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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서창범은 잔뜩 화가 나 있었지만 서준혁은 되려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하게 대답하고 그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알겠어요.”

어르신께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네 아버니냐?”

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르신은 콧방귀를 끼더니 입을 열었다.

“센 척 하기는, 벌써 내가 죽은 줄 안다느냐?”

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어르신과 함께 식사를 끝까지 했다.

어르신께서는 식사를 마친 후 곧장 방으로 향했다. 다만 그의 곁을 지날 때 걸음을 멈칫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예전부터 일만 하다 보니 네 아버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똑똑하지 못한 양반이야, 절대 닮아서는 안 된다.”

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고 혹시라도 들킬까 봐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서창범은 전화를 걸어와 잊지 말고 오라고 일깨워주었다.

서준혁은 아무런 심경의 변화도 없이 덤덤하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폰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 하더니 신유리의 번호에 시선을 고정했다.

사실 서준혁의 개인 핸드폰에는 가족의 번호를 별로 저장하지 않는 편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번호는 머릿속에 기억하고 연락처에 저장하지는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서창범이 어릴 때부터 그한테 요구했던 습관이었다.

서창범이 처음 서씨 가문의 기업을 인수한 몇 년 동안 시시각각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 바람에 서준혁도 다소 그를 닮아갔다.

반면 신유리의 번호는 기억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손끝이 그 일련의 번호에 멈췄을 때 서준혁의 미간은 움찔거리더니 이내 다시 풀렸다.

다만 다시 고개를 들자 그의 눈동자는 다시 밝아졌다.

그는 차를 운전하여 화인 그룹으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서창범한테로 돌아갔다.

문에 들어서자 하정숙과 서창범은 마침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 분위기는 조용했다. 하정숙은 잡지를 읽고 있었고 서창범은 신문을 읽었다. 마치 낯선 사람이 아무렇게나 합석한 것처럼 썰렁했다.

서준혁은 차갑게 그들을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서창범에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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