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 모든 문파가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백화궁에서 묵묵히 소채은의 곁을 지켰다.현재 소채은의 상태는 많이 안정되었다.윤구주가 해야 할 일은 빨리 천년초를 찾아 자신의 실력을 회복하는 것이었다.그렇게 해야만 체내의 기린화독을 뺄 수 있었고 동시에 소채은의 천시 고독을 치료할 수 있었다.그러나 천년초 두 개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지금까지 윤구주는 단 하나의 천년초만 찾았다. 바로 천년 빙설화였다.아직 두 개가 부족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답답해졌다.윤구주가 천년초 두 개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을 때 백화궁 대문 앞에 차 십여 대가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기세등등한 무인들이 차에서 내렸다.단도문, 형의문, 신씨 형제들과 금강사의 스님들까지 총 수십 명이었다.사람들이 차에서 내렸고 제일 처음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단도문의 한성이었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백화궁 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여기예요. 갑시다. 가서 그 자식을 불러냅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십 명의 무인들이 그를 따라서 백화궁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백화궁 대문 입구에는 미녀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많은 무인이 들이닥치자 그들은 깜짝 놀라워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당신들은 누구죠?”“난 무도연맹 단도문의 문주 한성이다.”상대방이 자신을 무도연맹 단도문의 문주라고 하자 백화궁 사람들은 살짝 당황했다.백화궁도 서남 무도연맹 소속이었기에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한성 문주님이셨군요. 그런데 우리 백화궁에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한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연규비 궁주를 만나고 싶다.”상대방이 궁주를 만나겠다고 하자 여자들은 곧바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지금 궁주님께서는 계시지 않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죠.”“젠장, 여자들 따위가 감히 날 막으려고 해?”한성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순간 발아래 바닥이 갈라지면서 여자들을 향해 엄청난 기세를 뿜어댔다.쿵쿵!여자 둘은 그
인해민이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안쪽에 있는 궁전에서 들려왔다.“한성!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감히 우리 백화궁에 사람을 내놓으라고 찾아와? 죽고 싶어?”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여신 같은 여자가 순식간에 그곳으로 날아왔다.연규비였다.연규비가 살기등등하게 나타나자 한성은 눈빛이 흔들리면서 뒤로 물러나려 했다.그러나 연규비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그녀는 빛과 같은 속도로 도착해서 손을 들어 단도문의 한성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한성은 감히 방심할 수 없어 서둘러 온몸의 공력을 사용하여 연규비와 손바닥을 마주 닿게 했다.쿵!순간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단도문의 문주는 연규비의 공격에 연신 뒷걸음질 치면서 입가에 피를 흘렸다.연규비는 한성을 상처 입힌 뒤 싸늘한 눈동자를 들어 다른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어머, 형의문, 신씨 일가의 형제, 금강사에서도 다 왔군.”그 말에 형의문의 나진수가 앞으로 나섰다.“연 궁주, 오랜만입니다.”연규비는 차갑게 웃었다.“나 문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오늘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우리 백화궁을 찾아왔는지 해명해 보지 그래. 우리 백화궁이 수가 적어서 만만했던 건가?”“오해입니다, 연 궁주. 저희가 어떻게 감히 백화궁에 멋대로 쳐들어가겠습니까? 다만 오늘 어떤 건방진 자식이 감히 고씨 일가의 셋째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려서요. 저희는 무도 연맹의 명령을 받고 그 자식을 데리러 온 겁니다.”나진수가 말했다.연규비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사람을 데리러 왔다고? 그래서 감히 우리 백화궁에 쳐들어오려고 했던 건가?”“연 궁주, 저희는 고시연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린 그 자식이 백화궁에 숨어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신씨 일가의 형제가 성격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헛소리군! 