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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서도겸이 말했다.

“이미 포시즌 호텔에 룸 하나 잡았어. 김하린, 타.”

“영광입니다.”

오후, 모임에 가던 박시언을 태운 차가 A대 앞을 지날 때 그는 학교 안에서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김하린을 떠올렸다.

“차 세워.”

박시언은 차갑게 말했고 말을 뱉은 순간 자신도 당황했다.

대체 왜 차를 세우라고 한 걸까?

이미 차를 세운 이 비서가 물었다.

“대표님, 소은영 씨 데리고 가실 겁니까?”

박시언이 침묵하자 이 비서가 다시 물었다.

“사모님께 연락해 볼까요?”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는 박시언의 서늘한 눈빛에 이 비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A대 대문 앞, 먼저 박시언의 차량을 단번에 알아본 안소이는 옆에 있던 소은영을 끌어당겼다.

“은영아, 네 남자 친구 차 아니야? 데리러 온 건가?”

멀리서 차량 번호를 단번에 알아본 소은영은 안소이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유가람은 부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어휴, 남자 친구까지 데리러 왔는데 우리랑 같이 밥 먹겠다고? 다음에 밥이나 사!”

“그만해, 나 먼저 갈 테니까 너희는 가서 밥 먹어.”

소은영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한동안 보러 오지 않던 박시언이 오자 소은영은 뒷유리창을 두드렸다.

이 비서가 창문을 내리자 소은영인 것을 확인한 박시언의 얼굴이 일순간 실망감에 휩싸였다.

“대표님, 여기 왜 오셨어요? 저 보러 오셨어요?”

소은영의 얼굴에는 기대에 찬 표정이 가득했다.

박시언은 덤덤하게 말했다.

“일단 차에 타.”

소은영은 차에 올라타 박시언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박시언이 말했다.

“출발해.”

“네, 대표님.”

차 안에서 박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은영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평소에도 표현을 서툴렀던 박시언이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모임 있어요?”

보통 이 시간이면 박시언과 함께 모임에 동행하던 그녀였다.

“응.”

“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올까요?”

“필요 없어.”

박시언은 시큰둥했다.

말을 아끼는 박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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