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281 - Chapter 290
308 Chapters
제281화 늘 보던 곳에서 만나
“이미 FL 그룹과 협력하기로 했어. 초기에는 내가 직접 따라붙어야 할 것 같아.”“그럼 저도 함께 갈까요?”“그래. 준비하고 있어. 나중에 FL 그룹과 주요 팀원들도 함께 갈 거니까.”“네, 사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일 처리를 마친 뒤 하연은 상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그때,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갑자기 울렸다.액정에서 번쩍이는 번호를 본 순간, 하연의 표정은 이내 굳어 버렸다.“최하연, 너 FL 그룹과 제휴를 맺었다며?”귓가에 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연은 눈을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소식 참 빠르네.”“정말 나 대신 그 자식을 선택하는 거야? HT 그룹과 협력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잖아. 안 그래?”“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데 쓸데없는 말은 왜 해?”서준은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명색이 한서준이 누구한테 이렇게 져본 적 있겠는가?“D시 프로젝트는 보기와 달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만약 D시에 간다면 무조건 조심해야 해. 필요하면 HT 그룹이...”“필요 없어. DS 그룹에 가장 필요 없는 게 HT 그룹의 도움이야.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집안일이나 신경 써. 그러다 또 화를 당하지 말고. 안 그래?”하연이 뭘 말하는지 서준이 모를 리 없다.“걱정하지 마. 너를 해친 사람은 단 한 명도 그냥 놔두지 않을 테니까.”서준이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지만 하연은 그저 피식 웃었다.“한씨 가문 일을 나한테 보고할 거 없어. 네 잡담 들어줄 흥미 없으니까.”말을 마친 하연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 건너편에 있던 서준은 핸드폰을 꽉 쥔 채 눈이 어두워졌다. 심지어 얼굴은 이미 잿빛이 되었다.그때 때마침 혜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서준 씨, 괜찮아?”“나가!”싸늘한 표정으로 무섭게 내뱉은 한마디에 혜경은 흠칫 놀랐다.하지만 일부러 모른 체하며 애교 섞인 모습으로 다가왔다.“서준 씨,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말해. 내가 들어 줄게.”서준은 눈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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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방금 건 중요한 일 아니야?
으리으리한 호텔 안에서 남녀의 신음 소리가 한참 동안 흘러나왔다.그렇게 한바탕 몸을 섞은 혜경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그러자 나체 상태의 도지환이 혜경을 품에 와락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한동안 못 봤더니 많이 죽었네? 감옥 생활이 고됐나 봐?”혜경은 담배 연기를 후 내뿜었다.“실없긴.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부른 거야.”“하하, 알지! 방금 건 중요한 일 아니야?”혜경은 어두운 눈으로 담배를 눌러 껐다.“한서준이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물론 아직은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지만.”지환은 혜경의 몸을 쓱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증거도 없는데 겁낼 거 뭐 있어? 조심하면 되지.”혜경은 그런 지환의 손을 탁 쳐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됐든, 난 한씨 가문 사모님이 꼭 돼야겠어. 안 되더라도 최하연을 꼭 감옥에 처넣고 말 거야.”지환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미소 짓더니 혜경의 턱을 들어 올렸다.“내 곁에 누워서 다른 놈을 생각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애초에 그렇게 애썼는데도 한서준과 결혼하지 못했으면서,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그것만 생각하면 혜경은 화가 치밀었다.그렇게 애를 썼는데 서준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가문을 끌어들였으니.심지어 혜경의 할아버지는 아직도 빚을 갚으려고 일하고 있다.그 죄책감 때문에 혜경은 출소했으면서 가족을 만나러 가지 못하고 있고.“내가 인생 역전하려면 한서준과 결혼하는 방법밖에 없어.”“하하. 그럼 축하해.”너털웃음을 지을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지환을 보자, 혜경은 지환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교 부렸다.“나 안 도와줄 거야?”“내가 어떻게 도와? 남녀 간의 일은 제삼자가 끼어들 수 없어.”“도와주지 못하는 거야? 도와주기 싫은 거야?”혜경은 직설적으로 되물었다. 지환이 어떤 사람인지 혜경이 모를 리 없다. 이에 바싹 자가가 지환의 뺨에 입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난 한 사모님 신분만 필요한 거니까. 내 몸은 여전히 자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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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철저히 무시당하다
