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택배 상자 안에는 통 두리안 6개가 들어있었다.“아니, 대체 누가 두리안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강한나는 두리안을 하나 집어 올리고 냄새를 맡더니 황홀한 얼굴로 감탄을 표했다.“냄새 장난 아니야.”그녀는 한껏 냄새를 맡다가 경비원에게 물었다.“이거 누가 보낸 거예요?”“어떤 남성분이 보내셨다고 합니다.”“남자?”강한나는 고개를 돌려 김하린을 바라보았다.“요즘 너한테 작업 거는 사람 또 있어?”김하린은 고개를 저었다.두리안 한 상자를 보낼 만한 사람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전생 때 친분이 있던 남자들도 박시언과 결혼한 뒤에는 전부 연락이 끊겨버렸으니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그리고 대체 왜 두리안인 거지?“쯧쯧, 대체 어떤 놈이길래 센스없이 두리안을 보내?”강한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우리 도겸이가 나아. 도겸이라면 이런 센스없는 선물은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김하린이 뭐라 대답하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가 서도겸인 걸 본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택배 받았어?”서도겸의 질문에 김하린은 옆에 있는 강한나를 한번 보다가 다시 손에 든 두리안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두리안 설마... 네가 보낸 거야?”“마음에 들어?”김하린은 입을 벙긋거리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리안이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두리안을 좋아하니까.하지만 대체 왜 이걸 갑자기 보냈는지가 궁금했다.“언니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너는?”“나도 뭐...”정한나는 방금의 대화로 두리안을 보낸 센스없는 남자가 바로 자기 동생인 서도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김하린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외쳤다.“서도겸, 너 어디 가서 내 동생이라 말하지 마, 알겠어?!”강한나는 씩씩대며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가 궁금해 김하린이 물으려는데 강한나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얘기했다.“아니, 얘 뭐 잘 못
강한나의 큰 목청에 배주원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문을 열었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그는 문 앞에 선 강한나를 보더니 자신이 잘 못 본 건 아닌가 싶어 문을 닫았다. 그러다 다시 열고 눈앞에 있는 여자가 강한나가 맞는 걸 확인하고는 버벅거리며 물었다.“왜, 왜 여기 있어?”강한나는 단번에 배주원의 귀를 꼬집었다.“감히 내 동생한테 그딴 것을 가르쳐? 도겸이가 하린이 못 잡으면 다 네 탓으로 돌릴 줄 알아!”“배주원,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볼래?”김하린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답을 요구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배주원은 강한나와 김하린을 번갈아 보더니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이건 오늘 하루 재수가 없을 징조인 건가?’배주원은 서둘러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였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배주원의 집은 이제 막 이사 온 것처럼 모든 가구가 다 새것처럼 보였다.“자자, 두 분 이쪽에 앉으시죠.”배주원은 두 사람을 소파에 모시고는 그녀들에게 차를 내어주었다.강한나는 분을 못 이겨 의도치 않게 배주원의 거처를 밝혀버리고는 뒤늦게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배주원은 차를 내어주고는 김하린의 맞은 편에 앉아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사실은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전에 살던 곳이 A 대랑 좀 멀었거든. 거리가 가까워야 나도 즐겁게 수업하러 가지 않겠어? 그래서 도겸이가 너한테 집 사줄 때 내 것도 구매했지.”김하린에게 그딴 거짓말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그럼 왜 얘기 안 했는데?”“아니 뭐...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강한나에게 눈빛을 보냈다.이에 강한나는 곧바로 배주원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그건 그래. 하린이 너도 알다시피 얘가 좀 게을러? 수업도 한다는 애가 늦으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이건 도겸이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그녀의 말에 배주원은 이마를 탁하고 쳤다.그는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 자신이 멍청이였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녁, 강한나는 건물을 세운 기념으로 문리버 호텔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녀 역시 서씨 가문 사람이라 할 수 있었기에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김하린은 강한나의 초대를 받고 파티장 안에 도착했다. 그녀는 오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홀에 들어선 순간 금세 주목을 받았다.“하린아!”강한나는 하이힐을 신은 채로 달려와 그대로 김하린을 꼭 끌어안았다.그녀의 뒤에서 드레스를 잡아주던 배주원은 하마터면 드레스를 그대로 놓칠 뻔했다.“제발 조심 좀 해. 힐 신은 거 그새 까먹었어?”강한나는 그런 그를 보더니 새침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건물로 돈 벌 생각에 즐거워서 그런다. 문제 있어?”“아니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배주원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었다.김하린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 문득 주위를 삥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서도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보낸 문자를 보고 포기한 것일까?‘잘됐지 뭐.’그때 그녀의 눈에 파티장을 들어오려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소은영은 오늘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 옆에는 모건 그룹의 총괄 매니저인 정준호가 있었다. 그는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며 사근사근 웃었다.“은영 씨, 대표님께서 오늘 급한 일 때문에 못 오신다고 저한테 은영 씨 에스코트를 맡기셨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인맥도 넓히시라는 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소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파티장 내부를 한번 쭉 훑어보며 처음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정준호의 극진한 대접에 서서히 웃음을 지었다.성적이 내려간 일 때문에 박시언이 당분간 연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런 곳에 초대한 걸 보면 아직 실망한 건 아닌 게 분명했다.그때 그녀는 고개를 돌리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김하린과 강한나를 발견했다.그녀는 강한나를 보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강한나가 배주원과 서도겸과 친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마찬가지로 소은영을 발견한 강한나는 바로 미간을
