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0 챕터
제41화
김하린의 얼굴에 띈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자 한태형은 극도의 쾌감을 느꼈다.하지만 곧이어 그녀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한태형 생각보다 너무 유치한데?”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뭐라고?”“네가 정말 그럴 배짱이 있으면 굳이 사람 시켜서 비밀리에 나랑 만났을까?”김하린은 그를 가볍게 밀치고 룸 안을 거닐었다.“여긴 카메라도 없고 밖에 엄청 시끄러워서 아무도 이 작은 방을 신경 쓰지 않아. 나랑 만난 일을 박시언이나 한태윤에게 들킬까 봐 두려운 거잖아. 그런 애가 감히 여기서 날 함부로 할 엄두는 나고?”김하린은 소파에 앉아서 사과를 한 입 먹었다.그녀도 전에 이런 장소에 드나들어서 잘 알고 있다. 이런 식의 룸은 프라이빗 등급이 모두 S급이라 거물급 인사들이 거래하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소식이 새어나가기는커녕 파리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다.김하린은 한태형을 쳐다봤다.“태형아, 유치하게 사람 좀 그만 협박해. 나한테 전혀 안 먹혀.”지난번에 손정원에게 납치당했던 때와 비하면 이건 그냥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아니나 다를까 한태형은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김하린이 무심코 도발하자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살짝 돌변했다.“내가 진짜 너 못 건드릴 것 같아?”“바로 네 앞에 있잖아. 마음껏 해보라니까.”김하린은 달갑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박시언의 아내인 한, 한태형은 간이 배 밖에 튀어나올지언정 절대 그녀를 건드릴 엄두가 안 날 것이다.한참이 지나도 한태형은 역시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김하린도 더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인정해. 처음 널 봤을 때부터 한태윤 동생이란 걸 알았어. 그땐 네 주의를 끌고 싶다기보다 네가 이대로 재능을 묻히는 게 아까워서 그랬어. 그래서 괜히 널 자극하면서 A대에서 공부하라고 했을 뿐이야.”김하린의 말은 진실 반, 거짓 반이다.한태형은 그녀가 지금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곧이어 되물었다.“내 재능? 그게 뭔데?”해성 사람들은 한씨 일가 둘째 도련님이 명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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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두 형제 사이가 매우 돈독할 듯싶다.단지 외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김하린에게 속내를 들킨 영문인지 한태형은 머리를 홱 돌렸다.“나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마.”“난 잘 몰라. 그냥 한번 말해본 거야.”김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도 충분히 머물렀으니까 이만 돌아가 봐도 되겠지?”“거기 서.”한태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빨리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김하린이 물었다.“협박도 했겠다, 복수도 했겠다, 또 뭘 어쩔 건데?”협박? 복수?한태형이 그렇게 계획한 건 맞지만 정작 김하린은 이 룸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았다.오히려 한태형만 가슴이 답답하고 숨 막힐 따름이다!그는 기분이 잡쳤다. 여자한테 이렇게 몇 번씩이나 당하긴 처음이니까.“박시언 해성에 여자 있는 거 너도 알아?”“알지.”‘기껏해야 소은영이겠지.’그녀의 무관심한 태도에 한태형은 의아할 따름이었다.“신경 안 쓰여?”“정략결혼인데 뭘 그렇게 신경 써?”김하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한태형, 너 지금 우리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이런 질문 하는 거야?”한태형은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그 남자 기댈만한 사람 아니야. 두 사람 안 어울려. 단지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알아.”그녀는 조만간 박시언과 이혼할 것이다.“조언 고마워. 먼저 갈게.”김하린은 그에게 손짓하고 문밖을 나서려 했는데 한태형이 몸에 걸친 외투를 벗어서 대뜸 그녀의 머리에 내던졌다.“여기 보는 눈 많아. 조심히 나가. 함부로 딴 사람 차에 타지 말고.”김하린은 그가 말하는 사람이 허윤아라는 걸 잘 알고 있다.허씨 일가와 한씨 일가의 관계를 진작 알고 있었기에 그녀도 허윤아의 차를 타고 왔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 쉽게 타줄 리가 없다.김하린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신경 써주는 거라고 여길게.”한태형은 그녀를 힐긋 바라봤다.이 여자는 정말 자신감이 너무 차 넘친다.김하린은 한태형의 옷을 걸치고 클럽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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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이미 주원이더러 ID 조사하라고 했어. 결과 곧 나올 거야.”