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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대표님, 언니, 방금 말씀 너무 잘하셨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김하린은 소은영의 말을 듣고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박시언과 애정을 과시했는데 소은영이 그렇게 말하자 결국 한차례 연기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박시언과 그녀는 서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여기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만 학교로 돌아가.”

김하린은 박시언이 차갑게 말하자 조금 놀랐다.

예전의 박시언은 소은영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오늘 왜 저러지,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곧 김하린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금 전 단상 아래에 있던 기자의 질문 때문에 조심스러운 거겠지.

박시언의 말을 들은 소은영은 눈가에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번 생일날 밤부터 박시언은 그녀를 차갑게 대했고 먼저 전화를 걸어도 별 반응이 없었다.

소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제 돌아갈게요.”

소은영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박시언은 다소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퉁명스럽게 얘기했나?

돌아서는 소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하린이 말했다.

“여자들 마음이 얼마나 약한데, 달래고 싶으면 얼른 가봐.”

“가서 달래라고?”

박시언은 얼굴을 의아한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 당신이 후원해 준 학생인데 평소에는 그렇게 잘 대해주다가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대하니 당연히 서운할 수밖에 없지.”

박시언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김하린이 말했다.

“지금 안 가면 늦어. 이 비서님 운전을 빠르게 하시거든.”

“그렇게 자극할 필요 없어.”

박시언은 김하린의 손을 잡고 덤덤하게 말했다.

“사모님은 너니까.”

김하린은 당황했고 박시언은 이미 그녀의 손을 이끌고 행사장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시언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몇 년 전 박시언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손을 이렇게 잡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박시언은 김씨 가문의 개구쟁이 열두 살 소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시 그는 학교에 다니는 열일곱 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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