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긴 놈이 왕이다: Bab 41 - Bab 50
262 Bab
제41화
오전 내내 고객의 민원 전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팀장이 두둔해 줘서 다행히 그럭저럭 넘어갔다.이때,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임설아는 심드렁하게 문자를 확인하다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비명을 질렀다.계좌에 10억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였다.한꺼번에 불어난 계좌 잔액에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이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갔다.확인 결과, 실제로 벌어진 일임을 재확인한 그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그리고 이때, 핸드폰에 문자 알림음이 다시 떴다.확인해 보니 천도준이 보낸 문자였다.[10억 입금했어. 오남준이랑 결혼하는 대신, 내 부탁 좀 들어줘.]임설아의 볼이 빨갛게 상기되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이미 불어난 계좌 잔액에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날아 간지 오래였다.천도준이 준 금액은 오남준이 약속한 숫자보다 훨씬 많았다.그녀는 재빨리 문자에 답장했다.[평생 도준 씨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게요.]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녀는 고객 의뢰를 신속히 처리하고는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천도준이 갑자기 거액을 입금하고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이건 일종의 암시가 아닐까?그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임설아는 다시 천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도준 씨, 오늘 우리 집으로 올래요? 내일 저 약혼식 해요.]곧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그러지!]답장을 확인한 임설아의 볼이 토마토처럼 탐스럽게 물들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오남준과 10억, 비교할 가치도 없는데 하물며 상대는 천도준이었다.그녀는 오늘 밤에는 무조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날 저녁 여덟 시.천도준이 임설아가 보낸 주소로 찾아갔을 때, 식탁에는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촛불, 그리고 와인잔까지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기 중에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천도준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임설아의 초대에 응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내일 약혼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지금 펼쳐진 상황은 그의 마음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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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성 들여 준비한 촛불 만찬과 예쁘게 꾸민 여자.모든 것이 자연스러웠고 분위기도 좋았다.반쯤 취한 임설아는 그대로 천도준의 품을 파고들었다. 술기운 때문에 그녀의 입가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천도준의 몸에도 반응이 찾아왔다.촛불에 비친 임설아의 몸매는 유난히 탐스럽고 매혹적이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그녀가 지척으로 다가왔을 때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우린 사이는 단순한 거래일 뿐이야.”임설아의 어깨가 움찔 떨리더니 속눈썹이 파르르 진동했다. 그녀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거래 맞아요.”천도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러니까 난 돈을 제공하고 넌 내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아주 간단하지?”말을 마친 그는 손을 뻗어 임설아를 밀어내고 자신의 계획을 말해준 뒤, 싸늘하게 자리를 떴다.너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임설아는 아무런 응대도 할 수 없었다.저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간 거지?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간다고?사실 천도준이 임설아를 끌어들인 건 단지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임설아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천도준은 절대 임설아 같은 여자를 눈에 담을 이유가 없었다.쾅!그녀는 홧김에 식탁을 엎어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오늘 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상실감에 그녀는 잠에 들 수 없었다.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임설아가 짜증스럽게 현관에 대고 소리쳤다.“누구야?”“설아 씨, 나 남준이 누나야. 할 말이 있어서 왔어.”문밖에서 오남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설아는 짜증이 극도로 치달았다.하지만 이내 옷을 갈아입고 지저분한 식탁을 정리한 뒤에 전등을 켜고 문을 열었다.오남미의 부탁을 들은 임설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안 그래도 천도준이 시킨 일을 어디서부터 진행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는데 오남준 가족이 먼저 찾아와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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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장수지는 정색해서 오남준에게 주의를 주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며느리가 잘 들어왔으니 나중에 친구들한테 나가서 자랑해도 되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오남미를 흘겨보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그러니까 너도 그때 엄마 말 듣고 천도준이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어련히 엄마가 좋은 혼처 자리를 소개해 주지 않을까. 결국 이혼녀 딱지나 달고, 이게 다 뭐야?”오남미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내일이 곧 오남준의 약혼식이었기에 이 시점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얘기할 수는 없었다.“당신도 참! 곧 애들 약혼식인데 재수 없게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은 좋은 얘기만 하자고!”가장인 오덕화가 눈을 부릅뜨며 아내를 나무랐다.“친척이랑 지인들에게 청첩장은 다 돌렸지? 이따가 전화해 봐야겠어.”“참, 호텔에 확인해 본다는 걸 깜빡했네요. 무조건 성대하게 치러줘야죠. 설아가 이렇게나 양보를 해줬는데.”