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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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스읍…”소원은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며 고통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조금만 더 힘을 주면 죽을 수도 있는 동맥이었다.순간 악귀처럼 보였던 육경한이 그녀에게 엎드린 채 귀에 대고 속삭였다. “걱정 마, 다시는 다른 남자 생각도 못 하게 해줄게.”남자의 손이 밑을 파고들며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이럴 때만 그녀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불같이 뜨거운 그녀의 몸이 그의 자제력을 잃게 했다.소원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검은 깃털 같은 속눈썹에 젖은 눈물방울이 맺혔으며, 온몸의 비늘이 벗겨져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가 된 듯 몸부림치는 것조차 부질없어 보였다.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육경한이 차갑게 쏘아붙였다.“꺼져!”문밖에는 소종이 있었고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고했다.“도련님, 진아연 양이 몸이 안 좋아서 와달라고 합니다.”소원은 처음으로 진아연의 이름이 거룩하게 들렸다. 그녀를 구해주었다.육경한은 그래도 계속하고 싶었지만 휴대폰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진동했다.그는 주먹으로 테이블 유리를 내리치며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하지만 소원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육경한은 옷을 입은 뒤 아무렇게나 그녀에게 옷을 던져주고 함께 데려갔다.차는 육경한이 진아연을 위해 사둔 저택 마당에 멈춰 섰다.그런데 뜻밖에도 진아연은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열이 난 듯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육경한을 보자 그녀는 단숨에 남자의 품에 뛰어들었다.“내 곁에 있어 주지도 않고.”육경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서 왔잖아.”진아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한눈에 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즉시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저 망할 여자는 멀쩡했고 아이도 지우지 않았다!그녀는 불쾌한 듯 말했다.“경한 씨, 소원 씨도 같이 왔어요?”육경한은 무슨 생각인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진아연이 물었다.“왜 데려왔어요?”“너 몸 안 좋다며. 너 돌보라고 데려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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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잘생긴 육경한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손목까지 부러진 소원이 인질을 잡고 협박할 줄이야.역시나 이 교활한 여자를 간과했다. 그녀를 두고 방심하는 게 아닌데.“소원, 두 번 말 안 할 테니까 당장 아연이 놔줘!”그의 한없이 깊은 눈동자가 소원의 얼굴을 노려보며 맹독을 묻힌 화살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그 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을 떨게 만들었고, 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육경한이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짓밟을 것만 같은 분노가 유난히 강렬했다.그건 다름 아닌 소원이 그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진아연을 건드렸기에 이 지경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방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더 이상 아빠라는 약점을 육경한 저 미친놈에게 계속 쥐어 줄 수는 없었다.혹시나 기분이 안 좋거나 자신이 말을 안 들으면 아빠는 당장이라도 감옥에 들어갈 테니까.아버지처럼 신체 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멀쩡한 사람이라도 그곳에 들어가면 목숨을 반쯤 잃을 수도 있었다.한 번 들어가면 이번 생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그리하여 그녀는 도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포크를 진아연의 목에 겨눈 채 겁 없이 육경한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육경한, 20분만 줄 테니까 계약서랑 자료 가져와. 안 가져오면 이 여자 죽여버릴 거야.”이건 그녀의 한계였다. 지금 다친 그녀는 몸도 허약해 시간을 오래 끌 수 없었기에 빨리 끝내야 했다. 육경한의 눈동자에 거센 폭풍이 몰아쳤고 그는 가늘어진 눈매로 분명하게 말했다.“소원, 죽고 싶어!”지옥보다 더 서늘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소름 끼치게 했다.소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벽에 걸린 시계추를 쳐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도련님, 이제 19분 30초 남았네요.”퍽-살기 어린 남자의 주먹에 수억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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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말을 마친 남자의 짙고 검은 눈동자가 소원을 노려보며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유언은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소원은 뜻밖에도 전례 없는 평온함을 보였다.곧 죽게 될 사람이 뭐가 두렵겠나.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결국 죽으면 끝이 아닌가.곧이어 소종이 자료 더미를 들고 나타나 소원의 요청에 따라 하나하나 보여주며 모두 원본임을 확인시켰다.확인을 마친 소원이 매섭게 말했다.“여기서 태워버려!”소종은 육경한을 돌아보았고 그는 잘생긴 얼굴에 어둠이 드리운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불태워!”타오르는 불길이 순식간에 종이와 디스크를 집어삼켰다.소원의 표정은 더 이상 침착하지 않았고 다소 흥분한 기색도 보였다.숨겨진 위험은 제거되었고 아빠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그릇에 검은 재만 남았을 때 육경한은 이미 검은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신비로운 검은색이 살기 어린 그의 잘생긴 모습을 덮고 있었다.육경한은 곧 죽일 듯한 무서운 표정으로 소원을 노려보더니 잇새로 한 마디를 뱉었다.“이제 놔!”소원은 여전히 진아연의 목을 조른 채 육경한과 신경전을 벌였다.“한 가지 더 약속해 줘.”“소원!” 