경고하는데 오늘 당신들이 누굴 찾든 감히 우리 백화궁에서 소란을 벌인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연규비의 살기가 담긴 싸늘한 말에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순간,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뒤에서 들려왔다.“규비야, 물러나.”곧 훤칠한 남자 한 명이 사람들 틈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다름 아닌 윤구주였다.윤구주의 뒤에는 시괴 동산과 백경재가 있었다.“윤... 너 왜 나왔어?”연규비는 윤구주를 위해 오늘의 이 성가신 일을 막아주고 싶었는데 뜻밖에도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냈다.“날 찾으러 온 거라는데 당연히 나와 봐야지.”윤구주는 덤덤히 말한 뒤 시선을 들어 자신을 찾아온 무도 연맹 사람들을 바라봤다.곧 그가 걸음을 내디뎠다.“바로 저 자식이 고시연 아가씨를 언짢게 했습니다!”단도문 사람들은 윤구주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다들 알아보자 신씨 형제가 첫 번째로 튀어나왔다.“이 자식, 오늘 네가 서남빌딩 전망대에서 우리 고시연 아가씨를 심기를 건드린 거지?”윤구주는 덤덤히 웃었다.“아니. 난 그 여자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어. 그냥 무릎을 꿇으라고 했을 뿐이지.”무릎을 꿇으라고 했다는 말에 무도 연맹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이 자식,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아가씨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거야? 죽고 싶어?”“우리 서남에서 아가씨 말 한마디에 너 같은 녀석은 죽을 수도 있어!”신씨 형제 중 첫째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윤구주는 웃었다.“죽을 거라고?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데.”“이 자식, 백화궁이 뒷배가 되어준다고 해서 건방지게 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고씨 일가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네 배후가 누구든 감당할 수 없어!”형의문의 나진수도 나섰다.윤구주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난 절대 백화궁이나 규비가 나 대신 나서게 할 생각 없으니까. 당신들에게 날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게 할 능력이 있다면 목숨은 살려줄게. 어때?”윤구주의 건방진 말에 단도문의 한성은 화가 단단히 났다.“참으로 거만한 놈이구나. 우리 저놈부터 죽입시다!”한성은 연규비에게 무안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화가 가득 차 있었다.그래서 윤구주의 말을 듣자 곧바로
그 광경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방을 떨던 신씨 일가 형제, 나진수, 금강사의 스님들도 전부 말문이 턱 막혀서 넋을 놓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덤벼, 날 죽일 거라면서?”윤구주는 단도문의 문주를 단칼에 죽인 뒤 고개를 돌려 형의문, 신씨 일가 형제, 금강사의 스님들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그들은 넋이 나갔고, 다들 두려운 얼굴로 그곳에 서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잠잠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윤구주가 말했다.“왜, 공격하지 못하겠어? 그렇다면 내가 하지!”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손가락으로 지현을 시전했다.슈슈슉!지현은 총알보다 더 빠르고 매서웠다.“아아아아!”서남 무도 연맹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잠시 뒤 반 이상이 죽었다.형의문의 나진수와 신씨 일가 형제, 금강사의 구세현은 전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들은 윤구주가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만 있었다.신씨 일가 형제가 이를 악물고 나섰다.“나진수 씨, 구세현 씨, 뭘 기다리는 겁니까? 우리가 같이 덤비면 분명 저 자식을 죽일 수 있을 겁니다!”신씨 일가 형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곧바로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첫째는 장총을 썼고 둘째는 창을 썼다.두 사람은 수년 만에 서로 협력해서 윤구주를 포위하여 공격했다.형의문의 나진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달려들었다.그가 시전한 것은 호학쌍형이었다.세 고수가 함께 덤비자 금강사의 구세현은 눈을 번뜩이면서 들고 있던 봉을 윤구주를 향해 휘둘렀다.네 명의 종사 경지의 고수가 전부 출동하자 위력이 남달랐다.그러나 윤구주는 싱긋 웃었다.네 사람이 함께 공격해 오자 그는 몸을 움직여서 먼저 신씨 일가 형제들에게로 향했다. 신씨 일가 형제들은 윤구주가 다가오자 곧바로 장총으로 윤구주를 막으려 했다.둘째는 창을 들고 다가왔다.그들은 윤구주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두 사람의 무기가 윤구주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두 개의 손바닥이 그들의 가슴팍에 닿았다.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것처럼 그