장수지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갔다.그날 밤, 그들 가족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밤을 보냈다.그 시각, 천도준은 병원에서 어머니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잠든 어머니의 얼굴은 어느 정도 생기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창백했다.그는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다.천도준은 착잡한 얼굴로 창가를 내다보며 중얼거렸다.“지금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축하하고 있겠지? 우리 엄마한테 한 짓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그 사람들이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면 절대 오남미를 종용해서 어머니의 치료비까지 싹 긁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고도 뻔뻔하게 찾아와서 병든 어머니를 자극한 여자였다.“오늘을 잘 즐겨둬. 내일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테니까!”냉소를 짓는 천도준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이건 당신들이 받아야 할 대가야.”다음 날.아침 일찍 천도준은 장 박사를 찾았다. 어머니의 병세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약혼식이 있을 예정인 리빙턴 호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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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인사를 주고받은 뒤, 친척들은 호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얼마 가지 않아 그 친척들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뭘 저렇게 자랑하는지 모르겠어. 남준이 그 녀석이 장가 좀 잘 간 게 저렇게 자랑할 일인가?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거지. 딸은 이번에 이혼했다며?”멀리서 그 말을 들은 오덕화와 장수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오덕화가 아내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자랑을 너무 심하게 하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자랑할만해서 자랑한 거죠! 남준이가 장가를 잘 갔는데 자랑을 안 해요? 다 질투해서 그러는 거예요. 능력 있으면 자기들도 아들 장가 보내면 될 거 아니야!”장수지가 분개하며 불만을 토로헀다.이때,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오남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아빠, 엄마, 손님들 다 들어갔으니까 우리도 들어가자.”오덕화 부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지는 안쓰러운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남미 너도 동생 도와준다고 고생 많았어.”“엄마, 내가 무슨 고생을 한 게 있다고 그래. 동생이 결혼한다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지.”오남미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대하게 치러질 동생의 약혼식을 생각하니 그간 고생했던 게 다 보답 받은 느낌이었다.약혼식이 시작되었다.장수지는 유명 개그맨을 사회자로 초청했다.현장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꽤 그럴싸한 분위기에서 약혼식이 시작되었다.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밝은 전등이 무드등으로 바뀌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사회자가 감동스러운 멘트로 약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정장을 입은 오남준이 꽃다발을 들고 천천히 식장 앞으로 걸어갔다.그의 뒤로 베이지톤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한 임설아도 무대 위로 올라갔다.하객들 모두가 임설아의 미모에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봤다.오남준은 약혼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청한 웃음만 짓고 있었다.장수지는 오덕화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감격스러운 얼굴로 무대 위의 아들을 바라봤다.오남미는 두 손을 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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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임설아는 그가 내민 꽃을 받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오남준을 쏘아보았다.분위기가 순식간에 경직되었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임설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이 결혼, 못해.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그 말을 들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약혼식 날에 프러포즈를 거부한 약혼녀라니!대체 어쩌자고 저러는 걸까?장수지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으나, 오덕화가 그녀의 손을 잡아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오남준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임설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얼굴에 대고 카드 한장을 던졌다.“남준 씨가 날 속였잖아!”현장에 있던 모두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약혼식이 파토가 난 것이다!사기 결혼인가?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사기 결혼이었다.서른 상의 테이블에는 오덕화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장수지는 체면을 살리기 위해 전에 이웃에 살았던 사람들까지 모두 초대했다.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들의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여자가 얼마나 속상했으면 약혼식 날에 저런 말을 할까?”“아이고, 창피해서 어쩌나! 얼마나 여자애를 달달 볶았으면 약혼식 날에 저런 말을 하겠어?”“내가 말했잖아. 저렇게 조건이 훌륭한 여자애가 오남준 뭘 보고 결혼까지 한다고 나서겠어? 오남준이 사기를 쳤네!”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에 장수지는 당장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 같았다.오남미는 임설아가 던진 카드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설아야,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조급해진 오남준이 카드를 집어들고 의아한 얼굴로 임설아에게 물었다.임설아는 원통한 눈빛으로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남준 씨 원래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었어?”오남준이 망연자실하며 물었다.