희망이 보이자 혜경은 눈을 반짝였다.“말해 봐. 혹시 무슨 좋은 수가 떠오른 거야?”지환은 그런 혜경을 제 아래에 가두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알고 싶으면 나 만족시켜 봐.”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실내에서 또다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다음 날.하연이 짐을 챙겨 출발하려 할 때, 하민에게서 연락이 왔다.“하연아, 너 D시에 간다면서?”‘역시 오빠한테는 뭐든 비밀로 할 수 없다니까.’하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대답했다.“네, 상혁 오빠랑 같이 가요.”“D시에 내 친구가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걔한테 도움받아.”“네, 알았어요. 저 어린애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요.”그건 맞지만 하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정 실장도 같이 가?”“네, 회사 직원들은 따로 출발해서 아마 내일에야 만날 수 있을 거예요.”하민은 그제야 안심했다. 태훈과 상혁이 함께라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었으니까.하지만 여전히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넌 어릴 때부터 독립심이 강하고 주관도 또렷하니 내가 간섭하지는 않겠는데, 밖에 나가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야. D시 치안이 좋지 않으니 내가 경호원 더 붙여 줄게, 꼭 안전에 주의해.”“알았어요.”하연은 말하면서 눈을 들어 멀지 않은 곳에서 저를 기다리는 상혁을 흘긋거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상혁 오빠도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이만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하연은 이내 성큼성큼 상혁에게 다가갔다.“상혁 오빠!”상혁은 하연의 짐을 받아 비서에게 넘겨주고는 하연의 손을 잡고 전용기에 올라탔다.이윽고 5시간의 비행 끝에 두 사람은 무사히 D시 공항에 도착했다. 협력사 측에서 파견한 사람은 이미 현지 공항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때문에 VIP 게이트를 통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최 사장님, 부 대표님 D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하연은 얼른 다가가 유창한 영어로 상대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혹시 HY 그룹에서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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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차별 대우
안나는 하연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하더니 이내 모든 신경을 상혁에게 쏟아부었다.“부 대표님이 여기까지 친히 오실 줄은 몰랐네요. 환영해요. 먼 길 오셔서 피곤할 텐데 호텔로 안내할게요.” 상혁은 상대의 태도에 눈이 어두워지더니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눈앞에 세워진 두 대의 밴을 보자 안나는 이내 하연을 그중 하나로 안내했다.“최 사장님, 타세요.”하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 그러자 상혁이 이내 그 뒤를 따라 하연의 옆자리에 앉으며 안나에게 말했다.“이사님, 저는 최 사장님과 함께 탈게요.”안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감정을 억제했다.“네. 그럼 저희가 뒤에서 따르겠습니다.”차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하자마자 하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해서 말했다.“상혁 오빠, 안나 이사님이 오빠랑 같은 차 타려고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미녀의 체면을 깎아도 돼요?”상혁은 고개를 돌려 하연을 힐끗 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자그마한 머리통으로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이토록 심각한 표정의 상혁은 처음 보는지라 하연은 애써 웃음을 참더니 농담조로 말했다.“알았어요. 그런데 안나 이사님이 저렇게 예쁜데 정말 안 설레요?”“별 감흥 없어.”무뚝뚝한 상혁의 대답에 하연은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그 때문인지 얼굴을 덮쳐오는 바람도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자 하연은 그 웃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 호텔 인테리어는 7, 8년 정도 된 데다 한눈에 봐도 낡아 보였다.그때 안나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부 대표님, 최 사장님, 들어갑시다.”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니 하연은 트집을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안나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이곳은 이 부근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예요. 며칠 동안 편안하게 묵었으면 좋겠어요.”‘가장 좋은 호텔?’‘이게?’‘와, 현타 오네.’상혁은 그런 하연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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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쥐가 있어요