겨우 몇 분도 안 돼서 서남 무도 연맹 4대 문파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여기저기 널린 시체들을 본 백화궁의 여자들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구주야, 이것 봐, 고씨 일가의 그 제멋대로인 셋째 아가씨가 이미 널 노리고 있어.”이때 연규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윤구주는 덤덤히 웃었다.“괜찮아. 안 그래도 기분이 꿀꿀해서 마침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는데 고씨 일가의 그 아가씨부터 손봐야겠어.”...서남빌딩.흰 다리를 내놓는 드레스를 입은 고씨 일가 셋째 딸은 홀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그녀는 무도 연맹 네 개의 문파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고씨 일가에서 가장 오만한 셋째 딸인 고시연은 금수저였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였고 고씨 일가 어르신은 그녀를 가장 아꼈었다.그래서 무도 연맹이든 고씨 일가든 다 그녀를 두려워했다.그런데 이번에 이곳에 와서 거만이 극에 달하는 그녀가 윤구주 때문에 무릎을 꿇을 줄 누가 알았을까?윤구주를 떠올린 고시연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제기랄, 너는 내가 꼭 내 두 손으로 죽일 거야!”그렇게 화를 내며 말하던 고시연은 시선을 들어 매섭게 말했다.“정훈 아저씨, 4대 문파 간 지 꽤 됐는데 설마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예요?”“아가씨, 아직은 소식이 없습니다.”옆에 서 있던 다른 노인이 말했다.“쓸모없는 놈들. 역시 다들 쓸모없어!”고시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바로 이때 밖의 복도에서 갑자기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듣는 순간 고시연의 안색이 달라졌다.“무슨 소리지?”옆에 있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도 그 소리를 들었다. 정훈이 먼저 말했다.“제가 나가보겠습니다!”그가 입구 쪽으로 가자마자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거대한 문이 부서졌고, 곧 거인이 한 명 나타났다. 거인은 피 칠갑이 된 시체를 한 구 들고 고씨 일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 거인은 동산이었다.그 시괴는 윤구주를 따라다닌 뒤부터 윤구주 곁의 가장 충
고시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미안하지만 이미 다 내 손에 죽었어.”윤구주는 그대로 다가가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뭐라고?’“4대 문파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고요?”그 말을 들은 고시연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그래! 그들이 죽음을 자초하는 데 내가 뭘 어쩌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시선을 들어 고시연을 바라보았다.“이젠 네 차례야.”그 말을 들은 고시연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뭐, 뭘 하려는 거예요?”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고시연을 바라보았다.“뭘 하려는 거냐고? 맞춰 봐.”윤구주가 가까워지자 고시연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감히 날 건드리려는 건 아니겠죠? 난 고씨 일가 셋째 딸이에요. 우리 할아버지는 무도 연맹 맹주고요! 감히 내게 손을 댄다면 우리 고씨 일가에서 천 배 만 배로 되갚아줄 거예요!”“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네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넌 죽어야 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시연에게 다가갔다.윤구주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두 사람이 갑자기 윤구주의 앞을 막아섰다.그 두 사람은 고시연 곁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이었다.“부디 저희 셋째 아가씨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당신에게 시비를 걸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요.”“오늘 저희 남릉 고씨 일가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윤구주의 공격에 다쳤었던 무도 노인은 눈앞의 윤구주가 두려워서 그에게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는 건 너무 늦었어요.”“설마 정말로 저희 고씨 일가를 적으로 돌리시려고요? 저희 어르신께서는 셋째 아가씨를 제일 아낍니다. 만약 셋째 아가씨가 잘못된다면 어떻게 될지, 결과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다른 노인이 서둘러 말했다.“결과? 그렇다면 당신들은 날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윤구주가 눈을 번뜩였
