 보다. 진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아씨,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요. 제가 지금 볼 일이 생겨서 급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몸 상태 괜찮아지시면 내일 다시 우리 회사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만 실례해야 할 것 같아요."내 안에 남아있던 한 줄기의 희망이 사라져 가는 것만 같았다. 꽉 쥐었던 손도 어느새 힘없이 풀려버렸다. 하지만 나는 진사원 앞에서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내일 봬요!""그럼 내일 회사에서 기다릴게요!"그 말을 끝으로 진사원은 서둘러 병실을 나갔다. 그런 그의 태도에 비즈니스맨의 냉정함을 본 듯해 마음이 쓰려왔다.진사원이 없는 병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마치 나락에라도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에 옆에 있는 배현우를 신경 쓸 여력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기나긴 정적을 깨고 배현우가 물었다."무슨 얘기 했는지 안 궁금해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이번에는 내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배현우 씨,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은 너무 졸리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이 말을 건네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순간, 뜨거운 눈물이 빠르게 내 두 눈가를 스쳐 양옆 머리카락으로 떨어졌다. 이어 배현우가 병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몇 분 뒤 간호사가 들어 와 수액 체크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써 밤이었다. 오랜만에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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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게임은 이제 시작이야
내가 놀란 것은, 내가 사원 오피스 빌딩으로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나 한지아의 운명의 수레바퀴가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이었다.진사원이 나에게 가져다준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서프라이즈였다. 나와 독점 대리계약을 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울산에서 2백만 원의 등록 자금으로 인테리어 유한회사를 등록했다. 또 구조설계와 시공에 탁월한 전문팀도 파견하였다.나는 떠나기 전까지도 그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그냥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지아 씨, 우리는 서로 돕고 도움받는 사이니 너무 큰 부담감은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돌려주어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어요. 당신도 나를 구해주셨으니, 제가 작은 것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영광이에요! 나중에 우리가 힘든 일을 모두 이겨내면 함께 차나 마시며 얘기합시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그뿐만이 아니라 그는 알루미늄 창호에 관한 상세한 정보와 관련 절차까지 정리해 줬다.나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기에 그저 떠나기 전에 진심을 담아 한마디를 했다.“알겠어요. 이 은혜 마음속에 간직해 둘게요. 나중에 또 봅시다.”사원 오피스 빌딩을 나오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흥분을 가라앉을 수가 없었다.‘한지아, 게임은 이제 시작이야.'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배현우와 떨어트릴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들이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묻지 않았다.그날, 배현우가 나를 만덕동으로 향하는 KTX에 태워주었다. 왠지 승강장에 서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애틋함이 피어올랐다.나는 본가에서 입찰용 알루미늄 창호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정리하여 배현우에게 바로 택배로 보내주었다. 내가 직접 가져가기엔 불편했다.이틀 후, 나는 홀로 서울에 돌아왔다.공항에 나를 데리러 온 건 신호연뿐이 아니었다. 신연아도 함께였다. 그 두명이 시선에 들어왔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주 만족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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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곧 있을 연극의 서막
“헛소리는. 여보 점점 장난이 심해졌어? 진짜 나빴어.”신호연이 내 엉덩이를 톡톡 쳤다.“내가 오늘 여보 호사 누리게 해준다!”나는 입꼬리를 올려 억지로 웃어 보이고는, 품에 안겼다.“배고프고 아픈 환자한테 ... 이럴 거야?”그가 놀라서 나를 위아래로 살피며 말했다.“뭐야. 정말 아파? 콩이는 왜 안 데려왔어!”“자기도 직접 봐야 하는데, 부모님께서 콩이를 너무 이뻐하셔. 콩이도 오고 싶어 하지 않고. 내가 떠날 때 보는 척도 안 했어. 옆집에 또래 친구도 몇 명 있고 해서 친구랑 신나게 놀아서 엄마 생각도 안 날 거야. 거기서 더 놀게 내버려 두지 뭐.”사실 콩이를 부모님 집에 데려다주고 온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의 걱정과 불안을줄이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이 내 딸을 이용하고 협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본가로 보내는 것도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알겠어. 먼저 쉬고 있어. 내가 얼른 밥해줄게.”신호연이 한참 나를 달래주고 다시 한번 나를 안고는 주방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 위의 물건들을 모두 세탁기에 던져 넣었다. 