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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아무리 세상이 넓고 강자는 많다고 하지만, 염구준도 그에 해당될 줄이야… 오정형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 사신 또는 악마처럼 보였다.

“오정형.”

염구준이 서서히 오정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에 찰박찰박하고 피 웅덩이가 밟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음이 두려운가? 하지만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너에게 평온한 삶이 주어질 것 같으냐? 자, 네가 직접 선택해 봐. 죽음이냐, 아니면 삶이냐.”

죽음 아니면 삶, 오정형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만약 여기서 삶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바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이 주어질 것이라 염구준은 경고하고 있었다.

“누, 누, 누가… 겁먹을 줄 알고!”

오정형이 몸을 떨며 왕서희의 목을 겨누고 있는 단도를 더 날카롭게 그러쥐었다.

“내 손에 인질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이 칼 안 보여? 함부로 움직이면 당장 이년의 목을 그어버릴 거야! 난 절대로 혼자 죽지 않아!”

‘혼자 죽지 않겠다라, 가소롭군!’

오정형의 협박에도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사느냐 죽느냐, 선택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결정해 주지. 내 선택은….”

펑! 염구준은 말을 끝맺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주변의 공기가 진동하며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폭발했다. 창고 안이 요동치며 동시에 오정형의 양팔이 무언가에 짓이겨진 듯 뭉개졌다.

오정형의 팔은 쥐고 있던 단도와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옆에 있던 왕서희에겐 어떠한 타격도 피도 튀기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무형의 장벽이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보호했기 때문이다.

“안 돼, 안 돼! 아아악!”

두 팔이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오정형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울부짖었다.

“염구준, 이 악마 같은 놈아!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난 악귀가 되어서 평생 널 따라다니며 괴롭힐 테니! 진 도련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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