서도겸은 매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에게 일말의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누군지 추측 가는 사람 있어?”김하린은 미간을 구기고 머릿속에 수많은 사람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나도 몰라. 아무튼 한태형은 아닐 거야.”서도겸이 가볍게 웃었다.“네가 밀회한 사람이 한태형이었구나.”“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농담 좀 그만해.”서도겸이 말했다.“한태형이면 해결하기 쉬울 거야.”김하린은 침묵했다.실검 기사는 단지 그녀가 클럽에서 어떤 남성과 밀회했다고만 했지 상대가 누구인지 공개하지는 않았다.이는 기사를 터트린 사람도 상대 남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거나 아예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른 채 그녀가 걸친 외투만으로 남자와 밀회한 거라고 추측했을 뿐일 것이다.하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상대가 한태형인 걸 알면서도 감히 이런 짓을 벌이는 사람은 없으니까.김하린이 물었다.“한씨 일가에서 손 쓸까?”“내가 아는 한태윤이라면 분명 대책을 세울 거야.”제 동생이 유부녀와 스캔들에 휘말렸으니 한태윤은 무조건 조처를 해서 기사를 전부 내릴 것이다.김하린이 되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거네?”“사람은 내가 조사할 거고 박시언은 이미 대처 방안을 세웠을 거야. 기사도 한씨 일가에서 해결할 테니 이 스캔들은 너한테 딱히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심해도 돼.”서도겸의 말을 들은 김하린은 정말 마음을 내려놓았다.오후에 모든 기사가 사라졌고 이도하가 직접 그녀를 모시러 왔다. 김하린은 얌전히 더 빌리지로 돌아갔다.좋은 소식은 이 사건이 아직 최미진의 귀에 안 들어갔다는 것이다.나쁜 소식은 김하린이 A대에 다니는 일이 곧 까발려진다는 것이다.이 바닥에서 빅이슈가 터지기만 하면 전파 속도가 엄청나니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박시언은 한창 소파에 앉아서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김하린은 그의 양미간 사이에 담긴 들끓는 분노를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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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박시언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가 어떻게 이 사건의 데미지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걸 모를 리 있을까?만약 심각했다면 아침에 그녀에게 했던 전화 한 통으로 절대 끝날 리가 없겠지.김하린이 말했다.“그래. 어차피 내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당연히 네 뜻대로 해야지.”“나랑 함께 기자회견에 나가주면 돼.”“그게 다야?”김하린은 어리둥절했다.박시언이 지금 그녀를 이용할 기회를 흔쾌히 포기하고 있다는 말인가?그는 수중의 신문을 내려놓았다.“다정한 부부 사이로 지내야 해. 네 생각처럼 쉬운 일 아니야.”박시언의 표정을 본 그녀는 곧바로 상대의 마음을 캐치했다.하긴,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정한 행동을 하는 건 실로 역겨운 일이니까.이러니까 전생에 박시언도 그녀와 함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걸 줄곧 거부했겠지.그녀와 다정한 부부 사이로 보이는 것은 박시언에게 있어 너무 힘든 일이다.“조건 없이 다 너한테 맞춰줄게.”말을 마친 김하린은 후회가 밀려왔다.박시언은 유미란에게 단아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준비하라고 시켰다. 순백의 화이트 색상은 저도 몰래 소은영을 떠올리게 했다.전생에 이 드레스는 아마 소은영이 입고 나갔을 것이다.박시언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소은영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을 해주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하린이 떡하니 이 드레스를 입고 있다.“난 이거 별로야.”“참아.”박시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가 클럽이나 드나든다는 이미지를 지우려면 반드시 우아하고 순수한 드레스를 입고 나가야 해.”김하린은 입을 꾹 다물고 마지못해 드레스를 입었다.이번 기자회견은 모건 그룹에서 새로 오픈한 부동산 매물 판매를 홍보하기 위해 개최한 행사였다. 유명 언론사들은 전부 자리에 참석했다.김하린은 박시언을 따라 차에서 내린 후 그의 팔짱을 끼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뭇사람들 앞에서 둘은 한없이 애틋한 부부 사이란 걸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한편 가까운 곳에서 소은영은 평범하디 평범한 샤넬 원피스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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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무심코 걱정해주듯 그녀에게 말했다.“나 긴장 안 해.”김하린은 여러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어도 아주 자연스럽게 대응했다.박시언은 그녀가 전에 이런 자리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전생의 김하린이 그와 거리를 좁히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아직 모를 것이다.