“그래서 하나는 부 대표님께 드리는 겁니다.”가방에서 카드키를 꺼내 든 안나는 매력적인 눈으로 상혁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카드키를 쥐어 주며 윙크를 날렸다.“제 방은 바로 옆방이니 언제든지 환영해요. 깊이 있는 교류를 해도 좋고요.”이윽고 말을 마치자마자 상혁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엉덩이를 흔들며 떠나갔다.상혁은 카드키를 힐끗 보더니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이윽고 하연에게 전화하려 할 때, 하연이 캐리어를 끌며 다가오더니 상혁을 보자마자 그대로 내팽개치고는 상혁의 품에 폭 안기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상혁 오빠, 쥐... 엄청 큰 쥐가 있어요.”어찌나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도 떨고 있었다.놀란 고양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하연을 보자 상혁은 끝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마침 잘됐네, 그럼 여기서 지내.”하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쥐가 뭐라고, 괜찮아.”상혁의 위로에도 하연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엄청 큰 쥐였어요.”말하면서 상혁의 품에서 떨어진 하연은 그제야 상혁의 방이 제 방과 천지 차이라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울고 싶은 마음마저 생겨났다.“이건 차별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됐어. 안방은 네가 써, 난 소파에서 잘게.”하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고, 상혁은 하연에게 슬리퍼를 챙겨주고 캐리어를 안으로 옮겨 주었다.방에 들어오자마자 하연은 이내 침대로 향했다. 커다란 침대에 몸을 맡기니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해졌다.“와, 침대 너무 넓고 편하다!”몸을 돌려 옆에 있는 베개를 품에 꼭 안으니 한시도 침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이에 하연은 한참 누워 있다가 느릿느릿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 하연은 하품을 하며 헤어드라이기를 챙겨 나왔다. 그 시각, 상혁은 노트북을 끌어안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그러다 하연을 보자 이내 노트북을 덮고 헤어드라이기를 받아 들었다. 졸려서 눈꺼풀과 싸우고 있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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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설마 최씨 가문 사람은 아니겠지?
이 방에 저와 상혁 두 사람뿐이라는 걸 떠올리자 하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답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상혁 오빠가 나를 방까지 안아갔나 보네.’“아! 최하연, 정말 미쳤어!”하연은 쪽팔리고 화가 나서 중얼거리더니 상혁을 화장실에서 쫓아냈다.하연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상혁은 어리둥절해서 밀려 나가더니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하연이 씻고 나서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상혁은 이미 방에 없었다. 그제야 히연은 숨을 푹 내쉬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한참 뒤, 식사를 반쯤 끝냈을 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당연히 상혁이 돌아왔다고 생각한 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오빠, 카드키 안 챙겼어요?”하지만 말소리는 이내 뚝 끊겼다.그도 그럴 게, 하연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상혁이 아니라 놀란 표정을 한 안나였으니까.안나는 하연을 삿대질하며 분노를 얼굴에 드러냈다.“설... 설마 어제 여기 있었어요?”“무슨 문제 있나요?”천진무구한 표정으로 되묻는 하연의 모습에 안나는 화가 치밀었다.“부 대표님은 어디 있죠?”하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여기 없어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이제 곧 출발해야 하니 사람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가시 돋친 말투로 말한 안나는 상대방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떠나버렸다. 그 뒤에 혼자 남겨진 하연은 어리둥절해서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하연이 아래층에 도착하자 일행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그중에서 태훈이 제일 먼저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했다.“최 사장님, 잘 주무셨어요?”“응. 다 도착했네?”하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이내 상혁을 돌아봤다. 이윽고 어제 일은 완전히 잊은 듯 뻔뻔하게 손을 흔들었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나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상혁 앞에서 체면을 지켜야 했기에 아까처럼 하연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부 대표님, 오늘 오전 회의가 잡혀 있어 회의하고 나서 오후에 현지 조사를 진행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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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내가 없으면 협력 건도 없던 일이 될 텐데?