“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짝!임설아는 그대로 손을 들어 오남준의 귀뺨을 쳤다.“야! 너 지금 내 아들 때렸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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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그런 거 아니야! 이건 뭔가 잘못됐어!”장수지가 절규하며 소리쳤다. 체면을 위해 일부러 서른 테이블이나 준비하고 아는 사람은 깡그리 불러왔는데 그 사람들에게서 온갖 비난과 비웃음을 당하고 있으니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설마 저 순진한 여자애가 약혼식 날에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겠어?”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람들 틈에서 들려왔다.“정말 너무하는 사람들이네. 능력도 없으면서 저런 순진한 애를 꼬셔서 결혼하려고 한 거야?”장수지는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를 홱 돌렸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찾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오남미의 앞에 다가갔다.짝!그리고 손을 들어 오남미의 뺨을 때렸다. 오남미는 멍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장수지는 당장이라도 딸을 잡아먹을 기세로 고함쳤다.“나쁜 계집애! 협의가 다 되었다면서? 설아가 그러겠다고 했다면서? 이게 어떻게 된 거니!”“엄마….”오남미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하객들의 비난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장수지가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아이고, 내가 못살아!”오덕화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공들여서 준비한 아들의 약혼식에서 이토록 창피를 당할 줄은 누가 알았을까?털썩!그는 의자에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누나, 어떻게 된 거야!”오남준이 눈물 콧물 쥐어짜며 그녀에게 따지듯 말했다.“도와줄 능력이 없으면 가만히라도 있을 것이지, 이게 다 뭐야!”만약 오남미가 임설아와 미리 상이가 되었더라면 그가 아는 임설아는 약혼식에서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었다.“그게….”오남미도 억울함에 눈물이 나왔다.이때, 사람들 틈에서 노인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오덕화와 장수지를 손가락질하며 잔뜩 실망했다는 투로 말했다.“정말 내가 너희들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동네방네 소문나게 성대하게 약혼식을 준비해 놓고 그까짓 2천만 원이 없어서 이 난리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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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회사를 나온 그는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파출 센터를 찾았다.“안녕하세요.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그를 맞이한 사람은 사십 대 정도의 중년 남자였다.천도준이 말했다.“간병인을 한 명 고용하고 싶은데요.”오남미가 다녀간 뒤로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서 밀착 간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현재 서천구 재개발 사업 때문에 24시간 병원을 지킬 수는 없었다.간병인을 고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잘 찾아오셨습니다. 저희는 전문 간병인만 육성하는 센터거든요. 앉아서 얘기하시죠.”중년 남자가 웃으며 그에게 차를 권했다.“간병인에게 특별한 요구사항은 있나요?”천도준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덤덤히 말했다.“싸움을 잘했으면 좋겠군요.”“싸움이요?”같이 차를 마시던 중년 남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흠… 이런 요구사항은 처음이라….”이럴 거면 차라리 경호원을 고용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싸움을 잘하는 사람이면 됩니다.”천도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오남미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처가댁 식구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간병인을 고용한 주요 목적은 그들이 엄마의 치료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그래서 나약한 사람은 쓸 생각이 없었다.“그럼 제가 어떻게든 사람을 구해보겠습니다.”중년 남자는 의혹을 참으며 컴퓨터로 간병인 리스트를 검색했다.“다른 요구사항은 더 없나요? 월급은 얼마 정도로 예상하시나요?”“싸움 잘하고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돈은 얼마가 됐든 상관없습니다.”천도준이 말했다.어머니는 그의 전부였다. 어머니를 지킬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게다가 그는 현재 돈이 넘쳐나게 많았다.중년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20년 파출과 용역 사업을 했지만 이렇게 기괴한 요구를 하는 손님은 처음이었다.그는 30분 정도 리스트를 검색하다가 한 이력서를 보고 눈을 반짝 빛냈다.“손님, 이 사람은 어떤가요?”말을 마친 그는 노트북 화면을 천도준에게 돌렸다.천도준은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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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서천구 재개발 사업에서 마영석 대리는 한 구역의 주요 담당자였다.마 대리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에게 말했다.“지금 현장에서 오는 길인데 입주민들이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보상금이 적다면서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현수막을 치고 앉았어요.”천도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재개발 사업은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고 보상금도 표준보다 적지 않을 텐데? 게다가 이대광이 60억이나 더 보고하는 바람에 보상금도 그만큼 올라갔을 텐데 어떻게 된 거야? 게다가 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잖아. 사인할 때는 아무 불만이 없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데?”“그야 저도 모르죠.”마 대리가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의성이 서천 개발에 투자한다는 소문이 돈 뒤로 그쪽 땅값이 매일 치솟고 있잖아요. 안 그래도 입주민들이 불만이 생길까 봐 현지 주민들에게 꼼꼼히 확인했고 그때는 보상 금액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했어요. 어제 그 지역 사는 할아버지들과 장기도 같이 두었는걸요.”마 대리는 말할수록 억울함이 치밀었다.“그런데 오늘 갔더니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쌀쌀맞게 대하더라고요.”“하, 재밌네.”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하룻밤 사이에 태도를 바꾼다라. 