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화

박시언은 어려서부터 자기를 길러준 최미진을 경계하지 않았지만 김하린은 최미진의 수법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그녀와 박시언이 관계를 맺은 것도 최미진 때문이었다.

당시 최미진은 와인에 약을 탔고 미리 그녀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하여 조금 전 그녀는 일부러 지금 술을 마시지 않았다.

“괜히 의심했나?”

한바탕 살펴본 김하린은 무척 의아했다.

한밤중에 김하린은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래층에서 인기척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박시언이 자주 집에 돌아오면서 그는 거실에 방 하나를 마련했고, 두 사람은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었다.

김하린이 방문을 열고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주방 불이 켜져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박시언이 헐렁한 목욕 가운을 걸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박시언?”

김하린이 나지막이 불렀다.

불빛은 희미했고 김하린은 박시언이 멈칫하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왜 나왔어?”

박시언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올라가!”

김하린은 다소 붉은 박시언의 얼굴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정상적인 붉은 색이 아니었다.

불길한 느낌이 밀려왔다.

박시언이 꾀에 당한 것이다.

“괜, 괜찮아?”

김하린은 움직이지 않고 2층 계단에 서 있었다.

그녀에겐 그게 가장 안전한 거리였다.

“괜찮아.”

무언가 참는 듯한 목소리였다.

“당장 방으로 돌아가!”

그 말을 듣고 김하린은 허둥지둥 방으로 달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박시언을 건드릴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쨍그랑-

갑자기 아래층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란 김하린이 곧바로 방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듯한 박시언을 발견했다.

“박시언!”

김하린은 유리 파편으로 뒤덮인 바닥으로 뛰어갔다.

박시언은 의식이 흐릿한 듯 보였고 김하린이 그의 뺨에 손을 대자 화끈거리는 느낌만 들었다.

이윽고 박시언이 김하린의 손목을 잡자 그녀의 심장은 가파르게 뛰었다.

이때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박시언은 김하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목이 마르고 온몸이 열기에 휩싸였지만 부드럽고 말랑한 손이 단비가 되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