소은영은 누가 봐도 피해자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교묘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모두 앞에서 끄집어냈다.학교 안이었으면 이런 그녀의 행동이 동정을 일으켰을지 모르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웃는 얼굴로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의 눈에 소은영의 모습은 한낱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오직 소은영만이 불쌍한 척이 먹히는 줄 알고 있었다.“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강한나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이렇게까지 뻔뻔한 여자는 처음이었다.소은영은 그 말에 곧바로 눈물을 쏟아냈다.“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는 강한나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날 사람을 착각하는 바람에 실례를 범한 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빌게요.”소은영은 무척이나 저자세로 용서를 빌었다.그녀에게 잘 보일 예정인 정준호는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 강한나를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은영 씨는 저희 대표님께서 인정한 전도유망한 대학생입니다. 인품은 물론 말할 것도 없죠. 타인의 한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저희 대표님을 봐서라도 용서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정준호는 ‘타인의 한마디’라는 말을 할 때 김하린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보아하니 김하린이 누군지 모르는 게 분명해 보였다.“당신은 또 뭐죠? 그리고 대표님을 봐서라고 하는데 박시언이 뭐라고 내가 체면까지 세워줘야 하죠?”강한나의 싸늘한 말에 정준호의 얼굴이 확 굳어버렸다.“박시언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와도 나는 오늘 저 여자를 이곳에서 내쫓아야겠어요. 이 파티는 아무나 기어들어 올 수 있는 허접한 파티가 아니거든요.”소은영은 그녀의 모욕적 발언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박시언의 옆에 있었을 때는 이러한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다.“쫓아내세요.”강한나의 지시에 경호원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때 소은영이 주먹을 꽉 쥐더니 큰소리로 외쳤다.“강한나 씨, 저는 박
“박시언 대신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다른 사람은 이곳에 있을 필요 없어요.”줄곧 가만히 있던 김하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이 이대로 소은영 씨를 내쫓아서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내가 책임지면 되는 일이에요.”그러자 정준호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다.“그쪽이 뭔데 우리 대표님을 대신하지?”김하린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강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누구냐고?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나? 이봐, 당신 정말 모건 그룹 직원 맞아? 직원이면 자기 회사 대표 사모님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그녀의 말에 정준호의 몸은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게다가 목구멍을 누가 꽉 틀어쥔 것처럼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표정을 보니 소은영 씨한테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박시언 대표의 아내이자 김씨 가문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못 들었나 보지? 난 또 다 알면서도 사모님이고 뭐고 상관없이 소은영 씨 비위를 맞춰주려고 그딴 망발을 내뱉는 줄 알았지 뭐야?”강한나는 절대 봐주는 것 따위 없었다.정준호의 얼굴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지옥을 몇 번이나 갔다 온 표정이었다.김하린은 그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이런 자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한 적이 얼마 없어 내 얼굴을 몰랐나 보네요. 하지만 나는 정준호 매니저를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유독 더 잘 알게 된 것 같네요.”김하린의 뼈 있는 말에 정준호는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멍청하고 눈치가 없어서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저는 정말 그저 대표님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저는 사모님이 오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이에요. 저는...”“됐으니 그만 하세요.”김하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남편한테는 정준호 매니저가 성심성의껏 지시를 이행했다고 꼭 전해줄게요.”그 말에 정준호는 식은땀이 흐르며 손이 벌벌 떨렸다.박시언의 곁에 줄곧 소은영이 붙어 있던 탓에 그는 어느샌가 박시언에게