씻지 않으면 정말 역겨워서 쳐다보기도 싫었기 때문이다.그가 저녁을 차린 후 나를 부르러 왔다가, 침대의 물건들이 모두 바뀐 것을 보고 놀라서 잠시 멍해 있었다.나는 침착하게 말했다.“기분 전환 좀 하려고.”저녁 식사하기 전 신호연의 전화가 울렸다. 슬쩍 흘겨봤더니 화면에 ‘선이'가 띄워져 있었다.‘선이? 도혜선?’나는 말없이 족발을 계속 먹었다. 그러다 툭 던지듯 무심히 물었다.“누구?”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고객쪽에서 체불을 요구하고 있는데, 계속 우리랑 합작하고 싶다고 전화 오네.”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금의 신호연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아주 거짓말에 도가 텄다.“나 지금 나가봐야 할 거 같아. 기회가 있다면 합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포기하기에는 또 너무 큰 프로젝트여서.”을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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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점차 멀어져 간다
내 예상대로, 신호연은 이날 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덩달아 나도 온 밤을 뒤척이며 잠에 들 수 없었다.새벽에 이미연이 계획 성공이라는 좋은 소식을 들려주었다. 이번에 증거를 확실히 잡았다고 했다.내 마음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엉켰다. 한순간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비록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리롭게 진행되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이 순리로움이 무엇을 암시하는 건지 모르겠다.나는 집안을 치우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도 신호연을 보지 못했다.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다. 내가 이 판을 짜지 않았더라도, 신호연은 이미 점차 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는 것을...나는 재차 나를 일깨웠다. 활을 쏘는 데 화살촉이 없다 해도 싸움은 계속 이어 나가야 하는 법이다. 도중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건 이미 돌아갈 길이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이어서, 나는 서강훈더러 그에게 전화하라고 시켰다. 천우 그룹 쪽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고 지금은 두 곳만 결정됐고 신흥과 다른 한 개 회사는 아직도 소식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달하라고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분명 회사로 달려올 것이다. 신호연은 야심이 엄청난 사람으로서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같은 시각,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미 몇 장의 사진이 풀렸다. 제목은 ‘J 회사 사장 추정, 모 여성과 모텔에서 잡혀... 싸우던 여성 중상으로 병원에 실려 가...’였다.사진은 또렷하지 않았지만, 모자이크 처리로 봐서는 발가벗은 장면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싸운 흔적이 담긴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신연아가 뒤에서 힘 좀 쓴 모양이었다.진후빌딩 로비에는 이미 기자들이 쫙 깔려있었다.한 시간 후, 신호연이 몸을 사리며 회사에 나타났다.나는 시간을 재며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핸드폰을 들고 노발대발하며 신호연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신호연이 풀이 죽은 채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엔 서강훈이 서 있었다. 아마 서강훈이 이미 나의 지시대로 할 소임을 모두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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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나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걸 예상하지 못했던지라 너무 놀랐다.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신호연의 얼굴색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재빨리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그 사람 도혜선 내연남이야!”예상 밖으로 빠른 신호연의 눈치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여보, 제발 나 좀 믿어줘. 마지막으로 나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줘!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천우 그룹과의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잖아. 이런 작은 일에 목매다가는 프로젝트도 놓칠 수 있다니까. 당신이 직접 두 손으로 세운 신흥 건재잖아. 그런 신흥 건재가 더 크게 발전할 기회를 당신도 놓치기 싫잖아. 남편인 내가 실수할 때 당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지!”신호연은 나를 꼭 끌어안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나는 할 말을 잃었다. 신호연의 가장 비겁한 점을 말하자면 바로 내 약점이 무엇인지 꿰뚫고 있다는 것이었다.나는 신호연을 밀어내고는 천천히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맘속으로 되뇌이면서 자신을 경고했다.‘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한 걸음이라도 잘못 내디뎌서는 안 돼.’신호연이 지금까지 신연아를 너무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탓에 아무런 약점도 잡을 수 없었다.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자마자 이번 일에 관한 모든 기사를 다 찾아보았다. 확실히 놓친 점이 있었다. 바로 목격자의 신원이 잘 보호되어 공개되지 않은 것이었다.