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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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미치겠네 진짜. 여기 서서 뭐 한다고 계속 버티고 서 있어!’“마음대로 해. 난 먼저 갈 거야.”소은영은 결국 혼자 도망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막 한걸음 내디디려던 찰나 뒤에서 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은영, 회장이 너 찾아!”그 말에 소은영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강의실에서 학생회장이 걸어 나와 소은영을 불러세웠다.“너 잠깐 거기 서봐.”소은영은 잔뜩 뻣뻣한 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네? 저, 저요?”“그래, 너. 너 기숙사 방 번호 317맞지?”소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유가람은 네 룸메고?”“네, 네... 맞아요.”소은영은 옆에 있는 유가람에게로 시선을 주었다.그러자 학생회장의 시선 또한 그녀에게로 향했다.“네가 유가람이야?”유가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학생회장은 손에 든 제보서를 들어 보여주며 얘기했다.“네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교내 질서를 어지럽히고 여학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말을 마친 그는 합성된 노출 포스터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물었다.“이거 네가 한 거 맞아?”그 말에 유가람은 처음에 멍하니 있다가 다급하게 해명했다.“아니에요! 전 이런 짓 한 적 없어요. 진짜예요!”“조사한 결과 얼굴은 합성이고 이 포스터에 적혀 있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여학생에게 어떤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저급한 행동은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야, 알아?”유가람이 억울한 얼굴로 다시 한번 해명하려는데 옆에 있던 소은영이 갑자기 끼어들었다.“가람아, 어떻게 이런 짓을 해? 네가 나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건 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남의 얼굴을 막 합성하면 안 되지. 이건 범죄야.”유가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은영을 바라보았다.이건 그녀가 한 짓이 아니었다.그때 옆에 있던 안소이가 입을 열었다.“이거 가람이가 한 거 아니에요. 계속 함께 있어서 아는데 가람이는 이런 거 게시판에 붙이려는 움직임도 없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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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그럼 누구지?”김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만약 포스터를 만든 범인을 찾는 거였다면 소은영을 찾아가야 하는 게 맞지만 학생회는 그녀가 아닌 유가람을 지목했다. 그리고 크게 움직인 것 치고는 단순 경고에서 끝을 냈다.그때 김하린의 눈에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식판을 든 채 옆으로 지나가려는 배주원이 보였다.김하린은 그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불러세웠다.“배주원.”배주원은 볼이 빵빵해져서 물었다.“애? (왜?)”“네가 한 거야?”배주원은 김밥을 빠르게 삼키고 제대로 된 발음으로 물었다.“뭘?”“학생회.”김하린의 말에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그녀를 보며 말했다.“서도겸이겠지.”“서도겸이 이 일에 왜 관여하는데?”그녀는 문득 어제저녁 단지 입구에서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그때 서도겸도 상황을 전부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김하린은 생각을 정리하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다시 배주원을 바라보았다.“그런데 네가 여기는 왜 와? 돈 없어?”한태형도 그렇지만 배주원도 일반 식당에 올 사람이 아니었다.“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지 않겠어?”배주원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서도겸이 그녀에게 난데없이 1조 6천억이라는 돈을 지원해줬다가 또 집을 사주고 인테리어까지 해준 데다 고층 빌딩까지 지어주는 바람에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그의 카드는 불티나게 긁혀댔다.그러니 그라도 돈을 아껴야 했다.김하린은 배주원에게 옆자리를 내어준 다음 물었다.“그래서 서도겸은 학생회를 끌어들여서 뭐 하려고 했던 건데?”“그런 말이 있지. 한 사람을 철저하게 무너트리려면 그 사람이 기댈 곳부터 무너트리라고.”“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그냥 이 얘기만 했어.”“...”김하린은 밥 먹다 말고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서도겸은 말하자면 한 마리의 늑대 같은 사람이라 하는 일이 절대 신사적이지 않다. 그리고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유가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데는 다 뜻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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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김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영이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릴 때 확실히 그렇게 얘기했었다.“소은영이 남자친구가 있었어?”배주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나야 모르지.”“그럼 남자친구도 있는 애가 박시언한테 그렇게 들이댔던 거야? 와, 환장할 노릇이네.”배주원은 그녀의 행동에 치가 떨렸다.“무릎 꿇고 했던 말은 일부러 주위 애들한테 들려주려고 했던 걸 거야. 나는 걔가 박시언이 아닌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말, 안 믿어.”김하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먼저 가볼게. 천천히 먹고 와.”그러자 한태형도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같이 가.”배주원은 마지막 김밥까지 야무지게 입에 넣고는 그 역시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나도 같이 가.”저녁.소은영은 기숙사 의자에 앉아 시험 성적을 확인하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줄곧 안정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던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성적이 내려갔다.옆에서 힐끔 쳐다보던 룸메이트는 그걸 보더니 화들짝 놀라버렸다.“은영아, 너 이번에 9등으로 떨어졌어? 