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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평소 진중하고 생각이 깊은 전씨 가문 가주, 이제 곧 서른 살이 되는 전서훈이 이성을 잃고 전정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전씨 가문 전임 가주의 아내, 즉 서훈과 서안의 어머니의 죽음은 서안의 악몽일 뿐만 아니라 서훈의 평생 상처였다.

어머니가 동생과 함께 실종되고 어린 서훈은 하룻밤 사이 훌쩍 커 아버지의 짐을 덜었다. 죽을힘을 다해 성장했던 건 어머니와 동생이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드디어 동생이 돌아오고 어머니의 행적도 밝혀졌다.

아버지를 따라간 그곳에서 어머니를 재회할 줄 알았지만, 어린 서훈을 기다리는 건 피바다 위에 숨이 끊긴 어머니였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겨우 몇 초 사이였다.

어머니를 찾은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어머니를 영영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바로 전정해의 짓이었다.

서안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서훈은 그동안 전정해의 소식을 애써 모른 척 외면했다. 심지어 복수도 접어두었다.

그런데 전정해는 뻔뻔하게도 자신의 앞에서 동생을 자극했다. 서훈의 오랜 세월 쌓아둔 원한이 한 번에 터져버렸다.

그의 주먹은 전정해의 급소를 향했고 전정해는 피를 토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그만하세요.”

한참 지켜보던 강현석이 말했다.

짧은 한마디에 서훈이 이성을 되찾았다.

손을 거두고 주먹의 혈흔을 지웠다.

“죄송합니다.”

서훈은 빠르게 겉옷을 갈아입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안 좋은 모습을 보였네요.”

강현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훈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어도 마지막 이성을 지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정해를 때려도 죽지 않을 정도의 힘 조절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서훈은 전정해의 목숨을 이렇게 쉽게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전정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탈탈 털어내고 서안이 위험에서 벗어난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 서훈에게 원한보다는 가족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이걸 이해하는 강현석과 도예나는 서훈이 마음껏 분노를 터뜨려도 말리지 않았다.

전정해가 혼미 상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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