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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6화

임상언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희번덕거렸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농담하고 있어?’

“그래요. 그럼 커피도 없잖아요!”

두 손을 벌리고 텅 빈 탁자를 쳐다보며 임상언은 투덜댔다.

임상언은 X 부서에 며칠 동안 있었다가 자유라는 소식을 듣고 쉴 새 없이 달려나왔기에 물 마실 겨를도 없었다. 방금 차에 있을 때 급하게 일을 물어보느라 물 마시는 것을 잊다 보니 목이 바싹 탔다.

응접실 가장 구석에 정수기가 보이자 임상언은 일어나 걸어갔다. 자발적으로 일회용 컵을 꺼내 물을 받아 마시면서 김서진에게 물었다.

“마시겠어요?”

김서진은 끄떡없이 앉아서 팔짱을 끼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틀을 너무 차리네요. 대사관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땅에서 무슨 짓이에요?”

임상언은 물을 마시면서 하소연했다.

이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김서진이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앞에 있는 남자는 표정이 굳고 눈빛이 어두웠다. 그 남자는 김서진과 임상언을 번갈아 본 후 옆으로 돌아섰다. 이어서 그의 뒤에 있던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은 걸 보니 다리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앞에 있는 남자보다 뒤에 있는 남자가 훨씬 상냥해 보였고 얼굴에 웃음까지 머금고 들어와서 연거푸 사과했다.

“미안해. 일이 지연돼서 늦었어.”

그는 Y 국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닌 엉뚱한 소리를 했다.

임상언은 어리둥절해서 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김서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Y 국어로 사과했다.

“내 버릇 좀 봐. 두 분이 못 알아듣는 걸 잊었어. 두 분이 오늘 무슨 일로 방문했어?”

임상언은 목구멍까지 나온 욕설을 참았다.

‘시치미는 그만 떼고 빨리 내 아들을 돌려줘!’

이곳은 임상언이 마음대로 발설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증거가 없는데 인정하지 않을 것이야. 관련 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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