죽었다. 그것도 전부.자기를 지키던 두 명의 종사 경지의 노인이 다 윤구주에게 죽임을 당하자 도망치고 있던 고시연은 순간 겁을 먹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꽃 같던 얼굴이 지나친 두려움으로 인해 일그러졌다.그녀는 온몸을 떨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이젠 네 차례야!”윤구주는 두 명의 노인을 죽인 뒤 드디어 고시연을 바라봤다.“죽이지 말아주세요...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절 죽인다면 우리 할아버지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서남 무도 연맹 전체가 당신을 죽이려고 들 거예요!”죽기 직전이 되자 고시연은 그제야 겁이 났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에게 애원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렇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오늘 네 할아버지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넌 죽을 거라고.”“제발 부탁이에요.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가 소가 되고 말이 될게요. 제발 부탁드려요...”고씨 일가의 셋째 딸인 그녀는 살기 위해서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아무리 고시연이 고씨 일가의 셋째 딸이고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녀가 건드린 사람은 무려 윤구주였다.“이젠 네 차례야.”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는 손을 들어 고씨 일가 셋째 딸인 고시연을 죽이려고 준비했다.그런데 윤구주의 손가락이 고시연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쯤 익숙한 한기가 그녀의 가슴 쪽에서 퍼져나갔다.뼈가 시릴 정도의 엄청난 한기였다.그 한기를 느낀 순간 윤구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엄청난 한기네. 이 정도 기운이면 천년초랑 비슷한데?”윤구주는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에 당한 뒤로 언제나 체내의 화독을 제거하여 자신의 가장 강했던 상태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리고 그로써 소채은 체내의 고독을 치료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까지 윤구주에게는 천년 빙설화 하나뿐이었다.다른 두 개의 천년초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고시연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지자 윤구주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그 한기는 천년초
신분이 귀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약혼자가 화진 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세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윤구주가 옷을 벗으라고 하자 고시연은 윤구주가 자신에게 흑심을 품은 줄로 알았다.“저...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고시연은 가슴을 가리면서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벗으라면 벗어!”윤구주는 그녀에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시연은 더 말할 수 없었다.윤구주는 사람을 죽일 때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고시연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눈을 꾹 감고 떨리는 손을 옷깃으로 가져간 뒤 자신의 치마를 벗기 시작했다.곧 단추가 하나하나 풀렸고 그녀의 흰 피부가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희고 큰 가슴 또한 다 보였다.검은색 레이스 속옷이 그녀의 가슴을 꽉 감쌌다.게다가 그녀에게서는 옅은 체향이 나서 보고 있으면 아주 사랑스러웠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런 걸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그의 시선은 그녀가 착용한 목걸이의 검은색 구슬을 향해 있었다.천년초와 비슷한 수준의 엄청난 한기를 띠고 있는 것이 바로 그녀의 목걸이에 있는 구슬이었기 때문이다.“이건 봉안보리구슬?”윤구주는 신념술을 이용해 단번에 그것을 꿰뚫어 보았다.보리구슬은 불가의 보물이었다.그것은 용안과 봉안으로 나뉘는데 용안은 양이고 봉안은 음이다.음양이 공존하여 그것은 용봉음양구슬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시연이 봉안보리구슬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아쉽게도 한 알뿐이었다.몇 알 더 있었다면 이 봉안보리구슬의 한기가 천년초 하나와 비슷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윤구주는 흥분되었다.첫 번째가 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도 있을 테니 말이다.봉안보리구슬을 충분히 많이 모은 뒤 그 속에서 한기를 추출한다면 그 한기가 천년초 하나와 비슷할 것이다.윤구주가 들뜬 얼굴로 고시연이 목에 차고 있는 봉안보리구슬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고시연은 윤구주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