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계속 1등 유지하던 애가 어쩌다가...”소은영은 재빨리 성적 조회 화면을 끄고는 애써 웃었다.“시험 볼 때 몸이 좀 아파서 제대로 못 봤나 봐. 하지만 기말은 아니니까 딱히 큰 타격은 없어.”그 말에 룸메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거였어? 어쩐지 왜 그렇게 낮나 했네.”소은영은 내뱉은 말과는 달리 무척이나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런 엉망인 성적을 보게 된 박시언이 어떻게 나올지 겁이 났기 때문이다.그때 이도하가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평소와 똑같은 말투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은영 씨, 지금 바로 기숙사 아래로 내려와 주세요.”“혹시 대표님이 여기로 온 대요?”소은영은 오랜만에 받는 듯한 그의 연락에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이미 와 계십니다.”소은영은 들뜬 마음을 진정하고 답했다.“알겠어요. 금방 내려갈게요.”그녀는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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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소은영이 해명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박시언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네가 머리가 좋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학업을 놔버리면 안 되지.”“죄송해요, 저는...”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그녀를 보면서도 박시언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A 대가 어떤 곳인지 네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아. 만약 다음에도 성적이 안 좋거나 10등 밖으로 밀려나면 너는 지원금을 잃게 될 거고 등록금도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할 거야.”소은영은 설마 이 말이 박시언의 입에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는 믿기 힘들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시언은 지금, 만약 이대로 성적이 계속 내려가면 모든 도움과 지원을 다 끊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죄송해요, 대표님. 다음번에는 절대 이럴 일 없게 할게요.”소은영은 다른 핑계를 대지 않고 고분고분 사과했다.박시언은 그녀의 등록금부터 시작해 매달 용돈까지 전부 다 지원해주고 있었다. 그 덕에 그녀는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됐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이 모든 걸 잃게 되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겠지만 A 대의 등록금은 비싸기로 유명하고 기숙사 비용도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더 비쌌다.그러니 고작 평범한 아르바이트로는 그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박시언은 이제껏 그녀에게 지원해준 돈을 전부 세세하게 적고 있기에 그것마저 갚으라고 할지도 몰랐다.“그래, 알면 됐어.”박시언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그만 들어가 봐.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허투루 듣지 마.”소은영은 잔뜩 풀이 죽은 채로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떠나는 차량을 보면서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러다 박시언이 없는 그녀의 인생을 한번 상상해보니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차량이 A 대 앞을 지나갈 때, 마침 맞은 편에 있는 고급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차 세워주세요.”이도하는 곧바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물었다.“사모님 보러 가실 겁니까?”그 말에 박시언이 차가운 눈빛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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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너 바람피우는 건 아닌지 감시하려는 건가 보네. 쯧쯧, 이래서 속 좁은 남자와는 결혼하는 거 아니야.”강한나는 티슈로 입을 닦으며 혀를 찼다.“차라리 지금 남편 차버리고 새 남편으로 바꿔.”“누구로요?”“도겸이 어때? 둘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너무나도 바로 나오는 그 이름에 김하린은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어울리기는 무슨, 됐어요.”“왜? 도겸이 어디가 어때서? 솔직히 박시언보다 훨씬 잘생겼거든?”“잘생기지 않았다고 한 적 없어요.”“걔 돈도 많고 권력도 있어. 네 남편에 비해서 꿀릴 거 하나 없다고.”“그런 거랑은 상관없어요.”김하린은 고개를 저었다.“감정이라는 게 억지로 이어 붙인다고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이런, 그럼 기회조차 없는 건가?”강한나는 아쉬운 얼굴로 재차 물었다.“너는 도겸이 어떻게 생각해? 좋아? 싫어?”“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아요.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강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강한나의 주머니 속 휴대폰은 현재 통화 중인 상태로 켜져 있었고 통화 상대는 [내 동생] 즉 서도겸이었다.전화를 끊은 서도겸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했다.옆에서 식사하던 배주원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 강한나가 뭐라는데?”“감정이라는 거 말이야. 어떻게 해야 생기지?”“뭐?”배주원이 젓가락을 멈추고 물었다.“그런 게 왜 궁금해?”“대답부터 해.”“지겹게 옆에서 따라다니면 되지 않을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아.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보는 거지.”배주원은 대답을 마치더니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왜? 강한나가 또 연애한대?”“아니.”서도겸은 담담한 얼굴로 부인했다.“내 친구가 그러는데 좋아하는 여자애가 자기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했대.”“그 친구라는 거 혹시 너 아냐?”이에 서도겸이 그를 힐긋 바라보자 서주원은 의자에 등을 편히 기대고 두 손을 위로 들었다.“못 들은 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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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큰 택배 상자 안에는 통 두리안 6개가 들어있었다.“아니, 대체 누가 두리안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강한나는 두리안을 하나 집어 올리고 냄새를 맡더니 황홀한 얼굴로 감탄을 표했다.