누군가가 움직였다는 얘기겠군.”정태건설에서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승진하면서 그는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비록 이대광 때문에 많은 억울함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현재는 이수용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표로 부임하고 이 회사의 중심이 되었다.이와 비슷한 부류의 일은 예전에도 겪어본 적 있었다.“대표님, 누가 우리 엿 먹이려고 움직였다는 얘기인가요?”마 대리가 물었다.“그럼 어제 마 대리랑 같이 장기까지 두던 노인네가 오늘 아침 갑자기 쌀쌀맞게 변했을 리가 없잖아?”천도준이 정색하며 말했다.“일단 나가봐. 내가 좀 더 조사를 해볼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일해.”“그래도 제가 그 지역 담당인데 이렇게 빠져도 정말 괜찮은 겁니까?”정직한 마 대리가 걱정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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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전화를 끊은 이대광은 피식거리며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자식, 잘난 척하는 건 여전하네? 언제까지 웃나 두고 보자.”서천구 입주민들의 난동은 그의 작품이었다.이대광에게 천도준은 여전히 과거에 그의 앞에서 납작 엎드리던 부하직원에 불과했다.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천도준이 자신의 위에서 노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게다가 지난번에 클럽 근처의 골목에서 천도준에게 맞은 것이 아직도 뼈가 아팠다.매형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있는데 복수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천도준에게도 조력자가 있는 걸 알지만 그 조력자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자신의 매형보다 든든할까?“오빠, 무슨 일이야?”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이대광의 품을 파고들며 물었다.이대광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키우던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자기가 사람이 된 줄 알잖아. 웃기지 않아?”여자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대광의 가슴팍에 원을 그리며 애교를 부렸다.“오빠….”이대광의 얼굴에서 싸늘한 기운이 사라지고 음흉한 미소가 피어났다.한편, 전화를 끊은 천도준은 이수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대광 혼자 한 짓이라면 그는 얼마든지 놈을 응징할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이대광의 매형에 대해서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는 천도준의 능력을 높게 사서 3년 만에 천도준을 부장의 자리까지 올린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라면 이대광이 친 사고를 계속해서 수습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을 이 판에서 완전히 빠지게 만들어야 속 좁은 이대광이 자꾸 시비를 걸어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 이수용이 단 몇 분만에 정태건설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건 둘이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컸다.잠시 후, 이수용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밤 여덟 시에 리빙턴 호텔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천도준은 흔쾌히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실 속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옛 상사가 이 도시에서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이수용이 중간에 끼지 않았더라면 그는 혼자서 상사를 만날 기회조차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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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전에 파출 업체 사장에게도 얘기한 적 있는 내용이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전하는 건 다른 의미였다.“이 조건을 수락할 수 있다면 나는 OK입니다.”“할게요.”박유리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원했던 금액은 350만원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은 통 크게 50만을 더 얹어서 주었고 나이 든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은 그렇게 강도가 높은 일도 아니었다. 박유리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인가 싶기도 했다.고용 계약서를 작성한 뒤, 천도준은 박유리를 데리고 이율 병원으로 향했다.택시에 오른 박유리는 묘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봤다.“뭐 궁금한 게 있어요?”천도준이 물었다.박유리가 움찔하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정말 외람된 질문인 걸 알지만 400만원이나 주고 간병인을 고용하는 분이 자차가 없다는 게 신기해서요.”천도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가 부자가 된지도 이제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이식수술이 끝난 뒤에는 서천구 재개발 사업에 정력을 쏟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일하다 보니 바빠서 차를 사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그는 솔직하게 대답하며 화제를 돌렸다.“전에 공사 현장에서 일한 적 있어요?”“네.”박유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그걸 어떻게 아셨어요?”사실 천도준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박유리는 외모 조건이 어디 뒤떨어지는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직 격투기 프로 선수였던 그녀가 왜 하필 간병인이나 공사 현장 같은 험한 일을 찾아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손에 굳은살이 많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박유리가 씁쓸한 얼굴로 손을 가렸다.아직 이십 대 후반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대체 어떤 삶을 경험하고 살았던 걸까?“공사 현장에서 막일을 했어요?”천도준이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죠. 철심 박는 일을 했어요.”박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천도준은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딱 원하던 간병인이었다.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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