남자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금 당장 네 부모님을 잡아서 산골에 데려가 늑대 먹이로 던져 줘야겠어?”육경한의 얼굴에는 눈앞의 여자를 정말 짓밟고 싶다는 살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이렇듯 누군가에게 놀아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그럼 도련님이 더 빨리 움직이는지, 내 손이 더 빠른지 한번 볼까요?”소원은 침착하게 말을 뱉어냈지만 곧 손에 힘이 풀릴 거라는 걸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오른손이 부러진 후 그녀는 팔의 힘으로 진아연을 포박할 수밖에 없었지만 고통은 무시할 수 없었다.손에 쥔 포크도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닿을 듯 위협적이었다.협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그녀는 분노에 찬 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다시는 우리 부모님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내가 한 일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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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쾅!소리와 함께 화분이 바닥에 산산조각이 났다.소원은 통증이 가슴을 뚫고 퍼지며 결국 참지 못하고,“훅!”피를 한 웅큼 토하고 말았다.붉은 액체가 바닥을 물들였다.육경한은 반쯤 의식을 잃은 진아연을 안아 든 채 고개를 돌려 소원을 바라보았다. 지구 종말이 온 듯 빛 한줄기 없이 핏빛만 어린 새까만 눈동자였다.“소원, 네가 치르게 될 대가를 기대해.”뼛속까지 서늘한 냉기가 소원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둔탁한 발길질에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그녀는 힘겹게 기침을 했고 입가에 새빨간 피가 스며 나왔다. 지옥에서 온 듯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한, 내가 찌른 게 아니라 저 여자가...”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기도 싫다는 듯 진아연을 안고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갔다.소종은 그를 뒤쫓으며 물었다.“대표님, 소원 씨는 어떻게 할까요?”남자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더니 서늘하고 무정한 목소리가 들렸다.“들여보내야지.”그는 지금 그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기에 우선 경찰서에 넘기려 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죽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에 소원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동공이 흐려진 채 소종이 자신을 끌어올릴 때까지 점점 더 멀어지는 남자를 바라만 보았다....윤혜인은 소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당황했다.수업이 없는 날이면 소진용과 전미영을 돌보기 위해 병원에 가는데 두 어르신도 소원의 행방을 몰랐다.윤혜인은 두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며 소원이 실종되었다는 걸 알려도 걱정만 더할 것 같아 차마 말할 수 없었다.그저 소원에게 일이 생겨 바쁘다며 자신에게 부탁했다고 둘러댔다.48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윤혜인은 신고하러 경찰에 갔다가 소원이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무슨 일인지 알아내려고 하지만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았다.윤혜인은 소진용과 전미영의 건강 상태로는 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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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그건 그가 그녀를 차단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이제 정말 더 이상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윤혜인은 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던 그날을 기억했다. “지금부터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다신 너 보고 싶지 않아.”순식간에 가슴이 답답하고 시야가 조금씩 흐려졌다.그를 찾아가 설명할까 생각도 했지만 만나서 무슨 말을 할까.한구운은 위선적이고 그녀도 당당하지 않았다.문현미의 말대로 그에게서 멀어질 생각이었다.윤혜인은 심호흡을 하고 안개가 자욱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결국 그녀는 이신우에게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를 찾아갔다.하지만 뜻밖에도 이신우는 이 일이 육경한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준혁에게 물었지만 이준혁은 신경 쓸 시간이 없다며 매정하게 대답했다.이신우는 윤혜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지만 소원이 연행된 정확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윤혜인은 소원이 사람을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 말이 너무 황당했고 소원이 임신한 걸 떠올리며 구치소에서 잘 지내지 못할게 분명했다.제일 먼저 육경한의 회사에 가서 육경한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육경한은 그녀를 만나주지도 않았다.하루 동안 헛물만 캔 윤혜인은 결국 다시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연결음만 들리는 걸 봐서 번호도 차단한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다시 주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주훈은 전처럼 예의를 차리지 않고 그저 바쁘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윤혜인은 너무 불안한 나머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결국 뻔뻔하게 찾아가기로 했다.결과 주훈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대표님께서는 바쁘세요.”밤 10시가 넘을 때까지도 돌아오는 대답은 바쁘다는 말뿐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주훈을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다.“주 비서님, 대표님께선 밤에도 쉬지 않나요? 잠깐이면 돼요. 몇 마디만 하고 올게요.”주훈은 계속되는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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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요즘 여자들은 왜 이렇게 부끄러운 줄 몰라?” 웃는 사람은 이준혁의 팔짱을 낀 여자였다.