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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1화

서지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어릴 적 빈민가에서 학교 따위 꿈도 꾸지 못한 채 살았다. 한글도 옆집 사는 집시 할머니에게 배웠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 할머니도 거의 까막눈이라 가르쳐준 글씨 중 절반은 틀린 것이었다.

조금 더 자란 뒤 그녀는 남들이 버린 교과서를 주워 와 보기 시작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탓에 한 번 보고도 금방 배울 수 있었다. 독학으로 한글을 뗐을 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까지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남양에 와서야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강서연이 말한 학교와는 달랐다. 짓궂은 남학생들 대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서연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언니, 좋아한다면서 왜 괴롭히는 거예요?”

“남자의 미성숙한 심리랄까? 좋아하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고, 주의를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이...”

서지현은 머리를 저으며 풉 하고 웃었다. 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현아, 석진 오빠 겉으로는 상남자지만 속은 아직 어린애야, 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하지만 오빠는 널 정말 사랑해.”

서지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엄마, 엄마!”

최군형이 흥분한 채 뒤뚱거리며 뛰어왔다. 강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엄마, 봐! 벌레, 벌레!”

서지현도 고개를 빼 들었다. 최군형의 손에는 반딧불이 모양의 장난감이 쥐어져 있었다.

“벌레, 빛이 나!”

서지현이 웃으며 말했다.

“반딧불이는 밤에만 빛이 나요!”

“빛이 나!”

최군형은 토실토실한 손으로 반딧불이의 엉덩이 부분을 가리켰다.

서지현은 그제야 장난감의 엉덩이 부분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붙어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서연이 물었다.

“군형아, 이건 어디서 난 거야?”

“저쪽!”

최군형이 가까이 있는 풀숲을 가리키고는 서지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요! 벌레 잡으러 가요!”

서지현의 심장이 더욱 심하게 뛰었다. 풀숲 속에 누가 숨어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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