“냄새 장난 아니야.”그녀는 한껏 냄새를 맡다가 경비원에게 물었다.“이거 누가 보낸 거예요?”“어떤 남성분이 보내셨다고 합니다.”“남자?”강한나는 고개를 돌려 김하린을 바라보았다.“요즘 너한테 작업 거는 사람 또 있어?”김하린은 고개를 저었다.두리안 한 상자를 보낼 만한 사람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전생 때 친분이 있던 남자들도 박시언과 결혼한 뒤에는 전부 연락이 끊겨버렸으니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그리고 대체 왜 두리안인 거지?“쯧쯧, 대체 어떤 놈이길래 센스없이 두리안을 보내?”강한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우리 도겸이가 나아. 도겸이라면 이런 센스없는 선물은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김하린이 뭐라 대답하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가 서도겸인 걸 본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택배 받았어?”서도겸의 질문에 김하린은 옆에 있는 강한나를 한번 보다가 다시 손에 든 두리안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두리안 설마... 네가 보낸 거야?”“마음에 들어?”김하린은 입을 벙긋거리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리안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두리안을 좋아하니까.하지만 대체 왜 이걸 갑자기 보냈는지가 궁금했다.“언니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너는?”“나도 뭐...”정한나는 방금의 대화로 두리안을 보낸 센스없는 남자가 바로 자기 동생인 서도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김하린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외쳤다.“서도겸, 너 어디 가서 내 동생이라 말하지 마, 알겠어?!”강한나는 씩씩대며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가 궁금해 김하린이 물으려는데 강한나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얘기했다.“아니, 얘 뭐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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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강한나의 큰 목청에 배주원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문을 열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그는 문 앞에 선 강한나를 보더니 자신이 잘 못 본 건 아닌가 싶어 문을 닫았다. 그러다 다시 열고 눈앞에 있는 여자가 강한나가 맞는 걸 확인하고는 버벅거리며 물었다.“왜, 왜 여기 있어?”강한나는 단번에 배주원의 귀를 꼬집었다.“감히 내 동생한테 그딴 것을 가르쳐? 도겸이가 하린이 못 잡으면 다 네 탓으로 돌릴 줄 알아!”“배주원,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볼래?”김하린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답을 요구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배주원은 강한나와 김하린을 번갈아 보더니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이건 오늘 하루 재수가 없을 징조인 건가?’배주원은 서둘러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였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배주원의 집은 이제 막 이사 온 것처럼 모든 가구가 다 새것처럼 보였다.“자자, 두 분 이쪽에 앉으시죠.”배주원은 두 사람을 소파에 모시고는 그녀들에게 차를 내어주었다.강한나는 분을 못 이겨 의도치 않게 배주원의 거처를 밝혀버리고는 뒤늦게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배주원은 차를 내어주고는 김하린의 맞은 편에 앉아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사실은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전에 살던 곳이 A 대랑 좀 멀었거든. 거리가 가까워야 나도 즐겁게 수업하러 가지 않겠어? 그래서 도겸이가 너한테 집 사줄 때 내 것도 구매했지.”김하린에게 그딴 거짓말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그럼 왜 얘기 안 했는데?”“아니 뭐...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강한나에게 눈빛을 보냈다.이에 강한나는 곧바로 배주원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그건 그래. 하린이 너도 알다시피 얘가 좀 게을러? 수업도 한다는 애가 늦으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이건 도겸이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그녀의 말에 배주원은 이마를 탁하고 쳤다.그는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 자신이 멍청이였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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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저녁, 강한나는 건물을 세운 기념으로 문리버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녀 역시 서씨 가문 사람이라 할 수 있었기에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김하린은 강한나의 초대를 받고 파티장 안에 도착했다. 그녀는 오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홀에 들어선 순간 금세 주목을 받았다.“하린아!”강한나는 하이힐을 신은 채로 달려와 그대로 김하린을 꼭 끌어안았다.그녀의 뒤에서 드레스를 잡아주던 배주원은 하마터면 드레스를 그대로 놓칠 뻔했다.“제발 조심 좀 해. 힐 신은 거 그새 까먹었어?”강한나는 그런 그를 보더니 새침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건물로 돈 벌 생각에 즐거워서 그런다. 문제 있어?”“아니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배주원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었다.김하린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 문득 주위를 삥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서도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보낸 문자를 보고 포기한 것일까?‘잘됐지 뭐.’그때 그녀의 눈에 파티장을 들어오려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소은영은 오늘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 옆에는 모건 그룹의 총괄 매니저인 정준호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며 사근사근 웃었다.