그녀는 KB 클럽에서 아가씨로 일하고 있었는데 오늘 밤 룸에 들어가기 전 매니저는 그들에게 서울에서 큰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기에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상기시켜 주었다.들어오자마자 그녀는 단번에 가운데 있는 가장 잘생긴 남자, 그리고 가장 강한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를 노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는 너무 차가워서 어떤 여자도 다가가지 못했다.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 마지막에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그녀가 맨 마지막에 나가는데 남자가 같이 나가자고 했다.이렇듯 좋은 일을 망쳐서는 안 되었다.여자는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하지만 동생, 순서가 있는 법이야. 오늘 밤엔 내가 대표님 모실 건데 갑자기 나타나서 뺏는 건 좀 그렇지.”그녀는 청순하게 생긴 윤혜인을 보고 돈 있는 남자를 노리는 여대생이라고 생각했다.허!그녀는 경멸했다. 요즘 여대생들은 자신들보다 다를 게 없었다.옆에 있던 이준혁의 눈빛은 일으켜 세우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힘을 세게 준 것도 아닌데 왜 넘어지는 걸까.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검은 눈동자로 무언가를 암시했다.이 모습을 본 주훈은 무릎을 꿇고 윤혜인을 일으켜 세웠다.윤혜인이 연약해서가 아니라 춥고 바람 부는 밤에 몇 시간 동안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저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주훈의 힘으로 다시 일어선 윤혜인은 지체할 시간이 없어 이준혁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소원이 일 때문에 부탁할 게 있어요.”그녀는 여자의 조롱에도 절친의 일이 자기 체면보다 중요했기에 자존심도 다 버렸다.“시간 없어.”이준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차갑게 거절했다.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날 밤 주훈에게 연락한 걸 듣고 주훈이 그렇게까지 알려줬는데 새벽 3시가 넘도록 회사에서 기다려봤자 돌아오는 건 뭐였나?이신우가 육경한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게 아니면 그를 찾아왔을까?이 여자는 절박한 순간에만 꼭 나를 찾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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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뒤로 가.” 이준혁이 말했다.윤혜인은 다리가 저릴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다.그때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다시 돌아왔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어둠 속에 나타났다.“타.”윤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차에 타려고 했지만, 너무 오래 쪼그리고 앉아 있다 보니 두 다리가 감당하지 못해 문 가장자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윽...”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끙끙거리며 비틀거리다가 남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손은 그의 양복 바짓단을 움켜쥐고 있었다.그런 자세에 윤혜인의 어쩔 줄 모르는 얼굴까지 곁들이자 불쌍하면서도 꽤 유혹적이었다.시선을 내린 이준혁의 눈동자가 한층 짙어졌다.차 안의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윤혜인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일어나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얌전히 앉았다.차는 어두운 밤을 달렸다.이준혁은 지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윤혜인은 마음속으로 초조했지만,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도 좋지 않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마침내 차가 멈춘 곳은 윤혜인의 집 앞이었다.이준혁은 눈을 감은 채 주훈에게 지시했다.“올려보내.”주훈이 대답했지만 윤혜인은 다급해졌다. 고작 집에 데려다 달라고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니었다.“준혁 씨!”윤혜인이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른하게 바라봤다.오늘 밤 여러 번이나 거절을 당한 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올라가서 차 한잔…”방 안.이준혁은 눈을 감은 채 셔츠 소맷자락을 살짝 접어 근육질의 팔을 드러냈고, 두 다리를 거만하게 꼰 채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있었다.윤혜인은 차 대신 부엌에서 얼큰한 해장국을 끓였다.요리를 마친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해장국 좀 먹어요.”소파 옆에는 의자가 없었기에 윤혜인은 그냥 서 있었고, 재킷을 벗자 흰 니트에 청바지 차림의 그녀는 허리선이 두드러져 훌륭한 몸매가 돋보였다.노출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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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윤혜인 역시 얼굴이 창백해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온몸이 분노로 덜덜 떨렸다.속에 쌓인 게 많았던 이준혁은 거침없이 날카로운 말을 뱉었다.하지만 가벼운 떨림을 억누르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보는 순간,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속으로 이성을 잃은 자신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더 이상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신경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녀를 안고 싶은 두 손이 주체하지 못하고 또다시 그녀를 아프게 했다.그 생각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지만 윤혜인이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고집스럽게 말했다.“준혁 씨, 난 당신이랑 안 자요.”그는 곧 결혼할 텐데 아무리 자존심을 버렸다고 해도 내연녀가 될 수는 없었다.들어 올린 이준혁의 손이 허공에 멈칫하며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또 괜한 죄책감을 느꼈지!쾅!남자가 문을 세게 닫았고 주위에는 침묵이 흘렀다.소원의 현재 상황에 대한 걱정과 떨림이 윤혜인을 괴롭혔다.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그녀는 마침내 감정이 통제 불능이 되어 눈물이 흘러내렸다.