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맞아요!”임상언은 말문이 막혔다.속으로는 비난했지만 임상언은 차 뒤쪽으로 가서 차근차근 옷을 갈아입었다.수건으로 자신의 얼굴과 손을 깨끗이 닦은 후 김서진이 준비한 옷을 입으니 한결 밝아졌다.다시 앞으로 다가와서 김서진 옆에 앉앗다. 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할 수 있겠지요?”담담하게 임상언을 쳐다본 김서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사관!”“대사관?!”임상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잠시 반응을 하지 못했다.“거기서 뭐 해요? 설마 제 아들이 거기에 있어요?”“당신 아들은 거기에 없지만, 그곳에 가야만 아이를 되찾을 수 있어요.”이때가 되자 김서진도 임상언을 속이지 않고 문서 하나를 건네주었다.그 서류는 앞서 오이연이 준 것이다. 한소은의 메일함에 있던 것을 꺼내 인쇄했지만 사실 안에는 단지 편지뿐이었다. 그저 낙관과 편지 내용을 통해 상대방의 신원을 알 수 있었다.임상언은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것은...”“Y 국 왕실 쪽에서 온 초청장이에요. 처음에는 소은이를 초청해서 맞춤 향수를 만들자고 했는데 나중에는 대사관에 초대했고 또...”김서진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연구실도 언급했어요.”Y 국의 왕실의 사람들은 왜 연구실을 알고 있을까? 왜 한소은을 초대했지?처음에 임상언은 자기 아들이 Y 국 왕실의 어딘가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왕실 내부에서 권위가 있는 사람이 이 사건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단지 어느 한 권력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세력이 상상보다도 더 크기 때문에 한소은을 대사관에 보내는 것이었다.“그래서 우리가 직접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가요?”임상언은 비록 마음속으로 떨리기는 하였지만 이번 걸음이 아주 순조로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그렇게 쉽게 사람을 내올 수 있을까? 하물며 그들이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아직
임상언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희번덕거렸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농담하고 있어?’“그래요. 그럼 커피도 없잖아요!”두 손을 벌리고 텅 빈 탁자를 쳐다보며 임상언은 투덜댔다.임상언은 X 부서에 며칠 동안 있었다가 자유라는 소식을 듣고 쉴 새 없이 달려나왔기에 물 마실 겨를도 없었다. 방금 차에 있을 때 급하게 일을 물어보느라 물 마시는 것을 잊다 보니 목이 바싹 탔다.응접실 가장 구석에 정수기가 보이자 임상언은 일어나 걸어갔다. 자발적으로 일회용 컵을 꺼내 물을 받아 마시면서 김서진에게 물었다.“마시겠어요?”김서진은 끄떡없이 앉아서 팔짱을 끼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여기 사람들은 틀을 너무 차리네요. 대사관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땅에서 무슨 짓이에요?”임상언은 물을 마시면서 하소연했다.이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김서진이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앞에 있는 남자는 표정이 굳고 눈빛이 어두웠다. 그 남자는 김서진과 임상언을 번갈아 본 후 옆으로 돌아섰다. 이어서 그의 뒤에 있던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은 걸 보니 다리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앞에 있는 남자보다 뒤에 있는 남자가 훨씬 상냥해 보였고 얼굴에 웃음까지 머금고 들어와서 연거푸 사과했다.“미안해. 일이 지연돼서 늦었어.”그는 Y 국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닌 엉뚱한 소리를 했다.임상언은 어리둥절해서 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김서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남자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Y 국어로 사과했다.“내 버릇 좀 봐. 두 분이 못 알아듣는 걸 잊었어. 두 분이 오늘 무슨 일로 방문했어?”임상언은 목구멍까지 나온 욕설을 참았다.‘시치미는 그만 떼고 빨리 내 아들을 돌려줘!’이곳은 임상언이 마음대로 발설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증거가 없는데 인정하지 않을 것이야. 관련 인사가
“그럼 어서 한소은을 내놔!”계속 화를 억누르다가 프레드가 시인하자 임상언은 즉시 소리를 질렀다.프레드는 임상언을 올려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미안하지만 못 알아들었어.”“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네. 너...”임상언은 기가 막혔다. ‘이 사람 참 뻔뻔하구나! Y 국 대사관에 이런 사람이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어!’게다가, 그들은 분명히 임남과 한소은을 납치했는데도 아닌척했다. 그 인간성을 잃은 연구실이 이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임상언은 달려들어 이 사람의 가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김서진은 임상언을 제지한 후에야 프레드를 바라보았다.“당신들의 초청장을 받고 나서 소은은... 한소은은 나의 와이프인데 초대에 응한 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혹시 일이 복잡해서 아직도 못 끝냈는지 물어보는 거야. 임신 중이라 아무래도 많이 불편할 거야.”그의 정중한 말투는 그럴듯하게 들렸다.초대를 간 와이프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남편으로서 찾아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프레드는 문득 깨달았다.“당신이 한소은 씨의 남편이군. 그런데...”말머리를 돌려 프레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지못해 말했다. “한소은 씨는 결코 우리에게 모두 오지 않았어. 아시다시피 여러 통의 요청을 보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거절한 줄 알았어.”“아니면, 한소은 씨가 승낙한 거야? 언제의 일이지?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그녀를 본 적도 소식을 받은 적도 없어.”“말도 안 되는 소리!”임상언은 참을 수 없었다.프레드는 차갑게 임상언을 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흐려졌다.프레드의 얼굴이 가라앉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임상언을 잡으려 했다. 바로 Y 국의 경호원 윌리엄이었다.윌리엄의 주먹은 마치 날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보였다.임상언은 멍해졌다. 이내 한 손이 피할 겨를도 없이 코앞에 다가왔다.윌리엄이 임상언에게 달려가는 동시에 김서진도 거의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임상언의 목덜미를 잡으려는 손을 손바닥으로 밀쳐버리고는 이어 발로 옆을 걷어