아쉽게도 전생에 그녀가 죽은 후에도 박시언은 이 여자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아래에 있는 언론매체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들었다. 요즘 온라인 상으로 두 사람의 기사가 떠돌고 있으니 적잖은 매체들이 이 기회를 빌려 타이틀 기사를 낚아채고 싶었다.“이번에 저희 모건 그룹에서 개발한 새 아파트는 A, B 구역으로 나뉘는데 큰 평수는 A 구역, 작은 평수는 B 구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대형 쇼핑몰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으며 지하철역과 버스역도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단지의 녹화는 최상급의 정원 설계를 거쳤으며 방 구조는 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아늑한 가족형 아파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여기까지 말한 박시언은 김하린의 손을 꼭 잡았다.김하린도 적절한 타이밍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이 장면은 맨 뒷줄에 앉은 소은영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왔다.곧이어 기자들의 질문 순서가 다가왔다.모 기자가 대뜸 입을 열었다.“대표님, 최근 온라인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이 기회를 빌려서 제대로 대답해주실 수 있을까요?”이 질문을 들은 순간 김하린은 바로 알아챘다. 오늘 기자회견은 박시언이 직접 마련한 자리였다.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무모하게 첫 질문부터 이런 민감한 문제를 내던질까?“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저는 제 아내의 사생활에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아내를 충분히 믿으니까요.”말을 마친 박시언이 김하린을 쳐다봤다.김하린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박시언은 지금 완벽한 남편 이미지를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김하린은 카메라를 훑어보다가 곁눈질로 그만 구석에 앉은 소은영을 발견해버렸다.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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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대표님, 언니, 방금 말씀 너무 잘하셨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김하린은 소은영의 말을 듣고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박시언과 애정을 과시했는데 소은영이 그렇게 말하자 결국 한차례 연기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박시언과 그녀는 서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여기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만 학교로 돌아가.”김하린은 박시언이 차갑게 말하자 조금 놀랐다.예전의 박시언은 소은영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오늘 왜 저러지,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곧 김하린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금 전 단상 아래에 있던 기자의 질문 때문에 조심스러운 거겠지.박시언의 말을 들은 소은영은 눈가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지난번 생일날 밤부터 박시언은 그녀를 차갑게 대했고 먼저 전화를 걸어도 별 반응이 없었다.소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이제 돌아갈게요.”소은영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박시언은 다소 후회가 밀려왔다.너무 퉁명스럽게 얘기했나?돌아서는 소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하린이 말했다.“여자들 마음이 얼마나 약한데, 달래고 싶으면 얼른 가봐.”“가서 달래라고?”박시언은 얼굴을 의아한 어투로 말했다.“그래도 당신이 후원해 준 학생인데 평소에는 그렇게 잘 대해주다가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대하니 당연히 서운할 수밖에 없지.”박시언은 입술을 다물었다.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김하린이 말했다.“지금 안 가면 늦어. 이 비서님 운전을 빠르게 하시거든.”“그렇게 자극할 필요 없어.”박시언은 김하린의 손을 잡고 덤덤하게 말했다.“사모님은 너니까.”김하린은 당황했고 박시언은 이미 그녀의 손을 이끌고 행사장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시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몇 년 전 박시언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손을 이렇게 잡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박시언은 김씨 가문의 개구쟁이 열두 살 소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당시 그는 학교에 다니는 열일곱 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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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내 울트라 HD 4K 98인치 대형 TV!”