“우연의 일치일 거예요. 성만 같겠죠.”“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최 사장이 어딜 봐서 명문가 아가씨 같아 보여?”안나는 내친김에 하연을 보며 지아의 의견에 맞장구쳤다.“됐어, 오늘 목표는 최 사장이 아니야.”지아는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다.“걱정하지 마세요. 이사님 목표는 부 대표님이잖아요.”“맞아.”안나가 순순히 인정하자 지아가 말을 이었다.“부 대표님 꼭 낚아채세요.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어디 가서 만나요? 저런 남자를 낚아채면 그야말로 사는 세상이 달라진다고요.”안나는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 남자는 가끔 청순한 걸 좋아하지만 결국에는 섹시한 걸 못 거절해. 그러니 부 대표도 무조건 나한테 넘어오게 돼 있어.”말을 마친 안나는 자신만만하게 사람들 뒤를 따랐다.일행을 실은 차는 곧바로 HY 그룹으로 향했다. D시 최고의 기업인 HY 그룹은 인테리어부터 매우 웅장하고 화려했다.심지어 대문 앞에는 [최 사장님과 부 대표님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드리워 있었다.모든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현장에는 열렬한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직원들이 하연과 상혁을 둘러싼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부 대표님, 회의실은 22층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안나가 상혁한테 살갑게 말하는 사이, 하연이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르려고 했으나 지아가 막아섰다.“최 사장님, 우리는 다음 걸 탑시다.”하연은 그 말에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상혁 역시 문이 닫히고 나서야 하연이 아직 오르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고 태훈에게 물었다.“최 사장은 안 탔어요?”“최 사장님은 미처 못 오른 것 같습니다. 제가 내려가서 확인할까요?”태훈이 대답하자 옆에 있던 안나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이제 더는 못 타요. 괜찮아요. 제 비서도 못 탔는걸요. 이따가 최 사장님을 위층으로 안내할 거예요.”안나의 말에 상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일행과 함께 22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HY 그룹 대표가 상혁 일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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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최 사장님이 없어졌어요
하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눈으로 한기를 내뿜었다.“일개 비서가 이렇게 기고만장해서야. HY 그룹의 성의를 좀처럼 보기 힘드네요. 하지만 충고 하나 하자면 본인이 한 일에 대한 뒷감당은 본인이 져야 해요.”이윽고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 떠났다.하지만 지아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그도 그럴 게, 하연이 그저 저한테 겁을 주려고 그런 말을 내뱉았다고 생각했으니까.오랜 직장생활을 하며 안 보고 안 겪은 일이 없다고 자부하는 지아는 하연을 그저 힘없고 권력 없는 일개 나부랭이로 취급했다.하연은 HY 건물에서 나온 뒤 곧장 차에 올라타 핸드폰을 꺼내 들고 게임을 시작했다.그 시각,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테이블 앞에 앉아 미간을 구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혁 때문에 회의실 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상혁이 이러는 이유를 알 리 없는 HY 대표 주자철은 이마 위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부 대표님,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상혁은 대답 대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벌써 20분이나 흘렀는데 하연은 왜 안 오는 거지?’그때 태훈이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나지막하게 보고했다.“부 대표님, 최 사장님이 없어졌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상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하며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회사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그때 안나가 다급히 따라나섰다.“부 대표님,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 가시나요?”상혁은 안나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제 갈 길을 걸었다. 한 번도 이렇게 소란을 피운 적이 없고 더욱이 제 전화를 끊은 적 없던 하연의 이상한 반응에 상혁의 미간은 팍 구겨졌다.‘오늘 대체 왜 이러지?’“혹시 최 사장님 봤어요?”상혁의 물음에 안나는 그제야 방금 전 지아를 시켜 하연을 막으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상혁이 이렇게까지 하연의 일에 예민할 줄은 생각도 못 해 괜히 마음이 찔렸다.“저도 부 대표님과 함께 올라왔는데 어떻게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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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부상혁의 보호