“은영 씨, 대표님께서 오늘 급한 일 때문에 못 오신다고 저한테 은영 씨 에스코트를 맡기셨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인맥도 넓히시라는 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소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파티장 내부를 한번 쭉 훑어보며 처음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정준호의 극진한 대접에 서서히 웃음을 지었다.성적이 내려간 일 때문에 박시언이 당분간 연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런 곳에 초대한 걸 보면 아직 실망한 건 아닌 게 분명했다.그때 그녀는 고개를 돌리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김하린과 강한나를 발견했다.그녀는 강한나를 보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강한나가 배주원과 서도겸과 친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마찬가지로 소은영을 발견한 강한나는 바로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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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소은영은 누가 봐도 피해자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교묘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모두 앞에서 끄집어냈다.학교 안이었으면 이런 그녀의 행동이 동정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웃는 얼굴로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의 눈에 소은영의 모습은 한낱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오직 소은영만이 불쌍한 척이 먹히는 줄 알고 있었다.“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강한나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이렇게까지 뻔뻔한 여자는 처음이었다.소은영은 그 말에 곧바로 눈물을 쏟아냈다.“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강한나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날 사람을 착각하는 바람에 실례를 범한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빌게요.”소은영은 무척이나 저자세로 용서를 빌었다.그녀에게 잘 보일 예정인 정준호는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 강한나를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은영 씨는 저희 대표님께서 인정한 전도유망한 대학생입니다. 인품은 물론 말할 것도 없죠. 타인의 한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저희 대표님을 봐서라도 용서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정준호는 ‘타인의 한마디’라는 말을 할 때 김하린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보아하니 김하린이 누군지 모르는 게 분명해 보였다.“당신은 또 뭐죠? 그리고 대표님을 봐서라고 하는데 박시언이 뭐라고 내가 체면까지 세워줘야 하죠?”강한나의 싸늘한 말에 정준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박시언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와도 나는 오늘 저 여자를 이곳에서 내쫓아야겠어요. 이 파티는 아무나 기어들어 올 수 있는 허접한 파티가 아니거든요.”소은영은 그녀의 모욕적 발언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박시언의 옆에 있었을 때는 이러한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다.“쫓아내세요.”강한나의 지시에 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때 소은영이 주먹을 꽉 쥐더니 큰소리로 외쳤다.“강한나 씨, 저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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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박시언 대신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다른 사람은 이곳에 있을 필요 없어요.”줄곧 가만히 있던 김하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이대로 소은영 씨를 내쫓아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내가 책임지면 되는 일이에요.”그러자 정준호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다.“그쪽이 뭔데 우리 대표님을 대신하지?”김하린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강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누구냐고?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나? 이봐, 당신 정말 모건 그룹 직원 맞아? 직원이면 자기 회사 대표 사모님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그녀의 말에 정준호의 몸은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게다가 목구멍을 누가 꽉 틀어쥔 것처럼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표정을 보니 소은영 씨한테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시언 대표의 아내이자 김씨 가문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못 들었나 보지? 난 또 다 알면서도 사모님이고 뭐고 상관없이 소은영 씨 비위를 맞춰주려고 그딴 망발을 내뱉는 줄 알았지 뭐야?”강한나는 절대 봐주는 것 따위 없었다.정준호의 얼굴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지옥을 몇 번이나 갔다 온 표정이었다.김하린은 그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이런 자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한 적이 얼마 없어 내 얼굴을 몰랐나 보네요. 하지만 나는 정준호 매니저를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유독 더 잘 알게 된 것 같네요.”김하린의 뼈 있는 말에 정준호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멍청하고 눈치가 없어서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저는 정말 그저 대표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사모님이 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됐으니 그만 하세요.”김하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남편한테는 정준호 매니저가 성심성의껏 지시를 이행했다고 꼭 전해줄게요.”그 말에 정준호는 식은땀이 흐르며 손이 벌벌 떨렸다.박시언의 곁에 줄곧 소은영이 붙어 있던 탓에 그는 어느샌가 박시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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