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밤을 지새운 윤혜인은 다음 날 쉬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병원에 있는 소진용과 전미영을 보러 갔다.마침내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육경한의 약혼녀가 다쳐 병원에 입원한 걸 보아 소원의 구속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육경한의 약혼녀가 어디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오후, 윤혜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 한구운의 전화가 걸려 왔다.윤혜인은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마침내 한구운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혜인아, 잘 지내?”윤혜인은 차갑게 말했다.“네, 병원비는 이미 계좌로 입금했어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혜인아, 내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윤혜인은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속였다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그라는 사람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차갑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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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그곳으로 보내고도 사람까지 매수해 소원을 괴롭히다니.윤혜인은 다급하게 말했다.“선배, 어떡해요, 빨리 소원이 구해 주세요.”오랜만에 듣는 선배라는 호칭에 한구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도와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있어.”말하며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의 눈빛과도 같은 남자의 눈동자에 윤혜인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무슨 조건이요?”한구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혜인에게 다가가 앉았다.낯선 분위기에 윤혜인은 팔의 솜털이 바짝 섰고 급히 몸을 뒤로 젖혔지만 한구운은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겼다.그의 긴 손가락이 윤혜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되어줘, 너의 모든 게 내 것이 되는 거.”손 아래 닿는 피부는 백자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웠고, 꽃잎 같은 입술은 촉촉하고 도톰했다.한구운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거센 충동을 느끼며 통제 불능의 반응을 보였다.그는 짙은 눈빛으로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당겨 얇은 입술을 갖다 댔다.윤혜인은 깜짝 놀랐다.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더군다나 이곳은 투명한 창문이 있는 사무실인데 어떻게 감히 여기서 자신을 범한단 말인가!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을 돌리고 손을 뻗어 남자의 입술을 막은 채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하지만 남자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고 거센 불에 휩싸인 듯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여자를 품고 싶은 욕망에 불타고 있었다.그는 손바닥에 힘을 주어 그녀를 소파로 밀어붙였고 그의 건장한 몸으로 그녀를 덮쳤다.윤혜인은 두 손이 남자에게 잡혀 소파 팔걸이에 포박당한 채 짓눌렸다.당황한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토록 낯설게 느껴졌다.“한구운 씨, 이건 범죄에요. 빨리 이거 놔줘요!”한구운이 한 손으로 안경을 벗자 다정했던 눈빛은 사라지고 서슬 퍼런 냉기만 남아 있었다.그가 음침하게 말했다. “혜인아, 넌 원래 내 것이었어.” 윤혜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무섭도록 강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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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한구운은 손끝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인 줄 알았으면 진작 널 가졌을 거야.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 알지?”심연의 지옥 같은 과거에서 오직 그 소녀만이 그가 여전히 사람이고,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해주었다.눈물이 멈추지 않는 윤혜인은 도무지 한구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도와줘요! 살려주세... 읍...”한구운의 손바닥이 그녀의 입술을 덮치며 나지막이 웃었다.“듣지도 않을 거고, 듣는다 해도 들어오지도 않을 거야, 모르겠어?”윤혜인은 점점 더 절망에 빠졌다.한구운은 진작 이럴 속셈이었다. 이 모든 게 함정이었다.남자의 길고 가느다란 검지가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얌전히 나한테 맡겨. 내가 그 자식보다 더 잘해줄게.”남녀 사이의 관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윤혜인이 그녀라는 걸 알게 된 후 특별히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그는 그녀를 배려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남자가 다시 덮쳐오자 윤혜인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말했다.“한구운 씨, 나 좋아해요?”한구운은 두 눈에 불같은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아주 많이 좋아해. 너의 모든 걸 원해.”윤혜인은 어렴풋이 한구운의 고집스러운 집착을 느끼고 그와 이성적인 대화를 시도했다.“날 좋아한다면 강요할 게 아니라 더더욱 나를 존중해줘야죠.”한구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렸을 때부터 내가 좋아했던 건 늘 버려졌어. 그래서 깨달았지, 좋아하면 가져야 한다는 걸.”“그게 아니죠. 당신이 날 소유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거예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했다.“네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 말을 놓치지 않고 윤혜인은 말을 이어갔다.“난 당신이 싫어요. 나한테 손대면 당신을 죽도록 미워하겠죠!”“이준혁 좋아하나?”한구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희미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내가 그놈보다 못해?”윤혜인은 눈을 감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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