이 장면을 본 배주원은 TV를 붙잡고 통곡하다가 고개를 돌려 서도겸에게 매섭게 쏘아붙였다.“이 개자식! 얘랑 나랑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잠깐 기분 나쁘다고 애를 박살 내! 넌 진짜…”“배상할게.”서도겸이 차갑게 말하자 배주원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돌렸다.“돈 많으면 다지 아주!”서도겸은 배주원과 실랑이를 벌일 기분이 아니었지만 배주원은 이렇게 말했다.“김하린이 TV 안에서 남편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네가 왜 화를 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친구로서 하는 충고다.”“연기일 뿐이야.”“학교에서도 일부러 한태형한테 접근했는데 그것도 연기야?”“그럴 줄 알았어.”서도겸은 차갑게 말했다.한태형이라는 쓸만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김하린이 분명 움직였을 것이다.예상대로 불과 며칠 만에 한태형과 김하린은 부쩍 가까워졌고, 한씨 가문은 알게 모르게 김하린을 많이 도와주었다. 이는 한씨 가문의 명성 때문은 아니었다.선을 긋고 김하린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 또한 그들에겐 즐거운 일이었다.김하린이 박시언의 아내였으니까.하지만 한씨 가문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건 한태형이 일부러 도와줬기 때문이었다.“예상한 거면 화가 안 나?”“한태형은 그 여자 스타일 아니야.”서도겸은 확신했고 배주원은 눈을 흘겼다.그래그래, 한태형은 그 여자 스타일이 아니지. 그 여자는 너 같은 스타일 좋아하겠지!대체 무슨 자신감이야?당연히 서도겸 앞에서 대놓고 할 수 없는 말이라 한참을 참던 배주원이 이렇게 말했다.“어디 가서 내 친구라고 하지 마!”창피하네 진짜!박씨 저택, 최미진은 기자회견을 본 후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때마침 김하린과 박시언이 돌아왔고 최미진은 거실에, 유미란은 음식을 준비하러 가는 것을 보았다.이를 본 박시언은 곧바로 김하린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여긴 웬일이세요?”“손자랑 손주며느리 보러 왔지. 왜, 둘만의 시간을 방해할까 봐?”환한 표정을 짓는 최미진은 기자회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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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박시언은 어려서부터 자기를 길러준 최미진을 경계하지 않았지만 김하린은 최미진의 수법을 알고 있었다.전생에서 그녀와 박시언이 관계를 맺은 것도 최미진 때문이었다.당시 최미진은 와인에 약을 탔고 미리 그녀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하여 조금 전 그녀는 일부러 지금 술을 마시지 않았다.“괜히 의심했나?”한바탕 살펴본 김하린은 무척 의아했다.한밤중에 김하린은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래층에서 인기척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박시언이 자주 집에 돌아오면서 그는 거실에 방 하나를 마련했고, 두 사람은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었다.김하린이 방문을 열고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주방 불이 켜져 있었다.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박시언이 헐렁한 목욕 가운을 걸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었다.“박시언?”김하린이 나지막이 불렀다.불빛은 희미했고 김하린은 박시언이 멈칫하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왜 나왔어?” 박시언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올라가!”김하린은 다소 붉은 박시언의 얼굴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상적인 붉은 색이 아니었다.불길한 느낌이 밀려왔다.박시언이 꾀에 당한 것이다.“괜, 괜찮아?”김하린은 움직이지 않고 2층 계단에 서 있었다.그녀에겐 그게 가장 안전한 거리였다.“괜찮아.” 무언가 참는 듯한 목소리였다.“당장 방으로 돌아가!”그 말을 듣고 김하린은 허둥지둥 방으로 달려갔다.이런 상황에서 박시언을 건드릴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쨍그랑-갑자기 아래층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란 김하린이 곧바로 방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듯한 박시언을 발견했다.“박시언!”김하린은 유리 파편으로 뒤덮인 바닥으로 뛰어갔다.박시언은 의식이 흐릿한 듯 보였고 김하린이 그의 뺨에 손을 대자 화끈거리는 느낌만 들었다.이윽고 박시언이 김하린의 손목을 잡자 그녀의 심장은 가파르게 뛰었다.이때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박시언은 김하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목이 마르고 온몸이 열기에 휩싸였지만 부드럽고 말랑한 손이 단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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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박시언이 자신의 옷을 찢으려는 것을 본 김하린의 빠르게 등 뒤에 숨겨져 있던 전기충격기를 꺼냈다.