김서진은 목을 움직이며 하마터면 잡힐뻔했다고 생각했다.무의식적으로 프레드가 있는 쪽을 쳐다보니 그는 침착하게 앉아 마치 연극을 감상하듯 싸우는 쪽을 바라보았다. 단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았다.몇 번 싸우고 난 후 윌리엄이 또 덤벼들 자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윌리엄, 그만해. 김 대표는 손님이야.”프레드의 말을 듣고서야 윌리엄은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윌리엄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시선은 줄곧 김서진을 바라볼 뿐,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뜻밖에도 김 대표의 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귀국은 정말 인재가 많군.”김서진은 옷의 주름을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프레드 씨 옆에 있는 용감한 용사도 역시 대단해.”“윌리엄은 약간의 권투 솜씨밖에 모르기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겁줄 수 있어. 어이구, 웃음거리가 되었어.”프레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윌리엄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폄하되어도 윌리엄은 화를 내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김서진의 몸에 눈을 고정했다. 마치 김서진이 위험인물인 것처럼 보였다.가볍게 기침을 한 후 프레드는 계속해서 말했다.“김 대표의 마음은 이해되나 한소은 씨는 나에게 온 적이 없어. 나도 한소은 씨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고 싶어.”“나도 같이 한소은 씨를 찾아볼게. 참, 귀국의 경찰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니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때? 당신과 진정기의 관계가 좋으니 나라의 힘에 의지하여 사람을 찾는 것은 틀림없이 어렵지 않을 거야.”프레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난 다른 일이 있어서 그만...”손님을 쫓아내겠다는 뜻은 이미 분명하다.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한 임상언은 조급해졌다.“그럼 방해하지 않을게.”김서진도 일어나 프레드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한 말이 맞아. 우리나라의 힘으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말썽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지. 귀국도 이 안정감을 좋아하지?”프레드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그
“여기는 보통 장소가 아니기에 우리는 억지로 할 수 없어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죠.”김서진은 미간을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별수 있겠어요. 억지로 할 수도 없으니 국가에서 교섭하게 하면 안될까요?”임상언은 불평을 토로했다.김서진은 눈을 떨어뜨리며 말했다.“아니요, 그럴 수도 없진 않죠.”임상언은 놀라 했다.“네?”그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대사관 쪽의 신분은 확실히 까다로웠다. 만약 진정기가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역시 자신이 나설 형편이 아니라며 스스로 해결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정기 말고도 사실 대사관에 들어가 떳떳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다만, 먼저 그쪽과 상의해야 했다.원 씨네 가문에서 원철수는 모두에게 진맥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살이 많이 빠져서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정신은 유달리 좋았으며 눈에서 빛이 났다.“철수야, 수고 많았어.” 함송희는 철수의 땀을 닦아주면서 안타까워하며 말했다.“힘들지 않아요. 다 나 때문에 일어났는데 이제 모두 무사하니 시름이 놓여요.”함송희가 주신 컵을 받아 물을 마시면서 원철수는 말했다.“어머니, 저는 이미 가족 모두에게 진맥했어요. 다 괜찮아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셔서 몸이 허약하니 한동안 몸조리를 해야 해요.”“알았어.”함송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이 녀석, 며칠 못 봤는데 많이 말랐구나. 이젠 건강도 좋아졌으니 다시 돌아올래?”그러나 원철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저는 둘째 할아버지한테 배우러 가야 해요. 아직 할 일이 많고 배울 것이 많아요. 나는 이제야 내가 배운 것과 아는 것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무지했어요.”“아들이 발전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야. 모처럼 둘째 삼촌이 가르치려고 하니 막지 말아요.” 원상철이 말했다.“그런데...”함송희도 물론 이 도리를 알고 있었지만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일 년 내내 돌
“단지...”눈물을 닦으며 함송희는 뭔가 또 생각났다.“요즘엔 각종 바이러스가 있으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어. 꼭 이 시기에 먼 길을 떠나야 해?”비록 아들이 철이 들어 기쁘지만 그래도 안위가 걱정되었다.“어머니, 지금 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안정된 후에 떠나요.”원철수는 빙그레 웃으며 손목을 들어 시간을 살펴보았다.“아 참, 시간이 늦었으니 서둘러 돌아가야겠어요.”함송희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해서 하며 물었다.“이렇게 서두르다니. 곧 식사 준비가 끝나니 밥을 먹고 가!”“안 먹을래요.”원철수는 말을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밥을 먹을 기회가 앞으로 많겠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볼게요.”“뭐가 그렇게 중요해, 너...”함송희는 무슨 말을 더하려다가 남편에게 끌려갔다. “그만 가게 해줘.”“하지만...”“아들이 커서 철이 든 것은 좋은 일이야. 지금의 철수가 더 좋은 의사처럼 보이지 않아?”