단언컨대 올해 들은 농담 중에 가장 웃긴 농담이었다.새벽쯤, 호텔 문이 활짝 열렸다. 경호원이 반응할 새도 없이 몇몇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들이닥쳤다.그 뒤에는 박시언이 정장을 입은 채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걸어들어왔다. 정말 깽판 치러올 줄 몰랐다.그는 주위를 쭉 훑어보고는 김하린과 강한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현장 정리해.”박시언의 심상찮은 분위기에 초대 손님들은 저마다 문리버 호텔에서 도망쳐 나갔다.“박시언 씨, 뭐 하는 짓이에요?”강한나가 따지려고 하자 배주원이 말렸다.남자들끼리의 신경전에 여자가 끼어들면 안 되었다.배주원이 강한나의 앞에 나서면서 말했다.“박시언 씨,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박시언은 배주원의 말을 무시하고 강한나를 쳐다보았다.“당신이 은영이를 쫓아낸 거예요?”“그래요, 제가 쫓아냈어요. 뭐 어쩔 건데요? 불륜녀 때문에 저한테 복수라도 하려고요?”강한나의 불만스러운 말투에 박시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은영이 차 사고 나서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요.”강한나는 멈칫하고 말았다.‘차 사고 났다고?’배주원도 미간을 찌푸렸다.그러자 박시언이 냉랭하게 말했다.“만약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당신이 바로 범인이에요!”김하린이 말했다.“내가 쫓아냈어.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모든 책임을 떠안으려는 김하린의 모습에 박시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책임을 떠안겠다?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너도 도망 못가!”박시언은 김하린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조차 없었다.“박시언 씨!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예요! 하린이야말로 당신의 와이프라고요! 불륜녀 때문에 이렇게 달려와서 따져야겠어요?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강한나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박시언은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굳이 잘못을 꼽자면 소은영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그녀를 위해 복수하고 싶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오면서 부츠를 신은 서도겸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도하가 밖에서 걸어들어오면서 박시언의 귓가에 속삭였다.그러자 박시언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갑시다!”“네. 대표님.”박시언의 뒤를 따르던 이도하는 김하린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이때 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도겸아, 신경 쓰지 마.”무조건 소은영 쪽에 무슨 일이 발생해서 박시언이 급히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소은영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박시언이 정말 복수할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이 일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서도겸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서도겸이 말했다.“너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그러니까! 무슨 자격으로 그래? 내연녀 때문에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리기나 하고! 정말 자기가 해성에서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봐!”강한나는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김하린이 말했다.“강한 그룹 부동산 매물이 판매되는 날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죄송해요, 언니.”“네 잘못도 아니잖아. 다 박시언 때문이야!”강한나가 말했다.“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혼해. 이런 남자랑 사는 거 아니야.”아직은 이혼하면 안 되었기 때문에 김하린은 고개를 흔들었다.박시언은 아무리 소은영 차 사고 때문에 화가 나 있더라도 홧김에 김하린과 이혼할 사람이 아니었다. 김씨 가문은 아직 박씨 가문에 이용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절대 손해를 보면서까지 김하린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저 병원에 좀 가볼게요. 여긴 부탁드릴게요.”박시언이 모든 사람을 쫓아냈기 때문에 강한나는 아직 이곳에 남아 뒷수습을 해야 했다.이때 서도겸이 김하린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같이 가.”김하린이 손을 빼면서 말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혼자 가려는 의지가 강해 보이자 강한나는 서도겸을 말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강한나는 김하린이 떠나서야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저 둘은 부부 사이인데 무슨 명문으로 하린이를 보호하려고?”서도겸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그러자 강한나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보기엔
“우리?”박시언은 무슨 우스운 소리를 들은 것처럼 피식 웃었다.“이제는 서도겸 씨랑 우리가 된 거야?”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박시언은 한 발짝 한 발짝 서서히 김하린에게 접근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주었다.“지난번 호텔에서도 서도겸 씨와 배주원 씨랑 함께 있었지? 그리고 강한나 씨가 핑계를 대준 거고. 도대체 서도겸 씨랑 무슨 관계야? 어디까지 갔어?’박시언은 김하린의 손목을 꽉 잡았고, 김하린은 충혈된 박시언의 두 눈을 바라보다 그의 손을 내팽개쳤다.“박시언! 그만해!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박시언은 내팽개쳐진 두 손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김하린, 은영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김씨 가문을 어떻게 할지 몰라.”이때 병실 안에서 소은영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은영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컵을 바닥에 던지고 있었다. 김하린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소은영이 박시언의 팔을 꽉 잡은 채로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제 얼굴... 제 얼굴이 망가진 거예요? 망가진 거냐고요...”“아니야. 흥분하지 마. 의사 선생님께서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박시언은 부드럽게 소은영을 위로하고 있었다.이마와 팔에 온통 상처뿐인 소은영은 김하린을 보자마자 분노하면서 삿대질했다.“언니! 제가 언니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 언니가 한 짓 맞죠? 언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죠!”김하린은 그저 묵묵히 소은영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우연적인 사고인 줄 알았는데 소은영이 이러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시언이 소은영의 손을 잡으면서 달래주었다.“은영이 착하지. 흥분하지 말고 이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 회복에만 집중해.”“대표님, 저는 그저 강한나 씨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린 언니한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강한나 씨와 함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저한테 면박을 주더라고요. 저를 모욕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