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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하지만 최군형은 익숙한 듯 서지현을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서지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군형아, 빨리 돌아가자. 엄마가 걱정하셔!”

“그럴 순 없지,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이때 매력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지현의 발길이 멈췄다. 귀 끝까지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그 목소리를 등진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최군형은 나석진을 쳐다보았다. 나석진이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최군형은 웃으며 서지현의 손을 놓고 나석진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석진은 하인을 불러 최군형을 강서연에게 데려갔다. 풀숲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았다.

서지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한여름의 바람이 습기를 머금고 불어왔다.

그는 공기 중의 꽃향기를 맡았다. 그녀의 마음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최군형이 가져온 반딧불이 장난감이 꼭 쥐어져 있었다. 엉덩이 부분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거렸다.

서지현은 문득 울고 싶었다.

“내가 잘못했어.”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기배우가 그녀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고 있었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냥 널 놀려보고 싶었어. 날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내가 네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받고 싶었어. 사실 수술할 때 전신마취를 안 해서, 정신은 또렷했거든. 그때 그 생각했어.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고. 총을 맞는 순간에 이미 네게 반지를 끼워줬으니까. 지현아, 날 용서해 주면 안 돼? 내가 나빴어, 이 나이를 먹고도 그렇게 유치하게 굴었으니... 내가 잘못했어.”

말을 마친 나석진이 서지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긴 머리가 햇볕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나 그는 지금 그 모습을 감상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서지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몰래 웃고 있었다. 나석진은 그 사실을 몰랐다.

서지현은 반딧불이 장난감의 엉덩이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중지에 꼈다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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