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원상철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함송희는 더는 말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소 상심했다. 하지만 함송희도 확실히 아들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원철수는 차를 몰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어르신은 저기 있는 한 아가씨가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사전에 연락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오는 사람이 있어 바로 소독을 하고 보호복을 입으며 준비를 했다.소독 절차가 번거롭자 원철수는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였다. 그는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안경만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아, 선생님!”원철수를 접대하는 사람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낮은 소리로 부르더니 뒤쫓아 갔다.“이건 감염 사례일 거예요. 그러니...”“내가 뭐 하러 왔죠?”원철수는 돌아보며 웃으며 물었다.“선생님은... 병을 치료해주려고 왔어요.”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원철수는 웃었다.“그럼 됐어요.”말을 마친 원철수는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며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목소리를 냈고, 순식간에 서로를 알아봤다.원철수는 다만 한 아가씨 감염되어 그가 치료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아가씨가 진가연인지 몰랐다.진가연도 첫눈에 이 사람이 바로 전에 그녀를 치료해준 ‘신의’임을 알아봤다.외숙모가 추천했지만 알고 보니 그는 사기꾼이었다.“아니, 당신은 의사가 아니라 사기꾼이에요. 내가 치료하지 말라고 하면 당신이 치료해 줄 필요 없어요!”진가연은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서며 놀라서 말했다.“나는...”원철수는 순간 당황했다.‘사실 진가연의 말도 맞아, 예전에 확실히 허세를 부리고 사기 치는 사기꾼 같았어.’비록 자신은 의술이 있었고 많은 환자를 치료했지만 필경 의술이 뛰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때 그는 명예만 추구했다.“이젠 아니에요. 당신을 치료하러 왔어요. 당신의 병은 나만 고칠 수 있어요.”원철수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믿지 못하겠어요. 필요 없어요!”진가연은 눈썹을 찡그리며 원철수를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내 말 좀 들어봐요!”두 손으로 진가연을 누르며 그녀를 좀 냉정하게 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 대표님과 한소은 씨가 당신을 치료하기 위해 나를 보냈어요.”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진가연은 다소 냉정해졌지만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김 대표님? 한소은 씨?”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다만, 지금 그들은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당신을 보러 올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한소은 씨에게 치료를 부탁해도 돼요.”“나...”진가연은 머뭇거렸다.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의심스러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실한 태도가 보였다.옆에 있던 사람이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진가연 씨, 확실히 이분은 김 대표님께서 특별히 외부에서 모셔온 전문가세요.”이 말을 들은 진가연은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설사 원철수가 나를 속였다고 해도 김서진의 부하들까지 짜고 속일 수는 없겠지.’“제 병을 고칠 수 있어요?”진
“당신 말 들을게요, 잘 들을게요!”진가연은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김서진이 파견한 사람이고 또 성공한 경험도 있으니 치료를 잘 받고 나가서 아버지를 찾아야 했다. 진가연이 기꺼이 협조하는 것을 보고 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왕을 만난 후 한소은은 다시 보내졌다. 이번엔 그 텅 빈 병실이 아니라 이전과 비슷한 호텔 방이었다.여전히 바깥 경치를 볼 수 없는 것 외에 전반적인 느낌은 예전보다 좋아졌고 심지어 TV도 볼 수 있었다.한소은은 TV가 있으니 인터넷 신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이전에 배운 방법에 따라 몇 번 시험해 보았지만 신호를 측정하지 못했다. 결국, TV는 내부 네트워크로 연결되었기에 여전히 외부와 통신할 수 없었다.이 사람들은 정말 신통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상대는 Y 국의 여왕이었다.‘그렇다면 Y 국의 여왕이 여기로 왔을까, 아니면 내가 Y 국에 간 걸까?’‘아니, 아니다. 이곳은 절대로 Y 국이 아니야. 그들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창밖의 경치마저 보지 못하게 봉쇄하였으니 이곳은 틀림없이 H 국일 거야.’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출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것은 당연히 좋은 소식이다. 출국하지 않은 이상 H 국 내에서 구조하기 훨씬 쉬울 것이고 또 탈출할 기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Y 국이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여왕을 만난 지 이틀이 지났고 한소은의 몸은 나날이 좋아졌다. 여전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데려와 보여주었고 한소은은 틈을 타 두 아이의 맥을 짚으며 건강과 안전을 확인했다.이 사람들은 사람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니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가지고 실험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워도 스스로 검사해 봐야 안심할 수 있었다.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이 노크도 사실 형식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떼고 들어온다.다행히도 한소은은 수시로 손님맞이가 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