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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먹고 싶은 게 있나 한번 봐.”

서도겸이 김하린의 손에 메뉴판을 쥐여주었고 김하린은 무심코 훑어보았다.

“배주원이 방금 말한 것들 하나씩 다 시키자!”

서도겸은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 앉아 있던 배주원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역시 도겸이가 뭘 아네! 전부 하린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김하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도겸을 바라봤지만 서도겸은 딱히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죄송합니다만 게살 두부는 방금 재료가 소진되어서 비슷한 가격의 다른 메뉴로 대체해 드리면...”

웨이터는 서도겸이 화를 낼까 봐 조심스러워했고 배주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예약했는데 왜 없다는 거죠?”

자리를 만드는 데 능했던 그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그의 체면을 깎는 일이 아닌가?

“정말 죄송합니다. 게살 두부는 다른 테이블에서 먼저 시키셔서요. 주방에서 실수했습니다. 음식 두 가지를 서비스로 드릴 테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이건 보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테이블입니까, 제가 가서 얘기하죠!”

배주원이 일어나려 하자 김하린이 말했다.

“됐어, 안 먹어도 돼. 나 원래 해물 안 좋아해.”

박시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그녀도 좋다고 한 것일 뿐이었다.

사실 그녀는 해산물이 싫었다.

“네가 해산물 비린 걸 싫어해서 도겸이가 특별히 게살 두부를 주문한 건데! 짜증 나.”

배주원은 화가 난 표정이었고 김하린은 직원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킹크랩으로 바꿔주세요.”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김하린은 턱을 괴고 배주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게살 두부보다는 킹크랩이 더 낫지?”

김하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배주원은 겨우 화를 풀었다.

“나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얘기하고 있어.”

김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는 순간 게살 두부를 들고 복도 반대편 룸으로 들어가는 웨이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손님, 화장실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웨이터는 김하린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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