나는 이미연을 시켜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게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기사 댓글 창에는 목격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댓글이 달렸다.보잘것없어 보이는 댓글 하나가 수많은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조회수는 순식간에 상승했고 관련 기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부단히 많아졌다. 이게 바로 구경꾼들이 가지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신호연이 바로 과한 호기심에 피해를 보게 될 고양이었다.신호연 사무실에서 제때 나왔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기사를 본 직원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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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결정적 조력
신호연은 말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없다는 듯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손에 있던 주방일을 계속하면서 예전처럼 주동적으로 신호연을 위해 해결책을 내주지 않았다. 피해자인 내가 신호연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바로 이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둘은 동시에 멈칫했다.신호연이 걸어가서 문을 열어보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이미연이었다.이미연은 있는 힘껏 문을 쾅 하고 닫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신호연을 비난했다.“신호연, 넌 진짜 사람이 아니야! 널 뭐라고 욕하면 내 속이 시원할까, 한심한 자식!”신호연은 이미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연은 예전부터 성격이 털털했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사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미연과 내가 절친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신호연은 이미연의 이런 행위가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신호연은 고개를 숙이고는 잘 보이기 위해 성심성의껏 반성하는 모습을 드러냈다.“내가 너한테 몇 번이고 경고했잖아, 주의하라고, 밖에서 이 여자 저 여자 건들며 다니지 말라고! 지금 경고할 때마다 네가 나한테 한 다짐이 다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잖아!”이미연은 화를 내면서 끝없이 신호연을 비난했다. 날 위해 화풀이해 주려는 의도가 선명했다.“넌 지아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지아가 너 따라 이 먼 서울까지 올라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오로지 너만 바라보며 사는데 넌 그런 짓 할 때 지아가 속상해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니?”“...미안해.”신호연은 머리를 숙이고는 눈치를 보며 사과했다.“눈이 먼 것도 아닌데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 지아가 네가 밖에서 만난 그 여자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는데!”“한지아, 너도 너무 해. 이런 큰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나한테 연락조차 안 할 수 있어? 지금 서울에 퍼지고 퍼진 게 신호연이 바람피웠다는 소문인데 이걸 어떻게 참아? 한지아, 날 절친으로 생각하는 거 맞아?”이미연의 예상치 못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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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일 처리 도구일 뿐이었다
주문한 배달 음식을 받은 후 이미연은 집주인처럼 얼른 와서 밥 먹으라고 나와 신호연을 재촉했다.“빨리 와서 밥 먹어. 아무리 힘들어도 밥은 챙겨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인 거 몰라? 배부터 채우고 생각해. 그리고 한지아, 지금 네 꼴을 봐봐. 사람이 나뭇가지처럼 말라 있잖아.”이미연은 내가 속을 엄청 많이 태워 몰골이 말이라는 티를 팍팍 냈다.신호연은 나를 힐끔 보더니 음식을 짚어 내 밥그릇에 담아줬다.“신호연,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일을 수습할 방법을 찾아. 지금 지아뿐만 아니라 너희 회사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그렇다고 회사가 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이미연은 정확히 신호연의 약점을 명중했다.“이런 여론이 퍼지기 시작하면 항상 회사에도 영향이 가는 법이야. 신흥 건재가 얼마나 힘겹게 세워지고 또 너희가 신흥 건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다 봐온 사람으로서 하는 충고야.”“나도 생각했었어, 하지만...”신호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나를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지아가 속상해할까 봐 얘기 못 했어.”“어휴... 쓸데없는 변명은 그만하고 얼른 말이나 해. 지아가 속상해하는 걸 걱정하면서 바람을 피워? 애초에 그런 생각을 했다면 바람을 피지 말았어야지.”이미연은 신호연을 향해 팩폭을 했다.신호연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검은 물감처럼 어두워졌고 어금니를 깨물면서 화를 참고 있는 듯했다. 이를 깨문 힘이 얼마나 컸는지 안면 근육이 다 일그러졌다.“지아도 나랑 말하지 않아서 너희 회사 상황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어. 아니, 한지아...너 입에 자물쇠라도 걸어뒀어? 내가 네 절친이 맞긴 해? 어쩌면 나랑 한마디도 안 할 수가 있어?”이미연은 불만을 토로했다.“아무튼, 이 시국에 제일 급하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거야.”이미연은 신호연을 보면서 물었다.“신호연, 네 생각도 한번 말해봐.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우리도 빨리 해결책을 생각해 내야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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