이윽고 박시언은 바닥에 쓰러졌다.붉어진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박시언을 바라보며 김하린은 미간을 어루만졌다.이건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날 텐데.김하린은 박시언을 화장실로 끌고 간 뒤 욕조에 죽지 않을 만큼의 찬물을 받아놓고 박시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박시언이 눈을 떴고 옷을 벗기던 김하린이 멈칫했다.젠장, 전기 충격기의 힘이 약했던 모양이다!“내 말 들어봐. 도와주려는 거지 다른 뜻은 없어.”김하린은 두 손을 높이 들었다.아직 약효로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지만 박시언은 방금 받은 전기 충격으로 인해 조금은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당장 꺼져!”박시언은 푹 잠겨 완전히 갈라진 목소리였다.김하린은 그 말에 얼른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문까지 닫았다.쏴아아-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이 틈을 타 김하린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이건 박시언이 평소 쓰는 아로마 향이었다.잠을 잘 자지 못하는 박시언이 자기 전에 캔들을 켜놓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최미진이 캔들에 약을 타서 증발시킨 것 같았다.어쩐지 그녀는 괜찮더라니.이 생각에 김하린은 곧바로 이 해로운 곧바로 냄새를 차단했다.박시언이 욕실 안에서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평소와 다름없는 박시언의 얼굴을 보며 김하린은 안도했다.하지만 김하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박시언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알 수 있었기에 김하린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전생에서든 현생에서든 박시언은 여전히 같은 생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박시언은 줄곧 그녀가 최미진과 힘을 합쳐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했다.“방에 있는 캔들 쓰지 마.”그렇게 말한 후 김하린은 위층으로 올라갔다.똑똑한 박시언은 이내 최미진이 캔들에 약을 탔다는 걸 깨달았다.역시나 다음날 캔들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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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정말?”유가람은 두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풀이 죽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면 나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겠지. 근데 우리 학교엔 왜 왔을가, 설마 여자 친구 데리러 온 건 아니겠지?”소은영은 곧바로 김하린을 떠올렸다.앞서 경매에서 서도겸은 김하린의 편을 들었는데 설마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아니나 다를까, 김하린과 배주원은 수업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와 서도겸의 차로 함께 걸어갔다.서도겸은 김하린을 위해 다정하게 차 문까지 열어줬다.그 모습에 유가람은 깜짝 놀랐다.“저, 저 여자는 네 남자 친구 뺏으려던 내연녀 아니야? 어떻게 다른 사람 차에 타는 거지, 설마 서도겸과 아는 사이인가? 에이…”소은영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질투심을 느꼈다.왜 항상 김하린의 주위엔 이런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걸까?차 안에서 배주원은 당연한 듯 운전자 역할을 맡았다.“급하게 불렀다는 건 익명으로 소문을 퍼뜨린 사람에 대해 알아냈다는 건가?”서도겸은 언제나 빠르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지향했다.“새로 등록한 아이디인데 게시물을 올린 위치를 찾았어.”“어디야?”“바로 여기 A대.”서도겸의 말을 들은 김하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예상했던 대답인가 보네.”“클럽도 A대 바로 옆에 있고,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A대 사람일 가능성이 크잖아.”서도겸은 느긋하게 말했다.“아이디 등록한 사람 소은영이야.”“소은영?”김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소은영은 왜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을까?그녀는 전생에서 소은영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고 이번 생에도 그다지 자주 엮일 일이 없었다.늘 연약하고 순수한 이미지인 소은영이 왜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짓을 했을까/“기억나네. 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박시언 여자 친구 아니야??” 배주원은 나름 경험이 많은 듯 이렇게 말했다.“여자들의 질투심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거야.”“소은영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보자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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