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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그날 밤 최군형은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 강소아는 아직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지만 그녀의 관심은 온통 다른 데 쏠려 있었다.

최군형은 평소처럼 집에 들어와 신발을 바꿔 신고는 텅텅 빈 도시락통을 주방으로 가져가 여유롭게 씻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심지어 도시락도 싹싹 비운 채였다.

강소아는 입술을 깨물고 자리에 앉아 최군형이 자신을 달래러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 주방의 물소리가 끊기더니 최군형이 손을 닦으며 걸어 나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강소아는 기분이 조금 풀렸다. 금방 웃음을 지으려는데, 최군형이 불쑥 말했다.

“아직도 화났어요?”

‘아예 멍청한 건 아니네.’

강소아가 볼 부은 소리로 “네”하고 대답하고는 얼굴을 홱 돌렸다. 최군형이 목을 가다듬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이 순간 따뜻해 보였다. 제법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 얘기 좀 할까요?”

강소아가 멍해졌다. 웃음기를 누르기 어려웠다. 머릿속은 온통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뿐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화가 나 있으면 남자 주인공은 자존심 다 버리고 여자 주인공을 달랬다. 달래는 방식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뭐 그런 건 상관없었다. 최군형은 어떻게 달랠까?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썩 낭만적인 모습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꿀 발린 소리 몇 마디만 한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니, 행동으로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강소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귀 끝이 타는 듯 뜨거웠다. 그녀는 애써 자기 생각들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 좋아요. 말해봐요. 듣고 있을 거니까.”

“왜 화가 났는지 알고 있어요. 미자 아줌마가 저와 말하는 걸 들었죠?”

“네...”

“제 판단이 맞다면, 아줌마 외동딸은 모든 재산을 상속받을 거지만 우리 집의 모든 재산은 소준 씨가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겠죠. 아줌마가 저를 설득해 이 집을 떠나게 할 거로 생각했을 거고요. 맞죠?”

강소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최군형은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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