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부상혁과 최하연이 대체 무슨 사이인 거야?’그 시각.똑똑-차창 박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눈을 들어 확인한 하연은 밖에서 기다리는 상혁을 발견했다.하지만 하필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시선을 거두고 물 흐르듯 스크린을 몇 번 터치하더니 몇 초 만에 상대를 KO 시켰다.이윽고 액정에 뜬 승리라는 문구를 보자 그제야 핸드폰을 거두고 문을 열었다.“상혁 오빠.”입을 삐죽 내민 하연의 얼굴에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그 모습에 상혁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 차에서 게임을 하는 거야?”하연은 두 손을 쫙 펴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삐죽거렸다.“왜긴 왜겠어요? 누군가 저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으니 못 들어갔죠.”그 말에 상혁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졌다.“보아하니 우리와 협력할 마음이 없나 보네. 그렇다면 우리도 계속할 필요 없지.”말을 마친 상혁은 차에 타더니 이내 기사더러 출발하라고 명했다.차가 시동을 걸고 곧바로 출발하자 하연은 왠지 자기가 보호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은근히 좋았다.“오빠, 이번 프로젝트 2천억짜리인데, 이렇게 그냥 간다고요?”“사업이 너만 중요할까?”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상혁을 보며 하연은 싱긋 웃었다.순간 공기 속에 달콤한 분위기가 섞이기 시작했다.“그렇게 말하니 저는 기분 좋은데, 운석 씨가 마음 아파하겠네요. 이 프로젝트는 운석 씨가 따낸 거거든요.”상혁은 순간 질투심이 솟아났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발했다.“프로젝트는 나도 때낼 수 있어. 2천억짜리 프로젝트를 원하면 얼마든 따내 줄게. 하지만 다음부터 내 앞에서 다른 놈 얘기 꺼내지 마.”‘와, 남자다. 카리스마 쩌네.’하연은 눈을 깜빡이며 상혁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오빠 너무 난폭한 거 아니에요? 좀 쪼잔한 것 같기도 하고.”“사랑하는 여자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남자든 쪼잔해져.”하연은 가슴이 콩닥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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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협력 취소
태훈 일행이 떠나자 주자철은 끝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떤 자식이 최 사장님 심기를 건드렸어? 당장 나와!”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날벼락을 맞은 듯한 사람들의 표정과 이토록 화내는 회사 대표를 보자 안나는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그때.“대표님, 방금 CCTV를 확인했더니 누군가 최 사장님을 막고 회의실 밖에 세워뒀습니다.”비서의 보고에 주자철은 버럭 소리쳤다.“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감히 최 사장님을 막았어?”비서는 이내 지아를 가리켰다.“지아?”충격을 받은 사람 중, 누군가 이내 지아를 미는 바람에 지아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픈 걸 상관할 새도 없이 다급하게 사정했다.“대표님,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그냥...”주자철은 발로 지아의 어깨를 세게 걷어찼다.“그냥 뭐? 그분이 B시 DS 그룹 최 사장님이라는 거 몰라서 그래? 그런 눈치도 없이 회사 생활 어떻게 해?”“대표님,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헤 주세요. 제발.”지아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한 채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하지만 단단히 화난 주자철은 그 자리에서 명령했다.“나한테 비는 게 뭔 소용이야? 당장 가서 최 사장님께 빌어! 최 사장님 화를 풀어드리지 못 해 이 프로젝트가 물 건너 가면 앞으로 출근할 필요 없어.”지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바로 최 사장님을 찾아가 용서를 구할게요.”이윽고 말을 마치자마자 후다닥 일어나 냅다 밖으로 뛰쳐나갔다.그걸 본 주자철은 이를 악물며 지아를 속으로 수천수만 번 욕했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가서 일하지 않고!”사람들은 저한테 불똥이라도 튈까 두려워 순식간에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갔다.한편, 호텔에 돌아온 하연은 휴식할 새도 없이 주자철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최 사장님, 오늘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랫사람이 실수로 벌인 짓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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